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1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01화>
101. 광검(狂劍) 헬라(3)
“……!”
광검 헬라에 의해 침식되며 변해 버린 로건의 얼굴이 한층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네놈이 데올릭가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신성의 위력에 단숨에 튕겨져 나간 로건을 향해 쉼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들었지만, 그 순간 헬라의 칼날이 길게 늘어지며 마치 채찍처럼 움직였다.
은성검이 아닌 이러한 변칙 공격은 예측이 불가능했기에 나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헬라의 침식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로건은 완전히 이성을 잃게 될 터였다.
그 전에 제노바로 헬라를 파괴해야만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인검 제노바는 벨 수 없는 것조차 벨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그것은 나의 기량이 뒷받침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소드 마스터에 도달한 로건의 오러를 뚫고 헬라를 베어 내기란 간단치 않았다.
“클레이 반하르트……!”
내 이름을 부르짖으며 검을 휘두르는 로건의 검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해, 그토록 자신이 허물고자 했던 벽을 허물었다.
저 짙은 오러블레이드가 바로 그 증거다.
“나는 소드 마스터다. 이제 내가, 이 왕국에서 가장 강한 자란 말이다!”
그의 눈에는 점차 시커먼 광기가 넘쳐흘렀다.
솔직히 나는 그가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이전과 비교하자면 데올릭가의 명성은 추락했지만, 그렇다 한들 여전히 탈루아의 중심이 되는 가문이었다.
로건 데올릭, 그가 지닌 권력은 어지간한 이들은 넘보지도 못할 만큼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던 로건의 모습을 떠올리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의 로건 데올릭은 누구보다 명예로운 기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타락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열등감이겠지.]그란세시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데올릭가는 리비나 가문과 이전부터 항상 비교되어 왔지? 처음에 어땠을지 몰라도, 리비나 백작이 앞서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라이벌이라 여겼던 알드레드 리비나는 로건 데올릭을 앞서며 탈루아 왕국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분한 마음 정도였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 감정은 점점 질척거리는 진흙처럼 변하여 벗어날 수 없는 조급함으로 변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급함은 조금씩 그의 마음을 좀먹고 병들게 했으리라.
[마치 루갈처럼 말이야.]광검 헬라는 ‘광의 재해’다.
그 어떤 마검과도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그것을 쥐었을 때, 로건은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만 검의 힘을 사용하면 저 벽을 기어오를 수 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힘을 빌린다면 벽을 부술 수 있다.
그러한 생각이 반복된 끝에, 결국 참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선택을 내린 거겠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함과 동시에, 괴물이 되고 마는 선택을.
[하지만…… 잘 봐.]연신 로건의 검을 막고 튕겨 내는 내게 그란세시아는 속삭였다.
[분명 그는 소드 마스터에 이르는 힘을 얻었지. 그런데 과연 소드 마스터란 뭘 의미하는 걸까?]지금의 로건은 나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한 차원 위에 있었다.
내가 만약 은성검을 완벽히 꿰뚫어 보지 못했다면, 이렇게 합을 겨루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로건의 눈은 오직 나만을 응시했으며, 광기에 잠식됐음에도 완벽하게 초식을 펼쳐 내 목을 노렸다.
하지만, 헬라의 힘을 빌려 소드 마스터에 이른 로건의 검은 지금껏 내가 보아 온 소드 마스터 이상의 강자들에 비하자면 명백히 부족했다.
[통찰안을 사용해 봐. 지금의 너라면 내 말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 볼 수 있을 거야.]보인다고? 뭐가?
‘보라고 해도…….’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통찰안을 사용하자, 어지럽게 움직이는 수많은 흐름이 보였다.
나에게서 흘러나와 로건에게 흡수되는 마력.
그리고 로건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커져 가는 헬라의 힘이.
‘음……?’
내가 무언가 알아차린 그때, 로건이 크게 포효했다.
“그아아아아아!”
리비나 백작과 나에게서 상당한 힘을 빼앗은 헬라는 로건의 몸을 한층 더 크게 부풀렸다.
그의 눈에서는 더 이상 이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완벽한 재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광기의 화신이 되어, 움직이는 모든 존재를 살육하는 괴물.
생명을 빼앗기 위해 살아가는 괴물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로건의 검격은 더 이상 검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크으윽!”
단순히 휘두른 것에 불과한 공격임에도 묵직함이 느껴졌다.
은성검 후반부 제2초식, 자전(自轉).
그의 공격을 역이용하여 반격하려 했으나, 그저 흘려 내는 게 고작이었다.
‘엄청난 힘이긴 하지만…….’
로건과 다시 한번 검을 맞댄 순간, 아까 느낀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 갔다.
짐승처럼 숨을 고르는 로건을 바라보며 나는 한층 강하게 제노바를 움켜쥐었다.
“……대단하군, 반하르트 백작.”
그때, 내 뒤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이곳저곳 상처를 입은 리비나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백작님.”
“이 정도는 가볍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옅게 웃었다.
“얼마 전과는 전혀 달라. 정말 자네는 영웅이 될 상인 모양이네. 하긴, 이미 그렇게 된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멀긴. 지금 자네는 로건의 달라진 움직임에서 뭔가를 알아차리지 않았는가?”
“그건…….”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나는 변화한 로건의 움직임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하도록 하세.”
리비나 백작은 손에 쥔 검을 로건을 향해 겨눴다.
그의 의도를 깨달은 나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나와 함께 합을 맞춰 싸우겠다는 것이었으니까.
“잘 따라와야 하네.”
콰아앙!
그는 그렇게 말하며 대지를 박찼다.
어찌나 강하게 땅을 찼는지, 바닥이 크게 부서져 나가며 흙먼지가 치솟았다.
“로건!”
리비나 백작, 아니 적사자의 전신에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도저히 방금 전 헬라에게 힘을 빼앗긴 자의 기운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전신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머리카락이 사자의 갈기처럼 넘실거렸다.
“알, 드레드……!”
눈동자에 리비나 백작의 모습이 비치자, 로건의 눈빛에 미약하게나마 이성이 돌아온 듯 보였다.
거대한 대검으로 화한 붉은 오러블레이드와 광검 헬라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콰과과광!
땅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흙먼지가 치솟았다.
그때, 새까만 헬라의 칼날이 뿌연 흙먼지를 뚫고 전갈의 꼬리처럼 낭창하게 휘어지며 리비나 백작의 목을 노렸다.
“어딜!”
리비나 백작은 매서운 기세로 쏘아진 헬라를 맨손으로 붙잡았다. 그의 손아귀에서는 붉은 마력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리비나 백작의 입에서 사자와 같은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는 붙잡은 헬라와 함께 로건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붕 띄워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평소 한없이 인자해 보이던 모습에선 상상할 수조차 없는 흉포한 움직임이었다.
콰콰콰쾅!
알드레드 리비나는 타고난 기사였다.
전장을 사랑했고, 전투를 즐겼다.
그의 본성은 사자와 같이 흉포하며 거칠기 짝이 없었다.
평상시에는 그러한 본성을 간신히 억누른 채 살아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리비나 백작은 자신의 본성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쾅쾅쾅쾅!
이 정도면 누가 괴물인지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자면 칠영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점차 이성을 잃고 광검 헬라에 지배되고 있는 로건.
그 또한 소드 마스터의 달하는 힘을 손에 넣은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의 검에선 리비나 백작과 명확한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의 힘을 제대로 다루어 내지 못하고 있어.’
로건은 헬라를 통해 족히 이전의 열 배는 넘는 힘을 손에 넣었다. 리비나 백작을 포함해, 그 어떤 소드 마스터도 단숨에 압도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러나 리비나 백작은 그러한 로건을 상대로 호각을 보였다.
‘……이성과 함께 이름마저 잃은 건가.’
로건 데올릭이 광검 헬라에 의해 잃은 건 이성뿐만이 아니었다.
데올릭.
그는 데올릭이라는 이름 아래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가문의 검술, 은성검마저 잃고 만 것이다.
그러한 상태로 가진 바 힘을 전부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반면 리비나 백작은 어떤가?
인간의 한계까지 단련된 강인한 육신.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
강철과도 같은 정신력은 주어진 육신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저게, 오온(五蘊).’
그란세시아가 말했던 그것이 지금, 처음으로 내게 와닿았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개의 검이 교차하고, 세 번째 검이 끼어들어 괴물의 몸에 자상을 남겼다.
“그으으으아! 그아아아아!”
로건 데올릭…… 아니, 광검 헬라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막강한 육신을 가진 괴물이 밀리고 있었다.
정면에서 상대하는 리비나 백작과 그 교전 속에서 발생하는 빈틈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내 검이 계속해서 로건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힘이, 힘이 부족해! 힘이, 부족하단 말이다!”
로건, 아니 이제는 헬라라고 불러야 할 괴물의 시선이 진을 구축한 기사들에게 향했다. 이곳을 빠져나가 다른 이들의 생기를 흡수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전이었다면 가능했겠지.’
오로지 도망에만 전력을 다한다면, 아무리 리비나 백작이라 할지라도 혼자선 저지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있었다.
화르르르륵!
“키아아아악!”
내 검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몸을 빼려던 헬라의 종아리를 긁었다.
아무리 강력한 재생 능력을 지녔어도, 불길로 지지자 그 재생 속도가 현저히 더뎌졌다.
“하아압!”
균형이 무너진 헬라를 향해 전력을 다한 리비나 백작의 검이 쇄도했다.
그러자 마치 유리처럼 새까만 오러블레이드가 깨어져 나가며 흩어졌다.
그건 아주 짧은 찰나였다.
이전의 나라면 결코 닿을 수 없는 일순.
‘지금이다!’
그러나 나는 한 걸음을 크게 내디뎠다.
육신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였다. 어느 때보다도 빠른 한 걸음이었다.
웅웅웅!
수많은 기사들이 나를 바라보며 모인 소망이, 인간의 기원이 제노바로 응집되어 금색의 열광이 뿜어져 나왔다.
‘은성검 후반부, 제3초식……!’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속의 일격.
유성(流星).
금빛으로 물든 유성이 광검 헬라의 검신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