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소문 (1)
율리아의 당찬 외침에 적막이 감돌았다.
양팔을 벌린 채 우뚝 선 율리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다섯 쌍의 시선은 너무도 무감정했다.
“…….”
“…….”
침묵은 조금 더 이어지고.
모두를 대표해 유리가 입을 열었다.
“이건 또 뭔 방귀 뀌다 똥 지리는 소리냐?”
다른 이들도 대놓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유리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에 당황한 율리아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마, 말이 심하네!”
“…….”
“…뭐야, 그 미친년 보는 듯한 눈빛은?”
“다행히 아직 완전히 정신 줄 놓은 건 아닌가 보네.”
“나 멀쩡해! 그리고 잘 생각해 봐, 이게 얼마나 대단한 보상인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율리아 싱이 너희 용병단에 들어가 주겠다니까?”
“그런데?”
“그런데라니…….”
유리가 뚱한 얼굴로 귀를 후비며 되묻자 율리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이를 본 유리가 새끼손가락에 묻어 나온 귀지를 훅 불며 말했다.
“우리 용병단이 딱히 인력이 딸리지는 않아서.”
“…단장 포함, 고작 다섯 명인 용병단이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그 다섯 명이 500명 몫은 충분히 해내니까.”
“…….”
“그리고 우리 용병단이 아무나 들어오고 싶다고 막 받아 주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내가 아무나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쟤도 이번에 그냥 들어갔잖아! 내가 모를 줄 아냐?!”
율리아가 검지를 뻗어 테레시아를 가리켰다.
눈을 끔뻑이고 있는 테레시아를 흘끗거린 유리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텟샤는 입단 시험 치르고 정식으로 들어왔어.”
“…그래?”
저 말이 진짜냐는 듯 율리아의 시선이 테레시아에게 닿자, 유리가 이를 재빨리 끊어 냈다.
“뭐가 목적이어서 우리 용병단에 들어오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려는 게 아니라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내가 들어가 주는 거…….”
“몸으로 때운다느니, 개수작 부리지 말고 그냥 보상이나 내놔. 나 뚜껑 열리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안 그래도 이번 일로 검이 반 토막 나서 열받아 죽겠구만, 감히 의뢰 보상을 후려치려고 해?
유리가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으르렁거리자, 율리아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러다가 한숨을 폭 내쉬며 눈을 흘겼다.
“…나쁜 놈, 후원자를 꼭 그렇게 매몰차게 대해야겠어?”
“후원자는 언제 적 후원자? 나한테 그런 게 있었나? 후원이란 걸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있어야지.”
요람 시절, 유리를 후원하겠다고 말했던 율리아.
그녀는 유리의 지적에 발끈했다.
“야! 내가 일부러 하기 싫어서 안 했냐! 네가 3년이나 사라졌으니까 못 한 거지!”
“아무튼, 난 고작 정보 몇 번 받아 본 게 전부인데?”
“고작 정보 몇 번이라니! 파랑새… 아니, 현가의 정보료가 얼마나 비싼데!”
“그래서 대가를 바라는 거야? 애초에 그 후원이란 게 대가 없는 후원 아니었나? 이제 와서 생색이라도 내려고?”
“익!”
“그만 씩씩거리고 빨리 준비해 온 보상이나 내놔. 가지고 온 거 다 아니까.”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는 유리의 어투에 율리아는 한숨을 내쉬다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하나도 안 변했네.’
무려 3년 만에 만난 그였지만, 마치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리만치 반가웠다.
그렇게 짧게 웃음을 흘린 율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사실대로 말하면 너한테 줄 보상을 정하기는 했어.”
“그럼 내놔.”
“지금은 없어.”
“이건 또 뭔 개소리래?”
“그리고 그 보상을 너에게 주려면 네가 한 가지 물건을 제공해 줘야 해.”
“그러니까, 나한테 줄 보상인데 내 물건을 가져가시겠다?”
“…그렇게 찢어 죽일 듯 노려보면 내가 무서워서 다음 말을 어찌하겠니?”
“일단 해 봐. 나한테 줄 보상이 뭔지, 내게서 뭘 가져가야 하는지 들어보고 결정할게. 널 찢어 죽일지 말지.”
“…못됐어.”
율리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답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네가 가지고 있는 백야야.”
“백야?”
처음에 그게 뭔지 고민하던 유리는 이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 돌 조각?”
일전에 백일탑에서 얻은 보상 중 하나인 백야.
그 엄지손톱만 한 돌 조각의 정체는…….
“무슨 비약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라이트닝.”
“라, 라이트닝?!”
율리아가 답을 하자 옆에서 군터가 경악성을 내뱄었다.
이에 아린을 비롯한 뽀삐, 테레시아가 그게 뭐냐는 시선을 보내니 군터가 입을 열었다.
“세계 5대 비약 중 하나입니다.”
“세계 5대 비약?”
테레시아의 되물음에 군터가 답을 줬다.
“정제의 엘릭서, 불로의 엘리온, 강신의 철과, 마나의 심혈, 그리고 각성의 라이트닝. 그중 현재까지 구할 수 있는 비약은 엘릭서뿐이고… 나머지는 최근 수십 년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중 백야는 인위적으로 돈오에 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비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위적인 돈오!”
“우와!”
“배고프다!”
군터의 이야기에 좌중이 놀라는 사이, 유리의 눈에는 이채가 스쳤다.
‘그럼 세계 5대 비약 중 두 개가 나한테 있던 거네?’
엘리온은 이미 진즉에 먹었고, 엘릭서는 현재 자신의 목에 고이 걸려 있었다.
그 사실에 흐뭇해하던 유리의 표정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가만, 지금 그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백야를 가져가고 라이트닝을 보상으로 주겠다는 뜻 같은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이트닝을 만드는 데 네 백야가 필요한 거지.”
“그런데 그 라이트닝 만드는 비법은 소실됐다고 하지 않았나?”
“후후, 순진하기는. 비법이 완전히 소실됐다면 그 주재료가 백야인 건 어찌 알았을까?”
“비법이 완전히 소실된 건 아니었단 뜻이군.”
“맞아, 그리고 최근 우리 현가에서 그 비방을 복원하는 데 완벽히 성공했고.”
“흠…….”
율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잠잠히 있던 유리가 신중한 얼굴로 물었다.
“좋아, 그럼 내가 백야를 넘겨주면 만들 수 있는 라이트닝의 수량은?”
“저번에 본 그 정도 크기의 백야라면 여러 변수에 따라 적게는 10개 내외에서 많게는 20개까지의 라이트닝이 나올 거야.”
“생각보다 많네. 그중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라이트닝의 주재료인 백야를 네가 공급하고 이번 의뢰의 보상도 생각해야 하니까, 네가 공급한 백야로 만들어지는 라이트닝의 절반을 줄게.”
“70%.”
“야! 라이트닝의 주재료가 백야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데! 그 천문학적인 금액을 우리 가문이 감당하는 거라고!”
“그걸 생각해서 70%인 건데?”
“절대 안 돼!”
율리아와 유리는 백야의 분배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그 결과 완성된 수량에 상관없이 유리에게 7개의 비약을 준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만약 운이 좋지 못해 10개 이하의 라이트닝이 만들어지면 유리가 이득이지만, 15개 이상의 라이트닝이 만들어지면 현가의 이득이었다.
‘나쁘지 않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세계 5대 비약 중 하나라는 라이트닝이다.
그 값어치는 쉽사리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리라.
이번 의뢰 보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유리는 곧장 백야를 꺼내 율리아에게 넘겼다.
“라이트닝은 언제 넘겨줄 건데?”
백야를 받아 품에 갈무리한 율리아가 답했다.
“2년 뒤.”
“2년이나 걸려?”
“그럼 그만한 비약이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았어? 걱정 마, 네 백야를 떼어먹을 일은 없으니까.”
“떼어먹어도 돼.”
“정말?”
“어, 떼먹어도 돼. 내가 너희 가문에 쳐들어간 뒤 알아서 내 몫을 챙겨 갈 테니까.”
“…절대 안 떼먹을게.”
율리아는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히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다음!”
“뭔, 다음?”
“나도 너희 용병단에 들어갈래.”
“…….”
율리아의 이야기에 유리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이유가 뭐냐.”
“뭐가?”
“뭐 때문에 우리 용병단에 들어올 생각인데? 그 대단하신 싱 가문의 아가씨께서?”
“…그런 거 안 묻고 그냥 좀 받아 주면 안 돼?”
“이게 입단 시험이야.”
“입단 시험이 뭔데?”
“단장 면접.”
“…….”
그 말인즉슨 그냥 단장 마음 내키는 대로라는 뜻이지 않은가.
이를 단번에 알아들은 율리아의 얼굴이 똥 씹은 것처럼 변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의 빤한 시선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우물쭈물하던 그녀.
“…어.”
“뭐?”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웅얼거림에 되물으니 율리아의 귀가 살짝 빨개졌다.
“나… 집에서… 쫓겨났어.”
그리 말하며 율리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략 털어놓았다.
이를 전부 들은 좌중은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가문의 가칙을 어기셨다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전쟁에 끼어들게 된 게 고작… 네 철없는 반항심 때문이었다고?”
유리의 이야기에 율리아가 발끈했다.
“처, 철없는 반항심이라니!”
“그럼 뭔데?”
“…가문의 개혁을 위한 작은 날갯짓?”
“지랄하네.”
“우우…….”
유리의 신랄한 비난에 율리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무튼 그래서 집에서 쫓겨났어.”
“…….”
유리는 율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는 유리.
그렇게 한참이나 율리아를 보던 유리가 피식거렸다.
“합격.”
“응?”
“합격이라고.”
“그럼 나… 이제부터 소월 용병단인 거야?”
“용병 등록은 했냐?”
“그것도 안 하고 용병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을까!”
“좋아, 이제부터 너도 소월 용병단 소속이다. 다음 도시에 들러서 텟샤랑 같이 정식 단원으로 등록하자.”
“그래!”
율리아가 신난 듯 고개를 끄덕인 순간, 유리가 갑자기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율리아 싱.”
“응?”
“너에게 첫 임무를 맡긴다.”
“임무?”
“이 연합의 수뇌부들과 우리 용병단의 전공 보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거 같은데… 그걸 네가 좀 맡아 줬으면 해서.”
“전공 보상 협의? 그걸 네가 하지 않고 왜 내게……?”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싱 가문의 재정 관리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유리다.
그런 그가 어째서 이번 협상을 자신에게 맡기는 걸까?
“이 베오그라드에서 저들에게는 전쟁 영웅의 이름보다 율리아 싱의 이름이 더 무게 있을 테니까.”
“아아.”
율리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싱 가문의 이름을 팔아서 압력을 넣으라는 거구나.’
유리의 말뜻을 이해한 그녀가 씨익 웃었다.
“맡겨 주시죠, 단장님. 만족하실 만한 결과물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훌륭하네.”
짧게 경례를 한 율리아는 당찬 걸음으로 연합의 수뇌부들을 찾아 떠났다.
그렇게 빠르게 사라지는 율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리.
‘저 녀석…….’
그의 입에 걸려 있던 미소가 뒤틀리기 시작했으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유리는 한동안 말없이 율리아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
그렇게 율리아가 합류한 그날.
소월 용병단은 율리아의 활약 덕분에 넉넉하다 못해 넘쳐흐를 정도의 운영 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뽀삐가 활약한 협상에 따라 (전)슈미트 연합은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토해 내며 연합을 해체했다.
그러기 무섭게 지클리 연합은 자신들의 승리를 전격적으로 공표하고 종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 역시 각각 제 갈 길을 찾아 흩어졌으니.
연합에 참여했던 가문은 막대한 배상금을 쥐고 각자의 땅으로.
전쟁 의뢰를 맡았던 용병들은 두둑한 보상금을 쥐고 다른 의뢰를 찾아 대륙 곳곳으로.
저마다 한 손에 이번 전쟁에서 얻은 이득을 한껏 쥔 채 되돌아간 사람들.
그런 이들이 반대쪽 손에 공통으로 쥐고 돌아간 것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소문’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간 수많은 사람이 풀어 놓은 ‘소문’으로 인해 세계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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