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40화>
드레이슬러가(家)(3)
[내가 재해라니?]그란세시아는 자신이 재해라는 이야기에 황당함을 표했다.
그러나 이내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래, 알타이르의 화신인 하얀 새가 내 곁에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무언가 있는 건 분명해. 그게 재해와 연관된 건지는 모르겠지만…….]말꼬리를 흐리는 그란세시아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란세시아 재해라면 분명 설정을 봤을 때 떴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다.
바로 리야 아스크탈린.
전(前) 용의 재해.
‘재해가 아니게 된 리야의 설정에선 용의 재해라는 글귀가 사라졌어.’
설정이 변경되는 경우는 이미 몇 번이나 있었다.
즉, 변경되기 전의 설정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그란세시아도 리야와 마찬가지로 본래 신의 재해였으나, 어떤 연유로 변경되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게 말이 되나.’
원작에서는 분명 알타이르가 신의 재해로 등장했다.
특히 그란세시아는 엑스트라로 무엇 하나 활동한 전적이 없었다.
‘아버지, 굳이 왜 이런 뒷설정을 만들어 둔 겁니까?’
머리가 지끈 거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 설정은 원작에서 쓰이지 않는다.
만약 원작에서 그란세시아가 뭔가 활동을 했다면 현재 설정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리가 없으며, 세트람 인근에서 언급이 없었을 리도 없다.
거기까지 문득 생각한 순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지만, 너 본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지도 몰라.”
[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도중에 어떤 연유로 네가 신의 재해가 아니게 되었다는 건 상관없어. 요는 본래 너는 신의 재해였었다는 거지.”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게 내 본래 몸이랑 무슨 상관인 건데?]“우선 그 어떤 연유가 없었더라면, 네가 재해가 되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이르러서야 일어났을 일이라는 거야.”
이 세계는…… 아니, 이 ‘소설’은 주인공 파비안이 천하칠검을 손에 넣어서 재해를 막아 내는 것이 줄거리다.
그란세시아가 수백 년 전에 재해가 됐다면, 그때는 파비안이 태어나기도 전이니 ‘이야기’로써 성립이 되질 않는다.
즉, 설령 그란세시아가 신의 재해가 된다 할지라도 그 시점은 이 시기가 되어야만 했다.
[뭐, 그건 알겠는데…… 근데 그게 중요한가?]“중요하고말고. 본래라면 이때까지도 너는 육체를 잃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니까.”
[그래 봤자 이미 죽었잖아.]“죽었다고 알려진 거겠지. 관에서 너를 보았을 때 너의 시체는 그냥 잠든 것처럼 멀쩡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그란세시아의 육체는 지금도 여전히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죽었다고 알려져 있을 뿐, 관 속에 보관되어 있는 그녀의 육신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멀쩡했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 넌 죽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야.”
이건 가설이다.
본래 신의 재해는 그란세시아였고, 알타이르가 재해의 힘을 빼앗으려 무언가 저지른 것이라면…….
나는 일기장을 계속 살펴봤지만, 그 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그저 그란세시아의 부탁대로 역사에서 그녀의 흔적을 지웠다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리고 그란세시아는 이 드레이슬러가를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이 이후, 그란세시아가 이룬 모든 업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건 성녀로 포장되어 알타이르 교단의 홍보에 쓰인 게 전부였다.
가장 위대한 성녀라 불리지만, 그 대부분은 조작된 게 분명했다.
‘우선 그란세시아의 몸을 확인해 봐야 해.’
그러려면 아텔가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아텔가는 세트람에 엄중한 감시를 받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란세시아의 유해도 문제다.
아니, 이젠 유해라 부르기도 뭣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현재 세트람의 엄중한 감시하에 있을 확률이 컸다.
제르타도 미셸이 유폐당한 건 성녀의 유해와 관련이 있다고 했으니까.
“만약 그게 정말 평범한 유해였다면 그렇게 감시할 리가 없지.”
또한 유해를 멀쩡히 보관해야만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까지 그란세시아의 유해에 신경 쓴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현재 얻을 수 있는 단서는 여기까지인가.’
이제는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내가 지금 떠올린 몇 가지 가능성.
그리고 만약 내 추측이 옳다면, 그때는 분명…….
* * *
하루를 꼬박 고민한 뒤 눈을 뜨자 다음 날이었다.
머릿속이 좀 복잡했지만, 드레이슬러가에 온 첫 번째 이유는 달성했다.
한동안은 이곳에 머물며 혹시 다른 정보는 없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여긴 진짜 정보의 창고니까.’
정보 길드가 다루는 정보와는 전혀 달랐다. 괜히 별의 역사를 기록한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너, 지금 어디서 나오는 거지?”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시선을 돌리자,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마빈의 아들 케이든이 서있었다.
마빈을 닮아 거대한 덩치에, 경지도 검으로 따지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다.
나이도 나와 동갑이니 나이에 비해선 훌륭한 경지다.
심지어 소드 익스퍼트 상급 중에서도 상위의 실력자이니 또래에선 적수가 없을 것이다.
‘근데 이제 와선 뭐…….’
이전이라면 그저 올려만 봤을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지만, 이제는 그다지 감흥도 없었다.
거기다 녀석이 계속 반말로 지껄이니 슬슬 이제 존대를 해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뭐가?”
“……!”
내가 짤막하게 답하자 놈의 눈이 커졌다.
“네놈, 그 건방진 태도는 뭐냐!”
“건방진 건 너지. 나는 엄연히 왕국의 귀족이다.”
“이곳에선 타국의 권력 따위는 닿지 않는다!”
“그리고 너의 아버지와 같은 칠영웅이지. 그런데 그런 태도를 보인다니…….”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첫인상이 안 좋게 박힌 건 알지만, 케이든은 지나치게 다혈질이었다. 대체 그 침착한 마빈에게 이런 아들이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가벼운 도발에 놈은 씨익씨익 숨을 내쉬다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피식 웃었다.
“그래,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의 힘 아닌가?”
“응?”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내가 살짝 당황하자, 그 당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케이든은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 네놈이 평범한 방법으로 칠영웅이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신검의 힘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도 가능하게 만들겠지.”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검의 힘으로 칠영웅을 차지했다?”
“설마 아니라고 부정할 생각인가?”
순간 이걸 뭐라 답해야 할지 진심으로 고민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이게 정말 칠영웅인 마빈의 아들이 맞나?
[농담하는 건 아닌 것 같지?]‘진심인 것 같은데.’
기세등등한 케이든의 모습은 한 마리의 호랑이와도 같았다.
이런 소란에 주변에서 지나가던 저택의 사용인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흐음, 좋다.”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검의 힘으로 칠영웅을 차지했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뭔 개소리야.”
상황을 비약하는 것도 이 정도면 재능이다.
“어차피 말로 백날 떠들어도 들어 먹을 놈도 아닌 것 같으니…… 특별히 한번 싸울 기회를 주지.”
“흥. 어차피 검의 힘에 의존하여 싸우는 녀석 주제에.”
“물론 검은 사용하지 않을 거다.”
“……뭐?”
“아니지. 검만이 아니라 이 양팔도 사용하지 않으마.”
나는 가볍게 팔짱을 끼며 싱긋 웃었다.
케이든은 그런 내 말이 자신을 조롱하는 거라 판단했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못 덤빌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니, 덤비라고. 마침 여긴 꽤 넓으니 연무장까지 갈 필요도 없겠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공간이 꽤 있었다.
덕분에 우리의 다툼을 목격한 사용인들이 우릴 말려야 하나 싶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뭐야, 막상 덤비라고 말하니까 겁먹었나?”
“큭! 나는 마빈 드레이슬러의 아들이다! 너 같은 가짜 칠영웅에게 결코 지지 않는다!”
녀석은 그렇게 외치며 우악스럽게 움켜쥔 주먹을 내게 휘둘렀다.
다혈질이고 상황 파악을 상당히 못하는 것 같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히 훌륭했다. 형도 확실히 잡혀 있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은 녀석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 줬다.
근데, 단지 그뿐이었다.
부웅! 붕!
“이익! 익!”
녀석의 공격은 내게 스치지도 못했다.
아니, 나는 지금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마빈의 공격을 전부 회피했다.
약속대로 양팔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저 상체를 움직여 피했을 뿐이다.
“허억, 허억! 헉!”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 놈의 공격을 피하자 녀석이 지친 게 눈에 들어왔다.
온 힘을 쥐어짜 전력으로 연달아 공격을 펼쳤으니 당연하다.
“다 했냐?”
“……!”
싱긋 웃으며 말하자 놈의 동공이 흔들렸다.
‘슬슬 끝내도 되겠지.’
녀석의 재롱을 이 정도 받아 줬으면 충분히 마빈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리에 힘을 넣어 녀석을 향해 후려갈겼다.
“크아악!”
케이든의 몸이 수 미터를 붕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바닥에 쓰러진 녀석은 연신 꿈틀거렸지만 일어날 생각을 못했다.
“뭐, 이 정도면 정신 차렸겠지.”
“흠.”
“……!”
바닥에서 바르작거리는 녀석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낮은 숨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언제 왔는지 마빈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미안하군.”
“네?”
내가 마빈에게 이 상황을 뭐라 설명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자, 먼저 마빈이 내게 사과를 해 왔다.
“케이든은 이 좁은 땅에선 자라 시야가 좁다. 재능도 꽤 있으니 오만해진 거지.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만……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는 법이다.”
“예, 그렇죠. 그냥 몰랐을 뿐입니다.”
“그렇게 포장해 주니 고맙군. 하지만 마침 잘됐어. 이 기회에 저놈의 오만한 성질도 고쳐 두는 게 좋겠지.”
마빈은 천천히 팔짱을 풀며 주변 사용인들에게 뭐라 지시했다.
아마 지금 쓰러져있는 케이든을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클레이, 너에겐 성천무극에 대한 도움을 준다고 했었지.”
“아, 예.”
“오늘부터 바로 수련을 도와주마.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 가문의 모든 힘으로 너의 실력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겠다.”
그가 익힌 건 성천무극의 일부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권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성천무극보다 아래에 있는 권법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권법에는 성천무극엔 없는 묘리 또한 담겨져 있어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거기에 그의 경지는 지금의 나보다 현저히 위에 있으니 분명 큰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마빈 드레이슬러 경.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그냥 마빈이라 불러라. 칠영웅은 전부 동급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마빈. 하나만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 힘이 닿는 한 돕도록 하지.”
그는 내가 성천무극을 익히고 있는 탓인지, 아니면 기나긴 역사의 핵심이 되는 ‘검의 주인’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내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그 수련에 한 명만 더 끼워도 괜찮겠습니까?”
“한 명 더? 너와 함께 온 자는…… 잠깐, 설마 너…….”
마빈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을 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당황스럽지만, 너의 동료라면 믿을 수 있겠지.”
“그럼…….”
“알겠다. 그럼 그 아이도 함께 와도 좋다.”
“감사합니다!”
흔쾌히 승낙하는 마빈의 모습에 나 역시 그에 대한 호감이 올라갔다.
아무런 흑심도 없고, 정직하게 다가오는 마빈의 모습은 정말 ‘영웅’이라는 말에 걸맞은 태도였다.
[근데 걔가 말을 들을까? 조건은 확실히 엄청나게 좋긴 하지만…….]‘지가 안 들으면 뭘 어쩌겠어?’
[너 갈수록 양아치가 되는 것 같아.]나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그저 웃었다.
반은 농담이긴 했지만, 메르사야는 조금 징징거리긴 해도 내 제안을 승낙할 것이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강한 힘을 얻길 바라는 건, 녀석도 마찬가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