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2화>
성녀 그란세시아(4)
미셸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반지.
금색으로 빛나는 고리에 엄지손톱만 한 붉은 보석이 박혀 있는 저것이 바로 성녀 그란세시아의 유품인 시모사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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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사의 눈>
성녀 그란세시아 아텔의 성물.
그란세이아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으며, 그녀의 동의를 얻는다면 강력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반지를 착용한 상태로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반지도 함께 파괴된다.
현재 그란세시아의 영혼은 신의 사도라 자칭한 사기꾼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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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관에 있던 유물이 시모사의 눈인 건 예상했다.
설령 아니더라도 ‘계시’라는 말을 꺼냈으니 미셸에게 위치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성녀의 영혼이 봉인된 성물일 줄이야.’
거기다 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반짝이는 붉은빛에서 묘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아텔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그란세시아 님의 유품입니다. 과거, 그란세시아 님께서 이 반지에게 선택받은 자가 자신의 후예가 되리라 말씀을 남기셨죠. 만약 반하르트 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께선 반하르트 경을 성녀의 후예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란세시아는 누구에게도 반지를 건네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잠이 든 것처럼 조용히 세상을 떠났고, 반지는 줄곧 그녀의 것이었다.
“다른 사제분들이 탐내지 않았던 겁니까?”
“이 반지에 대해 아는 건 아텔 가문 사람들뿐입니다. 저희 가문에서는 아이들이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 한 번씩 이 반지를 쥐어 보게 하죠.”
하지만 반지는 여전히 성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누구도 반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약 반하르트 경이 신의 계시를 받으신 게 사실이시라면, 그리고 성녀님의 말씀을 들으신 거라면…….”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시모사의 눈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면, 내 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거지.’
심플하고 확실한 확인 방법이었다.
어쩐지 너무 쉽게 관을 열어 주더라니.
“알겠습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미셸에게 반지를 넘겨받은 후 그것을 손가락에 끼웠다.
물론, 반지는 묵묵부답이었다. 미셸의 손바닥 위에 있을 때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역시, 반하르트 경도 안 되시는 모양이군요.”
잠시 지켜보던 미셸은 그럼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면 나는 얌전히 반지를 돌려줘야만 할 테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아뇨, 들립니다.”
“……예?”
“성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소리치는 미셸의 모습이 우스웠다.
반면 반지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성녀 그란세시아의 혼이 당황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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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사의 눈>
성녀 그란세시아 아텔의 성물.
그란세이아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으며, 그녀의 동의를 얻는다면 강력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반지를 착용한 상태로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반지도 함께 파괴된다.
현재 그란세시아의 영혼은 사기꾼이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자신의 혼을 알아차린 건지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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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반지에 당신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압니다.”
반지의 설정을 확인하며 말을 걸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성녀의 생각을 읽고 대답하기를 몇 번.
그것이 반복되자, 반지도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너, 대체 어떻게 안 거야?]반지의 붉은 보석이 반짝 빛나는 순간, 성녀라기엔 심히 앙칼진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윙윙 울렸다.
“헉!”
갑자기 반지가 빛나자 미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소리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에게는 반지가 빛난 것만으로 충분할 테지.
나는 그런 미셸에게 씩 웃으며 반지를 향해 말을 걸었다.
“말했을 텐데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거짓말. 신은 그런 계시 따위는 하지 않아. 재해가 온다면 그 또한 운명이니까. 그들에게 인간이란 고작 그 정도일 뿐이야.]“성녀치고는 신랄한 말인데.”
[하! 성녀라, 내가 쟁취한 힘을 신의 이적인 듯 포장하는 호칭은 필요 없어.]“시, 시모사의 눈이 빛나고 있어……. 그럼 정말로 반하르트 경이…….”
계속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에 미셸은 넋이 나가 있었다. 한 번 말문이 트인 그란세시아가 수다쟁이처럼 떠들었기 때문이다.
[말해. 내가 반지에 혼을 봉인했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미셸 사제님, 그럼 이제 제가 신의 계시를 받으셨다는 걸 믿으시겠습니까?”
“아, 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기꾼! 대체 어떻게 나를 알았냐고!]“그럼 위대한 성녀님의 유품은 제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괜찮죠? 원래 주시기로 했잖아요?”
“그, 그건…… 그, 그렇습니다만.”
[미셸?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 그리고 앞으로 있을 기습 작전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말했듯, 시모사의 눈만이 아니라 사제님의 힘도 필요하거든요.”
“물, 물론입니다!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야!]그 목소리는 상당히 다급했다.
그도 당연한 게, 이걸 착용한 상태로 내가 죽는다면 반지도 부서진다.
멀뚱멀뚱 서 있는 미셸은 아무래도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란세시아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토록 다급하게 떠들고 있는 거겠지.
녀석의 입장에서 반지의 소유자가 생기는 건 기필코 막아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뭐, 이제는 내 소유지만.’
[누구 마음대로 네 소유야? 미셸! 당장 이 남자에게서 반지를 뺏어!]뭐야, 생각도 읽을 수 있나.
하지만 그란세시아가 아무리 떠든다고 해도 그녀의 목소리가 미셸에게 들릴 일은 없었다.
‘이걸로 개연성은 두 번째까지 달성.’
문제는 마지막 세 번째,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
[잠깐, 개연성? 두 번째? 그게 무슨 말이야?]하지만 그건,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후에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았다.
* * *
[그걸 믿으라고?]내 이야기를 들은 그란세시아의 반응은 예상한 그대로 시큰둥했다.
“그럼 믿지 말던가.”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를 알아본 것도 이해…… 근데 너 묘하게 말이 짧다?]그걸 이제 안 거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이다.”
[흥, 사기꾼답게 달변가네. 신의 사도를 자칭한 거짓말쟁이 주제에 말이야.]“속은 사람이 바보인 거지.”
[딱 사기꾼들이 하는 말이랑 똑같네.]본래 나는 아버지에게 얻은 능력에 대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 세계가 누군가가 작성한 소설이며 주인공은 이미 죽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 봐야 미친놈 취급받을 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반지를 낀 이후 내 생각을 마구잡이로 읽는 이 성녀에게서는 내 속마음을 감추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네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아. 만약 앞으로 네 말대로 된다면 다르겠지만.]의외인 점은 조금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조용하다는 거다. 분명 거짓말 말라며 바락바락 떠드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미셸에게 반지를 돌려놓으라고 하는 것도 이제 지쳤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해.”
[아무튼 두 번째가 충족되었다면 이제 남은 건 세 번째인 자기희생이라는 거네. 그냥 대충 남을 도우면 끝나는 거잖아? 하아, 내 ‘신혈’을 얻는 데 필요한 조건이 고작 그런 거라니.]녀석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이 세 번째 조건은 결코 간단한 게 아니었다.
“뭐 그렇지. 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냐.”
[쉽지 않다니?]“이 자기희생이라는 게 단순히 타인을 돕는 거로 끝이 아니라는 거지.”
다른 설정들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던 것처럼, 나는 이 자기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이 자기희생이란 최소, 목숨을 담보로 한 극적인 희생을 의미했다.
흔히 소설에서는 자주 있는 연출이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
신혈을 얻으려면 그에 가까운 행위를 해야 된다는 거다.
[과연 그런가, 지켜보는 내 입장에선 제법 볼만한 극이 되겠어.]붉은 보석이 유쾌하게 반짝였다.
[너를 지켜볼게, 클레이 반하르트. 지금 했던 네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곧 알게 되겠지.]쿨하게 말한 그녀는 이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쏙 사라진 게 우스웠지만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자기희생이라…….’
신혈을 얻기 위한 마지막 개연성.
목숨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조건이지만 신혈의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마침 생각해 둔 것도 있고.’
물론 내 생각대로 되라는 법은 없다.
만약 황녀의 능력이 내 생각과 다르다면 계획은 크게 들어 진다.
나는 어디까지나 시놉시스, 그것도 원작을 통해 미래를 추측할 뿐이지.
변수는 얼마든지 존재할 테니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해 둬야만 했다.
* * *
결전의 날까지 하루.
내일 있을 기습 작전을 위해 게일 공작은 장교들을 불러 모아 이번 작전의 개요를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바이안 데올릭이 카인젤 왕국에 정보를 흘렸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장교들이 모인 막사 안에서 진중한 게일 공작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중요한 작전인 만큼 막사에는 주요 장교들과 쟁쟁한 귀족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나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참고로 나 역시 이 작전 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그것도 게일 공작의 ‘참모’라는 명목으로.
본래라면 나는 적당한 부대의 부대장 같은 걸 맡거나, 기사단에 섞여 싸우게 됐을 것이다.
몰락한 백작가의 장남이란, 고작 그 정도의 위치였다.
하지만 게일 공작은 나를 참모라는 명목으로 따로 빼내 자신의 곁에 뒀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승진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긴장감 따위는 없군.’
이번 전쟁에 공 좀 세워 이름을 높이겠다고 참여한 귀족들이 대부분이다.
다들 게일 공작의 말에 집중하는 척은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 귀로 흘리고 있으리라.
“즉, 우리는 상대의 작전을 역이용할 생각이네. 만약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테지.”
“역시 공작 각하이십니다!”
“기가 막힌 작전이군요. 정말 명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게일 공작을 향한 찬양이 들려왔다.
정말로 그동안 전쟁은 게일 공작이 혼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거기다 이번 작전에 대해선 전에도 설명했잖아.’
작전 회의가 있었던 건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비슷한 이야기를 한 탓에 저렇게 찬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마디로 귀족들은 작전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일 공작도 그 사실을 알기에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런 상태인데도 전황은 우리가 더 유리하다니.’
이걸 카인젤 왕국이 무능하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게일 공작이 유능하다고 해야 되나.
“참 우스운 모습들이지 않나, 반하르트 경.”
게일 공작을 둘러싸고 떠드는 귀족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튼 경. 안녕하십니까.”
“인사는 됐네. 지금 저 꼴을 보고 있자니 가볍게 인사할 기분이 들지 않는군.”
테드릭 이튼은 주변을 훑더니 혀를 찼다. 게일 공작에게 아양을 떠는 귀족 자제들의 모습이 불쾌한 모양이었다.
사실 입장만 놓고 보자면 그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만했다.
하지만 게일 공작과 달리, 항상 날이 서 있는 듯한 테드릭의 모습에 어지간한 이가 아니면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특히 이전의 중독사건 때문인지 테드릭을 범인으로 몰았던 귀족들은 설설 기며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내가 익힐 만한 능력이 하나만 있었어도 더 맘에 들었을 텐데, 참 아쉽단 말이야.’
테드릭 이튼은 훌륭한 기사였지만, 바이안과 달리 내가 얻을 만한 능력이 별로 없었다.
우선 이튼 후작가의 검술인 천상운검은 은성검과 달리 온전한 상태로 보전되었기에 함부로 사용하기도 힘들 뿐더러 익히기도 힘들었다.
은성검이야 어린 시절부터 데올릭가의 교류를 한 탓에 쉽게 익힐 수 있었지만, 천상운검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고로 내가 테드릭에게서 얻은 건 강자를 상대로 한 실전과 그의 지도 아래 한층 발전한 검술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정을 통해 얻은 지식이 조금 몸에 녹아든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소드 익스퍼트에 도달하는 것도 멀지 않았어.’
언젠가는 도달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경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리 나라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