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38화>
드레이슬러가(家)(1)
“나는 좀 더 세트람에 대한 정보를 모아 보마. 너는 너의 일을 하도록 해라.”
필라는 그렇게 이야기한 후 훌쩍 떠나 버렸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인사는 없었지만, 아마 분명 언젠가 재회하게 될 것이다.
그도 분명 원작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그럼 우리도 우선 여기서 헤어지자.”
“네?”
나는 산맥을 빠져나온 뒤 일행들에게 생각해 뒀던 말을 꺼냈다.
“갑자기 왜요?”
“나는 한 곳 더 들를 데가 있거든.”
“그럼 다 같이 가도 되지 않나요?”
키세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두 사람은 먼저 영지에 가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줘.”
“……만약의 사태라면?”
내 말에 반응한 건 이안이었다.
그는 키세아와 달리 뭔가 짐작되는 게 있는 표정이었다.
“세트람이 만약 움직인다면 나를 노릴 수도 있어. 대외적으로 나는 현재 그곳에 있으니 습격자들을 보낼지도 모르지.”
“확실히……. 검의 주인이자 칠영웅인 너이니 표적이 되기 쉽겠군.”
“맞아. 게다가 나는 칠영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칠영웅보단 만만하게 보일 테니까.”
이제 세트람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터였다. 더 이상 숨어서 움직일 필요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서헨즈를 통해 이번 일이 전 대륙에 알려지게 될 테니까.’
이번에 서헨즈를 놓친 건 세트람에게 있어서 크나큰 실책이었다.
세트람이 마족과 결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각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마족이란 존재는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민감한 존재였다.
“성전…… 이라고 했던가요.”
키세아도 그제야 루엠의 몸에 빙의했던 비올레트의 말을 떠올린 모양이다.
지금까지도 대륙에는 크고 작은 전쟁은 꾸준히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세트람이 일으킬 성전은 그러한 전쟁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 쉬이 예상할 수 있었다.
성전은 대륙의 판도마저 뒤바꿀 대전(大戰)이 될 터였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남아 있었다.
세트람이 그 정도 규모의 전쟁을 일으켰다면, 분명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된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 차례도 보질 못했다.
‘아마 파비안이 성전이 일어나는 걸 막았던 거겠지.’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그것뿐이었다.
‘드레이슬러가에서 관련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파비안은 천쇄의 무구를 얻은 후, 필라의 조언에 따라 한 장소를 찾아갔다.
‘세상에서 잊힌 땅’.
무슨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찾아가려고 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러니 먼저 돌아가서 만약 생길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 줘.”
“알겠어요.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내 말에 키세아와 이안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메르사야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둘의 곁에 붙으려 했지만…….
“너는 빼고.”
“……네?”
“너는 나랑 같이 간다.”
“……!”
그 말에 메르사야는 대번에 우울한 얼굴이 되었다. 온몸에서 귀찮다는 심정이 흘러나왔다.
“클레이 님, 드래곤은 내향적인 생물이에요…….”
“유희도 자주 하면서 뭔 소리야.”
“그건 유희고, 이건 아닌걸요.”
아무래도 본인의 레어로 돌아가 푹 쉬고 싶었던 모양이다.
최근 영지에서 많은 돈을 투자해 만든 메르사야의 드래곤 레어는 정말로 휘황찬란해서 메르사야도 꼭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사용하질 못하니 영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돌아가면 한동안 쉬게 해 줄 테니 걱정 마라. 이번에 갈 곳은 마탑도 없어서 네 도움이 필요해.”
“제 도움이요?”
“그래, 너처럼 위대한 용밖에 갈 수 없는 곳이야.”
“어딘데요?”
“세상에서 잊힌 땅.”
그런 내 말에 메르사야는 솔깃한 기색이었다.
늘 생각하지만 이 녀석은 칭찬에 약했다. 거기다 호기심도 강해서 그럴싸한 말을 하면 쉽게 흔들렸다.
‘세상에서 잊힌 땅…… 뭔가 멋있다!’라는 메르사야의 마음이 반짝이는 눈빛에서 나타났다.
“뭐, 네가 가기 싫다면 굳이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다만.”
“아, 아뇨. 좋아요. 그, 그러엄 어쩔 수 없죠!”
[어린애 좀 그만 놀려 먹어라.]기대감에 잔득 부푼 메르사야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그란세시아가 나를 나무랐다.
아무튼 거짓말은 아니다.
예전에 마빈이 주었던 지도에 의하면 근처에 마탑도 없어서 메르사야의 등을 타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르고 편했다.
[불쌍한 메르사야…… 자신이 단순한 탈것 취급받는다는 걸 알고 있을까.]‘어허! 이번에 메르사야를 데려가는 건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야.’
[헤에, 그럼 또 뭔가 이유가 있으신가?]‘있고말고.’
‘세상에서 잊힌 땅’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는 메르사야를 힐끗 보았다.
‘이전에 네가 말한 걸 실험해 볼 생각이야.’
[내가 말한 거?]나는 의아해하는 그란세시아에게 그저 웃어 보였다.
그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앞으로 보여 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 * *
세상에서 잊힌 땅.
그곳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갈 수 없는 장소였다. 높은 산맥을 몇 개나 넘어가야 했으며, 두터운 마력 장벽으로 위치 자체가 감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산맥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건 물론, 그곳에 숨겨진 장소가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와! 이런 곳에 이런 인간의 도시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당연히 우리에겐 예외다.
드래곤의 눈조차 속일만큼 정교한 마력 장벽이지만 통찰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두터운 마력 장벽도 경계검의 힘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고, 메르사야는 하늘 아래 펼쳐진 도시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도 말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요새처럼 산맥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으며, 그 고지대에 지어진 도시는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걸맞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기나긴 세월 동안 누구도 드레이슬러가의 위치를 찾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댕댕댕!
그런데 그때, 아래에서 다급한 경종이 울렸다.
‘아, 이런. 서둘러 아래로 내려가야겠군.’
갑자기 하늘에 드래곤이 나타났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메르사야, 아래로 내려가자.”
「옙.」
다급한 경종이 울리며 아래에서 수상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지만, 메르사야는 그다지 긴장한 눈치가 아니었다.
아마 내가 어떻게든 해 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건 뭐지?’
메르사야가 강하하자 거대한 대포들이 이쪽을 향해 움직였다.
‘평범한 대포 같지는 않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포탑에 막대한 광량이 모여들며 거대한 충격이 대기를 갈랐다.
“와, 씨!”
황급히 경계검을 휘둘러 공간을 갈랐기에 망정이지, 자칫했다면 대포에서 쏘아진 광체에 휩쓸려 먼지가 되어 버릴 뻔했다.
‘뭐야, 저게? 무슨 일개 도시에 저런 무기가 있어?’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저 정도의 무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경계검의 힘 앞에는 무용지물이다만.
“마포가 먹히지 않다니!”
“비상! 비상이다! 가주님을 모셔 와라!”
내가 연달아 공격을 막아 내자, 아래에선 아주 난리가 났다. 이쯤 되자 나도 슬슬 불안해졌다.
‘아, 너무 무대포로 들어왔나?’
조금 시간을 절약하고자 했을 뿐인데, 어째 일이 좀 커진 느낌이다.
나는 도시에 어느 정도 접근했을 무렵, 메르사야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메르사야 역시 그에 맞춰 나와 함께 지상에 착지했다.
“네놈은 누구냐!”
지상에 착지하기 무섭게 주변에 무장을 한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방금 내가 보여 준 모습 때문인지 쉽사리 덤벼들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적의가 느껴졌다.
“아,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만 마빈 드레이슬러 경과 약속이 있어서 왔습니다.”
“뭐라고?”
내 말에 병사들 중 가장 앞에 있던 남자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아마 그가 이들 중에 신분이 가장 높은 자인 모양이다.
‘아니, 마빈의 아들이잖아?’
얼굴을 왕창 일그러트린 채 다가온 남자의 설정을 확인한 나는 내심 놀랐다.
설마 마빈에게 자식이 있었을 줄이야.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고? 헛소리 마라! 드래곤이 무슨 일이 있어 아버지를 만난단 말인가!”
“저는 드래곤이 아닙니다만.”
“뭐라고?”
아무래도 그는 방금 하늘에 날아다니던 드래곤을 나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내가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동시에 메르사야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근데 드래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패기롭게 말하다니.’
과연 마빈 드레이슬러의 자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단순히 겁이 없는 건지 알기 힘들었다.
“전 드래곤이 아닙니다. 드래곤은 얘죠.”
“……뭐?”
그는 당황한 얼굴로 내 옆에 서 있는 소녀를 보았다.
“오오! 클레이 님, 이곳은 제법 대단하네요!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메르사야는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도시를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저 소녀가 설마…… 방금 하늘을 날아다니던 드래곤인가?”
설마 하는 눈치였지만 관자놀이에 자라 있는 용의 뿔이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려 주고 있었다.
“네.”
“그, 그런……. 아니, 이게 말이 되나? 그럼 지금 너는 드래곤을 타고 왔다는 말인가?”
“네. 산맥이 좀 높기도 하고 서둘러 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게 그렇게 말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인가?”
그는 진심으로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생각해 보면 저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드래곤이 인간을 등에 태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요즘 이게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네.’
어쨌든 여기서 계속 말씨름을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우선 저는 마빈 드레이슬러 경과 같은 칠영웅인 클레이 반하르트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네가 그 클레이 반하르트라고?”
그는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훑었다.
“아버지에게 들은 바로는 클레이 반하르트 경은 뛰어난 검사이자, 무투가다. 너같이 빈약한 몸을 한 자가…….”
“케이든, 거기까지 하도록.”
“아버지!”
케이든이라고 불린 남자는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의 뒤에는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마빈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클레이 반하르트가 맞다. 내가 보장하마.”
“그, 그럴 수가…….”
케이든은 나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았다. 그런 그의 반응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클레이 반하르트, 너는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군. 설마 드래곤을 타고 올 줄이야…….”
마빈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산맥이 좀 높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도 요즘 산맥에 오를 일이 많아서 귀찮았거든요.”
“하하! 그래, 흠. 뭐 상관없다. 너도 바쁠 테니 시간을 절약하는 게 좋지.”
마빈은 호쾌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다른 이들은 그런 마빈의 태도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가주님이 저렇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어.”
“근데 정말로 저자가 클레이 반하르트 경인가?”
“새로운 칠영웅이라기에 어떤 자인가 했더니, 설마 드래곤을 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했군.”
마빈의 등장에 어수선했던 주변은 서서히 진정되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일은 잊은 것처럼 그저 나를 향해 선망이 깃든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칠영웅쯤 되니 용을 타고 습격하는 것도 잘 포장해 주는구나.]‘내가 뭐 특별히 공격한 것도 없는데 뭘. 말 타고 오는 거나 용타고 오는 거나 그게 그거지.’
[와, 넌 진짜 갈수록 뻔뻔해지네.]아무튼 일은 잘 해결된 것 같았다.
다만 마빈의 아들인 케이든만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럼 들어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린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던 참이다.”
마빈은 그렇게 말한 후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허리를 숙였다.
‘드레이슬러가…… 역시 평범한 가문은 아니었군.’
마빈의 모습은 일반적인 가문의 가주라기보단 마치 일국의 왕과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