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투자 (4)
아린과 뽀삐가 유리를 쫓아 투자장으로 들어섰을 때.
앞서 투자장으로 들어갔던 유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호오? 이건 좀 구미가 당기네?”
[50골드 이상 투자 시 무조건 수익률 3배 보장!>…이라는 다소 위험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문구 앞에서 흥분 가득 찬 눈빛이 되어 버린 유리.
그런 그를 보고 상회의 직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야, 잘생긴 미남께서 역시 보는 눈도 좋으시군요! 이게 요즘 저의 상회에서 가장 인기 좋은 상품입니다!”
“정말 수익률을 3배나 보장해 줘요?”
“물론입죠! 단, 저기 쓰여 있는 대로 50골드 이상을 투자했을 때만 말입니다!”
“투자 기간은요?”
“허험! 그건 이 상품과 관련된 기밀인지라, 가계약금을 건 예비 투자자분들께만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요? 흠…….”
“어찌, 저희 상품에 관심이 좀 있으십니까?”
“관심이야 있는데…….”
유리가 턱을 쓸자 직원의 눈이 음험하게 빛을 발했다.
“혹시 투자하실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뭐, 소소하게 요 정도?”
잘그락-.
유리가 돈주머니를 꺼내 슬쩍 안을 보여 주자 직원의 눈이 번뜩였다.
이를 본 유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씰룩였다.
“일단 다른 곳도 좀 둘러봐도 되죠?”
“무, 물론입니다! 투자장이 마감되기 전까지 저희 자미크 상회는 언제든 고객 여러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이야, 세상 친절하시네… 그런데 여긴 뭐 그런 거 없나?”
“예?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그 왜, 저어어쪽에서는 막 목이라도 축이라고 달달한 것도 주고 그러던데…….”
“예?”
“쯧, 이리 눈치가 없어서야. 이런 곳에 내 돈을 맡길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
퍼뜩 정신을 차린 직원이 부리나케 달려가 작은 병 하나를 들고 왔다.
“이건 고작 목이나 축이는 달달한 음료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물건입니다!”
직원이 내민 물건을 받아 든 유리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은은한 약향이 도는 게 최하급이기는 하지만 외상에 효과가 있는 듯싶었다.
이를 챙긴 유리가 씨익 웃었다.
“갑자기 그쪽 상회 상품에 대한 신뢰가 확 올라가는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잠깐 다른 곳 구경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넵! 다녀오십쇼!”
유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가판을 떠나갔다.
그렇게 일정 거리만큼 멀어진 뒤, 아린과 뽀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가오라는 뜻이었다.
“왜?”
“배고프다?”
이에 두 사람이 쪼르르 다가오자 유리는 자신이 받은 외상약을 그들에게 넘기며 말했다.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지금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따라와.”
“잉?”
“…배고프다?”
유리의 영문 모를 요구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던 아린과 뽀삐.
그들은 유리가 어째서 그런 요구를 했는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야, 이거 좋네! 잘 쓰겠습니다!”
“아모르 상회라… 이름부터가 기운이 좋네, 기억해 두겠어요!”
“아, 걱정 마세요, 다른 곳도 몇 군데 둘러보고 올 테니까! 꼴랑 1~2골드도 아니고 무려 900골듭니다, 900골드! 이 정도 거금인데 투자 상품은 비교해 봐야죠!”
“에헤이, 진짜 금방 갔다 온다니까?”
이곳저곳 상가와 상회를 한 번씩 돌며 보유한 돈주머니를 슬쩍슬쩍 내비치는 유리.
그럴 때마다 아린과 뽀삐의 품에 안겨지는 물건이 하나씩 늘어났다.
건량, 육포, 향신료.
수건이나 냄비.
상가나 상회의 문장이 그려진 옷이나, 가방.
심지어 단검 같은 제법 가격이 있는 물건까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가와 상회에서 준비한 미끼 사은품들.
혹은 투자자만이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유리가 하나둘씩 뜯어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투자장이 거의 마감할 시간이 되었을 즘에는 아린과 뽀삐의 품이 가득 차서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이에 아린은 유리에게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쟤, 투자할 생각이 없었던 건가?”
“배고프다?”
“그치? 투자장 입구에서는 분명 눈깔이 살짝 돌았던 거 맞지?”
“배고프다!”
“흠… 근데 왜 저러지?”
지금까지 유리는 사은품을 뜯어낼 요량으로 돈주머니를 열었을 뿐, 정말로 그 안에 든 돈을 꺼낸 적은 없었다.
그러니 아린과 뽀삐가 이상해하는 것도 당연지사.
그렇게 다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유리의 발걸음이 딱 멈춰 선 곳은 지금껏 다녀간 곳과 달리 너무도 한산한 어느 상가의 가판이었다.
제법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가판.
심지어 어찌나 한산하던지 직원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앞에 선 유리가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소리 나게 올려 두었다.
절그럭- 쿵!
“…응?”
난데없는 소리에 그제야 슬쩍 눈을 뜬 직원은 유리를 보고 하품을 쩍 하며 물었다.
“흐아아암,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은, 투자장에 와서 무슨 일을 할까.”
“아?”
“투자 좀 하려고요.”
“예?”
직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저희 상가에 말입니까?”
“그럼 내가 뭐 때문에 여기 서 있을까?”
“…저희 상가에서 내놓은 상품은 하나뿐입니다만?”
“알고 있는데요?”
“흠… 허참.”
직원은 볼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투자자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좀 그렇지만… 하지 마시죠.”
상가의 직원이 도리어 투자를 말리는 상황.
이에 유리가 피식 웃었다.
“왜요?”
“음, 그게…….”
“여기 부실 상가예요? 곧 망해요?”
“허허, 그럴 리가요! 저희 상가로 말하자면 세계 순위 10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형 상가입니다!”
“그런데 왜 말립니까?”
“시간 낭비니까요.”
“…….”
“투자자님께서 투자하시려는 상품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수익률이 별로 좋지 못합니다. 아니, 거의 없다시피 하죠.”
“그런가요?”
“투자를 하시면 10년 동안 저의 상가에 돈이 묶이는 게 됩니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다른 곳에 투자하시는 게…….”
“그럼 됐습니다. 투자할게요.”
유리가 단호하게 답을 하자 직원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꺼냈다.
“하아… 전 말렸습니다. 나중에 돈을 돌려 달라고 하셔도 늦습니다.”
직원이 뭐라고 하든 말든 유리는 재빨리 서류를 작성해 내밀었다.
300골드 어치의 수표와 함께 말이다.
이를 받아 든 직원이 다시 놀라 물었다.
“이, 이걸 전부 말입니까?”
“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진짜로 말렸었습니다?”
“예이, 예이. 알았으니 얼른 처리나 해 줘요. 투자장 마감하기 전에 다른 곳도 돌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직원은 서류를 처리 후 유리가 300골드를 투자했다는 증표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수고해요.”
투자 증표를 품에 잘 갈무리한 유리는 손을 흔들며 가판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저희 상회에 투자하시겠다고요? 진심이십니까?”
“이 상품에 투자를요? …왜요?”
그 뒤로도 유리는 두 군데의 가판을 더 돌며 똑같이 각각 300골드를 내밀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앞선 상가의 직원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유리는 그들의 이해 못 하겠다는 눈빛을 받으면서도 투자의 증표를 받아 왔지만 말이다.
그렇게 노을이 깔릴 무렵.
땡- 땡- 땡-!
크게 울리는 종소리.
투자장이 마감되었다는 알림에 유리는 씨익 웃었다.
“자, 끝! 이제 정말 쉬러 가자!”
싱글벙글 기분 좋게 웃는 유리의 손에는 각각 300골드씩, 총 900골드에 달하는 투자의 증표가 들려 있었다
이를 힐끗거린 아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나 봐!’
유리가 고른 종목과 상품들은 하나같이 대형 상가와 상회에서 내놓은 것들로, 벌써 수십 년째 그 안전성이 검증된 것들이었다.
다만 그만큼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들.
비록 900골드라는 거금을 썼지만, 유리가 한 선택에 아린은 안심할 수 있었다.
최소 유리가 큰돈에 잠시 머리가 돌았던 건 아닌 거 같다고 말이다.
***
지붕이 있는 휴식 공간!
푹신한 침대와 씻을 수 있는 깨끗한 물!
그렇게 목 놓아 외치던 것들을 마침내 누리게 된 아린은 이것이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이후 그렇게 뽀송뽀송하게 씻고 숙소에 딸린 식당으로 모인 유리 일행.
“세상에…….”
“배고프다…….”
“와 씨, 이건 좀 감격인데? 남이 차려 주는 밥이 얼마 만인지…….”
아린과 뽀삐, 유리는 식탁에 빼곡히 깔린 따끈따끈한 음식들을 보고 넋을 놓고 말았다.
값비싼 요리들은 아니었지만, 5년 만에 접하는 식당의 음식들이었다.
그들의 코가 자연스럽게 연신 벌름거렸다.
“이게… 사회의 냄새?”
“배고프다…….”
“나… 나 미칠 거 같아…….”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란 말인가.
그 향기는 감미롭다는 수준을 넘어 사고를 망가뜨리게 할 정도.
그러니 언제까지나 냄새만 맡고 있을 수만은 없을 터.
“그럼…….”
“배고프다…….”
“먹어 볼까?”
유리를 비롯한 그들의 눈이 빛이 번쩍이고.
곧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와 손이 식탁 위를 빠르게 노닐기 시작했다.
으적으적-.
쩝쩝-!
오로지 음식물들이 저작 운동에 최후를 맞이하는 소리만 그들의 식탁에 울려 퍼졌다.
“사장님! 이거 한 접시 더요!”
“이것도!”
“배고프다!”
“이것도 달래요!”
부족한 음식은 바로바로 채워지며 순식간에 접시가 쌓여 갔다.
그렇게 전투적인 식사가 순식간에 끝나고.
“꺼윽, 나쁘지 않네?”
“이 집 괜찮은데?”
“배고프다!”
세 사람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볼록해진 배를 두드렸다.
그다음에 이어질 순서는 간단했다.
“유리 술, 술! 나 술 마셔 보고 싶었어!”
“배고프다!”
“풉, 애송이들. 아직 술도 못 마셔 봤냐?”
“뭐야?! 너 먹어 봤어?! 언제?”
“훗!”
“나도 먹을래!”
“배고프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만나 어느덧 성인이 된 친구들.
그들은 자연스럽게 술을 시켰다.
“이거 뭐냐? 이게 술이야? 뭐 이리 밍밍해?”
“꺄하! 이거 맛 이상해! 꺄하항!”
“배고프다!”
맥주의 맛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리와 입에 거품을 묻히고 웃는 아린.
순식간에 한 잔을 비우고 다음 잔을 요구하는 뽀삐까지.
“우리 짠 하자 짠!”
“짠?”
“잔을 부딪치며 축하하는 거랬어!”
“뭘 축하하는데?”
“음… 우리의 요람 수료?”
“수료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그래도 며칠 안 지났잖아! 하자, 하자!”
“…뭐, 그러시든가.”
“배고프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수료를 축하해 주는 이가 없었던 세 사람.
한참 늦었지만, 그들은 난생처음으로 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쌓여 가는 맥주잔.
조촐했던 축하연이 어찌나 오래 이어졌던지 식당 안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그렇게 식탁 위에 잔이 수북이 쌓이고.
식당 안의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을 무렵.
양 볼에 살짝 홍조가 올라온 아린이 유리를 보며 물었다.
“있잖아, 유리.”
“왜.”
“갑자기 왜 그런 투자를 한 거야?”
아린은 오늘의 유리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투자라는 도박과도 같은 불확실한 확률에 그토록 많은 돈을 즉흥적으로 쓰다니.
그건 자신이 알고 있는 유리와는 좀 달랐다.
그런 아린의 물음에 유리는 남은 맥주를 홀짝이며 답했다.
“지금이야 딱히 큰돈이 필요 없지만, 나중에 가면 용병단을 운용하는 데 자금이 필요하니까.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랄까?”
“걔 있잖아. 네 말이면 전 재산도 가져다 바칠 애.”
“리사?”
“응. 걔한테 돈 내놓으라고 하면 되잖아?”
“이미 해 봤는데…….”
“이미 했어?!”
“…뭐냐, 네가 먼저 말을 꺼냈으면서 왜 놀라고 지랄인데?”
“그따위 정신 나간 미친 소리를 진짜 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이 새끼가… 뭐, 아무튼 요람에서 나오기 전에 리사한테 말해 봤었는데.”
“그, 그런데?”
“아직은 자기 재산이 아니고 가문의 재산이라서 자기 마음대로 사용 못 한다네.”
“다, 다행…….”
“수료해서 가문을 접수한 다음에 주겠다더라.”
“…다행이 아닌 건가?”
“배, 배고프다…….”
아린과 뽀삐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뜸 돈을 내놓으라고 한 유리나 진짜 주겠다고 한 리사나.
누가 봐도 둘 다 정상은 아닌 듯싶었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던 아린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있잖아, 유리.”
“또 뭐?”
“그런데 네가 말하는 정상이라는 게 용병왕이 되는 게 아니잖아? 검주를 꺾는 거 아냐?”
“맞는데?”
“그럼 굳이 용병단을 만들 필요도 없이, 그냥 어어어어엄청 강해져서 검주를 이기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게 검좌를 차지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 아린의 이야기에 유리는 단호히 답했다.
“틀렸어.”
“뭐가?”
“말했을 텐데? 내가 원하는 건 검좌를 차지하는 게 아냐. 검좌를 빼앗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는 듯한 아린의 반응에 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검주가 선포했었지. 자신을 죽이는 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그랬지.”
“니들은 검주의 모든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
“배고프다?”
“뽀삐는 용의 요람이래. 음, 나는…….”
잠시 고민하던 아린이 답했다.
“검주라는 희대의 절대자가 쌓아 온 100여 년의 시간이 아닐까?”
아린의 이야기를 들은 유리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