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10
309화. 진화 (2)
코코 대 페터.
듀란 대 파울.
강자의 싸움이 시작됨과 동시에 엠마는 즉시 허리춤에서 작은 단궁을 꺼내 하늘을 겨눴다.
피유유-.
활의 장력은 약했지만, 신호탄용 화살을 쏘아 올리기에는 충분했다.
펑-!
하늘에서 터져 나간 황색의 신호탄.
그것이 지원 요청의 신호인 것을 모를 리 없는 백색의 복면인들은 즉시 흑검병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엠마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흑쇄진을 펼쳐라!”
엠마의 외침에 흑검병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흑쇄진을 형성했다.
신속, 정확.
물 흐르듯 이어지는 대처.
이에 보통의 상대였다면 흑쇄진에 쉽사리 접근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흑검병의 상대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카가강-!
날카롭게 흑쇄진으로 쇄도해 드는 복면인들.
흑쇄진을 잘 파악하고 있는 백여 명이 일시에 몰아치니 한 번 부딪힐 때마다 흑쇄진이 크게 출렁였다.
그런 흑쇄진이 깨지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그 누구보다 분주히 움직이며 고군분투하는 흑쇄진의 중심축 엠마와.
“버텨라!”
둘째, 신호탄을 보고 몰려들 지원군의 존재였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들이 싸우는 곳 요람.
바로 흑검병단의 본진이었다.
그것도 전시 체제가 발동되어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탄을 본 흑검병들이 몰려들 터.
그리고 이를 복면인들이 모를 리 없었다.
“뚫어라!”
“몰아붙여!”
시간을 끌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이를 악물고 더 거칠게 몰려들었다.
뚫으려는 이들과 막으려는 이들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콰강-!
부단장들의 싸움도 점점 격화되어 갔으니.
“크하하하, 칼질하는 꼬라지가 꼭 샌님 같구나!”
광풍처럼 몰아치는 듀란의 검격과.
“그쪽은 꼭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 같군.”
침착하게 듀란의 검격을 걷어 내는 파울.
콰가가강-!
불과 1초 남짓한 찰나.
시퍼런 살기를 머금은 성검이 서로를 향해 무수히 쏟아졌다.
숨 쉴 틈 없이 공방이 오감에도 듀란과 파울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건 아직 그들이 본격적으로 힘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반면, 싸움이 시작됨과 동시에 코코와 페터가 뛰어 들어갔던 숲에서는 어마어마한 폭음이 터져 나왔으니.
콰아아아아앙-!
“큭!”
코코의 쌍절곤에 일격을 허용하고 날아갔던 페터가 입가의 피를 훔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의 주변으로는 반경 수십 미터가 말끔하게 쓸려 나가 있었다.
이에 페터는 혀를 내둘렀다.
‘투견, 코코 로마니…….’
그녀의 위명이자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겪어 본바 그녀는 소문 이상이었다.
‘끔찍하군.’
그리고 너무도 자유분방했다.
아니, 이건 자유분방함을 넘어 아예 코코의 움직임과 생각이 예측되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읽히는 건 오로지 상대를 때려죽이겠다는 즐거움뿐.
대체 이런 사람이 그동안 어찌 얌전히 지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광기로 얼룩진 투지였다.
“후우…….”
페터가 숨을 몰아쉬며 내부의 기운을 가라앉히는 순간.
후욱-.
궐련의 연기와 함께 코코가 숲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벌써 퍼진 거니? 끝은 아니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그럼. 오랜만에 제대로 몸 푸는 날인데 이렇게 끝내면 아쉽지.”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주 좋네.”
그 말이 끝나자 페터는 긴장을 끌어올렸다.
코코의 다음 수를 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녀는 쉽사리 달려들지 않고 오도카니 서 있을 뿐이었다.
후욱-.
다시 연기를 내뿜은 그녀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미궁에 무슨 수작을 부렸을까?”
“…그걸 제가 말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뭐, 너도 그렇고 저것들도 그렇고. 이 근방을 벗어나지 않고 떡하니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저 아래에 뭔가 볼일이 있나 보네?”
“…….”
“혹시 저 밑으로 너희 애들 내려보낸 거니?”
페터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답은 충분히 되었다고 여긴 코코.
“후후후.”
그녀의 실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이런, 이걸 불쌍해서 어쩌나.”
“불쌍?”
난데없는 이야기에 페터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그걸 본 코코의 실눈 사이로 음험함이 일렁였다.
“내려보낸 너희 애들, 전부 죽었을걸?”
“…그 아이들이 그리 나약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들켰다고 생각한 건지 페터는 더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이에 코코가 답했으니.
“너희 애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저 밑에는…….”
그녀의 입꼬리가 잔혹한 호선을 그렸다.
“제법 자란 괴물 새끼가 있거든.”
* * *
상대의 살기를 일찌감치 알아차린 순간.
유리가 취할 행동의 선택지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대항(對抗).
‘음… 역시 안 되겠지?’
대항의 끝은 개죽음일 터.
그러니 첫 번째 선택지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선택지.
그건 ‘빌어 보기’였다.
‘살려 달라고 싹싹 빌면 살려 줄려나?’
확률은 반반이었지만, 유리는 이 또한 배제했다.
‘살려 주는 대가로 이 노인네가 뭘 요구할지 어떻게 아냐?’
하여 몇 없는 선택지 중 둘을 배제하니 유리에게 남은 건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선빵 필승!’
상대보다 먼저 공격을 하는 거였다.
물론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죽이는 건 불가능할 터.
이 선공을 통해 유리가 얻어야 하는 건 아주 작은 틈이었다.
온전히 몸을 내뺄 수 있는 잠깐의 시간.
물론 그걸 얻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를 대비해 귀걸이를 미리 빼 뒀지.’
유리는 눈을 빛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단 한 번… 일격으로 승부를 본다.’
스으으읍-.
유리가 길게 숨을 삼킨 순간.
그의 의식이 삽시간에 망망대해에 도달했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표류의 부유감.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체성을 망각할 정도로 끔찍한 감각에 짓눌리지는 않았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이거… 좋네?’
맨몸으로 수영을 하는 듯 상쾌하기 짝이 없는 느낌.
자신의 그런 변화에 놀란 것도 잠시.
‘집중하자.’
유리는 의식을 또렷하게 세웠다.
곧이어 들이닥칠 ‘놈’을 기다리며.
그런데.
‘어라?’
지금쯤이면 어김없이 솟구쳐 자신을 집어삼켰을 녀석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 왜 안 와?’
당황한 유리가 눈을 끔뻑이던 그때.
크르르르-.
심해 저 깊은 곳에서 나직한 울림이 흘러나왔다.
마치 오랜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나려는지 투정을 부리는 울림.
이에 유리가 씨익 웃었다.
‘이걸 반갑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그가 심해를 향해 소리쳤다.
[눈떠, 이 새꺄!]유리의 목소리가 심해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자, 곧 반응이 일어났다.
부글부글-.
물거품이 생겨난 심연 속.
번쩍-.
빛나는 별을 따다 박아 넣은 듯한 안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촤악-!
크르르르-!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솟구쳐 유리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와 함께 현실 속 유리의 두 눈에도 빛이 깃들었으니.
마치 심연 속에서 빛을 발한 두 개의 별처럼 말이다.
번쩍-!
“호구 조사 끝났으면.”
덤덤한 말투로 유리가 선언했다.
“진솔한 대화는 이걸로 끝내자고.”
그와 함께 유리의 그림자가 몸집을 부풀려 올렸다.
순식간에… 아니, 환상처럼 나타난 집채만 한 검디검은 형체.
단순히 덩어리처럼 보이던 그것에 찢긴 듯한 눈과 입이 생겨났다.
마치 전설 속 악마의 형상처럼 말이다.
크르르-!
그리고 마침내 오랜 봉인에서 풀려난 괴물이.
크캬캬캬-!
광소를 내지르며 그대로 눈앞의 백의 노인을 집어삼켰다.
* * *
페터 레만은 코코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제법 자란 괴물 새끼라…….”
그게 무얼 뜻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페터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그거 아십니까? 저 밑에 그 괴물 새끼 말고도 뭐가 있는지 말입니다.”
“글쎄? 또 뭐가 있을까?”
“계십니다. 괴물 새끼 따위가 아닌, 진정한 괴물을 베는 검이자, 위대한 업을 짊어진…….”
페터의 두 눈에 강한 믿음이 깃들었다.
“용살자(龍殺者)께서.”
* * *
검은 괴물.
즉, 유리의 화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 어떤 강대한 적도 손쉽게 찢어발기는 무적의 힘.
하지만 이제는 유리도 알고 있었다.
‘이 힘은… 무적이 아냐.’
무적이라고 칭하기에는 자신의 괴물은 너무도 미숙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사용하는 진짜 괴물에 비하면 어리디어린 존재일 뿐.
하여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검은 괴물이 처음으로 상대를 죽이지 못하리란 걸.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놀랍구나.”
검은 괴물의 안쪽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케르르르-.
검은 괴물이 부르르 떨며 괴로워하다가 훌쩍 물러났다.
그와 함께 검은 괴물이 삼켰던 공간이 훤히 드러났으니.
“그 어떤 배움도 없이…….”
그곳에는 새하얀 구체에 둘러싸인 노인이 있었다.
그 어떤 강자도 삽시간에 찢어발긴 괴물의 일격에 멀쩡한 것도 모자라, 그는 유리의 화신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신력을 다루다니.”
정말로 놀란 것인지 상당히 경직된 표정.
하지만 그 속에 한 줄기 안도가 깃들어 있었다.
“다행이로구나. 너처럼 재능 있는 아이를 일찌감치 만나게 되어서.”
그리 말을 내뱉은 순간 노인에게서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이에 반응한 듯 하얀 구체가 촉수처럼 변해 유리의 검은 괴물을 후려쳤다.
쾅-!
캬악-!
두 화신체의 충돌에 검은 화신이 비명을 내지르며 날아가 공동의 벽면에 처박혔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한편, 검은 괴물이 사라진 곳을 살핀 노인은 눈매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유리가 서 있던 곳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쳤구나.’
노인은 유리의 빠른 판단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냥감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
그가 시선을 옮기니 출입구가 있는 계단을 향해 달리는 유리가 시야에 잡혔다.
‘어림없다!’
스륵-.
신기루처럼 사라진 노인이 지면을 스치듯 날아 유리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그 순간.
파츠츠츠츠직!
한껏 강하게 뇌전을 뿜은 유리의 신형이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가.
더욱 벌어지는 거리에 놀란 노인.
‘뭣이?!’
그가 다급하게 조치했다.
쉐엑!
조금 전, 검은 화신을 날려 버린 백색의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와 뱀처럼 유리의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를 감지한 유리가 몸을 튼 순간.
쾅-!
그를 지나친 백색의 촉수가 채찍처럼 계단을 후려쳤다.
별거 아닌 듯한 일격.
하지만 금속제 계단이 마치 종잇장처럼 우그러졌다.
“큭!”
이를 악문 유리가 최대로 뇌익을 발동했다.
계단이 완전히 부서지기 전에 오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노인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스거거거겅-!
백색의 섬광이 계단을 휘감아 올랐으니.
등골을 당기는 섬뜩함에 유리는 계단으로의 접근을 멈췄다.
이는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탕-!
백색의 섬광이 천장에 닿은 순간, 계단을 이뤘던 금속들이 우수수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긍- 쿠그긍-!
거대한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 금속 파편들.
그럴 때마다 지면이 들썩이며 먼지가 피어올라 천장까지 닿았다.
자욱한 안개처럼 공동의 중심에 자리한 먼지.
이는 곧 불어온 바람에 완전히 걷혔다.
그와 함께 드러난 광경에 유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금 전까지 계단이 자리하고 있던 공간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 천장을 올려다본 유리의 동공이 흔들렸다.
“옘병.”
계단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개방되어 있는 천장의 출입구.
그 바로 밑에 노인이 떠 있었다.
순백의 거대한 날개 세 쌍을 펄럭이며.
마치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신의 사자(使者)와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다만 그게 유리에게는 지옥에서 올라온 죽음의 사자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조졌네?’
선공을 가한 후 튀겠다는 계획이 이토록 손쉽게 막혀 버릴 줄이야.
자신이 명인을 너무 얕잡아 본 걸까?
아님, 저 노인이 대단한 것일까?
하지만 마냥 당황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노인이 그럴 시간을 주지 않은 거였다.
훙-!
노인의 새하얀 날개 한 쌍이 크게 펄럭인 순간.
20㎝ 정도 되는 깃털들이 유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에 놀란 그가 다급히 몸을 날렸다.
그렇게 유리가 서 있던 자리에 꽂힌 하나의 깃털.
쿵-!
“……?!”
땅바닥에 성인 머리통만 한 구덩이를 만들어 버리는 깃털 하나의 위력에 유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바쁘게 몸을 놀려야 했다.
그에게 날아든 깃털은 고작 한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슈슈슈슈-.
폭우처럼 쏟아지는 깃털을 피해 달아나는 유리.
그 꽁무니를 쫓아 깃털들이 줄줄이 꽂혀 들었다.
투드드드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와 진동에 유리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는 있었다.
펄럭-.
노인의 또 다른 날개 한 쌍이 펄럭인 순간, 깃털들이 유리의 코앞에 쏟아졌다.
위기의 순간임에도 그는 침착하게 풍도결을 발동했다.
그러자 유리의 다리에 녹빛이 깃들며 신형이 수직으로 솟구쳤다.
훙-!
허공을 날아 방향을 튼 그 날렵한 모습에 노인의 이맛살이 살짝 구겨졌다.
그와 함께 마지막 남은 한 쌍의 날개가 펄럭였다.
이에 유리를 쫓아 또다시 쏟아지는 깃털의 소나기.
“큭!”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유리는 운보와 뇌익, 풍도결을 이용해 요리조리 달아났다.
그럴 때마다 애꿎은 공동이 깃털에 얻어맞고 몸살을 알아야 했다.
쿠그그그긍-!
안 그래도 한 차례 일어난 지진에 생겨났던 균열들이 더욱더 틈을 벌렸다.
투드드드-!
그렇게 지면과 벽면, 공중을 오가는 유리와 깃털들의 꼬리잡기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그 또한 끝을 맞이하였으니.
‘잡았구나!’
마침내 유리를 몰아붙이는 데 성공한 노인이 크게 기뻐하며 세 쌍의 날개를 동시에 펄럭였다.
그러자 새하얀 깃털의 해일이 사방에서 유리를 향해 밀려들었다.
‘젠장!’
절망의 순간임에도 유리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한 줄기 희망에 도박을 걸어 보기로 결심했다.
비록 단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안 되면 뒈지는 거지!’
노인이 했다면 자신도 가능하리라.
그리 믿으며 의지를 일으켜 세웠다.
‘언제까지 처자빠져 있을 거냐, 새꺄! 내가 뒈지면 너도 뒈지는 거라고!’
그러니…….
‘뒈지기 싫으면 날 지켜!’
그런 유리의 강렬한 의지에 반응한 것일까.
크르륵-!
얻어맞고 날아갔던 검은 괴물이 크게 꿈틀했다.
그리고.
퍼버버버벙-!
새하얀 깃털의 해일이 유리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