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39화>
드레이슬러가(家)(2)
세계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가문.
이미 이야기는 듣고 왔지만, 그 규모는 내 예상을 한참 초월했다.
‘저택이 아니라 궁전인데?’
멀리서 볼 때도 꽤 크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들어오니 생각보다 더 컸다. 탈루아 왕국의 왕궁보다 큰 게 아닐까 싶다.
‘이게 어딜 봐서 가문이야.’
왕성보다 커다란 대저택.
거기에 왕국 수도에 버금가는 토지와 시민들.
사실상 한 가문의 영지라기보단 공국에 가까운 형태였다.
‘여긴…….’
거대한 저택의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홀의 벽은 전부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군, 클레이.”
“예?”
“음? 아아, 아무래도 이곳이 신기하게 보였나.”
마빈은 주변을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먼 과거의 이야기를 하려면 이곳만한 곳이 없지.”
그는 씩 웃으며 가까운 벽으로 다가갔다.
벽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은 하나같이 특별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어, 평범한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빈은 그 중 한 권을 뽑아 내게 내밀었다.
“……!”
나는 책의 제목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바로 달로스 왕국과 얽힌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금서와 같은 책들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이 세계의 역사. 우리는 수많은 왕국, 수많은 종족, 이 별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시간을 기록한다.”
“……그것을 어찌 알 수 있는 겁니까?”
“우리 가문의 사람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지.”
“정보 길드처럼 활동한다는 거군요.”
“아니지. 우린 정보 길드처럼 세세한 건 다루지 않는다. 말 그대로 별의 역사. 우리가 보고 느낀 것 중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글자에 새겨 남긴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치곤 마빈이 건네준 책에 적힌 정보는 생각보다 세세했다.
달로스 왕국, 명왕 루갈로 인해 멸망의 길로 걸었던 그곳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 역시 대략적인 정보만 알고 있을 뿐, 그곳이 어떤 왕국이었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명왕 루갈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데미안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적혀 있어.’
세간에는 검신 데미안이 어디에서 죽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니 모든 왕국이 저마다 자신의 왕국에서 데미안이 숨을 거뒀다고 떠들어도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들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데미안의 흔적을 찾을 줄이야…….’
뭔가 기쁘면서도 신기했다.
데미안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기록한 역사서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소문은 들어 알고 있다. 지금은 사망한 전 데올릭 백작과 함께, 영지에서 어떤 사건을 해결했다지.”
“예, 그렇습니다.”
“요정의 숲……. 데미안과 루갈이 최종적으로 향한 장소이니 그곳에서 무언가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래 역사를 알고 있으니,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대략 짐작되는 모양이다.
‘애초에 그 전투에 참여했던 데올릭가의 병사와 기사들이 소문을 퍼트렸으니까.’
마빈의 귀에 이야기가 들어간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대다수는 그들의 이야기를 허풍으로 생각했겠지만, 실제 역사를 아는 마빈에겐 다르게 들렸겠지.
“검신 데미안과도 얽힌 인물이라……. 너는 정말로 이 세계의 명운을 틀어쥔 자인지도 모르겠군.”
그는 그렇게 말한 후에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내가 성천무극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부터 설명하지.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선조가 성녀 그란세시아에게 직접 성천무극의 일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예?”
[내가?]그란세시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 이와 관련된 기억도 그란세시아가 기억을 잃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건 하나의 제안이었다. 자신에 대한 기록을 이 세계에 남기지 말아 달라고…… 말이야.”
“그 말은 설마…….”
“그래.”
마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세계에 그란세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만든 건 우리다.”
이건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 * *
손님으로서 나와 메르사야는 각각 다른 방에 머물게 되었다.
창 밖에는 산 아래로 펼쳐진 절경이 보였지만, 그런 건 지금 내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주의 방에서 나는 마빈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마빈은 세계의 역사에 그란세시아에 대한 기록을 지우는 대신 성천무극에 대해 기록할 권한을 얻었다고 했다.
당대 당주는 성천무극이라는 걸출한 기술이 남겨지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그란세시아의 이름을 지우는 대가로 그것을 받아 낸 것이다.
고작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드레이슬러가는 현존 최강의 권법을 창조해 낸 것이다.
‘복잡하네.’
마빈은 멍하니 있던 내게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그건 수백 년 전 그란세시아와 만났던 당대 당주의 일기였다.
“세계의 기록이나 역사에는 남기지 않도록 약속했지. 하지만 개인의 일기까지는 어쩔 수 없지 않겠나.”
그렇게 말한 마빈은 내 어깨를 두드린 후, 방을 나섰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가주의 방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을 읽어 봐도 좋다고 허락하며.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고 말해도…… 우선 그 일기라는 걸 읽어 봐야 하지 않겠어?]“……그럼 한번 읽어 본다?”
그란세시아는 가볍게 투덜거렸다. 아마 본인을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겠지.
그런 녀석의 태도가 웃겨서 작게 웃은 뒤, 일기장을 천천히 펼쳤다.
‘일기장의 두께를 보고 짐작했지만, 그란세시아에 대한 기록만 담은 건 아니군.’
당대 당주가 아직 젊었을 때부터의 이야기가 일기장에 주르륵 적혀 있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그란세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건 당주의 나이가 스물다섯, 드레이슬러가의 새로운 당주가 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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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년 O월 O일
어느 날 가문에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타이르 교단의 이름을 드높이며, 인류의 수호자가 이곳에 온다는 것이다.
이런 외진 곳에 있는 가문에 그녀가 왜 이곳에 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인류의 수호자이며, 마족의 군세를 막는 신의 창. 신과 인간의 다리라고 할 수는 그란세시아 아텔이 드레이슬러가에 온다고?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어서 실제로 그녀를 보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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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그란세시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별것 없는 것 같지만 당시 그란세시아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계속해서 일기장을 몇 장 넘겼다.
그제야 그란세시아와 당대 당주가 만난 부분이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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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년 O월 O일
인류의 수호자!
알타이르의 딸이라 불리는 신의 창, 그란세시아 아텔이 드디어 드레이슬러가에 방문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혹시 산을 오르는 게 힘들었던 탓일까?
그란세시아 님은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의 어깨에는 새하얀 새가 맑은 소리로 지저귀며 앉아 있었다.
그 새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맑아졌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러나 그란세시아 님은 달랐다.
새가 지저귈수록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이 없어진 그녀의 모습에 우리는 당황하며 귀빈실로 안내했다.
안내하는 동안 그녀는 말이 없었고, 방에 틀어박혀 조금만 마음을 정리한다고 전했다.
분명 그란세시아 님은 무척 당당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뭔가 안 좋은 사건이라도 있는 건가?
부디 그란세시아 님에게 별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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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세시아는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말을 흐렸다.
“왜? 혹시 이 하얀 새에 대해 기억이라도 났어?”
[그건 아니야. 말했다시피 난 이 시절의 기억이 없어. 하지만 하얀 새에 대해선 짐작 가는 게 하나 있긴 해.]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무래도 좋지 못한 예상을 한 모양이었다.
[하얀 새는 알타이르의 상징이야. 자유를 상징하고 평화를 뜻해. 또한 신의 계시를 내릴 때면 하얀 새가 교황을 찾아온다는 말이 있어.]“즉, 이 하얀 새는 알타이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거다?”
[아마도. 하얀 새는 단순한 영물이 아니야. 알타이르의 화신일 가능성도 커. 그런 새가 나를 찾아왔다는 건…… 후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나는 좀 더 일기장을 살펴보기로 하고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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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년 O월 O일
그란세시아 님이 오신 지 나흘째.
이른 아침,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그녀의 어깨에는 늘 그렇듯 하얀 새가 함께했다.
그란세시아 님은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셨다.
물론 나는 그녀의 부탁이라면 힘이 닿는 한 흔쾌히 도울 생각이었던 터라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난 그 말을 곧 후회했다.
그녀의 부탁이 터무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란세시아 아텔, 위대한 인류의 수호자에 대한 기록을 세계에서 지워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자,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나는 거부하려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성천무극에 대한 것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하얀 새와 이야기를 나눈 그란세시아 님은 절반이라면 괜찮다고 말했다.
성천무극의 절반을 받았음에도 나는 기쁘지 않았다.
어째서 그녀는 그런 터무니없는 선택을 한 것일까!
이유를 물어도 그녀는 이렇게 답할 뿐이다.
곧 세계에는 열 개의 재해가 닥칠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그 재해를 막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그란세시아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자신이 바로 아홉 번째 재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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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기장에 가장 아래에 적힌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해가 총 열 개인 건 그렇다 쳐도…… 그란세시아가 아홉 번째 재해라고?”
일기장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은 알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상이했다.
내가 아홉 번째 재해로 알고 있는 것은 그란세시아가 아니었다.
신재(神災) 알타이르.
바로 이 세계의 주신이라 불리는 알타이르가 아홉 번째 재해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재해가 총 열 가지라면, 아홉 번째 재해인 알타이르 위에 있는 열 번째 재해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