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마의 9층 (1)
파파방-!
단 한 번의 충돌도 없건만, 유리와 코코 사이에선 연신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손동작이 만들어 낸 기류가 부딪치며 만들어진 소리였다.
유리는 침착하게 코코의 움직임을 읽었다.
‘궐련이 절반 정도 줄었다.’
그건 다시 말해 남은 절반의 시간 동안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뜻.
다만 문제는 이제 슬슬 그의 육신이 정말로 한계에 달했다는 거다.
‘더 버틸 수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봤지만, 답은 ‘아니다’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틈을 만들어 보는 거다.
유리가 광혈을 발동했다.
우웅-.
그의 전신에서 생겨나는 황금빛 선들.
이에 코코의 가는 실눈 속에 흥미로운 빛이 반짝였다.
그사이 광혈의 효과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일정 마나까지 회복한 유리.
곧 그의 사고가 빠르게 가속되기 시작했으니.
동시에 주변의 모든 상황이 느릿느릿 흘렀다.
파방!
연이어 터지는 파공음.
스읍-.
코코가 짧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
치직-.
타들어 가는 궐련.
후욱-.
이후 내뱉어진 연기가 아주 잠시 코코의 시야를 가린 순간.
유리는 검 자루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그러했듯 코코의 손이 다시 검 자루를 처넣기 위해 다가왔다.
그 움직임을 극한의 시간으로 쪼개어 관찰하는 유리.
광혈의 효과로 잠시 정신력을 회복했음에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방이라도 의식이 날아갈 거 같았지만, 그는 버텼다.
그리고 코코의 손바닥이 검 자루에 막 닿으려는 찰나.
‘지금!’
유리는 검을 뽑는 것이 아닌, 되레 뒤로 밀었다.
이에 코코는 살짝 당황한 듯 움찔거렸다.
“……?!”
“……?!”
지금까지는 유리가 검을 뽑으려 하면 코코가 막는 것의 반복이었다.
마치 합을 맞춘 듯 쭉 반복되던 상황에 발생한 변화.
그것이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끌어들인다!’
지금까지는 유리의 손이 코코의 손을 잡으러 다가갔지만, 이제 코코의 손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역으로 코코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인 유리.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코코의 손이 도망치려 요동쳤다.
이에 유리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와 놓고 가긴 어딜 가?’
그는 지금이야말로 이 퀘스트를 끝낼 절호의 기회일 거라 확신했다.
‘이 같은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
아마도 이 일 이후로 코코는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장난질을 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파측-!
있는 마나, 없는 마나를 박박 긁어모아 뇌익까지 펼친 유리.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신에 뇌익을 발동시키기에는 부족한 마나였다.
하여 유리는 뇌익을 왼팔에 집중했다.
그 탓에 광혈을 유지할 수 없어 황금빛이 사라졌고, 광혈의 효과 덕분에 또렷하던 정신이 순식간에 무뎌졌다.
육신도 물먹은 솜처럼 묵직했지만, 뇌익을 펼친 그의 손만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하고 빨랐다.
파츠측-.
유리의 팔이 뇌전을 품은 백룡처럼 코코에게 다가갔다.
이에 유리는 확신했다.
‘됐다!’
자신의 손이 코코의 손에 닿을 거라고.
유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을 유영하던 그 순간.
그는 코코와 눈이 마주쳤다.
‘……?!’
유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위기의 순간임에도 여전히 즐거운 빛을 머금은 코코의 눈동자.
그녀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네가 이긴 줄 알았니?’
그리고 찰나의 순간 코코의 움직임이 돌변했다.
팍-!
우득-!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불쑥 튀어 올라 유리의 왼팔 팔꿈치를 때렸다.
그로 인해 유리의 신형이 흔들린 건 당연지사.
‘큭!’
팔꿈치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유리는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팔꿈치를 가격한 게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그건 다름 아닌 코코의 무릎이었다.
‘이건 언제?!’
뇌익을 발동한 자신의 팔을 따라잡다니.
‘설마… 내 수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건가?’
하지만 유리는 이내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분명 잠깐이기는 했지만, 내 움직임을 놓쳤었다.’
그건 다시 말해 자신의 수를 예상하고 움직인 게 아니란 뜻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빨리 대처하다니.
마치 자신이 이리 나오리란 것을 알기라도 하듯 말이다.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자신이 생각할 것은 보란 듯이 멀어지고 있는 코코의 손이었다.
바로 지척에서 놓쳐 버린 기회.
그걸 어떻게 다시 잡을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아직… 아직이라고!’
보통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포기를 할 법도 하건만.
유리는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먼저 움직인 건 나다.’
그로 인해 자신은 여전히 가속도가 붙은 상태고, 반면 방금 막 움직이기 시작한 코코의 속도는 정점에 달하려면 아직 멀었을 터.
‘그렇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기회는 남아 있다는 소리지.’
다만 문제는 이제 와서 자세를 다잡으려 했다가는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코코의 손은 더 멀리 도망칠 거란 거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마나가 없다.’
정말로 마나가 한 톨도 남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으라 했었던가.
으득-.
이를 악문 유리.
그는 잔류하고 있는 뇌익을 그러모았다.
그리고 이를 중지 끝으로 보냈으니.
금방이라도 꺼질 듯 미약한 뇌전 한 줄기가 외부로 유출되어 폭발을 일으켰다.
파직- 펑-!
폭발은 작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우득-.
유리의 중지 손톱이 폭발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폭발로 말미암아 팔꿈치를 얻어맞고 튕겨 나갔던 유리의 왼팔이 그대로 다시 코코를 향해 떨어졌다.
그건 분명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기괴한 움직임이었다.
그로 인해 정말로 코코에게 닿을 듯 빠르게 다가가는 유리의 손.
“……?!”
이번 유리의 임기응변에는 코코도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빡-!
경쾌한 소리.
“아씁…….”
그리고 기괴한 신음을 내며 휘청거리던 유리.
“씨…….”
그가 하얗게 눈깔을 뒤집은 채 옆으로 픽 쓰러지고 말았으니.
그런 유리의 코에서는 두 줄기의 붉은 혈흔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코코는 쌍코피를 흘리며 기절한 유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피 묻은 손으로 궐련을 잡았다.
아직 3분의 1이 남은 궐련.
코코는 이를 단번에 빨아들였다.
치이익-.
궐련이 단숨에 재로 변해 그제야 빨간 불똥이 경계선에 닿았다.
후욱-.
짙게 내뱉어진 연기 속.
유리를 내려다보던 코코는 씨익 웃으며 읊조렸다.
“남은 99일 동안 재밌게 지내 보자, 애송아.”
* * *
코코가 떠나간 뒤.
패엥!
너른 공간에 누군가가 크게 코를 푸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이는 사실 코를 푸는 소리가 아닌, 콧속에 뭉친 피를 빼내는 소리였다.
팽!
진득한 핏물을 빼낸 유리.
그는 자기 코를 잡고 비틀었다.
우득-.
“아우.”
기괴한 소리를 내며 그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된 유리는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흐흐… 죽겠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기괴한 신음을 낸 그는 숨을 할딱거렸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기괴한 신음을 낸 그는 숨을 할딱거렸다.
그러고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조금 전의 상황을 돌이켜 보았다.
‘대체 뭐지?’
분명 코코는 자신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알고 대응을 했다?
너무 모순된 상황이지 않은가.
“끄응… 모르겠다.”
의문은 잘 풀리지 않고, 끔찍한 피로감에 머릿속이 멍했다.
결국 유리도 더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래… 일단 좀 쉬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코코를 느긋하게 공략해 보면 될 터.
아직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설마 99일 동안 한 번을 못 때리겠어?’
그리 결론지은 유리는 억지로 부여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서서히 놓았다.
푸휴휴-.
이후 너른 공간에 한 소년의 숨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렇게 장장 12시간여가 흘러.
“다 잤니?”
또다시 궐련을 하나 물고 나타난 코코.
전날에는 그녀가 유리를 맞아 줬다면, 오늘은 유리가 그녀를 웃으며 맞이해 줬다.
“어제랑은 좀 다를 겁니다.”
스르릉-.
검부터 뽑아 든 유리가 미소를 지우며 코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유리를 본 코코가 궐련에 불을 붙이며 말했으니.
“글쎄? 딱히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그녀는 옅은 조소를 머금었다.
곧 그런 코코를 노리고 황금빛 궤적이 날아들었으니.
콰릉-!
그렇게 체력을 회복한 유리의 지옥 난이도 2일 차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오늘의 나를 어제의 체력 조루와 동급으로 보지 않는 게 좋을걸?’
어제와 달리 체력도 마나도 충만한 현재의 상태라면, 충분히 코코의 옷자락 정도는 건드릴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는 그의 크나큰 자만이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흘렀다.
* * *
백일탑 도전 4일 차.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유리는 머리를 흔들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의 발밑에 굴러다니는 타 버린 궐련 찌꺼기들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젠장… 역시네.”
유리는 지난 4일간의 기억을 돌이켜 봤다.
지옥 난이도 첫날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9층에 도착해 농락당하다가 코뼈가 뒤틀렸었고.
둘째 날은 체력을 회복한 뒤 자신감 충만한 상태로 덤벼들었다가 신나게 두들겨 맞고 기절했고.
셋째 날은 전날의 일을 교훈 삼아 신중하게 도전, 코코에게 총 3번을 덤벼들었지만, 결국 기절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함을 감지한 유리.
4일 차가 되는 오늘, 그는 코코에게 총 5번을 도전했고, 결국에는 전날처럼 기절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 덕분에 그는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대로는… 절대 불가능해.’
현재의 상태로는 남은 96일이 아니라, 960일을 덤빈다고 해도 코코의 옷자락 한 번을 건드리지 못하리란 것을.
하여 찾아내야만 했다.
자신과 코코의 차이점.
코코가 늘 자신을 앞서는 이유를 말이다.
‘그게 대체 뭐지?’
유리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와 함께 지난 4일간 코코에게 도전하여 얻은 정보들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어째서 자신의 움직임이 매번 읽히는 걸까?
어째서 자신이 머리가 터지게 수를 예상하는 것보다 늘 그녀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긴 고민 끝에 유리는 한 가지 실마리를 잡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코코는 수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게 아냐.’
그건 예상하는 게 아니라 읽는 거였다.
‘내 행동이 어찌 될지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가며 예상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할 거란 것을 이미 확실하게 알고 움직이고 있는 거였어.’
예를 들어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자신이 열심히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맞힌다면.
코코는 답을 불러 주는 사람의 입모양을 읽고 그 직전에 받아 적는 느낌이랄까?
‘그래… 마치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내가 움직이기 직전에 바로바로 알아차리는 느낌이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유리는 쉼 없이 중얼거렸다.
“코코 씨한테는 대체 왜… 내 수읽기가 먹히지 않는 거지? 코코 씨가 강해서? 아니… 그레타나 마왕 같은 사람의 수도 충분히 읽혔어. 그런데 왜 코코 씨만?”
그의 중얼거림이 길어질수록 생각의 범위도 넓어져 갔다.
“아니, 아니야… 난 코코 씨의 수도 분명 읽었어. 그런데 그냥 막힌 거야. 어째서? 무엇 때문에? 코코 씨만? 왜?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아무리 코코 씨가 강하다고 해도 나 역시 성장했으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써먹었잖아? 근데 코코 씨는 왜? 차이점… 아? 차이점?!”
그러다 마침내 그는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하하, 멍청하긴……!”
이 간단한 걸 깨닫지 못해서 이리 절절매고 있었다니.
유리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느라 보지 못했던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단순했다.
‘공인 7단 이상의 경지.’
바로 코코가 공인 7단 이상의 경지라는 거였다.
그간 유리가 상대한 강자 중엔 당시 그의 수준에서는 상대하기 버거운 이들도 있었다.
흑검병이나, 그레타 위건, 혹은 마왕 같은.
하지만 그들은 그래 봤자 공인 6단 이하의 존재였다.
물론 요한이 있었지만, 그건 요한이 자신의 숙제 검사를 하는 것과 같았다.
그저 요한에게 자신의 성취를 보여 주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일.
하여 유리가 공인 7단급 이상과 제대로 수를 주고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시 말해, 그가 영역(Zone)이란 미지의 경지를 경험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란 소리였다.
‘그거였구나!’
코코의 이해 불가능한 움직임.
그건 그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란 미지로 설명이 되었다.
‘영감이 그랬지.’
공인 7단이 사용하는 영역이란 감각의 확장이라고.
일정 공간 자체를 자기 신체 일부처럼 취급하면서 제어할 수 있다고.
그 소리는 즉…….
“그러니까 난 지금까지… 코코 씨의 배 속에서 싸운 거나 마찬가지란 소리네?”
자신의 모든 게 훤히 읽힐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유리는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이 지고 있는 원인을 찾았고, 또한 코코에게 한 방 먹일 방법도 찾아냈다.
하지만 그건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또한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영역을 열어야 하는 거네.”
남은 96일 안에 공인 7단의 경지, 절대 감각의 영역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