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얼굴 (1)
끄아아아아—-!
고통으로 가득한 우렁찬 비명이 여객선을 울렸다.
마치 아침을 알리는 듯, 동이 터 옴과 동시에 터져 나온 비명.
이에 놀란 여객선 이용객들이 너도 나도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냐!”
“누가 칼이라도 맞은 거야?!”
여기저기서 퍼져 나오는 웅성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난데없는 비명에 잠이 깬 이들 중에는 당연히 유리 일행도 있었다.
“갑자기 이게 뭔 소란이래?”
“그러게.”
“배고프다?”
쪼르르 연달아 붙어 있던 3개의 선실에서 나온 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별일 아니겠거니 싶었던 거다.
하여 대충 주변을 보고 다시 선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끼악-!
다시 짧게 터져 나온 비명을 듣고 셋 모두가 움찔거렸다.
처음에는 비몽사몽이라 자세히 듣지 못했었는데 이제 와 들어 보니 비명이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로 지척에서!
이에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설마…….”
“에, 에이… 아니겠지?”
“배고프다?”
멀뚱히 서로를 바라보던 세 사람의 시선이 하나의 방문에 닿았다.
자신들의 선실 바로 옆에 맞닿아 있는 개인실.
유리의 친구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제발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길 빌며 말이다.
하지만.
끄윽……!
아쉽게도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이에 재빨리 시선을 마주친 세 사람이 후다닥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을 납치를 하다니!”
“아, 안 돼, 유리! 이런 곳에서 사람을 고문하면!”
“배고프다!”
문고리를 잡은 그들의 머릿속에 온갖 상황이 선명히 그려졌다.
누군가를 고문하느라 피범벅이 된 실내.
심한 구타를 당해 바닥을 나뒹구는 반시체.
그것도 아니면 최소 어딘가에 거꾸로 매달린 사람.
그게 세 사람이 생각한 문 안쪽의 장면이었다.
하지만 문을 활짝 연 순간 그들을 반겨 준 건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
“꾸으으윽!”
그곳에는 얼굴이 시뻘게져 침대에서 바둥거리는 유리가 있었다.
악다문 입.
핏대가 선 목.
혈관이 두드러진 이마와 부릅뜬 눈.
그리고 연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양새였다.
그 같은 모습에 유리의 친구들이 보인 반응은 너무도 간단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아픈 척하는 연기?”
“나 저거 알아!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는 흉계인 거야!”
“배고프다?”
유리가 고통에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인 세 사람.
자신들이 저런 거에 당한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하도 당한 게 많았기에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한참이나 유리가 침대에서 끙끙거리자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저거 진짜 아픈 건가?”
“흠, 그래 보이는군.”
“배고프다?”
세 사람이 서로를 보며 눈을 끔뻑이다가 뽀삐가 유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유리의 팔을 잡은 순간.
“꾸엣!”
그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지르자 그제야 뽀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배고프다.”
“저거 진짜 아픈 거라는데?”
유리 일행의 공식 치료사인 뽀삐의 증언에 그제야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유리의 몸을 살펴보는 뽀삐는 조금 심각해 보였다.
“배고프다…….”
“저, 정말?”
“뭐라고 한 거지?”
군터의 물음에 아린이 답을 줬다.
“꽤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배고프다.”
“이건 육체적 문제가 아니고 영체의 문제래. 영체에 꽤 심한 타격을 입었다나 봐.”
그 물음에 군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체? 흠… 영체가 타격을 입었는데 왜 저 녀석은 육신을 만지니 고통스러워하는 거냐?”
“배고프다.”
“영과 육은 둘이지만 하나이고, 하나이지만 둘이기 때문이래.”
“…그게 무슨 소리냐?”
“배고프다.”
“자기도 모른대, 장로님한테 그냥 그렇게 배웠대.”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그저 뒷머리만 긁적이는 뽀삐를 보고 군터는 피식거리고 말았다.
그래도 한 번에 유리의 상태를 짚어 내는 뽀삐의 능력에 군터는 새삼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잊고 있었군. 뽀삐 저 녀석이 윰족의 수도사란 걸.’
군터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상기한 사이, 뽀삐는 본격적으로 유리의 몸을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유리의 입에서 ‘꺄오!, ’뜨왓!’ 등등의 괴상한 비명이 튀어나오는 건 당연지사.
그렇게 한참을 주물주물거린 뽀삐가 손을 떼자 유리에게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 옘병… 드럽게 아프네.”
일단 유리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는 건 어느 정도 살 만하다는 의미.
이에 궁금증을 꾹 참고 있던 군터가 질문을 던졌다.
“간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꼴이 된 거냐?”
“간밤이라…….”
살짝 말끝을 흐린 유리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린, 뽀삐가 네 간식 훔쳐 먹어서 대판 싸운 게 어제였나?”
“엥? 갑자기 그건 왜?”
“있어 그런 게. 그래서 어제 맞냐?”
“맞긴 한데…….”
“지금 몇 시냐?”
“몰라, 아침이기는 해.”
대체 그런 건 왜 묻냐는 듯한 좌중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유리는 턱을 쓸었다.
아니, 쓸려고 했다.
팔이 안 올라와서 인상을 찡그려야만 했지만.
“큭… 아무튼… 하룻밤이라 이거지?”
뽀삐와 아린이 간식을 가지고 싸운 건 유리의 기억에서도 바로 어제저녁의 일.
다시 말해 심상의 공간에서 며칠을 보냈지만, 현실에서는 고작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란 뜻이다.
그 사실에 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전신에 이는 고통에 다시 인상을 써야만 했다.
“옘병, 진짜 우라지게… 아프네.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
지금 유리가 겪고 있는 끔찍한 고통은 요한의 작품이자, 자신의 안일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속으로 한탄했다.
‘심상 공간에서 얻어맞은 타격이 누적될 줄이야.’
심상의 세계에서 늘어난 시간 동안 입은 타격.
그것이 현실로 돌아오면 어찌 될까?
그 정답은 늘어난 시간 동안 얻은 타격이 고스란히 누적되어, 중첩된 강도로 한 번에 몰아친다는 거였다.
다시 말해 심상의 공간에서 유리가 1의 강도로 5번의 타격을 입었다면, 현실에서는 5의 고통으로 유리에게 되돌아온다는 뜻.
그리고 1의 강도로 5번을 연달 맞는 것과 5의 강도로 1번을 맞는 건 분명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있을 것을 분명 고려했어야 했지만, 자신과 요한 모두 이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그 작은 실수 때문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기절할 뻔하였고, 지금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뭐,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기는 하네.’
만약 긴박한 순간에 이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면 꼼짝없이 목숨을 내주었으리라.
그걸 생각하면 다행히 안전한 상태에서 심상 수련의 문제점을 알았으니 제법 싼 값에 대가를 치른 셈이라 여겨졌다.
‘끄응, 그나저나 이거 당분간 꼼짝없이 침대 신세를 져야겠는걸?’
예전에 뇌익을 몇 번 남발하고 그 대가로 몸에 부하가 걸려 골골거렸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욱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에 유리가 속으로 한숨을 내쉴 때.
“그래서 진짜 너 갑자기 왜 그런 거야? 무슨 일 있었어?”
그런 아린의 물음에 유리는 고민했다.
과연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있어 그런 게. 니들은 이해하지 못할 심오한 문제가.”
유리는 말을 돌리는 것으로 아린에게 답을 대신했다.
그러고는 곧장 뽀삐를 보며 투덜거렸다.
“야, 네 안마 솜씨가 어째 예전만 못한 거 같다? 이거 왜 별로 차도가 없냐?”
“배고프다.”
뽀삐의 즉답을 아린이 통역해 줬다.
“걸레를 빤다고 새것이 될 수 없다는데?”
“배고프다.”
“원망하려거든 걸레짝이 된 네 몸뚱이를 원망하래. 그리고.”
“배고프다.”
“한 번만 더 잔소리하면 안 해 줄 거래.”
그러면서 씨익 조소를 날리는 뽀삐.
평소였다면 코웃음을 쳤을 그 협박이 이번만큼은 효과가 굉장했다.
“뽀삐 님.”
대번에 비굴해진 유리의 표정.
“…살려 주시라요.”
그는 애절하게 빌었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그딴 걸 챙기기에는 몸이 너무 아팠으니까.
***
여객선에 비명이 울려 퍼진 작은 소란이 있었던 후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계속해서 침대 신세를 졌던 유리.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일 뽀삐가 치료해 주고 있음에도 회복이 너무 더뎠기 때문이었다.
이를 보고 뽀삐가 말하길, 자신의 치료술은 기본적으로 육체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영체를 치료하는 데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애초에 영체의 회복력은 육신의 회복력에 비해 뒤떨어지니.
너 정도면 엄청 회복세가 빠른 편이라는 게 뽀삐의 설명이었다.
딱히 진통제 같은 약도 소용없는 상황에서 유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고통이 덜하게 꼼짝없이 침대에서 누워 있는 것뿐.
아니, 그가 하는 일이 한 가지 있기는 했다.
스륵-.
바르게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유리.
그가 천천히 눈을 뜨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후우…….”
마침내 완전히 떠진 그의 눈에는 답답함과 의문이 섞여 있었다.
“…왜 안 되지?”
침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자는 것과 아린이 떠먹여 주는 죽을 받아먹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몰아를 이용해 심상 공간으로 넘어가려 시도했던 유리.
그런데 몰아에 들면 자의로 자유롭게 심상 공간으로 넘나들 수 있으리란 믿음과는 달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몰아에 들어 심상 속 자아를 관조하는 일이 가능하기는 했으나 그 심상 속에서 요한을 만날 수는 없었던 거다.
‘뭔가 느낌이 달라.’
꿈을 통해 들어간 심상과 몰아를 통해 자의로 들어간 심상의 세계.
이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꿈을 통해 들어간 심상 세계가 더 생생하고 의식도 강한 느낌인데…….’
대체 두 심상 세계가 왜 그런 차이를 보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
그리고 그 답답함을 더해 주는 건, 지난번 이후 잠이 들어도 요한이 있는 심상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제멋대로네.’
가기 싫어도 보낼 때는 언제고, 이제는 가고 싶어도 보내 주지를 않네.
분명 자기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건만, 그 원리조차 파악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리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몰아에 들어 혼자만 있는 그 심상 세계에서 검술을 복기하는 것뿐이었다.
요한과 나눈 10만 번의 경합을 말이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흘러.
유리가 겨우겨우, 간신히 거동이 가능해졌을 즘.
“유리이이!”
오늘도 어김없이 유리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친 아린이 소리쳤다.
“유리! 내릴 준비 하래!”
***
뿌우웅-!
크나큰 뿔 나팔 소리가 쉼 없이 들리며 크고 작은 선박들이 계속해서 선착장에 들락날락거렸다.
선착장 인근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던 유리는 작게 감탄했다.
“역시 옛 황도라 그런지 선착장 크기부터가 남다르네.”
과거 거대 제국의 황도였던 엔라이트 행정구.
현재 유리가 있는 곳은 그 외곽에 자리한 곳이기는 했지만, 과거부터 운송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지역이기에 선착장 크기가 지금껏 그가 보아 온 그 어떤 곳보다도 컸다.
하여 유리가 멍하니 흘러가는 강물과 오가는 배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그의 앞으로 세 개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이를 본 유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떻게 됐냐? 언제래?”
그 물음에 답을 준 건 군터였다.
“베오그라드로 가는 다음 여객선은 나흘 뒤에 있다는군.”
처음 수로를 따라 움직이는 걸 계획했을 때, 안타깝게도 그들이 출발하는 항구 도시에서 베오그라드로 향하는 직항은 없었다.
엔라이트 행정구를 거쳐 베오그라드로 가는 운항뿐.
하여 조금 전 엔라이트 행정구에 도착해 약 2주간 타고 왔던 여객선에서 내린 유리 일행.
그들은 곧바로 베오그라드행 여객선을 알아봤지만, 아쉽게도 바로 얼마 전에 출발해 다음 배편까지 나흘이란 시간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유리 일행이 타야 할 배가 사흘 뒤에 있는 거였다.
이에 군터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굳이 가장 싼 여객선을 고집할 이유가 있나? 조금 더 돈을 쓰면 하루 뒤에 출발하는 여객선에 탈 수 있는데?”
그 말에 유리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쯧쯧, 꼭 이렇게 있이 자란 티를 내요.”
“…보통 없이 자란 티라고 하지 않나?”
“이봐 도련님? 가장 싼 뱃삯과 그다음으로 싼 뱃삯이 3배 넘게 차이 나는데, 넌 이게 조금이냐? 안 그래도 일반 여관보다 비싼 게 선실 객실비인데?”
“그러면서 개인실은 잘만 추가 비용을 내고 쓰…….”
“어허, 닥치거라!”
다급히 군터의 말을 끊어 낸 유리가 혀를 찼다.
“쯧, 가장 싼 배는 고작 나흘 간격으로 운영하면서 비싼 배는 하루 단위로 운영하다니! 이 정도면 횡포고 사기인 거다!”
“갑자기 왜 말을 돌리는…….”
“아무튼! 넌 이제 도련님이 아니고 용병이야. 그리고 자고로 용병이란 자금 관리를 잘해야 하는 법이지. 언제 돈이 떨어져서 쫄쫄 굶을지 모르거든.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가 군터를 향해 은은한 눈길을 보내 왔다.
“너, 돈 좀 있냐? 가출… 아니, 여행 떠나오면서 용돈 많이 받았을 거 아냐?”
“……?”
“있으면 좀 보태 봐. 그럼 네 말대로 그 비싼 여객선 타고 바로 떠날 수 있다니까?”
“…용병이란 자고로 자금 관리를 잘해야 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하고 있잖아.”
“아… ‘우리’ 자금 관리가 아니고 ‘너의’ 자금 관리를 하고 있는 거군.”
“에헤이, 그리 선을 그으면 나 섭섭해? 어차피 내 돈은 내 돈이고 네 돈도 내 돈인데.”
“…어찌 보면 그것도 우리라고 할 수 있겠네.”
“그치? 그러니 돈 좀 있으면 보태 봐.”
“…….”
손바닥을 팔랑거리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유리의 행태에 군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옆에서 육포나 씹고 있는 아린과 뽀삐의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저 녀석들은 억울하지도 않나?’
그들의 수익을 전적으로 유리가 관리하는 듯싶은데 왜 아무런 말이 없는 걸까?
‘뽀삐야 원래 그렇다 쳐도.’
물욕보다는 식욕이 앞서는 뽀삐는 그저 먹을 것만 잘 챙겨 주면 되니 그렇다 쳐도, 아린은 그래도 세상 물정 잘 아는 녀석일 텐데?
그런데도 그녀는 딱히 유리가 돈 관리를 하는 데 별다른 불만이 없어 보였다.
저 봐라.
저토록 세상 평온한 얼굴로 육포나 오물거리는 모습이라니.
이에 군터는 다짐했다.
자신만큼은 저리되지 말아야겠다고.
“싫다. 절대로.”
다른 건 몰라도 내 돈만은 반드시 사수하리라.
그런 군터의 단호한 거절에 유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때 바로 옆에서 아무 생각 없이 육포나 씹는 줄 알았던 아린이 질문을 던져 왔다.
“근데 앞으로 4일이나 시간이 남는데 우리 뭐 할 거야?”
그런 아린의 질문에 유리가 답을 하기 전에 군터가 먼저 답했다.
“안 그래도 그것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엔라이트에 온 김에 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
“우리 도련님이 웬일로 이리 적극적이실까?”
“배고프다.”
“그게 뭔데?”
유리를 비롯한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는 것을 느낀 군터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