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추적 (1)
데일 강 줄기에 붙어 운송의 요충지가 된 엔라이트 행정구의 항구 도시.
그러한 특성 덕분에 정말로 수많은 사람이 도시로 드나들었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이 도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평범한 날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뿐인 성문으로 몰려드는 것도.
검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지루한 표정도.
검문하는 초병들의 매서운 눈빛도.
모든 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것들뿐이었다.
그랬던 평범한 일상에 조금 수상한 일이 일어났으니.
다그닥- 다그닥-.
“어어?! 뭐야?!”
“이봐! 위험하잖아!”
한 고급스러운 외향의 사두마차가 줄 선 사람들을 앞질러 검문소 앞에 멈췄다.
이에 먼저 줄을 선 이들이 불만 어린 눈빛이 된 것은 당연지사.
그런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건 검문소 초병들의 태도였다.
끄덕-.
작게 고개를 끄덕인 마부가 초병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를 잠시 살핀 초병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고.
“지나가십쇼.”
그들은 마차 내부에 그 어떤 검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성문을 통과시켰다.
다그닥 다그닥-.
순식간에 검문소를 통과해 멀어져 가는 마차.
그러자 뒤에 줄을 선 이들에게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저, 저?!”
“이러는 게 어디 있소!”
“누구는 줄을 서 있고, 저들은 저렇게 보내 주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불만에 초병들은 콧방귀를 꼈다.
“보내 줄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보낸 거요.”
“그 보내 줄 만하단 이유가 뭔데!”
“알고 싶소?”
항의를 한 이를 향해 초병은 서늘한 눈빛을 보냈다.
“알게 되면… 그 목이 무사하지는 못할 텐데?”
진심이 담긴 초병의 경고에 대놓고 항의를 한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동조했던 이들까지 입을 다물었다.
너무도 간단하게 불만을 잠재운 초병이 크게 소리쳤다.
“다음!”
그제야 잠시 정체되었던 검문이 다시금 재개되었다.
그렇게 검문소에서 벌어진 조금 특별하고 수상한 일은 흐지부지 넘어가며 모두의 뇌리에서 잊히는가 싶었다.
단, 검문소를 유심히 지켜보는 눈만 없었다면.
스륵-.
검문소가 잘 보이는 골목의 입구.
그 옆에 하품을 쩌억 하며 누워 있던 거지가 돌연 눈을 빛내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적선을 위해 놓은 깨진 그릇과 거적때기를 챙겨 그대로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굽이굽이 꺾인 골목을 빠르게 걸어가, 어느 한 허름한 움막 앞에 선 거지.
그가 긴장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나, 나으리?”
거지의 부름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이에 침을 꿀꺽 삼킨 거지가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뭐냐.”
허름한 움막 안에서 흘러나온 굵직한 목소리.
이에 거지의 허리가 45도 정도 굽혀졌다.
“시, 시키신 일 말입니다. 그… 조금 전에 떠나는 것을 확인해서…….”
“확실하냐?”
“화, 확실합니다요! 분명 말씀하신 그 마차였습니다!”
“흠…….”
“제가 그 골목 바닥에서 십수 년째 빌어먹으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는 이골이 난 놈입니다! 눈 하나는 끝내주게 좋으니 믿어 주십쇼!”
확신에 찬 말에도 움막 안에서 한동안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거지의 표정이 초조하게 변하려는 찰나.
툭-!
움막 안에서 은화 한 개가 날아와 거지의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들려온 살기 어린 목소리.
“어디 가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거, 걱정 마십쇼! 오늘 일은 죽어도 어디에 가서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거지는 제 발밑에 떨어진 은화를 빠르게 주워 들었다.
비록 남에게는 고작 1실버지만, 자신은 몇 달을 적선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를 고작 별거 아닌 일로 벌게 되었으니 입꼬리가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은화를 잽싸게 품에 챙긴 그는 누가 볼세라 후다닥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거지가 사라지고 잠시 뒤.
스륵-.
움막의 뒤쪽이 열리며 한 사내가 나타났다.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인.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중년인이 향한 곳은 도시 외곽의 허름한 잡화점의 뒷문이었다.
똑똑-.
사내가 문을 두드리고 얼마 뒤.
작은 발소리와 함께 뒷문에 난 손바닥만 한 작은 창이 열리며 한 쌍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문 너머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무슨 일이죠?”
“목표가 떠나는 걸 확인했다.”
“확실한가요?”
“그래, 알려 준 마차가 확실했다.”
“…알았어요.”
그 말과 함께 작은 창으로 조그마한 주머니가 나왔다.
이를 받아 그 안에 든 은화의 액수를 확인한 사내는 웃는 얼굴로 잡화점을 떠났다.
그렇게 사내가 떠난 뒤.
끼익-.
이번에는 잡화점의 정문이 열리고.
[영업 종료] 간판을 문에 건 30대의 여인이 옷깃을 여미며 어딘가로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최종적으로 그녀가 도착한 곳은 잡화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느 술집.
여인은 은밀하게 뒷문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난 뒤, 조금 전 자신이 들은 정보를 전했다.
목표가 떠나갔다는 말.
이는 그 뒤로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전해졌으니.
정보를 전하고 돈을 받고.
또, 정보를 전해 들은 이는 다시 장소를 옮겨 다른 이에게 정보를 팔고.
그럴 때마다 전해 받는 금액이 조금씩 커졌고, 그와 같은 일이 무려 7번의 과정을 더 거친 뒤.
[50분 전, 목표가 떠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한 사내가 들은 정보를 쪽지에 적은 뒤 작게 접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공원의 어느 한 나무의 옹이에 쪽지를 집어넣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로부터 몇 분 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체형을 보아 남자라고 짐작되는 이가 바로 그 나무 곁을 스치듯 지나갔고.
스륵-.
옹이 속에 존재하던 쪽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후드를 쓴 사내 또한 어느새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한데 놀랍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엇비슷한 시각에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으니.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성으로 짐작되는 이는 누군가 걸어 놓은 옷의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고.
거대한 체구를 지닌 이는 누군가 강물에 넣어 둔 유리병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렇게 장소는 달랐지만, 비슷한 내용이 담긴 쪽지를 손에 넣은 이들이 다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
가느다란 빛줄기가 뻗어 내려오는 물속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마치 잠을 자듯 강물 속을 부유하는 유리.
하지만 그는 잠이 든 것이 아닌, 눈을 감고 그날의 싸움을 복기하는 중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경지라 예상되는 블레어 이스카리오.
그와의 싸움은 자신의 완패였다.
물론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변명할 수도 있었다.
고작 원래 기량의 30% 수준으로 상대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으니까.
하지만 유리는 그날의 싸움을 돌이켜 보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낼 수 있는 기량은 30%였지만, 그날의 나는 그 기량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병신이었다.’
비록 30%이지만, 그럼에도 사용할 수 있는 패는 많았다.
광인.
작월.
마류.
풍도결.
그뿐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기본이자 근본이 되는 마체술 뇌운까지.
과거 요람 시절에는 뇌운과 마류만으로도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얼마든지 싸워 오지 않았던가.
하여 비록 30% 수준의 기량이지만, 가진 것을 십분 활용하면 충분히 블레어를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유리는 가진 바 능력도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하고 완벽하게 수세에 몰렸다.
아니, 수세라고 표현하기도 창피한 수준이었다.
‘병신마냥 허둥거렸지.’
지닌 능력의 활용?
그런 것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당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유리는 너무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영역이 봉인되었다.’
블레어가 사용한 검붉은 안개에 휩싸인 순간.
늘 믿어 왔던, 또한 자신해 마지않던 절대 감각의 영역이 엉망으로 망가졌다.
절대의 감각이 뒤죽박죽 뒤섞이는 감각이라니.
지금 다시 생각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끔찍했다.
이를 다시금 상기하며 유리는 혀를 찼다.
‘쯧, 그동안 영역에 너무 많은 것을 의지해 왔구나.’
공인 7단에 올라 얻은 두 종류의 영역.
즉, 진:영역과 위:영역을 얻은 후, 유리는 자신했었다.
만약 상대가 같은 공인 7단이라면 자신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는 블레어를 만나기 전까지 분명한 사실이었다.
진:영역의 상쇄와 위:영역을 동시에 사용하는 유리는 같은 공인 7단이 절대 막을 수 없는 재해였다.
유리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영역에 많은 것을 의존해 왔었다.
문제는…….
‘의존해도 너무 의존했던 거지. 아니, 맹신했던 거야.’
절대 무적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자신의 방식.
하지만 이는 무적이 아니었다.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영역을 그런 식으로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군.’
상쇄 효과로 영역을 무력화시키는 게 아닌, 오히려 감각에 혼란을 주어 무력화하는 방식이라니.
이는 약자보다는 절대 감각의 영역을 얻은 강자에게.
특히 진:영역과 위:영역, 두 개나 되는 감각 영역을 운용하는 유리에게 너무도 치명적인 방식이었다.
유리는 그간 영역에 의존하는 싸움을 해 왔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는 한편, 블레어의 핏빛 안개에 대해 고민했다.
과연 감각을 엉망으로 만드는 그 안개를 어떻게 해야 파훼할 수 있을지.
또한…….
‘그거, 제법 탐나는데?’
어떻게 해야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말이다.
그렇게 유리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리이이이이!
무언가 웅얼거리는, 그러나 자신을 부르는 게 확실한 소리에 그가 물 밖으로 솟구쳤다.
촤아악-!
마치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강물 위로 솟구친 후, 지면에 멋들어지게 착지한 유리.
그가 강하게 몸을 흔들어 물방울을 털어 냈다.
흡사 강아지가 물기를 털어 내듯 말이다.
푸드드득-!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을 피하며 군터가 인상을 찡그렸다.
“좀 평범하게 물기를 말릴 수는 없는 거냐? 이건 뭐, 짐승이 따로 없군.”
“뭐래, 권터 같은 새끼가.”
“…….”
…저 자식은 짐승이고 나는 그래도 사람인데, 어째서 자신이 더 손해 본 느낌이 드는 걸까?
군터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한편, 유리가 물방울을 털며 만들어 낸 무지개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던 아린.
그녀는 유리가 강물 속에서 들고 나온 것들을 보며 물었다.
“그거 어디 갔나 했더니, 거기다 숨겨 뒀던 거야?”
유리가 들고 나온 건 그의 검과 흑룡패, 돈주머니, 그리고 엘릭서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걸며 유리가 답했다.
“약한 자들이 가장 즐겨 노리는 노획 대상이 바로 시체니까.”
약자라고 한들 선하고 양심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 또한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언제든지 약탈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시체가 되고는 했으니.
그와 같은 생리를 잘 알기에 유리는 사동대법에 들기 전 중요한 물건들을 강물 속 깊이 숨겨 둔 것이다.
혹여라도 사동대법에 들어 무기력해진 자신이 강물 위로 떠 오르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서 신원을 확인할 용병패 하나만을 남겨 둔 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선견지명 덕분에 중요한 물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된 유리.
그는 회수한 검을 허리에 차며 친구들을 향해 물었다.
“니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건, 그 새끼들이 움직였다는 거겠지?”
“배고프다!”
“응, 맞아!”
“50분… 아니, 이제는 한 시간쯤 되었겠군. 그쯤 그들이 성문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뽀삐와 아린, 군터.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쪽지에 적힌 내용을 유리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에 유리의 입술이 삐딱해졌다.
“하, 이 새끼들이… 이제야 움직이네?”
그날 싸움이 있고 나서, 베오그라드로의 여정도 포기하고 이 항구 도시에 눌러앉은 지 어느덧 3일째.
그런데 이제야 도시를 빠져나가다니, 어지간히도 엉덩이가 무거운 놈들이지 않은가.
‘뭐, 나야 오히려 좋지.’
즐거운 미소를 머금은 우리가 친구들을 향해 외쳤다.
“뭐 해? 다들 짐 챙겨!”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30여 분 뒤.
한 대의 수레가 항구 도시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뽀삐가 끄는 수레에 앉은 유리와 아린, 군터.
항구 도시가 완전히 멀어졌을 즘, 군터가 유리를 보며 지금까지 참아 왔던 궁금증을 꺼냈다.
“유리.”
“왜.”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냐?”
그의 물음에 아린은 물론이거니와 수레를 끌고 있던 뽀삐도 잠시 유리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도 군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고프다.”
“그건 그래, 오히려 시간만 잡아먹은 거 아냐? 차라리 빠르게 뒤쫓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날, 사동대법에서 깨어난 유리는 친구들에게 말했었다.
[우선, 니들이 좀 해 줄 일이 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각자 심부름 시킬 사람을 한 명씩 구해 놔. 최대한 은밀하게.]유리는 심부름꾼에게 절대 얼굴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참 뒤에 다시 돌아온 그가 정교한 마차 그림 3장을 건네며 말했다.
[그들한테 전해, 이렇게 생긴 사두마차가 도시를 빠져나가면 바로 알리라고.]그리고 이어진 신신당부.
[명심해. 한 심부름꾼당 최소 하청을 다섯 이상 두게 해야 해. 반드시!]그건 다시 말해, 심부름꾼 본인들이 직접 검문소를 감시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부리란 뜻이었다.
이후 유리가 그에 따른 비용은 얼마든지 부담하겠다는 믿지 못할 말까지 했으니.
그가 그 요구 조건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두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유리의 신신당부대로 그가 원한 정보는 다수를 거친 뒤 은밀하게 군터, 아린, 뽀삐에게 전해졌다.
군터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바로 그 과정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한편 그런 친구들의 물음에 유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니들은 지금 내가 고작 노친네 검 하나 찾자고 이 지랄을 떨고 있는 거로 보이냐? 아니면 그 새끼한테 대련 좀 하자고 조르려 쫓는 거로 보여?”
상당히 날 선 목소리에 군터를 비롯한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에 유리가 잔혹한 미소를 머금었다.
“난 말야, 날 죽이려 한 놈을 멀쩡히 돌려보낼 정도로 성격이 반듯하지는 않다고. 다들 알면서 왜 그래?”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간단했기에 군터의 동공이 살짝 떨려 왔다.
“너, 설마 그자를…….”
“설마는 무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을 한 유리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죽일 생각이었는데? 당연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