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1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21화>
영지 관리(1)
[아무튼 세트람에 접근할 생각이라면 여러모로 준비를 해 두는 편이 좋을 거야.]나는 그런 그란세시아의 말에 묘한 눈으로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응시했다.
‘설마 너, 나 걱정하는 거냐?’
[왜, 뭐. 난 너 걱정하면 안 돼?]약간 부끄러웠는지 그란세시아의 목소리는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 점이 우스웠지만, 동시에 그란세시아가 이토록 경계하는 것도 의외였다. 평소의 그란세시아라면 상대가 누구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건 아마 그녀가 이룬 지고의 경지에서 나오는 자신감일 테지.
하지만 세트람의 경우엔 그런 그란시세아조차 꺼려 하고 있다는 거다.
‘이단 심문관 때문이냐?’
[그것도 그렇지만…… 알타이르가 지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커. 함부로 지상에 내려올 수는 없지만, 교황을 매개체로 상당한 권능을 발휘할 수 있거든.]교황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들은 적 있다.
세트람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교황, 혹은 성황이라 불리는 자.
그는 본인이 가진 신성력도 대단하지만 주신 알타이르의 대리자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주신의 힘을 본인의 육신에 강신시켜 권능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신의 힘을 견디는 건 보통 불가능한 일이기에, 아무리 교황이라고 해도 목숨을 걸고 사용해야 되지만…….
[……그리고 기억이 흐릿해.]‘뭐?’
[예전에는 내가 왜 반지 속에 있는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난 뒤에는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돼.]그녀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내 육신은 여전히 남아 있고,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은 채 긴 세월을 이렇게 보냈어. 왜 일까? 설령 알타이르라고 해도 내게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데. 왜 나는 어째서 반지 속에 갇히게 된 거지?]‘요즘 가끔 말이 없던 게 그 때문이냐?’
[응, 맞아. 이래 봬도 요즘 꽤 진지했어.]혼자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나.
데미안과 만난 이후로 그란세시아는 자주 사색에 잠기곤 했다.
아마 내게 말은 하지 않아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백작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때, 조용히 내 말을 기다리던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바로 서헨즈를 쫓을 것인지, 혹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묻는 것 같았다.
“세트람에 가긴 가야지.”
“그럼 언제 가실 생각입니까?”
“가긴 바로 갈 거야.”
“생각보다 빠르시군요.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움직이시다니.”
제이드는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잠깐 다녀올 건데 뭘.”
“네?”
“그냥 근처까지 한번 날아갔다 오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의아한 얼굴로 묻는 제이드였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티라리스산에는 특별한 시놉시스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몇몇 인물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키세아, 테오, 그리고 서헨즈의 설정에는 다음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이 일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가 가을이라는 점.’
이제 겨우 초여름에 진입한 참이니 가을이 되려면 족히 몇 달은 여유가 있었다.
[가을? 생각보다 한참 남았네?]‘파비안도 강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원작에선 지금쯤이면 파비안이 데미안과 헤어진 직후.
데미안에게서 배운 단월신검을 한창 익혀야 할 시기다.
아마 파비안은 서헨즈의 도움으로 보다 빠르게 단월신검을 익혔을 게 분명했다.
칠영웅인 그라면 파비안에게 검술을 가르치기 충분했을 테니까.
아마 테오와 키세아는 그 과정에서 만난 거라 예상됐다.
‘그렇다 해도 한번 시놉시스를 확인해 보는 게 가장 확실할 테지.’
내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제이드는 여전히 아리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세트람은 잠깐 다녀온다고 하기엔 너무 멀지 않습니까? 뭣보다 세트람의 인근에 있는 마탑들은 사제들이 엄격히 관리하는 터라 쉽게 들어갈 수도 없을 텐데요?”
말이 세트람 인근이지, 사실상 세트람의 영향력에 닿는 모든 지역이다.
간단히 말해 동부 대륙 전체는 일일이 세트람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마탑을 이용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세트람까지 가려면 족히 한 달은 잡아야만 했다.
“그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3일이면 충분하니까.”
“네? 아니, 잠깐…….”
의아한 얼굴로 대답하던 제이드는 그 작은 실눈을 살며시 뜨며 당혹한 시선을 보냈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제이드는 우리 영지에 온 새로운 손님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설마, 아니죠?”
물론 그가 예상하는 그 설마가 맞았다.
* * *
신성왕국 세트람.
사실상 아스크탈린 제국을 제외한다면 대륙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왕국이며, 동부 대륙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인 나라다.
무서운 점은 자신들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닿는 동부 대륙만이 아니라, 대륙 전역에 ‘교단’을 통해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대륙의 패자라고 할 수 있는 제국조차 세트람은 쉬이 건드리지 못했다.
“제르타 경이 설마 순교하실 줄은 몰랐는데.”
“분명 칠영웅들이 뭔가 수를 쓴 거겠지. 그런 세속적인 집단은 믿을 게 못 돼.”
세트람 인근의 마탑들은 모두 사제들에게 통제를 받았는데, 마탑마다 성기사와 사제 몇이 상주하고 있었다.
혹시나 세트람에 숨어들 쥐새끼와 이단자들을 색출하기 위함이다.
마탑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성기사 하나가 하늘에서 날아오는 뭔가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응? 저건 뭐지? 새인가?”
성기사는 맑은 하늘을 뚫어져라 보았다.
처음에는 작은 새인 줄 알았던 무언가가, 어쩐지 가까이 다가올수록 점점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저건!”
“드래곤이다! 드, 드래곤이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세트람의 정예라 불리는 성기사지만, 그들도 결국 드래곤의 앞에서는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성기사들은 혼비백산하며 혹시 모를 드래곤의 공격에 대비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때까지 그들은 몸을 떨며 손에 쥔 검을 꽉 움켜쥐었다.
“……?”
그러나 드래곤은 마탑을 위를 그냥 스쳐 지나가 세트람 왕국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성기사는 황급히 세트람의 본성으로 연락을 보냈다.
“비상! 드래곤이 세트람의 본성으로 날아갔습니다! 비상, 비상!”
드래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흔히 마룡이라 분류되는 드래곤은 때때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성기사들은 세트람의 전역에 비상을 때렸고, 당연히 세트람 전체는 크게 소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 * *
“짜식들, 놀라기는.”
그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나는 드래곤의 위에서 느긋하게 경치를 관람하고 있었다.
[……이래서 드래곤을 데려온 거야?]“뭐,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마침 써먹기 좋을 것 같아서.”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탄다는 건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특히 밑에서 우왕좌왕하며 경종을 울리는 세트람의 사제들을 보자면 실소가 나왔다.
「형님, 아니 클레이 님. 어떠세요? 좀 편안하세요?」
“그래, 이대로만 가자. 쭉 날아가서 세트람 본성 상공 위에 잠깐 들렀다가 오자고.”
나는 메르사야의 등 위에서 계속 시놉시스를 살폈다.
혹시 놓친 내용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과연. 역시 그랬어.’
[역시 그렇다니?]‘네 말대로 알타이르는 적이야.’
주신 알타이르.
인류를 수호하는 신…… 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는 달랐다.
‘아무래도 신전에서 최근 뒤가 구린 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
서헨즈가 세트람으로 향한 건 마족과의 문제도 문제지만, 세트람의 움직임을 살펴보기 위함도 있었다.
알타이르 교단은 최근 성기사의 수를 늘리고, 특별한 비술을 그들에게 실험하고 있었다.
‘성전무구를 일반 기사들에게도 적용시키려 한 건가.’
[뭐? 평범한 기사들은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죽을 텐데?]‘위력을 약화시킨 거겠지. 신의 힘으로 포장하며, 성기사들의 육신에 계속해서 그것을 새긴 모양이야.’
[미쳤어.]그란세시아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알타이르 교단이 그렇게까지 타락한 거야?]‘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교황과 알타이르의 의도일 테지. 평범한 사제나 성기사들은 그 둘의 의도를 모르고 조종당하고 있는 거고.’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대륙 전체를 일신교, 말하자면 완전히 알타이르의 수족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왜? 뭐가 또 있는 거야?]‘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무언가 더 있는 건 분명해.’
더 자세한 내용은 세트람 본성까지 가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본성 인근에 도달하자 메르사야의 비행 속도가 느려졌다.
「더는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응?”
비행하던 메르사야가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제야 나는 세트람 인근에 펼쳐진 결계를 확인했다.
‘전달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네.’
세트람은 통신 마법이 발달했다고 하더니, 정말인 모양이다.
‘여기까지군.’
여기서 무리하게 들어갔다가 내가 드래곤 위에 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상당히 난감해졌다.
‘그래도 중요한 건 대부분 확인했으니.’
특히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는 확인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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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73화, ‘미셸의 도움’
274~280화, ‘아홉 번째 재해, 신재(神災) 알타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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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홉 번째 재해에 대한 에피소드.
설마하니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존재인 재해에, 신이라 불리는 알타이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정보에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했다.
“메르사야, 돌아가자.”
「넵!」
메르사야는 세트람 본성 인근에서 힘차게 선회하며 자신을 뽐낸 뒤, 반하르트 영지 쪽으로 날아갔다.
* * *
최근 반하르트령에는 왕래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칠영웅이 영주로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부터 반하르트 영지에는 기사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대다수의 기사들은 외면했다.
아무리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곳이라고 해도 한번 몰락했던 귀족의 영지에 가는 게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반하르트령의 영주인 클레이 반하르트는 사실상 탈루아 왕국의 실세나 마찬가지였으며, 이제는 칠영웅까지 되어 버렸다.
칠영웅 휘하의 기사가 된다는 영광.
모든 기사들, 특히 기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탈루아에선 더없는 영광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반하르트령에서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기사들이나, 한가락 한다는 용병들이 죄다 모여들기 시작했다.
“호명하는 인원들을 앞으로 나와 주세요.”
물론, 이곳에 온 모든 기사들이 반하르트령의 기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대다수의 기사는 엄격한 서류 심사 아래에서 1차적으로 걸러졌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수였다.
“좋아, 됐다!”
한 기사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들뜬 발걸음으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몇몇 기사들은 그런 기사들을 보며 불쾌한 시선을 보냈다. 모두가 심사에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봐, 아가씨. 나는 내가 떨어진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데?”
딱 봐도 거친 인상을 가진 사내가 단상에 서 있는 마리아를 향해 소리쳤다.
외견으로 보아 뼈가 굵은 용병인 게 분명했다.
그는 어린 외견을 지닌 마리아를 얕잡아 보며 거칠게 일어섰다.
“앉아.”
그때, 마리아의 곁에 서 있던 수인족 사내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당연히 용병은 수인족 사내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 고작 수인족 나부랭이가 지금 어디서…… 컥!!”
용병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무언가에 얻어맞고 수 미터를 휙 날아갔다.
그러자 웅성이던 주변이 단번에 고요해졌다.
“소, 소드 마스터다.”
보통 왕국에 하나밖에 없다는 소드 마스터가 저 소녀를 호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