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0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04화>
모여드는 영웅들(1)
리야의 조언에 따라 칠웅회합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바로 레오가르트 국왕에게 의견을 전달하진 않았다.
곧바로 답하는 것보단 좀 더 간을 보는 편이 뜯어낼 게 많아 보였으니까.
“어서 오십시오. 말씀은 들었습니다.”
답을 미뤄 둔 동안 나는 우선 라반테라로 돌아가 수인족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남은 시놉시스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다음에는 리야도 데려와야겠어.’
[흐응.]리야를 언급하자 그란세시아가 묘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긴 그 도마뱀 계집애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니까.]‘그렇게 말하면 꼭 내가 리야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것 같잖아.’
[대부분 그러지 않았어?]차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제국민과 이종족 간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리야이니만큼 수인족과도 안면을 익혀 두는 게 좋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우선 그건 다음으로 미뤄 두고.’
나는 수인족 족장의 안내에 따라 수인족의 마을을 살폈다. 생활 양식은 과연 이종족마다 달랐다.
엘프가 숲을 벗 삼아 나무 위에 집을 짓는다면, 드워프는 주로 동굴이나 석면을 이용해 거주지를 구성했다.
그리고 수인족의 경우 가벼운 촌락을 구성하고 있었는데, 비교적 다른 종족에 비하면 인간들과 비슷한 생활상이었다.
‘머리 위에 동물 귀를 달고 있는 걸 보니…….’
뭔가 미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특히 험상궂은 남성들의 머리 위에 고양이 귀가 달려있는 것을 보면 뭐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에 사로잡혔다.
“여기입니다.”
수인족 족장이 안내해 준 장소는 특이한 형태의 사당이었다.
“이전에는 봉인되어 있던 장소였으나, 검이 도굴당한 이후로는 개방해 둔 상태입니다.”
“과연…….”
나는 천천히 사당 안을 살폈다.
사당 안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는데, 누군가 입구를 막는 문을 억지로 잡아 뜯은 흔적이 있었다.
[어때? 마족의 기운은 특별히 느껴지지 않는데?]‘……다행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그럼?]‘이건 뒤틀림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야.’
나는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혹시나 이것도 내가 미래를 바꾼 탓에 발생한 사건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원작에서도 도난당했다는 거야?]‘맞아. 파비안은 부식의 재해를 막아 내고 이곳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이 검을 가져간 자의 뒤를 쫓는 내용으로 이어지고 있어.’
[아, 과연 그렇게 이어지는 건가.]나는 사당의 설정과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시놉시스를 겹쳐서 보았다.
‘만무검(萬武劍) 에피온.’
수인족이 지키고 있었던 천하칠검, 에피온.
어떤 능력을 가진 건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명칭으로 보아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검인 건 확실했다.
“족장님.”
“예, 검의 주인이시여.”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그보다 이 검을 도굴해 간 게 혹시 마을 사람입니까?”
“……!”
내 말에 족장의 눈이 흔들렸다.
“그건…….”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다 알고 있으니까요.”
“혹시, 검의 능력인지요.”
“비슷하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족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고뇌에 빠진 얼굴로 보아 내게 사실을 말할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렇게 대놓고 물어도 돼? 해코지하면 어쩌려고?]‘내 손목에 팔찌가 있는 이상 결코 그럴 순 없지.’
이 팔찌를 끼고 있는 한, 나는 라반테라 국왕의 대리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족장으로선 감히 내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거기다 나는 전설로만 내려오던 검의 주인이다.
내가 어떤 신비한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한 족장은 차마 거짓을 고할 수 없으리라.
“……그렇습니다. 이 검을 도굴해 간 것은 바로 저희 마을 사람입니다.”
“보아하니 족장님과 연관이 있는 자 같군요.”
“그렇, 습니다. 바로…… 저의 아들이니까요.”
결국 족장은 모든 걸 다 내려놓았는지 실토했다.
애초에 사당에 들어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건 족장의 직계 정도가 아닌 한 무리였다.
[그럼 왜 저렇게 어지럽혀져 있는 건데?]‘위장이지.’
외부인의 침입으로 위장하기 위함이리라.
족장의 아들이 천하칠검을 멋대로 가지고 나가, 행방불명이 됐다고 한다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테니 말이다.
“설마 제 아들이 그 검을 탐내리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녀석은 수인족 최고의 전사였으며, 차기 족장으로서 누구보다 명예로운 자였으니까요.”
나는 잠자코 족장의 말을 들었다.
시놉시스에 적힌 것과 그대로였다.
수인족 족장의 아들, 테오.
그는 자신이 이 작은 마을에 머물 그릇이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그는 더 큰 세계 경험하고자 했고, 나아가 이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자 생각했다.
[그래서 천하칠검을 도굴한 거야?]‘간단해서 좋잖아.’
테오 또한 소드 마스터에 이른 실력자였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어울리는 무기는 천하칠검뿐이라고 생각하며 검의 선택을 받고자 했지만…….
‘만무검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지.’
검의 수호자가 직접 넘긴 것이 아닌 한, 천하칠검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봉인이 걸려 있거나, 검 스스로 주인이 되는 자를 거부한다.
당장 제노바만 해도 내가 통찰안을 사용해 봉인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사용조차 못했으리라.
“……그렇게 된 겁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벌은 달게 받을 테니 부디 마을만큼은…….”
간절히 이야기하는 그에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십시오. 따로 폐하께 보고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저, 정말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의 내용대로라는 걸 확인한 터라 크게 화도 나지 않았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뭐가?]‘시놉시스에 의하면 테오라는 자는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 대륙 칠영웅에게 도전하러 떠났다고 되어 있어.’
본래라면 상당히 골치 아파졌을 문제였다.
칠영웅 중 누군가에게 향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칠영웅을 일일이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잖아?’
[……그러네.]대륙 칠영웅 제6위, 적사자 알드레드 리비나.
원작에는 없었던 그의 죽음으로 인해 칠웅회합이 열리게 되었다.
생각을 바꾸어 칠웅회합에 참가하든, 예정대로 칠영웅에게 도전을 하든…….
‘결국 칠웅회합이 열리는 장소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
대륙 최대의 고도를 자랑하는 산.
티라리스산으로 말이다.
* * *
만무검 에피온과 얽힌 시놉시스를 확인한 이후, 잠시간 시오텐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 시점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오, 반하르트 백작! 기다리고 있었네.”
왕성으로 찾아가자, 레오가르트 국왕은 바로 나를 알현실로 불러들였다.
보통 국왕을 알현하기 위해선 상당히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레오가르트 국왕은 그런 모든 절차를 무시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쥐는구나.’
설마 내 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얼핏 보면 국왕 폐하가 내게 쩔쩔매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아니, 실제로 그런 거 같은데? 칠영웅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중요하지.’
당장 대륙의 패권국이 어딘가.
바로 아스크탈린 제국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바로 제국에 속해 있는 두 사람의 존재였다.
대륙 칠영웅 제1위, 쌍극검 반 실베스트.
그리고 제5위의 마룡왕 기드온 아스크탈린.
이 두 절대자의 존재는 타국으로 하여금 감히 제국의 자리를 넘볼 수 없게 만들었다.
‘반 실베스트는 대륙의 유일무이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알려져 있어.’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 제법이네.]제법이라니.
나는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반 실베스트를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녀뿐일 것이다.
[데미안이 만났다면 좋아했겠다.]‘……그건 어쩔 수 없지. 내가 대신할 수밖에.’
저번 건국제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칠웅회합에서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시대 인류 최강을 말이다.
“폐하.”
“오오, 그래. 이야기하게.”
“오랜 시간 동안 깊이 고민했습니다만, 솔직히 아직 제 실력으로는 칠영웅의 자리에 도전하는 건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내가 살짝 운을 띄우자 레오가르트 국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비어 버린 칠영웅의 자리는 저희 탈루아 왕국의 것. 그리고 리비나 백작의 뜻을 이은 자로서 가만히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 말은……!”
다시 밝아지는 얼굴을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마치 크나큰 현실에 직면한 얼굴을 말이다.
“그러니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영지의 문제가 있어 도통 쉽게 결정하기가 힘듭니다.”
“영지의 문제라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급격히 부유해진 저희 영지를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많아, 영지를 함부로 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데올릭가까지 박살 난 시점에서 감히 우리 가문에 덤빌 자들은 없었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아시다시피 반하르트가는 과거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기사와 병사의 수가 많지 않아 치안이 좋지 못합니다. 그러니 당장은 영지의 치안에 전념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어진 나의 설명에 레오가르트 국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야. 그러한 상황이라면 영주가 쉽사리 영지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레오가르트 국왕은 영리하다.
아마 내가 말을 길게 늘이며 이야기한 이유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전국, 아니 타국에도 요청을 하여 반하르트령에서 기사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네. 또한 충분한 인재가 모이기 전까지, 영지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을 해 주도록 하겠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최대한 놀란 척 눈을 동그랗게 뜨자 레오가르트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나만 믿게.”
참으로 든든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걸로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의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아, 그리고 폐하. 최근 제가 영지에 수로를 설치하려고 합니다만.”
“……자네는 정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자로군.”
자고로 뽕은 뽑을 수 있을 때 한 번에 뽑는 게 답이라고 마리아가 이야기했다.
나는 철저히 그 말을 따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