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393
393화. 베오그라드 전쟁 (8)
갑자기 하늘에서 터진 적색의 신호탄.
이를 이상하게 여긴 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였다.
“적색? 우리한테 저런 신호탄이 있었나?”
“이 멍청이가! 방향을 봐! 우리 숙영지가 아니잖아!”
“아!”
앨을 비롯한 이들은 숙영지 바깥에서 터진 적색 신호탄의 정체에 대해서 수군거렸다.
반면 벌목꾼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였다.
‘적색, 협조 요청?!’
‘벌써 포위망이 뚫렸다고?!’
적색의 신호탄을 본 벌목꾼들이 짧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테레시아 역시 벌목꾼들의 굳어진 눈빛을 읽었고, 그들은 동시에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문제가 생겼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거다!’
그리고 이는 테레시아에게 기회나 다름없었다.
팟!
테레시아가 벼락처럼 움직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에게서 수십 개의 창영(槍影)이 뻗어 나왔으니.
솨사사삿-!
사람 하나는 순식간에 벌집으로 만들어 버릴 위력의 찌르기 연격.
이에 표적이 된 벌목꾼 조원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핫!”
벌목꾼은 손에 쥔 두 자루의 손도끼를 휘두르며 테레시아가 만들어 낸 창영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테레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경험이 많아.’
경험이 적은 이라면 이번 기습에 당황하여 공격을 회피하고자 거리부터 벌렸을 거다.
하지만 벌목꾼은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간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 속으로 뛰어들었다.
타다다당-!
푸스슥-!
목숨에 지장이 있는 부분의 공격은 걷어 내고, 나머지는 전부 몸으로 때우며 전진하는 데 성공한 벌목꾼.
하지만 테레시아의 공격은 이미 그의 육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린 뒤였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전투 불능 상태가 된 벌목꾼.
그럼에도 그는 웃고 있었다.
“큭큭!”
털썩-.
마치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환히 웃으며 쓰러지는 사내.
그사이 벌목꾼 조장이 테레시아의 지척에 나타나 손도끼를 휘둘렀다.
쓰러진 벌목꾼이 테레시아의 공격을 몸으로 때우며 약간의 시간을 번 사이 조장이 테레시아와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 틈을 만든 조원이나.
그런 조원의 희생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조장이나.
벌목꾼들이 보여 주는 빈틈없는 연계는 그들이 하루 이틀 손발을 맞춰 온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 줬다.
하지만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의 기운에 휩싸인 쌍도끼가 가슴을 으깨기 위해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
테레시아도 이를 온전히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흡!’
그녀는 그 자리에서 급히 선회하며 마나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동시에 이를 악물고 창대로 벌목꾼의 쌍도끼를 가로막은 순간.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테레시아가 튕겨 나가 버렸다.
목구멍을 역류해 울컥 치밀어 오른 핏물을 토해 내며 그녀가 소리쳤다.
“신호탄이 터진 방향으로 뛰어!”
그 외침에 눈치를 보고 있던 좌중은 곧장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테레시아 역시 곧장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그들을 따라 달려 나갔다.
이를 본 벌목꾼 조장이 명령했다.
“쫓아라.”
타닥-!
조원들은 말없이 테레시아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조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제법이군.’
틈을 엿보고 달려드는 빠른 결단력.
피할 수 없을 거라 여긴 순간 마나로 장기를 보호하며 공격을 막는 냉철한 판단력.
거기에 공격받은 힘을 역이용해 퇴로까지 날아가는 선택까지.
요즘 어린 것들 같지 않은 훌륭한 실력과 상황 판단력이었다.
다만.
‘마지막 결정은 아쉽군.’
혼자 도망치는 게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도망을 친 것도 모자라, 하필 퇴로를 골라도 신호탄이 터진 방향으로 잡다니.
그건 아무리 봐도 그녀의 오판이었다.
조장이 한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끝난 뒤 데리러 오겠다.”
“가, 가십쇼. 고작 이 정도 상처로 저 안 죽습니다.”
테레시아의 맹공을 받아 쓰러진 조원이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런 조원을 뒤로하고 조장이 숲을 향해 뛰어들었다.
***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
테레시아는 앞서 뛰고 있는 이들을 향해 고함쳤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연신 뒤를 경계했다.
‘너무 느려.’
앞서 달리고 있는 이들의 속도는 테레시아의 입장에서 거북이와 다름없었다.
반면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벌목꾼들은 호랑이는 되지 못해도 늑대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따라잡힐 터.
애초에 처음부터 이리되리라 예상했기에 테레시아는 혼자 남아 벌목꾼들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었던 거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전 터진 적색의 신호탄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변수가 생겼어.’
유추하기론 적색의 신호탄은 저들의 포위망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할 터.
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종류의 신호탄일지도 몰랐다.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신호탄이 터진 곳으로 향하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일지 몰랐다.
적의 증원 역시 적색의 신호탄이 터진 곳으로 모여들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테레시아가 적색의 신호탄이 터진 곳으로 목적지로 잡은 이유는 ‘변수’ 때문이었다.
저들의 포위망에 문제를 일으킨 변수.
테레시아는 그 변수에 희망을 걸기로 한 것이다.
[기회는 위기 속에 있는 법이거든!]누가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종종 내뱉던 말.
‘만약 어떤 변수로 인해 포위망에 구멍이 났다면…….’
테레시아는 그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곳을 통해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다!’
과연 자신의 이 선택이 악수(惡手)가 될지.
아니면 위기를 파훼할 호수(好手)가 될지.
모든 건 조금 뒤 판가름이 나리라.
‘물론 그 전에 살아서 도착해야겠지만!’
휘릭-!
테레시아의 창이 뒤를 향해 휘둘러졌다.
탕-!
그러자 한 뼘 길이의 작은 단검이 튕겨 나갔다.
가볍게 공격을 무마시켰지만, 그로 인해 테레시아의 속도가 살짝 느려졌다.
그리고 날아든 단검은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탕-! 탕-!
일정 간격을 두고 단검이 날아들 때마다 테레시아는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고, 그녀와 벌목꾼들 사이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다.
탕-!
또다시 단검을 쳐 낸 테레시아가 이를 악물었다.
‘대체 몇 자루나 챙겨 다니는 거야!’
단검을 벌써 열댓 개는 쳐 날려 버린 거 같은데 아직도 날아오다니.
테레시아는 정면을 확인했다.
‘거리는?’
자신보다 먼저 출발한 이들이 아직도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가고 있는 테레시아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터질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신호탄이 터진 지점이 가까워졌다는 것 정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저 앞에 자리한 숲의 경계만 지난다면 신호탄이 터진 지점이었다.
이에 테레시아의 마음에 살짝 안도가 깃든 순간.
쉭-!
뒤쪽에서 다가오는 살기에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또!’
지겹지도 않게 또 단검을 던진다고 여겼던 테레시아.
하지만 그녀는 이번은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을 단검을 쳐 내며 깨달았다.
쾅-!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쳐 낸 건 단검이 아닌 손도끼였다.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날아온 손도끼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얼마나 강했는지 이를 쳐 낸 테레시아의 몸이 일순간 휘청거릴 정도.
휘청이는 몸을 빠르게 다잡은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조장급 벌목꾼이 분명할 터.
그리고 테레시아의 예상은 적중했다.
“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나무 위로 스치듯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
그는 튕겨져 나간 손도끼를 빠르게 낚아채더니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테레시아의 머리를 노리고 한 쌍의 도끼를 내리찍었다.
이에 맞서는 테레시아의 창.
윈체스터가(家) 비전 마체술.
취성(就星).
혜성과 같은 창날의 궤적이 빛살처럼 조장의 심장을 노리고 틈을 파고들었다.
적은 아직 공중에 뜬 상태.
창을 찌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간격.
하여 테레시아가 자신의 창이 닿을 거라 확신한 순간.
훙-!
벌목꾼 조장이 그대로 공중에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전했다.
그린 후드 비전 마체술.
팽이질.
과연 사람이 도는 게 맞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회전력이 더해진 두 자루의 도끼가 테레시아의 창을 난타했다.
카가가강-!
회전하는 잔상과 취성의 궤적이 닿은 부분에서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으며.
테레시아의 창이 잡고 있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진동했다.
‘큭!’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기 위해 ‘흘리기’에 최적화된 절기 취성.
그런 취성도 회전하며 변하는 난타는 쉽사리 흘려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테레시아의 취성은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방어를 뚫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쉬쉭-!
두 개의 인영이 테레시아를 멀찍이 우회하여 지나갔다.
‘이런!’
그들은 다름 아닌, 뒤쫓아 오던 2명의 벌목꾼이었다.
두 조원은 조장을 돕는 게 아닌 앞서 도망치고 있는 테레시아의 일행을 뒤쫓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들의 판단에 테레시아는 다급히 취성을 거둬들였다.
이에 회전하고 있던 잔상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어디에 한눈을 파는 거냐!”
그린 후드 비전 마체술.
철목 쪼개기.
마침내 회전이 끝나고 나타난 건 십(十)자 형태의 기운이었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철목마저 단숨에 4개의 장작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극강의 내려찍기.
이를 마냥 무시할 순 없기에 테레시아는 전력을 끌어올렸다.
윈체스터가(家) 비전 마체술.
테레시아식- 취성사월.
하얗고 노란 궤적이 십(十)자 형태의 중심에 틀어박혔다.
그그그그그그-!
꿰뚫으려는 힘과 쪼개려는 힘.
두 개의 힘이 공중에서 겨루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창백해진 테레시아의 얼굴이, 힘겨루기의 양상이 어찌 흘러가고 있는지 단숨에 알게 해 줬다.
‘밀린다.’
조금 전에 입은 내상.
다급하게 펼치느라 부족했던 완성도.
그로 인해 테레시아의 창이 뒤로 밀려 나가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맞서고 있던 힘을 푼 테레시아.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그녀의 육신이 포탄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이후 지면에 착지한 벌목꾼 조장이 인상을 쓰며 테레시아를 쫓아 몸을 날렸다.
‘같잖은 짓을 또!’
그의 말처럼 테레시아는 다시 충돌의 힘을 이용해 몸을 내뺀 것이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한 탓에 그녀의 몸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푸흡-!
한 모금의 피를 토해 낸 테레시아.
조금 전의 충격이 컸던 만큼 내상 역시 심각해졌으며, 창을 쥔 오른팔 역시 탈골되고 말았다.
‘이, 일단 자세를……!’
전방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는 벌목꾼의 흉흉한 기세가 느껴졌다.
하여 어서 빨리 자세를 바로잡고 왼팔로 창을 옮겨 잡아야 했지만…….
쿨럭-!
생각보다 심한 내상은 일순간 육신의 통제권을 앗아 갔다.
하여 그대로 훨훨 날아 숲의 경계선을 넘어간 테레시아.
그녀는 그 뒤로도 조금 더 날아간 뒤, 땅바닥을 뒹굴었다.
즈극- 즈그그.
무려 10바퀴가 넘게 구르고 굴러서야 멈추게 된 테레시아.
그 와중에도 여전히 창을 쥐고 있는 투지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지만, 토해 낸 피와 흙먼지로 더러워진 그녀의 모습은 실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큭!”
테레시아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육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곧 있으면 벌목꾼 조장이 나타날 터.
바로 일어나 맞설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여 옆의 땅을 짚은 순간.
물컹-!
테레시아의 손에 짚인 건 땅이 아닌 물컹한 살덩어리였다.
이에 놀란 테레시아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손에 닿은 것이 누군가의 시신임을 보았다.
‘설마?!’
앞서갔던 이들이 전부 죽은 것인가?
이미 늦어 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녀는 곧장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이건……?’
자신의 손에 닿은 시신.
그는 다름 아닌.
‘…벌목꾼?’
자신을 우회해 지나쳤던 바로 그 벌목꾼이었다.
그 놀라운 사실에 테레시아가 넋이 살짝 나간 사이.
스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그가 나타났다.
그린 후드 비전 마체술.
철목 쪼개기.
숲을 뛰쳐나옴과 동시에 테레시아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는 십자 형태의 기운.
이를 본 테레시아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느려진 시간 속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그 앞에 선 테레시아에게서 경악은 사라지고 체념의 기운이 서렸다.
‘멍청하긴…….’
먼저 갔던 벌목꾼의 죽음에 놀라 자신이 무슨 상황인지조차 잊어버리다니.
이토록 멍청한 실수를 했으니 죽어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한 순간, 테레시아의 눈앞에 주마등이 흘렀다.
가문의 애물단지로 지낸 유년 시절과 천형에서 벗어나고자 발악하며 창을 내질러 온 기억.
21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삶은 흑백의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유난히 빛이 나는 다채로운 기억은 있었다.
요람의 2년 차부터 3년 차 중간까지.
채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기.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했고, 즐거웠던 순간들.
그리고 그 매 순간에 자리한 누군가를 지금 너무도…….
‘보고 싶네.’
…만나고 싶었다.
테레시아가 그리 생각한 순간.
파측-!
어디선가 들려온 뇌성(雷聲).
그와 함께 하늘에서 푸른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콰릉-!
갑자기 내리친 낙뢰는 테레시아를 노리고 달려들던 벌목꾼 조장을 그대로 집어삼켰고.
서걱-!
십(十)자 형태의 기운을 손쉽게 가르는 것도 모자라 벌목꾼의 목마저 베어 냈다.
툭-.
머리를 잃고 쓰러져 버린 시체.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 덕분에 주마등에서 벗어나게 된 테레시아의 시야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동시에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냐?”
푸른 뇌광에 휩싸여 서 있는 그.
“텟샤, 오랜만.”
밝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유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