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지명 의뢰 (1)
유리가 직원에게 한 이야기에 아린을 비롯한 친구들은 눈을 끔벅였다.
‘활기차?’
‘이게 어딜 봐서?’
‘배고프다?’
솔직히 아무리 좋게 표현한다고 해도 주변 분위기는 딱히 활기차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모르게 긴장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일 뿐.
반면 유리의 질문을 들은 젊은 여직원은 살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젊어 보이시는데 생각보다 경력이 제법 되시나 봐요?”
“쫌?”
유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직원 쪽으로 자신의 용병패를 쓱 밀었다.
그제야 뒤늦게 용병패를 확인하게 된 직원에게서 높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 장군급?!”
용병들 사이에서도 장군급의 용병패는 그리 흔한 등급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명색이 용병 협회 직원인데 장군급 용병을 보지 못했을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녀가 놀란 이유는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유리의 외모 때문이었다.
‘저 나이에 벌써 장군급이라니!’
장군급 용병패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실적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저토록 어린 나이에 용병 협회가 인정할 만한 실적을 쌓았다니.
그건 눈앞의 젊은 용병이 예사의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쩐지 그런 질문을 하더라니.’
단지 도시와 용병들의 분위기만으로 전운(戰雲)을 읽는 건 어지간한 경력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
그게 아니면 애초에 감이 좋아야 했다.
그런 사실에 직원이 유리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볼 때, 주변에서도 작은 소란이 일었다.
“장군급이라고?”
“어려 보이는데 저 나이에 벌써 장군급이라니.”
용병 대부분이 직원이 내지른 경악성을 듣고 수군거렸다.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직원이 당황과 미안함이 깃든 얼굴로 유리에게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조심성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용병의 개인 정보를 노출한 꼴이었으니 상대가 화를 내도 할 말이 없는 상황.
한데 유리는 어째서인지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웃고 있었다.
“괜찮으니, 물품 보관소 건이나 빠르게 처리해 주세요.”
“무, 물론이죠!”
유리의 환한 미소에 직원이 살짝 볼을 붉히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유리의 눈에 또다시 이채가 스치고.
그가 살짝 상체를 숙이며 은은한 어조로 물었다.
“그리고 아까 물어본 거 언제 대답해 줄 건데요?”
“네? 아까 물어본… 아!”
그제야 유리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은 직원.
그녀가 조금 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열띤 목소리로 답을 줬다.
“맞아요, 전쟁이에요!”
“전쟁? 싸움이 아니라?”
“네, 전쟁!”
전쟁이나 싸움이나.
큰 의미로 보자면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지만, 검주가 세계를 제패한 이후로 전쟁이란 표현은 자주 쓰이지 않았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은 아예 사라졌고.
세력과 세력 간의 싸움도 전쟁이라 불릴 정도의 규모로 벌어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거대한 싸움보다는 소규모의 분쟁이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게 현 검주의 시대였다.
그러한 사실은 늘 분쟁 지역으로 자신의 가치를 팔러 다니는 용병들도 잘 알고 있었고, 하여 그들은 전쟁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용병 협회의 직원이 스스럼없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이에 유리가 흥미를 보이는 것도 당연지사.
“흐음…….”
작은 콧소리를 낸 유리가 직원 쪽으로 상체를 바짝 들이밀며 나긋나긋하게 속삭였다.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건가? 아니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중?”
불과 20㎝ 남짓한 거리를 두고 유리의 얼굴을 마주한 직원.
매력적인 황금빛 눈동자와 두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릴 뻔한 걸 겨우겨우 버텨 냈다.
하지만 입에 힘이 풀려 버린 것은 어쩌지 못하고 홀린 듯 답을 줬다.
“아, 아직은 아닌데… 언제 전면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어요.”
“어디랑 어디가 붙은 전쟁인데?”
“그게…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베오그라드 전역인지라…….”
“베오그라드 행정구 전역? 정말로 크게 전쟁이 벌어지려나 보네?”
“그, 그렇죠… 베오그라드가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어 벌이는 전쟁이거든요.”
“혹시 구체적인 전력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 전쟁이 발발한 원인이라든지?”
“아, 그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직원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그만!”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직원의 살짝 멍해졌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화들짝 놀랐다.
“아! 서, 선배님!”
그녀의 뒤에 나타난 이는 30대로 보이는 남직원.
“너는 가서 잠시 바람 좀 쐬고 와라. 여긴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새로이 나타난 사내는 후배를 카운터에서 끌어냈다.
그렇게 등을 떠밀린 여직원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남직원이 유리를 노려보았다.
“순진한 우리 신참 괴롭히지 마시고 원하는 정보가 있으시면 구매하세요.”
그의 단호함에 유리는 살짝 입맛을 다시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정보는 나중에 살 테니까 일단 물품 보관소 건이나 해결해 줘요.”
조금 전의 나근나근함은 온데간데없고 평소의 말투로 돌아온 유리.
아쉬움이 가득한 그를 남직원은 가볍게 흘겨보고는 쌀쌀맞게 용병패를 집어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유리는 작게 중얼거렸다.
“쳇, 거의 다 됐었는데.”
***
항구 도시의 대로변.
물품 보관소에 금괴를 맡기고 나와 어느 한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아린이 유리를 보며 감탄했다.
“와… 나 미인계 쓰는 거 처음 봤어!”
이에 유리가 당당히 가슴을 내밀었다.
“가지고 태어난 무기를 잘 활용하는 건 매우 현명한 행동이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언제나 그랬듯 군터의 핀잔이 날아들었다.
“…축복받은 외모로 고작 용병 협회 여직원이나 꼬셔서 정보를 뜯어내려는 짓이 언제부터 현명한 행동이 된 거지?”
그리고 유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군터의 핀잔을 가볍게 무시했다.
자신의 잔소리에 대꾸도 하지 않는 유리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쉰 군터.
결국 그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까 보니 전쟁 소식에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다행히 그 물음에는 유리가 대답을 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하다고 말할 것까지 있나?”
“쯧, 이게 맨날 도련님 도련님 해 주니까 지가 아직도 도련님인 줄 아네?”
“……?”
“넌 지금 네 직업이 뭔지 모르냐?”
“내 직업? 그게 무슨… 아!”
“아! 는 개뿔. 이렇게 직업의식이 없어서야. 쯧! 잊지 말라고. 우린 지금 용병이야.”
“…알고 있다. 다만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런 것뿐이지.”
“용병패를 받은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도 적응을 못 하는 거면, 용병질은 그냥 도련님의 취미 생활 같은 건가?”
“…절대 그렇게 가벼운 마음은 아니다.”
“뭐, 아니라니 더는 잔소리 안 하겠는데… 아무튼 우리 같은 용병들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곳이 바로 분쟁 지역이야. 왜냐면…….”
그 말을 아린이 받았다.
“돈을 왕창 벌 수 있으니까!”
“바로 그거지!”
유리가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을 이었다.
“또한, 분쟁 지역만큼 용병이 스스로 가치를 키울 수 있는 곳도 드물어. 소규모 분쟁 지역에서 활약만 해도 이름값이 훌쩍 뛰는데 하물며 무려 전쟁이란다. 요거에 관심이 안 생기면 용병 딱지를 떼야 하는 거고.”
그런 유리의 설명에 군터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으면 아까 거기서 정보를 사고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유리가 말하는 것을 보니 이번 전쟁에 끼어들려는 게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는 용병 협회에서 그 어떤 정보도 구매하지 않고 그냥 나왔다.
오로지 물품 보관소만 이용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군터의 물음에 유리가 혀를 찼다.
“쯧, 쓸데없이 이중 지출 할래?”
“응?”
“이미 도시 전체가 그 전쟁 때문에 술렁이고 있어. 그 말은 어느 정도의 정보가 도시에 퍼져 있다는 뜻이지.”
단번에 유리의 설명을 이해한 군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넌 도시를 돌면서 전쟁에 관한 정보를 모을 생각이었던 거군.”
군터의 말을 뽀삐와 아린이 이어받았다.
“배고프다.”
“그렇긴 하네. 괜히 공짜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까지 돈 주고 살 수도 있으니까.”
친구들의 이야기에 유리가 웃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풀었다.
“세계 용병 협회. 이름은 참 멋있어. 공신력도 있을 거 같고 공명정대할 것 같은 이름이야, 그치?”
유리가 곧장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전혀 아니야. 저 새끼들 이름만 번지르르하지 순 양아치 장사꾼들이다. 팔아먹는 정보 하나하나가 각 지부별 실적과 연관이 있거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도 얼마든지 눈탱이 때리는 놈들이라고 저 새끼들은.”
“…그 정도란 말이냐?!”
유리에게 양아치 장사꾼 소리를 듣다니.
그럼 대체 얼마나 썩어 빠진 놈들이란 말인가!
경악하는 친구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유리.
“아무튼……!”
이후 그는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하며 친구들을 이끌고 왼쪽 골목으로 꺾어 들었다.
유리를 필두로 가장 마지막에 뽀삐까지 완전히 골목으로 자취를 감추고.
그로부터 잠시 뒤.
유리 일행이 지나갔던 길목으로 한 사내가 나타났다.
저벅-.
그리고 그가 막 유리 일행이 꺾어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척-.
난데없이 골목에서 검이 튀어나와 사내의 목 앞에 정확히 멈추어 섰다.
“히, 히익?!”
목에 겨눠진 검날에 놀란 사내가 비명을 내지르며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목젖에 닿을 듯 말 듯 한 검날에 그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한편, 검을 겨눈 군터는 서늘한 표정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어째서 우릴 뒤쫓은 거지?”
군터가 쏟아 내는 살기에 사내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혹여 잘못될까 싶어 곧장 자신의 목적을 내뱉었다.
“소, 소월 용병단의 유리 홀랜드 단장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눌 게 있어서 쫓은 겁니다!”
“유리, 널 찾아왔다는군.”
잔뜩 겁에 질린 외침에 군터가 검을 거두었다.
이에 사내가 한시름을 놓을 때 그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찾아왔다고?”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와 함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으니.
‘대, 대체 언제?!’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런데 언제 자신의 뒤로 이동했단 말인가?!
또한 뒤에 있는 건 유리만이 아니었다.
‘저 여인은 또 언제?!’
아린은 골목의 담장에 올라 사내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분명 몇 초 전까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던 이들이 맞나 싶은 모습.
이에 놀란 사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유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흠, 아무래도 기억에 없는 얼굴인데? 그래, 무슨 이유로 이렇게 미행까지 하며 은밀하게 찾아오셨을까?”
비딱해진 고개.
번들거리는 눈깔.
본능적으로 이 골목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유리임을 알아차린 사내는 곧장 양손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다.
“저, 저는……!”
***
수십 명이 앉아도 될 정도로 너른 회의장.
하지만 그 안에 자리한 이는 단 두 사람뿐이었다.
그것도 똑같이 백발을 한 남녀.
그중 남자 쪽이 먼저 물었다.
“상황은?”
“좋진 않아.”
부정적인 답을 하는 여인의 목소리는 그 내용과 달리 상당히 들떠 있는 게 느껴졌다.
이에 남자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으니.
“…사고 친 주제에 매우 신나 보인다, 우리 동생?”
“에이, 말은 바로 해야지. 사고를 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칠 거잖아? 안 그래, 오빠?”
“평소에도 오빠라고 해 주면 좀 좋을까. 맨날 야야 거리다가 이럴 때만 꼭 오빠라고 하고 있네.”
“이럴 때라도 있어야지 오빠 소리를 듣는 거 아닐까? 그거에 감사하라고.”
“아이고, 아주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요.”
퉁명스럽게 툴툴거리던 그는 이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어차피 칠 사고… 이왕 칠 거면 제대로 쳐 봐라. 어중간하게 쳐서 들키지 말고.”
당부 섞인 목소리에 여인은 피식 웃었다.
“걱정 안 해도 돼. 제법… 아니, 아주 쓸 만한 사람들을 보낼 생각이거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들 중 한쪽은 이미 보냈고 나머지 한쪽은 이제 보낼 생각이었다.
그리 답한 여인의 눈에 즐거움이 감돌았다.
***
앞에는 엄청난 덩치의 거한과 검을 늘어뜨린 청년.
뒤에는 자신에게 활을 겨눈 여인과 위험한 기운을 폴폴 풍기는 존재까지.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사내가 항복하듯 양손을 번쩍 들며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저, 저는 싱 가문에서 나왔습니다! 율리아 님의 부탁으로 소월 용병단에 의뢰를 하고자 찾아왔습니다!”
그 외침을 들은 유리 일행의 표정이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