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297
296화. 진명로를 찾아서 (3)
율리아의 설명에도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지 군터가 재빠르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만이 진명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그 말 그대로야. 이 죄의 미궁에서 진명로를 찾을 수 있는 건… 아, 정확히는 진명로를 볼 수 있는 건 20세 미만의 사람뿐이야.”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이 동그래진 아린이 질문은 던졌다.
“그러니까, 20세 이상의 사람한테는 진명로가 아예 안 보인다는 뜻이에요?”
“아니, 정확히는 똑같은 진명로를 가져다 보여 줘도 20세 미만의 사람은 밝은 구체를 품은 수정으로 인식하는 데 반해, 20세 이상의 사람한테는 그저 평범한 돌멩이로 인식돼.”
“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해요?”
“세상에는 일반적인 상식과 이해로는 알 수 없는 수많은 신비가 존재해. 진명로 역시 그중 하나일 뿐인 거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리는 품고 있던 여러 의문이 동시에 해소됨을 느꼈다.
‘그렇군, 그래서 그 죄수가 진명로 같은 건 없다고 한 거였어.’
10년 전에도 진명로를 찾으러 기수들이 들어왔을 거고.
그때부터 생존했던 죄수라면 분명 진명로의 존재를 알고 찾으러 다녔을 거다.
어쩌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말이다.
하지만 그 나이의 죄수라면 진명로가 보일 리 만무.
‘보질 못하니 찾을 수 있을 리도 없을 테고.’
그러니 진명로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을 터.
또한, 그로 인해 율리아가 한 ‘우리’만이 진명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도 정확히 깨달았다.
‘진명로를 찾으러 미궁에 들여보낼 최고의 인력… 그게 요람의 기수들이지.’
20세 미만의 소년·소녀 중 세계에서 고르고 고른 실력자들을 모아 둔 곳이 요람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마저 우후죽순 죽어 나가는 곳이 죄의 미궁.
그건 역으로 말해 최소 요람의 기수들이 아니면 죄의 미궁에서 진명로를 찾아올 인재가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요람의 기수는 퀘스트와 보상이란 명분으로 공짜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인력.
‘그런 인력이 남아도는데 안 부려 먹는 게 이상한 거지.’
유리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율리아를 만나자마자 많은 의혹이 한 번에 해소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궁금한 게 많았다.
“율리아, 여기 죄…….”
유리가 막 다른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잠깐.”
율리아가 손을 들어 유리의 질문을 끊었다.
그녀가 유리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구해 준 거는 고마운데, 그 사례는 방금 끝났어. 더 이상의 공짜 정보 제공은 사양할게.”
“……?”
유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가 받는 율리아의 후원에는 정보의 무제한 제공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짜 정보 제공은 사양이라니?
마치 따지는 듯한 유리의 눈빛에 율리아의 표정이 새초롬해졌다.
“내가 정보를 제공하기로 한 약속의 주체는 너지, 네 일행이 아니잖아?”
그러면서 율리아는 유리의 주변을 쓱 훑어보았다.
그 말인즉슨, 이렇게 모두가 전부 들을 수 있게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그 말에서 율리아가 협상을 걸어오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원하는 게 뭔데?”
그 말에 그제야 율리아가 배시시 웃었다.
“너, 밑에 층으로 내려갈 거지?”
“글쎄? 아직 1층도 다 돌아보지 않아서, 정해진 건 없는데?”
“그래도 결국은 내려갈 거잖아.”
“그래서?”
“나도 네 일행에 끼워 줘.”
율리아를 바라보는 유리의 시선이 게슴츠레 변했다.
“내가 찾아올 걸 알고 있었구만.”
“이렇게 빨리 만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죄의 미궁에 관해 빠삭한 율리아가 그 위험도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그녀가 유리에게 따라붙지 않은 건 정보를 필요로 하는 그가 먼저 자신을 찾아오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잖아?”
“내가 알아서 정보를 모으는 선택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대?”
“아무리 미궁을 돌아다녀도 얻을 수 없는 정보가 있다는 걸… 너라면 금방 눈치챘을 테니까.”
내 말이 틀리냐는 듯한 율리아의 미소에 유리는 볼을 긁적였다.
실제로 그녀가 한 말 중 틀린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
유리의 승낙이 떨어지자 율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대장님!”
실질적으로 일행을 이끄는 게 유리였기에 그를 대장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그런 율리아의 악수에 유리가 막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보다 먼저 그녀의 손을 낚아챈 이가 있었으니.
“부대장은 나야.”
유리를 대신해 자신의 손을 낚아챈 테레시아를 보고 율리아가 눈을 꿈뻑였다.
그리고 이어진 뽀삐의 목소리.
“배고프다.”
“응?”
해석을 바란다는 율리아의 눈빛에 아린이 별거 아니란 투로 답했다.
“가장 늦게 왔으니 선배가 막내래요. 어? 그럼 무치 너, 막내 탈출이네? 무치, 축하해!”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군터와 연신 눈알을 굴리며 율리아의 눈치를 보는 무치.
그들의 모습에 율리아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막내?’
파랑새의 수장인 내가?
여기선 막내?
‘…그냥 혼자 움직일까?’
선배 예우 따윈 개나 줘 버린 놈들로 인해 율리아는 불과 몇 초 전 자신이 한 이야기가 후회되기 시작했다.
* * *
쾅-!
“그 말, 사실인가요?!”
문이 떨어져 나가라 울린 굉음.
그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듀란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현재 그가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고든의 집무실.
그곳 문을 예의 없이 박차고 들어와 이토록 큰 목소리를 낼 이는 이 요람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
“문 닫아라, 코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 고든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명령했다.
그제야 쪼르르 열어 놓은 문을 닫고 오는 코코.
그녀가 먼저 와 있는 듀란을 발견하고 눈을 부라렸다.
“어머? 이게 누구니? 귀찮은 건 나한테 다 떠넘기고 밖에서 꿀 빨다 온 꿀벌이잖아?”
“크흠, 꿀은 무슨. 개고생만 하다 왔구먼.”
얼굴이 뚫릴 듯한 맹렬한 시선을 피해 듀란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물론, 이쯤에서 그만뒀으면 코코가 투견이라 불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디, 몇 달 동안 푹 쉬면서 실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이 누나가 확인해 줄까?”
“누나는 무슨, 우리 어머니랑 나이 차이도…….”
“우리 멍청한 듀란이, 이 누나랑 푸닥거리한 지 꽤 됐지?”
순식간에 치솟는 살기에 듀란이 다시 슬쩍 시선을 돌렸다.
지금 코코와 눈이 마주쳤다가는 지옥의 생사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코코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은 좀처럼 듀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에 듀란이 땀을 삐질삐질 흘릴 때, 그를 구해 주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무슨 일로 찾아온 거냐.”
살짝 한숨 섞인 고든의 물음에 그제야 듀란에게서 시선을 뗀 코코.
“아, 맞네요.”
그녀가 고든을 향해 인상을 팍 쓰며 물었다.
“그 말, 사실이에요?”
“뭘 말이냐.”
“유리 홀랜드를 조기 수료 시킨다는 거요!”
“사실이다.”
코코와 고든의 대화에 듀란의 눈이 살짝 커졌다.
“허? 유리 홀랜드면 이제 고작 2년 차인데… 벌써 수료시킨단 말입니까?”
“멍청한 듀란아, 넌 대체 아는 게 뭐니?”
“왜 또 시비요?”
“쯧, 유리 홀랜드의 조기 수료 건을 처음 발의한 게 네 부관 년이다.”
“…엠마가?”
처음 듣는 소리에 듀란이 눈을 끔뻑이자, 코코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 고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재고해 주세요.”
“불가.”
고든의 단호함에 코코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재고를 바란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고든이 한 번 내린 결정을 되돌리지 않으리란 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가 보네.’
오랜만에 제법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보내 줘야 할 듯싶었다.
‘그 녀석만큼 재밌는 녀석이 언제 또 들어오려나.’
코코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든 사이.
이를 본 고든이 가볍게 눈짓했다.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 봐라.”
단호한 축객령에 한발 물러난 코코.
“단장.”
그녀가 몸을 돌리기 직전에 슬쩍 떠보듯 이야기를 꺼냈다.
“검주께서 그 아이를 제법 눈여겨보시는 거 같던데… 정말 내보내시게요?”
그 물음에 고든이 코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알지 않느냐, 그분은 그저 지켜보실 뿐이란 걸.”
“…….”
코코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사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검주가 세상사에 직접적인 개입을 끊었다는 걸.
그는 그저 전지적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인세의 신(神)이라도 되시려는 건가.’
지금까지 그가 유리에게 관심을 보인 것과 백보 의식 등의 기회를 준 것 역시 이례적인 유희일 뿐.
만약 유리가 조기 수료를 한다고 해도 검주는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비록 유리가 어린 도전자로 인정받았다고 하여도…….’
코코는 두 번째 백보 의식에서 유리가 검주의 인정을 받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분께는 모래알처럼 많은 도전자 중 하나일 뿐.’
검주에게 도전하려는 이들은 차고 넘쳤고, 유리 정도의 도전자는 발에 차일 정도였다.
유리가 조금 더 성장하면 모를까, 아직 그는 검주에게 단순히 흥미를 불러일으킨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리라.
코코는 그리 생각했다.
“…갈게요. 듀란, 넌 나중에 보자.”
듀란에게 으름장을 놓은 코코가 고든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걸 보고 한숨을 내쉬는 듀란.
“망할 할망구.”
하나뿐인 눈을 일그러뜨린 그가 고든을 바라보았다.
코코의 갑작스러운 방문 때문에 중단된 대화를 이어 가려는 거였다.
“그래서, 뭐 때문에 절 부르신 겁니까?”
“한동안 자리를 비울 거다. 이를 알려 주기 위해 불렀다.”
“단장님께서 말입니까?”
듀란이 놀란 눈을 해 보였다.
고든이 요람을 벗어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초대를 받았다. 생일 잔치에 오라는군.”
“새… 생일 잔치?!”
듀란의 눈이 커졌다.
생일 잔치를 하는데 다른 이도 아니고 흑검병단장을 부르다니?
더 놀라운 점은 이에 고든이 응했다는 거였다.
대체 어떤 이의 초대기에 고든이 고작 생일 잔치 따위를 위해 요람을 벗어난단 말인가.
“그레이엄 엔라이트의 생일이라는군.”
“…그 늙은이, 아직도 살아 있답니까?”
경악하는 듀란.
그의 놀람은 당연했다.
그레이엄 엔라이트.
대륙의 마지막 황제이자, 검주에 의해 추락한 황제.
그의 나이는…….
“…지금까지 살아 있으면 백구십은 넘지 않습니까?”
“탄신 200주년 기념 잔치라는군.”
“허?”
평범한 인간의 수명을 아득히 초월했기 때문이다.
* * *
“라이더 가문의 신양단(神陽團) 때문이야.”
그건 죄수들의 눈에 왜 흰자가 없냐는 테레시아의 질문에 대한 율리아의 답변이었다.
이에 좌중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신양단?”
“세계 각지에서 잡아 온 죄수들을 죄의 미궁에 가두기 전에 요람에서 먹이는 독약이지. 그리고 죄수들이 평생 이 미궁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족쇄고.”
“독약이? 어떻게?”
“신양단을 복용하는 순간 핵의 마나가 발열을 일으켜. 그 열기는 화기를 다루는 마체술 사용자의 육신조차 순식간에 불태워 버릴 정도라고 하지.”
“……?!”
“심지어 마나 핵이 품은 마나가 많을수록, 경지가 깊을수록 더 강한 열기를 발산한다고 하더라고.”
율리아가 잠시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 지독한 열기를 잠재울 수 있는 건 이 미궁의 독특한 기운뿐이야. 그래서 죄수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아도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는 거지. 미궁을 벗어나는 순간 한 줌 재로 화할 테니까.”
“신기하네,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그리고 지하로 내려갈수록 미궁의 기운이 강해지기 때문에 높은 경지를 지닌 죄수들은 열기를 견디고자 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어.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층간별로 죄수들의 실력이 나뉘게 되는 거고.”
율리아의 설명에 좌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 독특한 기운이 그런 용도였구나!”
“어쩐지 상당히 특이한 기운이 흐른다 싶더니… 미궁에 이런 색의 빛이 있는 것도 이 기운 때문입니까?”
“배고프다.”
“이, 이거 저희한테는 아무런 영향 없겠죠?”
율리아의 설명에 좌중은 대체적으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
“응? 독특한 기운? 뭔 기운? 그게 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뻑이는 유리만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