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14화>
자격 증명(2)
“드래곤을…… 잡으란 말입니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이단심문관인 제르타가 멍하니 중얼거릴 정도였다.
제르타만이 아니다. 라스칼도, 키세아도.
그리고 나도 드래곤을 잡으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반의 말이 농담이길 바라며 그를 올려다볼 뿐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마룡의 위치는 그대들과 함께할 도우미로부터 들으면 될 거다.”
“지금 바로 가는 겁니까?”
“이 시험은 특별히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놈이 계속 날뛰게 둘 수는 없는 노릇.”
그런 반의 말에 라스칼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만약 우리가 토벌하지 못한다면…… 다른 칠영웅들이 토벌하게 되나?”
“그렇다. 그럼 이번 칠웅회합에선 영웅이 탄생하지 않게 될 테고, 칠웅회합은 그대로 막을 내릴 테지. 육영웅이 되는 건 아쉽지만, 자격이 없는 자를 올릴 수는 없잖나.”
사실상 지금까지의 시험은 단순한 장난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적어도 용과 싸워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이들을 선별한 것에 불과했다.
진짜는 ‘용을 토벌할 수 있는 자’라는 뜻이다.
[쉽네.]그때, 여태 조용히 있던 그란세시아가 입을 열었다.
[어째 계속 너한테만 유리하게 일이 진행되잖아? 설마 이거 노린 거 아니지?]‘무슨 소리야? 이게 왜 나한테 유리해.’
순간 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그치?]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다.
용을 토벌한다는 건 그런 ‘이점’을 가지고 있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보다 앞선 상태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리비나 백작님, 당신의 자리는 제가 계승하겠습니다.’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오직 나만 웃을 수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마지막 시험에 도움을 줄 도우미는 바로 저예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여성은 바로 소일라 프란.
그녀는 모든 마탑의 주인이자,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사였다.
그녀와 호각을 겨룬다는 기드온 아스크탈린이 용의 힘을 타고난 마법사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녀 또한 상식을 벗어난 강자임은 분명했다.
[사람은 이래서 겉만 보면 모른다니까.]나 역시 그란세시아의 말에 동감했다.
소일라 프란의 인상은 아이처럼 귀여웠고, 순박한 시골 처녀가 생각나는 인상이었다.
복장도 평범한 로브라, 어렴풋이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보았을 것이다.
“위치는 다르샤의 서쪽 방향입니다. 마룡이 날뛰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바로 이동할 거예요.”
“자, 잠깐! 우리는 따로 준비할 것이 없는 건가?”
당황한 라스칼이 황급히 외쳤지만, 도리어 소일라는 의아한 눈빛이었다.
“따로 준비할 게 있나요? 무기라면 전부 가지고 계신 거 같은데.”
“마룡과 얼마나 싸워야 할지 모르는데…….”
“얼마나라니. 방금 말하지 않았나요? 한시가 급하다고.”
그녀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싸우면서 도시락이라도 드실 생각은 아니죠? 밤낮없이 싸우셔야 해요. 적어도 용을 토벌할 때까진 말이죠.”
“그건, 그렇겠지만…….”
가장 새로운 칠영웅에 가깝다고 알려진 라스칼조차 식은땀을 흘렸다.
그것을 보며 나는 재차 칠영웅과 아닌 자들의 벽을 실감했다.
칠영웅은 하나같이 다른 이들과는 사고방식부터가 남달랐다.
그들은 미지의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면 리비나 백작도 그랬었지.’
홀로 광의 재해를 막고자 났던 리비나 백작.
그라고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또한 칠영웅의 자격 요건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갑니다~.”
그녀는 가볍게 지팡이를 쥐고 땅을 두드렸다.
그러자 지면에 붉은 마법진이 연달아 펼쳐지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를 맞이한 건 삭막하고 뜨거운 사막의 바람이었다.
‘어이가 없네.’
다르샤와 티라리스산의 거리는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그녀는 자신만이 아닌 우리까지 포함하여 그 먼 거리를 이동했다.
“마탑의 마법진을 경유한 거니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요.”
그런 나의 경악을 눈치챈 듯 소일라가 살며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마법진을 통해 순식간에 경유해서 지나간 거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경악스러울 정도인 건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엔 마탑의 마법진을 경유했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후후, 저는 솔직히 클레이에게 기대하고 있어요. 힘내 주세요.”
“저에게…… 말입니까?”
“올튼 산맥으로 연결된 절벽에서 올라올 때부터 봤거든요.”
설마 그것까지 봤을 줄은 몰랐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칠영웅은 칠영웅이라는 건가.
“그리고…….”
소일라는 슬쩍 누군가를 보았다.
그녀가 뭐라 말하기 전에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괜찮습니다.”
“예?”
“그쪽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후후, 그러네요. 뭐, 어차피 제가 무언가 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것도 전부 시험의 일환이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마룡이 있는 위치까지 우리를 안내하기 위함이다.
“그럼 정확한 위치를 탐색한 이후에 다시 마법을 사용할게요!”
소일라는 그렇게 말한 뒤,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르샤에는 도착했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소일라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까 그녀가 바라보았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제르타 녀석…… 점점 노골적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두 번째 시험을 합격한 시점부터 제르타는 내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본인은 최대한 숨기면서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유식’을 완벽히 익히며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보다 예민하고 넓어진 내 시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번 시험 중에는 뒤통수를 조심해야겠군.’
목숨을 걸고 드래곤과 싸우던 도중에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물론, 제르타의 실력 정도라면 그다지 위협이 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방심하지 마.]‘응?’
[그냥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당연히 네가 우위야. 검술은 물론이고, 놈이 신성 마법을 쓴다 하더라도 너에겐 천하칠검이 있으니까.]그란세시아는 진지한 어조로 내게 경고했다.
[하지만 만약 녀석이 성전무구(聖戰武具)를 사용한다면 위험해.]‘성전무구?’
난생처음 듣는 명칭에 나는 제르타의 설정을 살폈다.
이미 이전에 몇 번이나 살핀 적이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 재차 확인한 것이다.
‘뭐야, 이거.’
그런데 정말 설정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성전무구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던 것이다.
[성전무구는 이단심문관이 쓰는 무구야.]역시 알타이르 교단의 성녀답게 그란세시아는 성전무구에 대해 빠삭하게 알았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내게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게 신의 사도라 자칭하는 거냐?’
[원래 광신도가 무서운 법이지. 특히 이단심문관들은 맨 위를 제외하면…….]거기까지 대화하던 순간, 재차 바닥이 빛났다.
아마 마룡의 위치를 소일라가 찾은 모양이었다.
“그럼 바로 이동할 테니 긴장하세요!”
붉은빛과 함께 재차 시야가 일변했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마력 파동이 몸을 짓눌렀다.
“이건……!”
라스칼이 이를 악물며 파동이 느껴지는 장소를 시선으로 좇았다.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이 마력량은 결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멀리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막아라!”
“놈이 이곳을 넘어 마을까지 가게해선 안 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함성 소리도 또렷이 들려왔다.
드래곤이 움직이는 걸 억제하기 위해 다르샤의 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저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귀찮은 녀석들. 그냥 얌전히 보물을 바치면 될 것을.」
몇 개의 모래 언덕을 넘어가자, 검은 비늘을 가진 드래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막 성룡이 된 어린 용이네.]‘저게 어리다고?’
[크기가 작잖아.]크기가 작다니.
척 보기에도 어지간한 왕궁만 한 크기인데, 저런 몸뚱이가 작다고?
저게 아직 어린 용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저 정도 크기면 용치고는 작은 거야. 용언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 마법만 치면 저 소일라라는 애가 더 실력이 뛰어날걸.]‘뭐?’
대단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설마 마법으로 용의 우위에 설 정도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다행이네요. 좀 더 강했다면 군대고 뭐고 다 쓸렸을 텐데, 약한 용이라서 살았어요.”
소일라 역시 드래곤의 모습을 확인하고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를 제외한 세 명의 후보자는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튼 서둘러요! 저는 사람들을 우선 물릴 테니, 네 분이서 용을 저지해 주세요!”
당장 눈앞에서 인명 피해가 생기고 있었으니 한시가 급했다.
소일라는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가 용 주변에 결계를 펼치기 시작했고, 다르샤의 군대는 그런 소일라의 모습을 보았는지 환호를 보냈다.
“치, 칠영웅이 왔다! 모두 군대를 물려!”
“이곳에서 벗어나라!”
칠영웅의 영향력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군대를 이끌던 대전사들이 재빠르게 군대를 물리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음?」
드래곤은 갑자기 자신의 주변에 둘러진 결계에 의아한 것 같았다.
「인간치고는 대단한 마법 실력이군.」
녀석은 두터운 발톱으로 자신의 육신을 억누르는 결계를 찔렀다.
그러자 붉은 불꽃이 튀며 용의 발톱이 튕겨져 나갔다.
「하나 오만해. 마법으로 나와 겨루려 하다니 말이야.」
용언과 일반적인 마법은 완벽한 상하 관계에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도 언어로 법칙을 조율하는 용언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서져라.」
용의 한 마디가 울려 퍼지자, 소일라의 결계는 허무하게 깨져 나갔다.
산산이 부서진 결계를 흡족하게 본 드래곤은 도망치는 병사들을 향해 두터운 꼬리를 휘둘렀다.
파지지직!
「……뭐지? 결계는 분명 부쉈을 텐데.」
그러나 꼬리는 다르샤의 병사들에게 닿기 전에 결계에 튕겨져 나갔다.
“말하는 것보다 빠르게 다시 마법을 전개하면 되니까요.”
소일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마법들이 전개되며, 수많은 결계가 드래곤의 몸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인간 중에 강한 녀석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놀랍군!」
물론 결계를 칠 뿐인 터라 드래곤은 약간 놀랐을 뿐 크게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사이 나와 다른 세 명의 후보자는 도망치는 다르샤의 전사를 지나쳐 용을 향해 달렸다.
“너, 너는……!”
그러던 와중, 지나치는 전사들 틈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바로 건국제에서 만났던 다르샤의 전사인 아르사빈 호첸이었다.
“클레이 반하르트, 네가 왜 여기에…….”
녀석은 용과 싸우며 부상을 입었는지 몸 이것저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르사빈의 말에 답하기 전에, 하늘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막아요, 클레이!”
본래라면 충분히 빠져나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도망치던 아르사빈이 갑자기 발을 멈춘 탓에, 그를 뒤따르던 전사들까지 멈춰 섰고.
하필 그 범위에는 결계를 부수고 비어져 나온 드래곤의 앞발이 보였다.
“비켜!”
나는 아르사빈을 밀치며 위에서 떨어지던 드래곤의 발톱을 향해 제노바를 휘둘렀다.
극검 델토드. 순간적으로 한계를 초월한 육신에서 발현된 일격은 앞발의 궤도를 비틀기에 충분했다.
콰콰쾅!
「아야!」
여태 근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드래곤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제노바의 칼날에 베인 용의 앞발에는 큼직한 자상이 남아 있었다.
“……말도 안 돼.”
그 광경에 아르사빈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우리가 그렇게 공격해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던 용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야 아르사빈이 기억하는 나는, 얼마 전까지 소드 익스퍼트에 불과했던 클레이 반하르트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