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20화>
영웅의 가치(2)
“처음 저게 나타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마리아가 새치름한 눈으로 나를 흘기며 말했다.
……아마 상당한 소란이 있었겠지.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용이 나타났는데 무시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만약 같이 오신 키세아 씨가 아니었다면 큰 전투가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주의할게.”
“믿어 볼게요.”
믿는다 말하지만 마리아의 얼굴은 나를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여태 사고를 좀 쳤어야지.]‘사고라니,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래도 딱히 드래곤을 영지로 데려올 필요는 없잖아?]‘안 그랬음 죽여야 했을걸? 그러긴 좀 아깝잖아.’
내 말에 그란세시아는 기가 차다는 어조로 말했다.
[아깝긴! 그냥 저 가죽이나 뼈만 써도 도움이 됐을 텐데. ……하긴 어린 용이라 품질은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지만.]‘그렇지. 그러니까 우선 살려 두고 부려 먹는 편이 이득이야.’
세상 어디에 드래곤을 기르는 영지가 있단 말인가?
이것만으로 영지의 가치는 크게 올라갈 터였다.
거기다 아직 어려도 엄연히 성룡이다.
마법과 용언을 사용할 수 있으며, 먼 곳을 이동할 때는 드래곤을 이용해 이동할 수도 있었다.
사실 후자의 경우엔 마탑이 있으니 그다지 쓸 일은 없을 것 같다만, 그래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점이었다.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영지가 잘 유지된 것 같네.”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 칭찬에 마리아는 조금 부끄러웠는지 살며시 시선을 피했다.
‘영원한 소녀’라는 호칭을 가진 만큼 마리아의 외견은 마치 어린 동생을 보는 것 같아서 귀여운 부분이 있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는 마리아의 머리를 살살 토닥였다.
“……클레이는 저를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아, 미안.”
“후우, 네. 그래도 좀 더 칭찬해 주세요. 그동안 정말 힘들었으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냈던 마리아는 정에 약했다. 그 탓인지 이런 작은 칭찬해도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본인은 최대한 감추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금 싸우고 있는 둘에게도 가 봐야겠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음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그동안 이런 소음을 들으며 일했을 마리아를 생각하면 정말 미안할 따름이었다.
쾅! 콰쾅!
소리가 들린 쪽은 기사들의 훈련용으로 새로 시공해 둔 연무장이었다.
마리아와 함께 그곳으로 이동하자, 연무장에 모여 있는 다른 기사나 병사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 두 명은 왜 매번 저기서 싸우는 거야?”
“나도 몰라.”
이제는 익숙해진 듯 눈앞에서 소드 마스터 간의 격전이 벌어지는데도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어?’
연무장에 가까이가자 싸우고 있는 둘의 모습이 보였는데.
예상외로 연무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두 명은 테오와 키세아가 아니었다.
테오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불편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싸우는 두 명은 바로 키세아와 이안이었다.
“저 녀석은 왜 또 여기 있어?”
황당함에 무심코 중얼거리자, 둘의 검격이 우뚝 멈췄다. 아마 내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아, 클레이! 오랜만이에요!”
키세아는 상쾌한 얼굴로 쪼르르 달려와 내게 방긋 웃었다.
반면 이안은 상당히 초췌한 얼굴이었다.
“키세아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황녀 전하의 명이 있었다.”
“황녀 전하의?”
“그래.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테니 자신을 대신하여 널 도우라고 하시더군.”
그러고 보니 리야가 우리 저택에 머문 건 제노바의 주인을 돕고 지킨다는 이유였다.
자신이 제국에 갈 일이 생기니 대신 이안에게 일을 맡겨 둔 모양이다.
‘그럼 지금 우리 영지에 소드 마스터만 셋, 아니 나까지 네 명인가?’
뭐지? 이거 제국보다도 소드 마스터가 많은데?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사기인 것 같았다.
“앗! 가주님이다!”
“반하르트 백작님이 돌아오셨다!”
내가 연무장에 나타나자, 기사와 병사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 숫자는 내가 영지를 떠나기 전보다 확연히 늘어 있었다.
“이것도 제가 우선 최소 인원만 추린 겁니다. 아직 대기 인원은 산만큼 있으니까요.”
“그 정도야?”
“네. 아까 서류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클레이가 칠영웅이 된 이후에는 하루에 지원 서류가 백 통이 넘게 오는 판입니다.”
칠영웅의 이름값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영지에 기사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자들이 이렇게 많아질 줄이야. 감개무량하면서도 상당히 난감한 문제였다.
‘이대로 두면 계속 지원 서류가 물밀듯이 올 텐데.’
이대로 두면 지원자들이 보낸 서류를 훑어보느라 다른 일을 하기 힘들 테니까.
어찌 보면 내가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키세아는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옷깃을 잡고 살며시 잡아당겼다.
그러자 마리아의 눈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그녀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
“클레이, 기다렸어요!”
“날 기다려?”
“네. 칠웅회합에선 제대로 싸워 보지 못했으니…… 한번 겨뤄 보고 싶었거든요.”
이전의 겁 많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자색, 혹은 적색으로 일렁이며 히죽 웃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에 이안이 움찔했고, 테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네.’
검을 손에 쥔 키세아는 살의로 점철된 인간이다.
물론 그것을 잘 통제하고는 있지만, 그 귀기 어린 모습은 솔직히 평범한 사람들에겐 공포를 유발하기 쉽다.
“나중에.”
“네?”
“우선 쌓인 일부터 정리해야 돼서.”
짤막하게 답하자 키세아는 조금 아쉬운 눈치였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
“알겠어요.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요.”
……시간은 많아?
얘는 대체 언제까지 우리 영지에서 머물 생각인 거지?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 키세아는 배시시 웃었다.
“여기엔 클레이 말고도 저와 놀아 줄 사람이 많은걸요.”
그런 그녀의 웃음에 이안과 테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연무장에 울려 퍼지는 소음의 주범은 키세아였던 모양이다.
* * *
「내 레어는 아직이야? 좀 더 빨리빨리 해 봐!」
“그,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까 드래곤이 날아간 방향을 따라 이동하자, 이번에는 웅크려 앉은 드래곤이 수많은 인부들을 다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 굳이 저놈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거야?”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지 않나요.”
내 질문에 마리아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답했다.
마리아의 말에 따르면 저놈은 우리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자기가 머물 장소를 요구했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장소는 저택 인근의 뒷산으로, 마리아로선 얌전히 용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내 명령 없이는 어떤 사람도 해할 수 없으니 마음에 안 들면 좀 때려도 돼.”
“제 손으론 아무리 두드려도 용의 비늘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거예요.”
투덜거리는 마리아의 말에 한층 미안한 마음이 가중됐다.
처음 드래곤을 목격했을 때 마리아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하면…….
“야.”
나는 미안해진 마음에 괜히 드래곤을 큰 소리로 부르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누가 나를…… 헉?!」
녀석은 나를 보더니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머리를 낮췄다.
「오, 오셨어요,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네 형님이야.”
굽실거리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진짜 이 녀석 드래곤은 맞는 거겠지?
마리아도 황당했는지 입을 살며시 벌리며 놀라고 있었다.
“너 마리아한테 집 내놓으라고 말했다며?”
「제가요? 에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저도 잘 곳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잘 곳만 좀 만들어 달라고 했죠.」
말은 아주 청산유수다.
하지만 녀석의 머리가 워낙 높은 곳에 있어서 계속 대화하려니 목이 좀 아팠다.
내가 손을 들어 뒷목을 주물거리자, 녀석은 화들짝 놀라며 번쩍 모습을 빛냈다.
“제가 덩치가 커서 형님을 불편하게 했네요. 이러면 괜찮죠?”
반짝이던 빛이 사라지자, 내 앞에는 흑발의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마리아와 비슷한 정도라고 해야 되나.
양 관자놀이에는 리야와 비슷한 뿔이 자라 있었는데, 리야와 달리 마치 양의 뿔처럼 돌돌 말려 있었다.
“사회생활 잘하네요.”
마리아는 살짝 놀란 듯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할 줄이야.
“……근데 너 암컷이었냐?”
“네.”
“그럼 왜 형님이라고 불러.”
“그 편이 좀 더 극진한 느낌이 들잖아요.”
용들의 감성은 잘 모르겠다.
하긴 유희하다가 말아먹었다고 깽판을 친 드래곤 녀석이니 감성이 좀 남다른 놈일지도 모른다.
보통 드래곤들은 유희를 하다가 말아먹으면 그냥 본인의 영토로 돌아갈 뿐, 특별히 깽판을 부리거나 하진 않으니까.
좋게 말하면 인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이상한 놈이었다.
“근데 클레이, 이 드래곤…… 의 이름은 뭔가요?”
마리아는 녀석을 드래곤님, 이라고 지칭하려 했던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 이상한 모습을 보면 드래곤에 대한 환상은 다 깨지겠지.
솔직히 말해서 리야가 훨씬 드래곤 같은 느낌이다.
“메르사야라고 했던 것 같은데.”
“네, 맞아요. 그냥 사야라고 부르셔도 돼요, 형님.”
계속해서 형님형님 거리는 녀석의 말이 거슬렸다.
용의 모습일 때도 이상했는데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이러니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라.”
“네? 그럼 클레이 님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되도록 님 자도 뺐으면 좋겠는데.”
주변에서 보면 대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건 어려워요. 이미 계약을 맺었으니 저는 형님에게 존칭을 해야만 합니다.”
여태 가벼운 얼굴과 달리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얼굴은 상당히 진지했다.
나는 다르샤에서 녀석의 목숨을 살리는 대신 용언으로 하나의 계약을 걸었다.
나에게 귀속되어 따르며, 나의 명령 없이는 어떤 인간도 해할 수 없도록 말이다.
이 계약은 내가 목숨을 잃을 때까지 계속된다.
드래곤의 입장에선 하찮은 인간에게 복종하게 되는 일이니 적당히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녀석이 사람들을 살육했다면 달랐겠지만, 대충 데리고 노느라 그나마 살인은 면한 탓에 이 정도로 그친 거다.
“그럼 메르사야는 계속 영지에 머물게 되는 거죠?”
“그렇지.”
“그럼 식비는…….”
아무래도 마리아는 그 점이 가장 걱정된 모양이다.
확실히 거대한 덩치를 가진 용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드래곤의 주식은 마력인 터라, 특별히 물질적인 식사가 필요하지 않아요.”
“아, 그래?”
“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랜 시간 유희를 즐기는 드래곤들은 전부 아사했을 거예요.”
생각해 보니 그렇네.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아는 한결 안도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너 다른 인부들 괜히 다그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물론이죠. 가족처럼 곁에 있을 생각이에요.”
가족처럼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이제 대충 메르사야 쪽도 확인했고…….’
아마 게으른 드래곤의 특성상 메르사야는 레어만 만들어 주면 거기서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테오나 키세아 쪽을 다루는 게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그쪽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될 것이다.
‘그럼 남은 건…….’
* * *
“서헨즈는 현재 동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제이드는 내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서류에는 칠웅회합 이후, 서헨즈의 행적에 대해 적혀있었다.
“동쪽? 그럼 세트람이 있는 쪽이잖아?”
“네. 세트람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족과의 문제에 도움을 주러 간 것 같습니다.”
마족과 세트람.
둘 다 내게는 여러 가지로 얽힌 구석이 있는 터라 생각이 복잡해졌다.
[근데 왜 서헨즈는 찾는 거야?]‘본래 서헨즈가 간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어야 하니까.’
하지만 도중 칠웅회합이 열린 터라, 서헨즈는 임무 도중 티라리스산에 들렀던 것이다.
그러니 칠웅회합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떠났던 거겠지.
‘그럼 정황상 파비안과 키세아가 만났던 장소는 세트람 인근이었을 확률이 높군.’
물론 테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헨즈를 쫓아 세트람으로 가자니 여러모로 걸리는 점이 많았다.
‘이단자라고 했던가.’
분명 세트람은 나를 감시하고, 또한 적으로 보는 게 분명했다.
[그럼 아텔가에 들러서 조금 도움을 받아 보는 게 어때?]‘아텔가?’
그란세시아의 말에 문득 미셸이 떠올랐다.
제르타가 분명 미셸은 아텔가의 저택에 유폐되었다고 했었지.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세트람은 뭔가 구린 느낌이 들었다.
분명 원작에서도 어떤 사건에 얽혀 있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