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18
317화. 금광월관 (1)
유리는 혹여 자신이 잘못 확인한 것인가 싶어 몇 번이고 백광의 궤적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틀림없어, 이건 마나 로드다.’
그의 짐작은 정확했고, 여러 번에 걸쳐 재확인할수록 백광의 궤적이 마나 로드임은 더욱더 확실시되었다.
유리는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오른이를 응시했다.
‘오른이 이 새끼, 이걸 알려 주려고 내가 떠나는 걸 막은 건가?’
그 이유라면 늘 호의적이던 오른이의 갑작스러운 돌변을 설명할 수 있었다.
특히 유리가 백광의 궤적을 통해 마나 로드를 깨우친 순간부터 잠잠해진 모습이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야.”
나직하게 오른이를 부른 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쓸데없이 시간 낭비했네. 쯧.”
살짝 혀를 찬 유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난 이미 다른 마체술을 익히고 있어서 네가 알려 준 이거, 못 익힌다고.”
마체술의 마나 운용법인 마나 로드를 익히면 그에 걸맞은 마나 핵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는 역으로 말하면 이미 마나 핵을 품은 이상 다른 종류의 마나 로드는 익힐 수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마나 핵이 필요 없는 특수한 운용법.
예를 들면 유리가 익힌 풍도결과 사동대법 같은 종류가 아닌 이상 말이다.
하지만 오른이가 알려 준 마나 로드는 대충 살펴봐도 핵으로 구동되는 마나 로드였다.
그런 유리의 살짝 짜증 섞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오른이가 스르륵 다가왔다.
그리고.
빠악-!
그대로 유리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캬악!”
시원한 소리와 함께 깨질 듯 밀려드는 통증.
유리가 찔끔 눈물을 흘리며 오른이를 노려보았다.
“왜 때려, 새꺄!”
그 외침에 오른이는 검지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가소롭다며 조롱하는 제스처.
마치 해 보지도 않고 그딴 말을 지껄이냐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기에 유리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 이건 해 보나 마나라니까!”
까딱까딱-.
“…너, 손가락 가만 안 있냐?”
까딱까딱-.
“이 새끼가… 오냐, 그래. 내가 한번 해 본다! 대신 이거 안 되면 너도 대가리 딱 대라!”
한쪽뿐인 팔에 대가리가 어디 있겠냐마는.
어디든 때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 계획으로 유리는 곧장 그 자리에 정좌하고 앉았다.
그와 함께 백광의 궤적을 다시 떠올렸으니.
얼마 안 가 유리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거… 역시 어렵네.’
대략적인 틀을 보고 마나 핵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마나 로드인 건 알아차렸다.
하지만 세세하게 파고들수록 이걸 어떻게 익혀야 할지 막막해졌다.
‘뭐 이딴 마나 로드가 다 있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레드너 가문의 비전인 뇌운 역시 난해하기 짝이 없는 마체술이었다.
하지만 그 뇌운조차 오른이가 알려 준 마체술에 비하면 어린아이용 수준이었다.
물론 뇌운을 익힐 당시에는 요한의 풀이도 있었기에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른 만큼 마나 운용에 관한 유리의 이해도도 높아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유리의 수준으로도 오른이의 마나 로드는 쉽사리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젠장, 마나 길은 또 뭐가 이따위로 꼬여 있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유리의 표정은 점점 더 구겨져 갔다.
결국 참다못한 그가 눈을 뜨고 오른이를 바라보았다.
“야, 솔직히 말해라. 이거 익힐 수 있는 거 맞긴 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람이 익히라고 만든 마나 로드가 아닌 듯싶었다.
황당함이 잔뜩 묻어나는 물음에 오른이는 다시 손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거기서 ‘애송이’라는 환청이 들리는 건 단순한 유리의 착각일까?
입술을 삐죽거린 유리가 다시 눈을 감았다.
‘너, 이거 확인만 끝내고 보자.’
유리는 딱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설사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익힐 수 있다고 해도 흡수하는 족족 마나가 영혈로 흘러드는데 마나 핵이 응집될 리 있겠는가.
그럼에도 유리가 다시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검증하려는 건 강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대체 뭘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마나 로드가 복잡한 거야?’
자신이 익힌 뇌운보다도 난해한 마나 로드라니.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최종 결과물이 궁금하지 않다면 마체술 사용자라 부를 수 없으리라.
‘과연 이걸 풀면 뭐가 나올까?’
약간의 기대를 품은 유리는 본격적으로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분석해 나갔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먹고, 자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면 유리는 온전히 마나 로드 해석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오른이의 마나 로드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난해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나 로드 분석에 돌입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음…….’
여전히 정좌한 채 눈을 감은 유리의 미간이 살짝 모여들었다.
열심히 마나 로드 분석에 몰입한 결과 약간의 소득을 얻은 것이다.
다만 그 소득이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이거 설마?’
오른이가 알려 준 마나 로드.
그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길 중 중 극히 일부가 유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광혈?”
유리가 광혈이라 이름 붙인 그 운용법이 오른이의 마나 로드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이내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아니, 이건 내가 만든 광혈의 운용법보다 훨씬 세련된 고차원의 것이다.’
유리가 만든 광혈은 권터의 흑혈을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모방한 것.
하지만 오른이의 마나 로드 속 광혈은 그것을 체계화하여 몇 단계나 진화시킨 수준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유리의 얼굴에 이채가 스쳤다.
‘이게 그 광인인가.’
그 흰둥이들 대장 노친네가 자신의 광혈을 보고 물었었다.
광인(光印)을 누구에게 배웠냐고.
그러면서 그도 손에 황금빛 선을 만들어 보여 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보는 순간 알았다.
그것이 자신이 아는 광혈과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노인이 보여 주는 광인이란 것이 더 고차원의 것이란 것을 말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유리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그러니까 이 마나 로드를 연구하면… 나도 그 광인이란 걸 익힐 수 있다는 뜻이네?’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 오른이 녀석이 뜯어말린다 해도, 자신이 알아서 이 마나 로드를 완벽하게 분석해야만 할 터.
유리는 슬쩍 고개를 들어 오른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신의 곁에 둥둥 떠 있는 녀석.
유리가 오른이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너… 정체가 뭐냐?”
대체 뭐 하던 놈이기에 이런 마나 로드를 알고 있고.
또 무슨 연유로 자신에게 이를 알려 준단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른이의 정체에 유리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좋아. 네가 무슨 이유에서 나한테 이걸 알려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으라고 아주 대놓고 진수성찬을 차려 주었는데.
그걸 마다한다면 천하의 유리 홀랜드가 아니겠지.
‘잘 먹으마!’
한번 씨익 웃어 준 유리는 다시금 눈을 감고 마나 로드 분석에 들어갔다.
“…….”
“…….”
순식간에 몰두하는 유리와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황금팔.
그렇게 두 존재가 숨 막히는 적막에 잠긴 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 *
낮과 밤의 구분이 없기에 시간의 흐름조차 알 수 없는 곳.
오직 제법 길게 자라난 머리카락만이 유리에게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오늘도 여전히 정좌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던 유리.
후욱 후욱-.
그런데 돌연 그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후으읍-!
얼마 안 가 지하의 고요를 단번에 깨뜨릴 우렁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시부러어어얼!”
짜증, 분노, 답답함.
그 세 가지가 고루 담긴 욕설을 내뱉은 유리는 뒷머리를 벅벅 긁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검디검은 몽파르체 호수의 수면을 바라보는 유리의 눈에 허망함이 담겼다.
‘얼마나… 된 거지?’
며칠이 흐른 건지 감조차 안 온다.
다만 꽤 시간이 흘렀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오랜 시간 몰두하고 매달렸음에도 오른이의 마나 로드 분석률이 고작 40% 정도에 그쳤다는 거다.
진척 상황이 그러니 그걸 직접 운용해 보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끔뻑끔뻑-.
누워 검은 천장을 바라보는 유리의 입에서 허탈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와… 나… 이렇게나 빡대가리였나?”
단순히 남의 마체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묘리를 훔쳐 내던 경이로운 재능.
그리고 그뿐 아니라 유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데 이렇게나 진도가 느렸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세세하게 길까지 알려 준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분석하는 데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재능에 회의감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꽁술 영감한테 연금술을 배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괴감에 빠진 유리는 한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익히냐?’
얼마나 걸릴지 유리 본인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 상황.
하여 이 호수 밑 지하 공간을 빠져나간 뒤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으나…….
툭-.
지금처럼 감시인지 보살핌인지 모르게, 24시간 매일 붙어 있는 황금 팔 오른이의 방해로 그조차 불가능했다.
유리는 오른이가 던져 준 물고기와 수초를 집어 들며 물었다.
“야, 꼭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겠냐?”
“…….”
“내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요람에 있을 건데… 그냥 여기로 출퇴근하면 안 돼?”
“…….”
“나 수영 잘한다니까? 왔다 갔다 하는 데 얼마 안 걸려! 매일매일 와서 놀아 준다니까?”
“…….”
“…옘병.”
아무리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결국 제풀에 지친 유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기 굽기에 들어갔다.
* * *
서걱-.
백색의 검날에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유리는 제 손에 들린 두툼한 머리카락 뭉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흠…….”
그동안 귀찮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자르게 된 머리카락은 거의 한 뼘 길이에 달했다.
유리는 거기서 몇 가닥을 뽑아, 그것으로 머리카락 뭉치를 묶었다.
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속도뿐.
하여 유리는 앞으로도 머리카락을 자르면 이런 식으로 모아 둘 생각이었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시간을 망각하지는 않게끔 말이다.
툭-.
그렇게 머리카락 한 묶음을 근처 넙데데한 바위에 무심하게 던져 놓은 유리.
그는 다시금 마나 로드 연구에 들어갔다.
* * *
또다시 시간이 흘러.
바위 위에 던져진 머리카락 묶음이 총 2개가 되었을 때.
“으아아아악!”
유리가 제법 자란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내질렀다.
“예에에에엠병! 시부러어어얼!”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연신 욕설 섞인 짜증을 낸 그는 씩씩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한바탕 짜증과 답답함을 해소한 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팔짱을 꼈다.
“…젠장, 뭐가 문제지?”
마나 로드의 분석이 끝나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었던 유리.
하지만 마나 로드의 분석이 100% 완벽하게 끝남과 동시에 그의 희망조차 끝이 나 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젠장, 뭐가 이따위야!”
그가 분석해 낸 마나 로드는 도무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마나 로드는 인간의 육신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오른이의 마나 로드는 너무도 방대한 범위를 지니고 있어 인체에 담을 수조차 없었고.
심지어 그걸 어떻게 구현하여 작동시킨다고 쳐도 육체가 마나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터져 나갈 게 뻔했다.
그러한 난관들로 인해 유리는 분석이 끝난 마나 로드를 사용조차 해 보지 못하고 몇 번이나 재검증을 거쳐야만 했다.
그렇게 날려 버린 시간만 얼마던가.
하지만 몇 번이고 재검증을 해 보아도 그의 분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리가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난 오른이를 노려보았다.
“…야, 이거 진짜 제대로 된 거 맞아? 맞냐고!”
짜증이 가득 섞인 물음에 오른이는 다시금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이 새끼가, 내가 언젠가는 그 손가락…….”
근래 짜증이 극에 달한 유리에게서 살기가 치솟으려는 찰나.
스륵-.
때맞춰 일순간 사라졌던 오른이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 유리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녀석의 손에 잡혀 바동거리는 생물체.
그건 다름 아닌 꽤 큼지막한 자라였다.
이를 본 유리의 살기가 사르륵 가라앉으니.
“…이번만 봐준다.”
꼴깍-.
살짝 침을 삼킨 유리가 잽싸게 자라를 낚아챘다.
‘고기다!’
얼마 전 오른이가 잡아 온 거북이를 먹어 본 유리.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구운 물고기 따위보다 구운 육고기가 100배는 맛있다고.
* * *
바위에 놓인 세 번째 머리카락 묶음.
그 옆에 정좌한 유리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차분하고 침착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그의 머릿속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니.
쿠그그그그긍-!
온갖 가능성과 가정(假定)이 휘몰아치며, 소멸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반복했다.
그러던 그 순간.
콰릉-!
어둡고 칙칙한 사고의 폭풍우 속에 내리친 한 줄기 커다란 낙뢰.
순간 유리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
갑작스럽게 찾아온 깨달음이자 영감(靈感).
이에 유리는 모든 것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분석하고 지금까지 연구해 온 오른이의 마나 로드.
그 방대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마나 로드는 어떤 값을 넣어도 풀리지 않는 심오한 난제였다.
하지만 유리는 깨달았다.
‘이건 처음부터 난제 따위가 아니었어.’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난제로 만든 건 바로 자기 자신이란 것을 말이다.
‘전제부터가 잘못되었으니… 풀리지 않는 문제로 보일 수밖에!’
지금까지 유리가 내세운 전제는 ‘하나의 마나 핵으로 구성된 마나 로드’였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풀 수 없었다.
이에 유리는 다른 전제를 만들었다.
‘하나가 아닌… 2개의 마나 핵이라면?’
예전 일이지만 요한에게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2개의 마나 핵을 형성하는 마나 로드가 있다는 것을.
이를 떠올린 유리는 다시금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유리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풀려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휘몰아치는 극상의 해방감.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자라.’
자신이 새롭게 내세운 전제 조건만으로는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온전히 풀 수 없을 터.
하여 유리는 조건을 추가했다.
보통의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나 자신에게는 가능한.
어쩌면 오른이가 자신에게 이 마나 로드를 전한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를 조건.
‘육신의 마나 핵과 더불어… 영혈의 마나 핵을 사용하는 마나 로드.’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
추가된 조건으로 인해 무언가 풀려나는 소리가 더욱더 거세졌다.
그러나 유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모자라!’
추가된 조건만으로는 아직도 오른이의 마나 로드를 온전히 풀 수 없었다.
‘뭐가… 뭐가 빠진 거지?’
이미 한번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유리의 사고는 더욱 거세졌고.
지금까지 해 온 연구를 수없이 되짚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뇌가 혹사를 받아 줄줄 코피를 흘려 댔지만, 유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춰서는 안 됐다.
불현듯 찾아온 이 영감(靈感)을 이어 가는 것만이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혀 온 난제를 풀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주륵-.
그렇게 연신 쌍코피를 흘려 대며 뇌를 혹사시킨 끝에 유리는 마침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마나 로드는 마나 핵을 형성시키지 않는다. 이건 이미 만들어진 두 마나 핵을…….’
영감이 만들어 준 마지막 기회를.
‘…연결하는 용도였던 거다!’
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무언가가 쉼 없이 풀려나는 환청이 절정에 달한 순간.
철컥-!
머릿속에 울린 경쾌한 소리에 눈을 뜬 유리.
“풀었다.”
그가 정광(晶光)을 두 눈에 품은 채 환히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