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30화>
습격(2)
“자자, 이것도 먹어 보라고. 어때? 맛있지?”
“음,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내 공물에 걸맞구나.”
“상당히 뜨거웠을 텐데 잘 먹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른다니까!”
“나는 사람이…… 에이, 몰라.”
이단심문관들이 물러나자, 우리들은 다시 술집으로 돌아와 다시 거하게 술판을 벌였다.
용병들은 방금 전보다 훨씬 흥분해선 거의 입에 술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런 용병들의 중앙에는 메르사야가 떡하니 앉아 그들이 건네주는 음식들을 받아먹고 있었다.
본인 딴에는 사람들의 경배를 받는 게 썩 기분이 좋았는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모자란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게 저런 건가.]‘에이, 용병들의 입장에선 어린 여동생이나 귀여운 딸처럼 생각하는 걸 수도 있지.’
머리가 좀 모자란 아이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메르사야 본인은 그 사실을 잘 몰랐다.
반면 키세아나 이안은 내심 이단심문관과 싸울 기회를 놓쳐서인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 실망하지 말라고. 어차피 기회는 또 오게 될 것 같으니까.”
그런 둘의 기색을 읽었는지 서헨즈가 거대한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곤 내게 시선을 돌리며 피식 웃었다.
“뭐, 너라면 이미 짐작하고 있을 테지만.”
“저를 너무 과하게 평가하시는군요.”
“과하기는, 네가 여태 벌인 짓들을 봐라.”
서헨즈는 내 말이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는지 무척이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티아에게 들었던 일까지 생각하면……. 됐다, 이건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그보다 어쩔 거야?”
“이단심문관들 말입니까?”
“그래, 그렇게 거하게 도발했으니 놈들이 아주 이를 갈고 있을 텐데.”
그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놈들은 도발을 하지 않았어도 일을 벌일 녀석들이다. 차라리 알기 쉽게 적의를 보이는 편이 나았다.
“물론 조심해야겠죠. 아마 놈들은 서헨즈를 노리리라 생각합니다.”
“……나보단 널 노리지 않을까?”
“저도 겸사겸사 노릴지도 모르지만요.”
이번 도발로 나에 대한 적의가 강해졌으니 나도 표적에 들어왔을 수 있다.
하지만 통로에 들어가는 이단심문관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이상,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애초에 이쪽은 소드 마스터가 넷에 드래곤 하나인데.’
라고 여유롭게 말하고 싶지만 상대도 소드 마스터가 넷이었다.
그나마 한 명을 메르사야가 처리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다섯 명 전부 소드 마스터가 될 뻔했다.
‘근데……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던데.’
메르사야와 싸웠던 소드 마스터는 아무리 상대에 대해 방심을 했다곤 하지만, 너무 약했다.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단순히 마력량이 많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즉 마력이 없다 해도 남들과는 다른 것이 소드 마스터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메르사야의 공격을 그리 간단히 허용하다니…….
[그보다 어떻게 소드 마스터를 그만큼이나 데리고 있는 건지 이상하지 않아?]‘하긴 제르타나 그 자리에 없던 자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소드 마스터가 일곱 이상인 셈이니. 뭐, 놈들이 무슨 의도를 숨기고 있건 간에…….’
내일이면 모두 드러날 터였다.
예상대로라면 반드시 마족의 통로에서 수작을 걸어올 테니까.
* * *
다음 날, 우리는 바로 마족의 통로로 향했다.
통로에는 이미 이단심문관 열 명이 진을 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한 번 훑어본 서헨즈가 눈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설마 약속을 깰 생각은 아니겠지?”
“우리는 아무리 불합리한 약속이라도 어기지 않는다.”
애초에 다섯이 죄다 메르사야에게 발린 건 전부 자기네들이 먼저 비겁한 제안을 한 탓이었지만, 놈들은 진심으로 자기들이 우리들의 속임수에 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흥, 가소롭군. 약해 빠진 인간 놈들 주제에.”
루엠의 말에 메르사야가 빈정거리며 혼잣말을 하자, 녀석의 시선이 휙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그 꼬마의 언행이 신경쓰이더군. 평범한 아이의 언행이 아니던데…….”
날카롭게 노려보는 루엠의 시선에 비웃던 메르사야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 이단인가? 생각해 보면 그 나이에 그런 실력을 가진 것도 이상해.”
녀석은 차분한 인상의 사내였지만, 눈만큼은 묘한 광기로 번들거렸다. 특히 지금처럼 타인을 노려볼 때는 그런 점이 더더욱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이, 이단 아닌데요…….”
그런 루엠의 모습에 괜히 쫄았는지 메르사야가 슬쩍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뒤에 숨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메르사야는 은근히 겁이 많고 소심했다.
“이봐! 우리 애가 조금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걸 빌미로 이단으로 삼는 건가!”
“네놈들이 그러고도 사제냐! 앙? 아픈 아이면 오히려 도와줘야 할 거 아냐!”
루엠이 메르사야를 겁박한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용병들이 메르사야의 앞에 서서 벽을 만들었다.
메르사야는 그런 용병들의 모습에 내심 감격한 얼굴이었지만, 이어진 용병들의 말에 약간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저거 멕이는 거 맞지?]‘용병들은 진심으로 메르사야를 도와주려는 것 같긴 한데…….’
다들 메르사야를 귀여워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아마.
“……좋다. 당장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통로에 대한 조사는 우리가 주도하도록 한다.”
“뭐……!”
루엠의 말에 다른 용병들이 재차 크게 반박하려 했지만, 서헨즈는 손을 들어 그들을 단번에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마음대로 해라.”
“형님?!”
“우리는 어디까지나 의뢰를 받은 입장이니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좋은 거지.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
능숙하게 받아넘기는 서헨즈의 모습에 루엠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칠영웅이로군. 공과 사를 구분하는 모습이 아주 좋아.”
당연히 용병들 몇몇은 이를 부드득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차마 직접적으로 항의를 하지는 못했다.
“……이러면 됐겠지?”
“예.”
먼저 통로 안으로 들어가는 루엠을 지켜보며 서헨즈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먼저 하고 싶은 대로 해 두는 게 알기 쉬우니까요.”
“하, 이제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귀찮게 됐군.”
“어차피 금방 본색을 드러내리라 생각합니다.”
시놉시스에서 본 내용대로라면 말이다.
우리는 저마다 시선을 마주친 뒤 이단심문관들의 뒤를 쫓아 통로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된 것이다.
* * *
“하압!”
루엠의 기합성과 함께 달려들던 마물이 반토막 나며 쓰러졌다.
수상쩍긴 하지만 이단심문관들은 확실히 마족의 통로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내가 신혈로 무쌍을 펼쳤던 것처럼, 그들의 마력에도 일정량의 신성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마물들은 이단심문관들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칫.”
용병들은 그런 이단심문관들을 보며 짧게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실력은 진짜야.”
“대체 세트람은 어떻게 저런 자들을 무수히 육성한 건지 모르겠군.”
이단심문관들과 함께 마족의 통로를 수색하기 시작한 지도 5일이 흘렀다.
놀랍게도 녀석들은 그 이틀 동안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묵묵히 통로를 수색할 뿐이었다.
이쯤 되자 용병들도 이단심문관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옅어진 게 느껴졌다.
‘이러니 서헨즈나 파비안이 별 의심 없이 있다가 당한 거겠지.’
솔직히 나도 시놉시스의 내용이 아니라면 방심했을지도 모른다. 당장 서헨즈만 해도 저들이 정말 자신들의 적인지 헷갈리는 눈치였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뭐야, 문제가 또 있어?]‘어. 본래라면 슬슬 마족이 나왔어야 하거든.’
현재 우리가 있는 장소는 5층 구역이다.
5일 동안 4층에서 5층까지 수색했으니 무척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하네, 왜 안 보이지?’
원작에선 마족의 통로를 빠른 속도로 주파하는 주인공들 일행의 앞에 마족이 나타난다.
[전에 물어봤던 그거 말하는 거지? 마족의 통로에 있을 법한 마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물었잖아.]‘뭐, 그때는 정확한 시놉시스를 확인하긴 전이었지만 말이야.’
아무튼 시놉시스에도 마족의 정확한 수준은 나와 있지 않았다.
시놉시스 막바지에 적혀 있을 뿐이고, 다음 화에는 ‘마족을 격퇴한 이후, 이단심문관에게 습격을 받은’ 시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마족의 등장과 싸움은 사실상 이단심문관들의 습격을 알리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족이 등장하지 않으니 어느 시점에서 이단심문관들이 배신할지 알기 힘들었다.
“근처에 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이단심문관 중 한 명이 루엠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살짝 당황했다.
‘핵이라고?’
원작에서는 핵이 어디에 있는지 애초에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핵을 찾기 전에 이단심문관들에게 기습을 당하여 통로에서 도망쳤기 때문이다.
이후, 파비안은 세트람의 추격대를 피해 어느 계곡까지 도달하게 된다.
“좋다. 그곳으로 안내해라. 곧 이 지겨운 수색도 끝날 것 같군.”
루엠은 그저 사무적으로 대답하며 그 이단심문관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특별히 이상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확실히…… 제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르군요.”
서헨즈는 내가 이야기했던 것과 이단심문관의 반응이 다르자 의아한 눈치였다.
“뭐, 네가 잘못 알 수도 있는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나는 게 가장 좋으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기분이었다. 마치 뭔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마물들의 움직임이 좀 이상하군.”
그런 내게 이안이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
“마물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우리를 습격하기 위해 오던 녀석들의 이동 방향이 미묘하게 틀어졌다. 마치…….”
“잠깐만. 내가 한번 직접 봐 볼게.”
이안의 감지 능력은 우리 중에서 제일이지만, 이젠 나도 어느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었다.
마력을 방사하고 마물의 움직임을 느낀다. 그리고 약간 미묘한 구석이 있으면 통찰안을 통해 자세히 확인했다.
“이봐! 어서 안 오고 뭐하는 거냐!”
앞서가던 이단심문관들이 우리를 다그쳤다.
그제야 우리들은 핵이 발견되었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나는 이동하며 계속 마력을 감지했고, 통찰안을 통해 여러 가지 것들을 보았다.
“이 벽 반대편에 공간이 있습니다. 핵은 아마 그곳에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허셀, 잘했다.”
루엠은 이 공간을 발견한 부하에게 칭찬하며 검을 빼 들고 벽을 후려쳤다.
그러자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허셀이라는 이단심문관의 말처럼 텅 빈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통로의 핵인가?”
누군가가 그것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공동의 가운데에는 보라색으로 빛을 발하는 둥근 구체가 떠 있었다.
요사스러운 마기가 지속적으로 통로에 퍼져 나가며 몬스터들을 탄생시키고, 마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유지시킨다.
핵에는 투명한 장벽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을 만큼 견고해 보였다.
“어떤가? 특별히 그쪽이 마무리할 기회를 주지.”
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 루엠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당연히 서헨즈로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호오, 갑자기 왜 친절하게 나오시나?”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통로를 파괴하는 것. 누가 하든 하등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 말만 들으면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됐다. 우리는 그냥 지켜나 볼 테니 그쪽이 알아서 마무리나 잘하쇼.”
“훗, 좋다.”
루엠은 별다른 미련도 내보이지 않고 이단심문관들과 함께 핵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핵을 파괴하기 위해 검을 치켜든 순간.
서헨즈의 그림자가 크게 일렁였다.
카아앙!
“갑자기 뭐야?!”
그림자에서 검은 칼날이 튀어나오며 서헨즈의 허리춤으로 쇄도했고, 그것을 서헨즈는 간단히 분쇄시키며 옆으로 뛰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어떤 것’의 기척에 서헨즈는 눈을 찡그렸다.
“그래, 이제야 마족들이 나타나셨다 이 말이군.”
핵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들이 일렁이며 일곱의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를 막고 있었다.
“젠장! 마족 놈들이 하필 이 순간을 노릴 줄이야!”
루엠은 크게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다른 이단심문관들도 당황한 얼굴로 저마다 무기를 쥐며 긴장한 낯빛을 내비쳤다.
“어차피 우리의 뒤에는 핵이 있다! 놈들도 쉽사리 우리에게 덤벼들진 못할 거다!”
핵을 파괴하면 통로는 대략 한 시간 내에 완전히 붕괴한다.
즉, 핵을 파괴하면 전투를 벌일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핵을 중심으로 놈들의 공세를 버텨야 한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
핵의 근처에서 싸운다면 마족들도 우리에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 없을 것이다.
자칫했다가 핵이 부서지면 다 함께 생매장이 되어 버리는 구도였으니까.
그러니 루엠의 말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전략이었다.
서헨즈도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였다.
“과연.”
물론 나는 아니었다.
그저 모호하게 웃으며 루엠을 바라볼 뿐이었다.
“네놈, 뭐하는 거냐! 눈앞에 마족이 나타났는데!”
“연기는 그만해라.”
“뭐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족들과 이단심문관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애초에 그거 진짜 핵도 아니잖나.”
“……!”
내 말에 루엠의 눈이 살짝 떠졌다.
이곳으로 오며 나는 이미 마족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단순한 기척으론 느낄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그림자 일족’이 이동하는 걸 통찰안으로 본 전적이 있었으니까.
“괜히 따로따로 구분하고 있었군.”
나는 차분히 한숨을 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처음 시놉시스를 확인했을 때, 나는 파비안의 일행이 마족과 싸우는 틈을 노려 이단심문관이 습격한 줄 알았다.
분명 그 추측은 맞았다.
단지 사소한 점이 조금 틀렸다.
“처음부터 둘이 같은 편이었을 줄이야.”
이 마족의 통로에 존재하는 마족들과 이단심문관들은 같은 편이었다.
둘을 구분 짓는 건 애초부터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