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내 동생 (2)
유리의 짧은 환영 인사에 무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진짜 요람? 여기가 요람의 본토라고요?!”
“어.”
“내가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는 뭔 어떻게야. 네놈이 처자는 동안 내가 데려왔지.”
“으에? 제가 그렇게 많이 잤다고요? 저 얼마 안 잤는데?!”
“얼마 안 자긴. 일곱 시간이나 내리 처잤구먼.”
“이, 일곱 시간?”
무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어쩐지 몸이 개운하더라니.
살짝 눈을 감았다 뜬 거 같은데 정말로 기절하듯이 잤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물었다.
“그런데 시작의 숲에서 요람 본토까지 원래 일곱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예요?”
“아니.”
“…그럼 어떻게?”
“다른 사람은 안 되는데 나는 돼.”
“……?”
무치가 머리 위로 연신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었다.
그러다가 무치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 저 시험! 그, 그럼 저… 시험은 어떻게 된 거예요?”
“뭔 시험?”
“그 생존 시험…….”
“아, 그거? 당연히 떨어졌지.”
“……?!”
“…는 구라고. 아, 이 새끼가 또 처울려고 하네.”
충격을 받은 얼굴로 눈가가 촉촉해지는 무치를 보고 유리는 혀를 내둘렀다.
‘이건 뭐, 덩치만 더 커졌지, 속은 예전이랑 똑같잖아?’
툭하면 울려고 하니 이거 무슨 장난을 칠 수가 있나.
유리가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잘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마라.”
“…정말요?”
불신 가득한 눈으로 그리 묻는 무치를 보고 유리는 다시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툭-.
“뜨악!”
다시 무치의 이마에 맞고 떨어진 시커먼 무언가.
“쳐 맞기 전에 그거나 먹어.”
“……?”
무치는 자신의 앞에 가지런히 떨어진 3개의 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처음에는 그저 타다 남은 장작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무치는 제일 처음 이마에 맞고 떨어져 식은 것을 집어 들어 반으로 쪼개 보았다.
슥-.
부드럽게 갈라지며 노란 속살을 드러낸 그건 다름 아닌 잘 구워진 토사바였다.
“아…….”
노릇노릇, 알맞게 구워져 뜨거운 김을 폴폴 피워 올리는 토사바를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들었다.
꼬르륵-.
“머, 먹을 거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시달린 게 대체 며칠이던가.
무치는 본능적으로 잘 익은 토사바를 후후 물어 단숨에 베어 물었다.
그리고 그 맛은…….
‘미… 미친 맛이다!’
실로 천상의 맛이라 할 법했다.
감격에 젖어 눈물을 주룩 흘리는 무치를 보고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유리는 피식 웃고 말았다.
“옛날 생각 좀 하면서 구워 봤는데… 어때, 맛있지?”
“너무 맛있습니다!”
“내가 그거로 시작의 숲에서 사람 여럿 울렸다. 하… 토사바는 역시 시작의 숲에서 팔아먹는 게 끝내줬었는데…….”
“……?”
분명 무언가 추억에 젖어 내뱉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를 들은 무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이런 경우 시작의 숲에서 먹는 게 끝내줬었는데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그 앞에 ‘팔아’가 붙는 거지?
“그때는 포인트 버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었지. 그때 그 감성이 그립다…….”
“예?”
“있다, 애들은 모르는 그런 게. 그냥 다물고 그거나 먹어.”
아무래도 유리 형이 시작의 숲에 가진 추억은 자신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입안 가득 퍼지는 구운 토사바의 단맛에 금세 잊혔다.
무치가 제 앞에 놓인 토사바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워 가니, 유리는 계속해서 모닥불 속에서 토사바를 꺼내 날렸다.
툭툭- 툭-.
그렇게 무치가 토사바를 열 개쯤 해치웠나?
유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가자. 일어나.”
“어디로요?”
쩝쩝-.
입과 손에 숯검정을 잔뜩 묻히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무치를 보며 유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따라와 봐. 말 잘 들으면 맛난 거 더 줄 테니까.”
“정말요?!”
무려 열 개 정도의 토사바를 먹어 치웠지만, 무치의 덩치를 생각하면 한없이 모자란 양이었다.
‘맛있는 거’라는 한마디에 그의 크고 순진한 눈에 별빛이 내려앉았다.
맑게 반짝이는 그 눈을 보고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어엄! 엄청 맛있는 거 줄게! 따라와서 내가 시키는 것만 잘하면 얼마든지 먹여 줄게!”
“얼른 가요!”
신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무치.
만약 랄프가 보았다면 순진한 자기 손자 꼬드기지 말라고 노발대발 발광했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꼬우면 요람에 들어오시든가요, 6기 선배님아.’
유리는 속으로 킬킬거렸다.
이후 그는 모닥불을 꺼뜨린 뒤, 무치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몸 좀 풀렸지? 슬슬 속도 올린다. 힘들지도 모르지만, 잘 따라와라. 맛난 거 먹어야지?”
“응!”
“쓰읍!”
“예!”
해맑게 웃는 무치.
하지만 그 해맑음이 고통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 흐엑… 어, 언제까지…….”
“거의 다 왔어.”
“그, 그거 아, 아까 하, 한 시간 전에도…….”
“에이, 진짜 거의 다 왔어.”
“어, 얼마나…….”
“한 4시간만 더 가면 돼.”
요람의 북도 끝단에서 시작된 달리기.
지금까지 무려 2시간을 달렸는데 아직도 4시간은 더 남았다는 소리에 무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갔다.
“조, 조금만 쉬었다가 가면…….”
“지금도 살짝 간당간당해, 이 새꺄! 쉴 시간 따위가 어딨냐! 후딱 뛰어!”
“나, 다… 달리기는 잘 못하는데…….”
“찡얼거릴 힘 있으면 다리나 놀려, 임뫄!”
무치의 엉덩이를 칼로 콕콕 찌르며 재촉하는 유리의 얼굴은 악마 그 자체였다.
“으우우…….”
무치의 우는 소리가 요람의 본토에 길게 울려 퍼졌다.
* * *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이 몇 분 남지 않은 시각.
칙-.
어둠이 잠식한 실내에 작은 성냥불이 피어올랐다.
스으읍-.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
곧 성냥불이 꺼지고 그 자리에 붉은 점이 생겨났다.
후우욱-.
숨이 내뱉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 가늘게 울린 순간이었다.
쿵- 쿵-.
밖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울림.
그것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응?”
어둠 속에 떠오른 두 개의 눈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좇았다.
바로 그때.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빛을 등진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림자의 등장에 코코는 입에 물고 있던 궐련을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예엠병! 이 새끼는 다 와서 퍼지고 지랄이야!”
그 거대하고 기괴한 그림자가 사실 누군가를 업은 사람이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녀석이라는 사실에 코코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아오 씨, 드럽게 크네! 다리는 왜 이리 길어?”
그녀가 구시렁거리며 걸어오는 유리를 보고 인상을 썼다.
“문은 손으로 열라고 있는 거란다. 발로 차는 게 아니라.”
“보시다시피 손이 없어서.”
그러면서 유리는 업고 온 이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널브러진 무치.
“배, 배고파아…….”
다행히 죽은 건 아닌지 그는 연신 꿈틀거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그사이, 문을 닫고 온 유리가 코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코코 씨, 오랜만!”
“…….”
스으읍-.
유리의 인사에 궐련을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은 코코가 무심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니?”
“어쩐 일은요, 볼일이 있어서 왔죠.”
“무슨 볼일?”
“오늘… 그것도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올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나요?”
그러면서 유리가 활짝 웃어 보였다.
“당연히 특할판 이용하려고 왔죠.”
특별 할인 판매 상점.
1월 1일, 신년을 맞아 딱 10분만 열리는 특수한 상점.
유리는 그것을 노리고 요람의 본토로 돌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코코의 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할판? 착각했니? 2년 차 특할판은 여기가 아니란다. 5분 뒤면 넌 여기 상점을 이용 못 하게 될 텐데?”
새해가 찾아오면 유리는 2년 차가 되어 자연스럽게 1년 차 상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녀의 지적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왜 여길?”
“특할판은 여기 이 녀석이 이용할 겁니다.”
유리가 여전히 바닥에 누워 꾸물꾸물하는 무치를 가리켰다.
“배, 배고파…….”
이에 코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가? 그 애, 네 친구잖니?”
“아닌데요.”
“아니라고?”
“얘, 이번에 들어온 신입인데요?”
“가발을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짓말에 내가 속아 넘어…….”
코코가 믿지 않는 듯싶자 유리가 발로 무치를 톡톡 두드렸다.
“야, 일어나.”
“배고파요…….”
“아, 좀 일어나 봐! 얼마 뛰지도 않고 업혀 온 새끼가 뭐 이리 골골거려!”
“그치만 유리 형…….”
“쓰읍!”
“…선배님, 너무 배고파요. 맛있는 거 언제 줘요?”
꾸물꾸물 일어나며 쫑알거리는 무치를 본 코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입에서 믿지 못하겠다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말을… 하네?”
유리의 친구.
즉, 뽀삐라 불리는 50기 기수가 하는 말이 ‘배고프다’뿐이란 건 이제 요람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그 뽀삐로 짐작되는 아이가 ‘배고프다’ 이외의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거… 가발 아니었던 거니?”
자세히 보니 갈색의 머리카락도 가발이 아닌 진짜인 듯싶었다.
코코가 놀라는 모습에 그녀의 존재를 인식한 무치가 몸을 일으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아아. 너무 배가 고파서 정신이 없었네요. 전 무치 슈넬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예의 바른 자기소개에 코코는 눈을 끔뻑였다.
“슈넬? 랄프 슈넬과는…….”
“제 조부님 되세요.”
“그렇군.”
코코는 윰족으로 오인할 저 말도 안 되는 덩치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보고를 받기는 했다.
이번 51기에 명인 랄프 슈넬의 손자가 끼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데 그 손자를 지금 이곳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코코가 놀라는 모습에 유리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특할판을 이용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저 녀석이죠. 전 구경만 할 겁니다.”
“…하지만 그 특할판 이용 비용은 네 계좌의 것을 사용할 테고?”
“에이, 빌려주는 거죠. 그렇지, 무치야? 언젠가는 갚을 거지?”
유리가 돌아보며 그리 묻자 무치가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냈다.
“에?”
하지만.
“쓰읍!”
유리가 눈을 부라리자 이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죠! 헤헤.”
“들으셨죠?”
유리가 무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애가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게 문제지, 눈치가 없는 건 아니네.’
참으로 이용해 먹기 편한 녀석이지 않은가.
그렇게 유리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사이.
코코가 시계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잔대가리는…….”
유리가 하려는 짓이 편법인 건 확실했지만, 그런데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건 그 모든 게 위반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아직 생존 시험 중인 예비 1년 차를 데려와 특할판의 물건을 대신 구매하게 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성공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능력을 인정해 줘야만 했다.
후욱-.
피식 웃은 코코가 연기를 내뿜었다.
“1년 차 특할판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구경하는 놈은… 요람 역사상 네가 처음일 거다.”
그리 말한 그녀는 1년 전 그랬듯, 황금색 밧줄을 잡아당겼다.
드르륵-.
그러자 기존의 진열장이 밀려 나가며 특할판의 진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코는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딱 10분이다.”
그녀의 그 말은 바로 지금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는 뜻이자.
또한, 유리가 2년 차가 되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2년 차가 되었다는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물건들을 살피는데 정신이 없었다.
‘특별한 건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싸다. 정말 이 정도면 거저 가져가라는 거지!’
1월 1일 자정부터 단 10분간만 열리는 특별 할인 판매 상점은 각 연차별로 생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1년 차의 특할판은 다른 연차의 특할판보다 몇 배는 더 저렴했다.
유리가 2년 차 특할판을 포기하고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좋네!’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유리가 손가락을 뻗었다.
“저거랑 저거, 그리고 저쪽에 저거랑… 아, 저 끝에 있는 것도 주세요.”
유리는 빠르게 손가락을 놀려 물건을 골랐다.
하지만 말이 고른다는 거지, 사실상 진열대에 있는 물건을 거의 전부 쓸어 담는 수준이었다.
차라리 사지 않는 물건을 빼는 게 더 빠를 지경.
이에 코코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유리가 잽싸게 무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고 해야지, 무치야?”
빵긋빵긋 웃으며 협박하는 유리에 무치는 시무룩한 얼굴로 답했다.
“…그렇다고 하네요.”
“쓰읍!”
“그, 그렇게 주세요!”
무치는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냥 유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 저걸 빠뜨릴 뻔했네. 저것도 주세요… 라고 해야지. 무치야?”
“…저것도 주세요.”
열심히 물건을 고르는 유리와 퀭한 눈으로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무치.
결국 코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거면 그냥 안 살 물건만 빼고 전부 달라고 하지 그러니?”
“그럴까요?”
희희낙락.
유리는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동안 이어진 특할판 물건을 쓸어 담는 행복한 시간이 끝나고 나니 1년 차의 특할판 매대는 어느새 휑하니 비어 있었다.
유리는 한쪽에 수북이 쌓인 물건들을 보고 배부른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샀는데도 1,500만 포인트라니.’
심지어 그중에는 상급 비약이 2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1,500만 포인트였던 거다.
실로 어마어마한 할인율에 너무 저렴한 금액.
물론 저렴하다고는 해도 이제 겨우 1년 차인 무치가 보기에는 실감이 가지 않을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흐흐. 프흐흐.”
반면 유리는 횡재했다는 생각에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표정을 다잡는 데 성공한 유리.
그가 사뭇 진지하고 긴장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자, 그것도 꺼내 보시죠.”
“그거?”
코코의 되물음에 유리의 눈에 시퍼런 빛이 번뜩였다.
오로지 오늘 이 순간, 이 말을 내뱉기 위해 살아온 것처럼.
그는 또박또박, 결전의 기세를 담아 한마디를 내뱉었다.
“복. 불. 복. 상. 자.”
그 기세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코코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설마…….”
“흐흐.”
웃음을 흘리는 유리의 눈깔이 광기로 번뜩였다.
“고작 특할판 좀 이용하는 데 쓰려고 했다면, 그 멀리까지 가서 데려오지도 않았죠.”
아니, 무치를 데려온 건 사실 특할판보다 이게 더 주된 목적이기는 했다.
그는 과거, 코코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뭘 놀라? 1년 차만 백만이고 다른 연차는 그것보다 더 비싼데.]복불복 상자를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뽑는 방법.
그건 바로.
‘무치, 너만 믿는다!’
예비 1년 차를 데려와 대리 뽑기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