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21
20화. 좋은 건 나눠야지 (1)
“음… 모르겠구려.”
한참 만에 나온 말치고는 참으로 볼품없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선배가 택한 녀석이라면 특별함이 있을 텐데…….’
하지만 랄프에게는 딱히 그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나는 제법 알차게 쓰는군. 그건 군더더기가 없어. 어릴 때부터 기본을 잘 다진 모양이구려. 뉘 집 자식이요? 나름 뼈대 있는 가문일 듯싶은데?”
그것이 랄프가 파악한 유리의 전부였다.
요한과 유리가 만난 시기를 알지 못하는 랄프는 드러난 유리의 상태만을 보고 그리 판단한 것이다.
“클클클.”
랄프의 평가에 요한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웃었다.
‘어릴 때부터는 무슨. 저거 마나를 접한 지 이제 고작 보름 좀 넘은 놈이다.’
유리는 불필요한 마나의 사용을 줄이고 적재적소 필요한 곳에만 마나를 활용하고 있었다.
명인인 랄프마저 인정할 정도로 깔끔한 유리의 마나 운용법.
더 놀라운 점은 그게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닌 스스로 터득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마나를 접하고 고작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말이다.
‘에잉, 없이 자란 놈이라서 그런지 마나마저 알뜰살뜰 아껴 쓰는구나. 쯧쯧.’
천부적인 유리의 재능을 그리 평가하며 요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고는 시선을 유리의 상대에게 돌렸다.
동시에 요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네 손자 놈이 너에게 물려받은 건 몸뚱이뿐인가 보구나.”
요한의 짓궂은 목소리에 랄프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아보셨소?”
“내가 장님도 아니고, 저리 대놓고 허공에 삽질해 대고 있는데 어찌 모를까? 네 손자 녀석이 왕년의 네 성미를 빼다 박았으면 진즉 유리 놈은 대가리가 깨져 바닥을 뒹굴고 있을 게다.”
“거, 말을 해도…….”
“끌끌, 도살자라 불리던 놈에게서 어찌 저런 순둥이가 나왔을꼬?”
“…….”
“가만… 이 대련을 하자고 한 게 사실상 네 손자 놈 때문이었구나?”
“뭐, 겸사겸사 아니겠습니까.”
“푸흐흐.”
요한의 웃음소리에 랄프의 쓴웃음이 짙어졌다.
‘무치 이 녀석…….’
유리라는 녀석이 지금까지 피할 수 있던 것은 그의 움직임이 빨라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론 공격하는 손자 녀석이 ‘맞지 않을 공격’만을 해 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했다.
무치가 ‘진짜’ 공격을 했다면 이 대련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손자 무치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흠, 대련에서조차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냐.’
하나뿐인 아들은 자신과 달리 병약하고 유순한 심성이었다.
자신의 마체술은 강건한 육체에 기반을 뒀기에 아들은 이를 잇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을 빼다 박은 손자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하지만 아들이 그러했듯 손자 역시도 유순한 성격을 타고 태어났다.
‘그레이시, 좋겠구려. 아들 녀석이나 손자 녀석이나… 전부 당신을 똑 빼닮아서.’
사별한 아내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과 손자.
그랬기에 그들의 성격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온화한 심성을 지닌 여인이기에 첫눈에 반했고, 깊게 사랑했으며, 그 심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인데 어찌 미울까.
다만.
‘투지라도 갖기를 원했건만…….’
자신이 어린 시절처럼, 손자가 독심을 품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투지란 것을 가지기를 원했을 뿐.
그게 검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으니까.
때문에 손자 녀석을 살살 꼬드겨 요한의 제자와 대련을 붙인 거다.
대련이라면 무치도 승부욕이란 게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결과가 실망스러웠기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멀어.’
이제 고작 13살이라는 나이.
손자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랄프는 손자가 나이가 듦에 따라 변할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 그 시각 유리도 마침내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이것 봐라?’
상대의 공격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동시에 자신의 감각으로도 따라잡지 못할 공격도 섞여 있었다.
분명 이번에는 피하기 힘들겠다고 느낀 공격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공격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뭐지? 일부러 빗맞히는 건가?’
그 뒤로도 같은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유리는 회피를 이어 나가며 상대의 기색을 살폈다.
무언가 망설임이 느껴지는 움직임.
그건 일부러 자신의 힘에 제약을 두는 것이리라.
그때 유리는 확신했다.
‘이 녀석, 공격을 못 하는 거네?’
그저 공격하는 ‘척’만 하고 있을 뿐.
이를 깨달은 유리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여전히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저 공격은 자신에게 닿지 않을 테니까.
눈을 빛낸 유리가 소리쳤다.
“영감! 나도 칼!”
그 외침에 요한이 씨익 웃었다.
마치 유리의 속내를 짐작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옛다!”
요한이 가볍게 손을 내젓자 공터 한쪽에 놓여 있던 목검이 휘릭- 하고 유리에게 날아갔다.
“감사!”
날렵하게 그 검을 받아 든 유리가 멀찍이 거리를 벌리고 무치를 바라보았다.
‘공격을 왜 못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목검을 쥔 유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야 고맙지! 왜냐!’
유리의 신형이 무치를 향해 쏘아졌다.
그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넌 못 쳐도 나는 칠 수 있거든!”
날쌘 몸놀림으로 간격을 좁힌 유리가 힘차게 뛰어올라 검을 내려쳤다.
“이런 걸 보고 꽁승이라고 하지!”
꽁승.
‘공짜 승리’를 지칭하는 용병들의 은어를 시원하게 내뱉은 유리.
이에 요한이 침을 튀기며 웃었다.
“저 멍청한 놈. 푸흡!”
유리는 요한의 비웃음을 듣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공격이 먹힐 거라고 확신했을 뿐.
하지만 그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눈앞의 열세 살짜리가 근 10년 가까이 마체술을 익혀 온 천재라는 점.
둘째, 그 마체술의 기초를 다져 준 존재가 바로 명인 랄프라는 점.
셋째, 뛰어난 재능과 좋은 스승의 조합으로 인해 무치의 경지가 벌써 비공인 1급에 들어섰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지 못한다고 확신했기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또한, 요한이 비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바로.
‘…어?’
상대가 자신을 때리지는 못해도 ‘무기’를 때리지 못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무치의 나무창이 뱀처럼 움직여 유리의 목검을 받아쳤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쾅!
‘……?!’
목검과 나무창이 부딪힌 순간 유리는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뭐, 뭔 놈의 힘이?!’
분명 자신의 체중까지 실어 내려친 공격이었음에도 오히려 밑에서 올려 친 무치의 공격이 목검을 밀어냈다.
그것도 허망하다 싶을 정도로 손쉽게 말이다.
‘아…….’
그 순간 유리는 직감했다.
‘…조졌네?’
또한, 그것이 유리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콰즉-.
무치의 창이 목검을 두 동강 냈고 그것도 모자라 유리의 이마를 강타했다.
빡-.
박 터지는 소리가 나고, 유리의 몸이 핑그르르- 뒤로 회전하며 멀리멀리 날아갔다.
이를 본 요한이 손뼉을 쳤다.
“아따, 멀리도 날아가는구나.”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리가 지면에 떨어졌다.
무려 얼굴부터 말이다.
털푸덕-.
멋지게 안면 낙하를 한 유리는 살짝 꿈틀거리더니 이내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이를 본 무치가 손을 바르르 떨며 나무창을 떨어뜨렸다.
“주, 죽었어?”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무치.
녀석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그때였다.
“너……!”
죽은 줄 알았던 유리가 벌떡 일어나 무치를 향해 삿대질했다.
“너… 이… 내 방심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공격을 안 한……? 제, 제법……. 넌… 내가 동생이라 봐준 거야… 정말로… 그런 거… 아니지, 이건 애초에 불공평… 무, 무승부라고 봐야…….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말은 하고 있지만 이미 유리의 의식은 끊긴 상태였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의식 저편에 깔린 본심이었다.
하지만 유리의 횡설수설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쥬륵-.
시원하게 쌍코피를 쏟아 낸 유리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털썩-.
고요 속 공터, 사람 쓰러지는 소리가 큼지막하게 울리고.
이에 좌중의 시선이 널브러진 유리에게 닿았다.
랄프가 눈을 끔뻑이며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저런 뻔뻔한 놈은 대체 어디서 주워 온 겁니까?”
그 질문에 요한이 정색하며 답했다.
“저거, 내 제자 아니다.”
“…….”
“절대로.”
“…누가 뭐랍니까?”
“아무튼 아니다.”
“…….”
강한 부정을 한 요한이 이번에는 기절한 유리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그가 랄프에게 말했다.
“축하한다, 첫판은 네놈이 이겼구나.”
그 목소리에는 패배의 아쉬움 따윈 없었다.
당연히 질 것을 알았다는 듯.
랄프 역시 당연히 이길 것을 알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럼 두 번째 판은 언제 시작할 거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하는 말인데… 한동안 신세 좀 지자.”
“흠?”
“흐흐, 불 속에 담갔다 꺼냈으니 이제 담금질을 할 차례지.”
그리 말하며 요한은 기절한 유리의 뒤통수를 찰싹찰싹 두들겼다.
요한의 말뜻은 이해한 랄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마음대로 하쇼. 지금부터 가르친다고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거 같지는 않지만.”
그 말을 들으며 요한이 유리를 들쳐 멨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글쎄다? 아마 꽤 다를걸?”
그 말과 함께 묘한 미소를 남기고 요한은 유유히 공터를 빠져나갔다.
* * *
그날 오후.
토독- 토독- 토도도독-.
옅은 빗소리를 들으며 깨어난 유리.
그는 조용히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깔고 누웠던 짐승 가죽의 촉감.
동굴로 보이는 듯한 장소.
살짝 어둑해진 하늘.
나뭇잎을 때리는 가랑비 소리와 비 내음.
현재 상황을 인지함과 동시에 그의 얼굴은 더욱 멍해졌고, 속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올라왔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려는 찰나.
“어떠냐? 져 보니까.”
“아…….”
뒤편에서 들려온 카랑카랑한 목소리.
그 주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실상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게 옳았다.
요한이 툭 던진 한마디로 인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른 끔찍한 답답함의 정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리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 졌구나.”
가슴에 치민 답답함의 정체.
그건 다름 아닌 패배감이었다.
패배(敗北).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패배’란 단어.
상대는 수년간 수련을 해 왔지만, 자신은 마나에 입문한 지 이제 고작 보름 남짓이라는 사실도.
화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직 3판 2선 중 겨우 첫 번째 판이란 사실도!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 진 거네?’
졌다.
누군가와 싸웠고 처음으로 졌다.
그것도 속수무책으로.
오로지 그 사실만이 유리의 영혼을 지배했다.
유리는 멍하니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유리의 침묵.
요한은 별다른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후드드득-.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 갈 즈음.
굳게 닫혀 있던 유리의 입술이 달싹였다.
“다신…….”
묵직하게 깔린 빗소리 사이로 섞여드는 다짐 어린 유리의 목소리.
“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유리의 강한 눈빛이 어둑함 속에서 밝게 빛났고.
씨익-.
소년의 독백을 들은 요한의 입꼬리가 크게 말려 올라갔다.
그렇게 유리 인생의 잊지 못할 첫 패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 * *
봄이 가고 여름의 끝자락에 도달한 무렵.
무더위가 한풀 꺾이며 습하던 바람도 약간은 선선하게 바뀌었다.
계절의 변화는 냉벽산맥의 자락에 자리한 랄프의 집에도 찾아 들었다.
조금은 어둑한 날씨의 오후.
뒷마당 너른 공터에서 랄프는 하늘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구겼다.
“흠… 한바탕 쏟아질 거 같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그것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비도 올 것 같은데, 이 작자들은 뭘 하느라 아직도 나타나질 않는 거야!”
봄에 찾아와 6개월째 머무는 두 명의 객식구.
유리와 요한, 오늘을 두 번째 대련일로 잡아 놓고는 벌써 10분째 나타나지 않는 그들이 바로 짜증의 주범이었다.
불편한 기색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던 무치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제, 제가 찾으러 갔다 올까요?”
“됐다. 찾으러 가긴 무슨. 더 늦으면 실격패로 간주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유리 형님이 오늘은 꼭 이길 거라고… 기대 많이 했는데…….”
“인석아, 그놈이 이기겠다고 한 상대가 너다! 너도 이길 생각을 해야지!”
“꼭 그래야 해요? 아빠가 때론 지는 것도 이길 때가 있는 거라고 했는데?”
“쯧, 애비란 놈이 자식 새끼에게 참 좋을 걸 가르쳤구나. 쯧쯧.”
“그… 전 딱히 유리 형님이랑 싸우고 싶지 않은데… 그냥 우리가 진 거로 하면 안 돼요, 할아버지?”
손자의 물음에 랄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유리란 놈이 어떻게 구워삶은 것인지, 무치가 유리를 마치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다.
무치 녀석 성격에 원래도 싸우는 것을 싫어했지만, 유리 녀석과 붙어 다닌 이후로 특히나 이번 대련을 더욱 꺼리게 되었다.
그런 손자를 바라보는 랄프의 얼굴에 옅은 안타까움이 스쳤다.
‘무치야…….’
우월한 신체와 빠른 성장 속도.
누군가에게는 축복으로 느껴질지 모를 재능이었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무치를 또래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무치를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에는 항상 경계심과 두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무치보다 나이 많은 소년은 물론, 어른들까지 말이다.
이를 알아차린 무치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치를 평범한 아이, 혹은 어린 동생으로 여겨 준 게 유리였다.
자신을 괴물 보듯 보는 게 아닌, 평범하게 대해 주는… 가족 이외의 유일한 존재.
아무리 대련이라 할지라도 그런 존재와 싸우고 싶지 않은 게 무치의 심정이리라.
그걸 알고 있음에도 랄프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네가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패배를 시인한다면 그건 오늘을 위해 준비해 온 그 녀석에게 큰 실례가 되는 일이다.”
“…….”
“보지 않았더냐, 매일 밤 걸레짝이 되어 돌아오던 그 아이의 모습을.”
반년 전, 첫 대련이 있고 난 뒤.
요한은 랄프에게 한동안 신세를 진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요한과 유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깊은 산속이었다.
하루 대부분을 산속에서 수련하고, 늦은 밤 다 죽어 가는 유리를 요한이 둘러업고 나타났다.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다.
사실 요한과 유리는 랄프의 집에서 잠만 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6개월간 매일 보아 온 무치였기에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왔구나.”
랄프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