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25
324화. 보물 창고 (1)
유리의 생환 소식은 흑검병들에게도 빠르게 퍼져 나갔고, 오래되지 않아 고든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유리 홀랜드가 살아 있었다라…….”
듀란이 전해 온 소식에 고든은 흥미롭다는 눈빛을 해 보였다.
‘재밌구나.’
3년 전 그날.
유리 홀랜드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유리.
그런데 재밌게도 이번에는 소리 소문 없이 허깨비처럼 나타난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외부에서 들어온 거는 아니란 거다.’
3년 전 사건 이후, 외부에서 요람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몽파르체 호수 밖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분명 감시망에 걸렸을 터.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리 홀랜드의 모습을 봤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군.’
유리 홀랜드가 지난 3년간 이 몽파르체 호수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뜻이리라.
‘이번에 호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것도 녀석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렇게 고든이 유리의 생환과 관련해서 작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3년간 녀석이 무얼 하다 왔는지 한번 족쳐 볼깝쇼?”
고든이 유리의 지난 3년의 행적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안 듀란이 눈치채고 그리 물었다.
이에 고든을 무뚝뚝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직접 물어보면 될 터이니.”
똑똑-.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려온 노크 소리와 익숙한 목소리.
“단장!”
노크가 끝나기 무섭게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이는 역시나 코코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
코코를 뒤따라 설렁설렁 걸어 들어오는 한 청년.
그는 다름 아닌 유리였다.
“저 할망구가…….”
허락도 없이, 외부인을 단장의 집무실까지 데려온 코코를 향해 듀란이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고든은 되었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되었다. 어차피 한 번은 불러들이려고 했었으니.”
고든이 되었다고 하니 듀란도 더는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코코가 유리와 어깨동무하며 그를 끌어당겼다.
“단장, 이 녀석이…….”
싱글벙글 웃는 코코의 말을 고든이 칼같이 끊어 냈다.
“넌 나가 봐라, 코코.”
“…뭔, 말도 못 하게 하는지.”
살짝 뾰로통하게 눈을 흘긴 그녀는 유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약속대로 여기 데려와 줬으니까, 너도 약속 지키렴.”
“걱정 말아요, 수료하기 전에 시원하게 한판 해 드릴 테니까.”
유리가 엄지를 ‘척’ 하고 치켜들자 코코가 흡족한 얼굴로 돌아섰다.
그 모습에 듀란이 혀를 내둘렀다.
“저 미친 할망구… 고작 쌈박질 한 번에 단장을 팔아넘겨?”
뒤에서 자기를 욕하거나 말거나 목적을 달성한 코코는 흥얼거리며 단장실을 빠져나갔다.
그사이 고든이 유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돌아왔군.”
“염려해 주신 덕분에?”
“딱히 염려한 적은 없다.”
“저도 예의상 해 본 말입니다만?”
“그래서, 여긴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은요, 모름지기 보상과 관련된 협상은 자기가 한 말을 책임질 수 있는 윗사람과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보상이라… 무슨 보상을 말하는 거냐?”
“이런, 섭섭하게 이러실 겁니까?”
유리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3년 전 죄의 미궁에서 벌어진 사건… 그 책임 소재가 요람에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으시겠죠?”
“부정하지는 않으마.”
고든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가 눈을 빛냈다.
“하여 요람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려 황금 같은 시기의 3년을 날리게 만든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
고든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네가 휘말린 그 사건이 요람의 책임이라는 것은 통감하는 바이나… 글쎄? 그 3년의 시간을 어째서 우리가 보상해야 한다는 거지?”
“그 사건에 휘말린 탓에 3년을 허비하였고, 그로 인해 제가 요람에서 얻을 기회를 날려 버렸으니까요.”
만약 자신이 3년간 요람에 있었다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얼마였을까.
각종 퀘스트와 무룡대전 등.
사건에 휘말린 3년 동안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걸 날려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유리는 고든에게 강력히 주장했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고든은 피식 웃었다.
“재밌군. 그런데 말이다, 이토록 멀쩡히 살아 있었으면서 지난 3년간 요람으로 돌아오지 않은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텐데?”
“에이, 그건…….”
고든의 말에 유리가 무어라 변론하려는 찰나.
슉-.
유리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이를 잽싸게 받아 든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뭡니까, 이건?”
“펼쳐 봐라.”
고든이 날린 물건은 다름 아닌 잘 접힌 한 장의 종이었다.
그의 말대로 종이를 펼쳐 읽어 내려간 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시시각각 표정이 굳어 가는 유리를 보며 고든은 피식 웃었다.
“그걸 보면 알겠지만, 어차피 넌 2년 차를 끝으로 조기 수료를 할 예정이었다.”
“…….”
“애초에 이 요람에서 너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으로 끝이었던 거지. 다시 말해, 너의 잃어버린 3년이란 시간은 성립하지 않는단 뜻이다.”
고든의 이야기에 유리는 눈썹이 꿈틀거렸다.
“와… 이건 좀 반칙인데?”
세상에 고작 2년 차를 조기 수료 시키려고 했다니.
이건 유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아…….”
살짝 한숨을 내쉰 그가 다시 고든을 향해 종이를 날렸다.
툭-.
정확히 고든의 책상에 안착한 종이.
그러기 무섭게 유리의 눈이 맑게 빛났다.
“뭐, 좋아요. 하지만 그 사건이 일어난 건 10월쯤. 다시 말해 제가 2년 차에 조기 수료를 할 예정이었다고 쳐도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손해 본 꼴이죠.”
“그 점은 동의하지. 그 부분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면 해 주지.”
“또한,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얹어 주셔야죠.”
“무얼?”
“용의 요람이 지닌 이름값.”
“…….”
“알고 계실 겁니다. 몰살당할 위기에 빠진 기수들을 살려 보낸 게 저란 걸.”
“알고 있다.”
“그들의 목숨값은 제가 나중에 알아서 챙길 테니 신경 쓸 필요 없지만… 그들이 살아남음으로써 실추될 뻔했던 요람의 명예를 지키게 되었으니 그 값을 쳐 주셔야지 않겠습니까?”
당당한 유리의 시선을 고든은 무덤덤하게 마주했다.
한편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듀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군.’
그날 죄의 미궁에서 나타난 이는 명인급 강자.
그가 날뛰었다면 요람의 기수들이 몰살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아무리 요람에 들어오며 유서를 썼다고 해도 그들의 죽음이 요람의 외적인 일에 의한 거라면.
그로 인해 기수들이 몰살당했다면 이는 요람의 명예 실추로 이어졌을 터.
‘취합한 정보에 의하면 아이들을 살려 보낸 게 저 녀석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요람의 명예를 지켰다는 저 녀석의 주장도 충분히 합당했다.
이에 듀란은 속으로 웃고 말았다.
‘하여간 영악한 놈.’
만약 녀석이 아이들의 목숨값을 쳐 달라고 했다면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유리가 요구한 건 요람의 이름값.
이는 용의 요람을 책임지고 있는 고든이라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협상에 능숙하고.”
“칭찬 감사합니다.”
“협박에도 능숙한 거 같고.”
고든이 무감정한 눈길로 물었다.
“원하는 바를 말해라.”
이에 유리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답했다.
“첫째는 제가 원하는 만큼의 포인트. 둘째는… 돈 좀 주십쇼.”
“…돈?”
“곧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주머니가 두둑해야죠.”
“…….”
설마 녀석이 대놓고 돈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는 듯 고든은 물론 듀란까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간 유리를 지그시 응시하던 고든이 물었다.
“고작 그걸 얻자고 이렇게 쳐들어와서 나와 말씨름을 한 건 아니겠지?”
“물론이죠. 무려 요람의 이름값인데 고작 이 정도로 끝나겠습니까?”
“시간 끌지 말고 말해라.”
“원하신다면 그러죠.”
싱긋 웃은 유리가 직설적으로 요구 조건을 털어놓았다.
“흑룡고에 들어가게 해 주세요.”
그의 요구 조건에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 * *
유리는 마왕성의 심처, 균열에 자리한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달칵-.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무려 3년 만에 자신의 숙소에 발을 들인 유리.
“…생각보다 깨끗하네.”
숙소를 쓱 둘러본 유리의 머릿속에 아린이 한 이야기가 흘렀다.
[나랑 텟샤 선배가 그동안 꾸준히 청소를 해 뒀으니까 쓸 만할 거야!]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 무려 3년을 넘게 비워 뒀음에도 먼지가 약간 쌓인 걸 빼면 지금 당장에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쾌적했다.
하지만 유리는 곧장 청소를 시작했다.
무려 3년 만에 돌아온 집이다.
먼지 쌓인 곳에서 귀환의 첫날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유리는 부지런히 움직여 빠르게 청소를 이어 나갔다.
그 시작은 부식 창고였다.
“이야… 텅텅 비었네.”
그는 텅 빈 자신의 보물 창고를 보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별다른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비워진 부식 창고.
자신이 저 곳간을 채워 넣기 위해 얼마나 빨빨대고 돌아다녔던가.
하지만 이제 수료를 앞두고 있으니 굳이 부식 창고를 다시 채울 필요는 없으리라.
가볍게 부식 창고를 건너뛴 유리는 거실 겸 침실을 치워 나갔다.
그렇게 식탁에 도달한 순간.
“응?”
유리는 식탁에 놓인 접힌 쪽지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펼친 그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다음에는 내가 맛있는 걸 해 줄게. 그러니 꼭 다시 보자.]정갈한 글씨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절제된 감정이 느껴지는 문장.
이 쪽지를 여기에 두고 간 게 누구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식탁에서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었던가?’
마왕성의 식당이 만들어지기 전.
이 균열 속 식탁에서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한 이가 바로 테레시아였다.
‘그것도 나름 추억이라면… 추억이네.’
그리 추억을 되새긴 유리는 테레시아가 남긴 쪽지를 잘 갈무리하고 청소를 마무리했다.
풀석-.
이제 누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침대에 몸을 뉜 유리는 고든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흑룡고라…….]만약 그가 단칼에 거절하면 어찌하나 싶었던 유리.
하지만 그런 기우와는 달리 고든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너무나 긍정적이었다.
[원하는 포인트와 골드는 바로 챙겨 주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흑룡고는 내 소관이 아니다. 그래도… 검주께 의견을 전달해 보기는 하마.]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너무 쉽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어안이 벙벙해진 유리.
눈을 끔뻑이는 그를 보고 고든이 피식거렸다.
[요람의 이름값을 원한다고 말해 놓고, 정작 그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도 않군.]그런 타박 아닌 타박 이후.
고든은 유리에게 몇몇 질문을 던졌다.
대체로 3년간의 행적을 캐묻는 질문이었지만, 유리는 유들거리며 그 질문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의미 없는 대화를 좀 나누다가 고든은 유리가 이번 해에 정상적으로 수료할 수 있게끔 처리해 준다는 말까지 했다.
잔뜩 전투태세를 갖추고 협상에 임한 유리로서는 허무할 정도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고든.
그리고 그의 호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흑룡고에 관해서는 조만간 따로 연락을 주지. 그러니 이만 나가 봐라. 아, 그 전에… 가져가라, 네 것이니.]축객령을 내린 고든은 유리에게 작은 병이 걸린 목걸이를 던졌다.
짧은 회상을 끝낸 유리는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눈을 빛냈다.
“엘릭서…….”
고든이 마지막으로 유리에게 챙겨 준 것은 다름 아닌 엘릭서였다.
‘생각보다 상황이 더 잘 풀렸네.’
안 그래도 엘릭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려 했건만 알아서 챙겨 두다니.
왜 이렇게까지 호의적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귀찮음과 수고를 덜 수 있었기에 유리는 상당히 만족했다.
그렇게 누워 엘릭서를 보던 그는 이를 다시 옷 속으로 갈무리했다.
‘엘릭서를 먹는 건… 아직 시기가 일러.’
원래라면 이미 어느 정도 마나 핵의 용량이 다 차서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마나 핵이 둘로 나뉘면서 작아진 상태.
‘우선은 마나를 충분히 모아야 해.’
더욱이 유리가 채워야 할 마나 핵은 2개.
남들보다 2배로 많은 영약과 비약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요람을 벗어나게 되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손쉽게 비약과 영약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거지.’
이 요람만큼 영약과 비약을 얻기 좋은 곳이 더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하여 유리는 한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하고 떠야 하는데.’
그리고 그가 떠올린 마지막 한탕의 장소는…….
‘원주회의 비밀 창고, 대체 어디에 있을까?’
다름 아닌 원주회의 보물 창고였다.
‘거기라면 분명 비약과 영약이 널려 있을 텐데 말이지…….’
예전부터 눈독을 들인 원주회의 보물 창고를 털 생각이었기에 고든과 보상을 논의할 때 영약과 비약을 쏙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다.
다른 보상을 포기하고 흑룡고에 몰빵 하겠다는 유리의 계산.
‘그게 어느 정도 유효했던 것 같긴 한데…….’
다만 문제는 그 비밀 창고의 위치를 모른다는 거다.
이는 심지어 율리아도 알지 못한 비밀.
즉, 지금부터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창고를 찾아내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말이다.
‘할 수 없지… 남은 시간 동안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수밖에.’
이 잡듯 뒤지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
그렇게 유리가 입술을 핥으며 눈을 빛낸 순간.
“…….”
말없이 그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와 함께 고즈넉한 어둠을 향해 미소를 보내니.
“오랜만이네.”
유리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서 왜소한 인영이 털레털레 걸어 나왔다.
그 너저분한 행색을 보고 유리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영감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