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34화>
134. 탈출(3)
“당장 저 이단들을 죽여라!”
“루엠 경의 원수!”
우리는 최대한 조용히 마족의 통로를 빠져나와 린켄을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이단심문관들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을뿐더러, 린켄의 사병까지 끌어들여 우리를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대기하고 있었네.’
[한 이단심문관이 당하면 다른 이단심문관들도 알게 된다고 했잖아.]아무튼 목표했던 바와 달리 조용히 빠져나가는 건 어려워졌다. 그 탓에 서헨즈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이거 이제부턴 세트람의 영역에선 용병 짓도 못하겠구만.”
“그런 건 우선 빠져나간 뒤 생각하죠.”
입구에 나오자마자 덮쳐 온 이단심문관 둘과 린켄의 사병들은 쓰러트렸지만, 당연히 그게 끝일 리가 없었다.
아직 이단심문관들은 셋이 더 남은 상황이었고, 놈들은 더 많은 린켄의 사병들을 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포위라도 되면 난감해지니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자고.”
“저도 마침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통로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차피 나는 따로 갈 곳이 있었다.
다른 용병들을 잔뜩 데리고 있는 서헨즈가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알아서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냥 용으로 변해서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건 일단 아껴 두자고.”
메르사야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건 정말 비장의 수단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직 비장의 수를 드러낼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잡아라!”
우르르 몰려드는 사병들의 모습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솔직히 현 상황에선 이단심문관보다 린켄의 사병들이 더욱 거슬렸다. 거리낌 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이단심문과들과 달리, 사병들에겐 함부로 손을 쓰기 힘든 탓이었다.
자의가 아닌, 세트람이라는 타의에 의해서 억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인 저들에게 쉽사리 공격하기 어려웠다.
“그냥 반만 죽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무서운 소리하지 마라.”
적당히 힘을 빼고 상대하는 게 성가셨는지 키세아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이 녀석은 지금 제정신으로 묻는 건가.
‘조금만 귀찮으면 될 일인데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지.’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생각이었다.
무수한 사병과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을 지닌 이단심문관을 앞에 두고 이토록 오만하다니.
“내가 길을 열지. 괜히 일 벌이지 말고 잘 따라오기나 해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카캉! 캉!
“헉?!”
“마, 말도 안 돼. 괴물이잖아!”
딱히 주먹을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병사들의 검은 그냥 맨몸으로 받아 내도 도리어 검이 부러질 정도였으니까.
극검의 힘을 사용 후, 성천무극을 운용하게 되면 나의 육신은 평범한 인간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인해진다.
애초에 주먹으로 창칼을 다루는 자들과 싸우려면 육신의 강도를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달려 나간다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저, 저놈을 멈…… 크아악!”
쾅쾅쾅쾅!
앞에 있는 사병들을 대충 부딪치기만 해도 나가떨어졌다.
그나마 이것도 되도록 살살 부딪친 거다. 사병의 끝에 서 있던 이단심문관은 내 어깨에 충돌하자 붕 날아가며 벽에 처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무수히 쓰러진 사병들과 부서진 돌바닥과 벽만이 남게 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사병들은 차마 덤벼들 생각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길을 터 줬다.
“평소에 검은 대체 왜 쓰는 거예요?”
그 광경을 본 키세아가 그녀답지 않게 조심스레 물었다. 평소에도 늘 장난스레 묻던 말이었기에 나는 대충 대답했다.
“멋있잖아.”
“……과연 그럴 줄 알았어요.”
내 농담에 키세아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도리어 내가 황당해졌다.
“야. 당연히 농담이지. 너 설마 진심으로 물어본 거냐?”
“네? 농담이었어요? 전 당연히 진심인 줄…….”
당황한 그녀의 얼굴로 보니 조금 울적해졌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검을 단련한 기간이 권법보다 훨씬 길었으니까.
‘돌아가면 일륜지천검 맹훈련이다!’
성천무극도 성천무극이지만 이래서야 데미안을 볼 낯이 없었다.
나는 괜히 까칠한 어조로 키세아에게 말했다.
“어쨌든 서둘러라. 여기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더 까다로워질 거다.”
“네. 근데 설마 삐진 건 아니죠?”
“시끄러.”
깔깔 웃는 키세아를 뒤로 하며 뒤늦게 몰려드는 사병들을 돌파했다.
그렇게 30분.
우리는 린켄을 성공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교황 비올레트는 현재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다.
어제 있었던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그놈은 대체 뭐였지?’
마지막까지 여유로웠던 한 남자.
마족의 통로에 있던 핵은 칠영웅인 서헨즈를 죽이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루엠의 생명을 쏟아부은 탓에 그 위력은 본래의 수배일 터.’
설령 소드 마스터, 나아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할지라도 핵이 폭발하게 된다면 무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해할 수 없군.’
그런 핵의 앞에서도 별것 아니라는 듯 지껄이던 남자. 결국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비올레트는 끝까지 볼 수 없었다.
핵이 폭발하며 루엠의 육신이 증발해 버린 탓이다.
“성하, 린켄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그때, 비올레트의 기도실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캐딜런 추기경이었다.
“그래, 다른 이단심문관들은 다들 잘 돌아왔는가?”
“…….”
비올레트의 말에 캐딜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에서 비올레트는 영 좋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왜 말이 없나, 캐딜런 추기경.”
“성하,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말해 보게.”
“놈들이 살아 나왔다고 합니다.”
놈들, 그것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대체 어떻게!”
“그, 그건 모릅니다. 단 한 명도 부상을 입지 않았으며 린켄의 사병들과 교전한 끝에 도주했다고 합니다.”
“오, 알타이르시여.”
기도문을 외우던 비올레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여유롭던 한 남자였다.
‘그놈이다. 분명 그놈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생각해 보면 서헨즈도 놈의 말을 믿고 그의 뒤에 서라고 했었지. 그 영악한 용병 놈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캐딜런 추기경, 마족들을 불러 모아라.”
“마족들이라 하면…….”
“분명 그 통로에 있던 마족들은 먼저 빠져나왔다고 했었지?”
“그, 그렇습니다.”
이번 작전에는 마족들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쩐 연유인지 싸움 도중에 도망쳐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유를 물으려 했으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무리 마족들과의 동맹이 임시적인 것이라 해도, 놈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할 리 없었다.
마족들은 프라이드가 강하며, 계약에 민감하다.
그러니 한 번 약속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족속들이었다.
그런데도 약속을 깨고 도망쳤다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을 벗어나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당장 그자들을 만나러 가겠다.”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래, 마족들은 아직 세트람에 있겠지?”
“그렇습니다.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고 있긴 합니다만…….”
“놈들을 막아라.”
“아, 알겠습니다!”
단호한 비올레트의 말에 캐딜런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지금 교황의 심경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비올레트는 헐레벌떡 기도실을 나가는 캐딜런 추기경을 보며 턱을 괴었다.
‘세이건을 사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
세트람 최강의 검.
그것을 선보이는 순간은 성전이 시작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린켄을 빠져나온 직후 우리가 향한 곳은 소돔 산맥이었다.
소돔 산맥을 넘어가게 되면 곧바로 세트람이 지배하는 영역을 넘어갈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산세가 험하고 기후 변화가 극심해 쉽사리 오갈 수 없는 장소라는 점이다.
원작의 파비안은 그런 소돔 산맥의 특성을 이용해 세트람의 추격을 뿌리치게 된다.
“험난한 곳이군. 이곳에는 왜 온 거지?”
쏟아지는 비를 피하며 이안이 말했다.
이제 더 이상 폴리모프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맞아요. 이제 모습도 바꿨으니 대충 저만 폴리모프 하면 무난하게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 걸리면 다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폴리모프를 하면 그만이고.”
키세아 역시 이안의 말에 공감하는 듯했다.
새삼 폴리모프가 얼마나 사기적인 기술인지 느껴졌다. 이것만 사용하면 사실상 타국에 침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 빠져나간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기왕 온 김에 얻어 둘 게 있거든.”
“얻어 둘 것? 이 산맥에는 특별한 보물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다른 드래곤들도 딱히 이 산에는 관심이 없다고…….”
메르사야는 역시 보물에 대한 냄새는 잘 맡는 드래곤답게 이미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건 특별한 물건과 같은 물질적인 게 아니야.”
“……?”
다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험한 산맥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분명 이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어야 하는데.’
산의 중턱에 도달한 파비안은 커다란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이 남긴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저거다!’
확실히 유독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나무의 껍질을 유심히 살피자, 사람이 남겨 둔 것 같은 기이한 문자가 눈에 띄었다.
‘근데 뭐라 적혀 있는 거지?’
[신어(神語)로 적혀 있는 단순한 표지판이네.]‘표지판?’
[응. 대충 길을 잃지 않도록 표시해 둔 거라고 생각하면 돼.]과연 그런가.
확실히 산세가 험한 곳이니 이런 눈에 띄는 장소에 표시를 해 두는 게 좋겠지. 안개가 끼거나 하면 제대로 방향을 찾기도 힘들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문득 그란세시아가 신어를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데 너 신어도 할 줄 알았어?’
[응. 어느 순간부터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그런 게 가능한 거냐?’
[글쎄. 그 부분도 기억이 모호한걸.]자신이 말하고도 이상했는지 그란세시아는 말을 흐렸다.
‘너와 관련된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겠군.’
[이걸 어떻게?]‘마빈을 만나 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세계의 기억을 기록한다는 가문.
그곳에는 소실된 그란세시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들르려고 했으니까.’
서헨즈도 원작과 달리 무사히 린켄을 빠져나갔을 테고, 세트람의 경우엔 일을 벌이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성전이라…….’
세트람의 수도에 간다면 그것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그곳은 난공불락의 장소였다.
메르사야를 타고 간다 해도 위험성이 너무 컸다.
“그 나무에 뭐라도 있어요?”
“표식이 있어. 저쪽으로 가면 될 거 같아.”
“……거짓말이죠?”
키세아의 질문에 나는 오른쪽을 가리켰다.
내 손짓을 따라 시선을 돌렸던 키세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쪽은 절벽 같이 보이는데요.”
“그래, 저 절벽으로 갈 거야.”
“네?”
의아해하는 일행들을 무시하며 나는 절벽 쪽으로 향했다.
어찌나 높은지 절벽 아래는 까마득하게만 보였다.
‘통찰안.’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절벽에는 길이 있다는 것을.
“위, 위험해요!”
키세아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등 뒤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내 발은 탄탄한 바닥에 닿았다.
“……과연. 숨겨진 길이 있었던 건가.”
이안은 나무에 새겨진 표식과 내가 발을 내디딘 장소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어. 이곳을 따라 내려가면 돼.”
통찰안에는 기이한 술식으로 가려진 투명한 계단이 보였다.
평범한 절벽 같지만, 그곳을 타고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비밀 계단이었다.
‘자, 그럼 이제 만나 볼 수 있겠군.’
전(前) 이단심문관의 대장이자, 원작에서 파비안을 구해 주었던 남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