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5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45화>
귀환(1)
마족과의 싸움에 있어 내게 유리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신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성천무극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신혈은 그 자체로 마족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성천무극은 그란세시아가 창안한 기술답게 공격 시 강렬한 신성력이 발한다.
덕분에 같은 공격이라도 마족들이 내게 훨씬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작급 정도면 시험용으로 딱 좋네. 사실 난 백작급과 싸워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마족들이 모여 있는 마탑 쪽을 향해 조용히 접근하다, 그란세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아무래도 내가 백작급 마족이 아닌 자작급 마족과 싸우려는 게 아쉬운 것 같았다.
‘실전에서 이걸 사용하는 건 처음이니, 최대한 만만한 편이 나아.’
[그런가?]작위를 가진 마족들은 기본적으로 상급으로 분류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유한 힘이 강할수록 작위도 높아지며, 작위급 마족이라면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상급에 이른 실력자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백작급에 이르러선 소드 마스터의 끝자락에 이른 괴물들이나 겨우 상대할 만했다.
그 이상의 마족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수준에선 상대할 수 없다고 전해진다.
‘마빈이라면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칠영웅 중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른 건 반 실베스트뿐이다.
하지만 마빈 역시 거의 그것의 코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뭐, 말이 코앞이지 결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니까.’
혹은 이미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상의 경지에 도달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데미안이 그랬던 것처럼.’
즉,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상의 경지는 육체보다는 정신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의미였다.
[마빈이라면 내가 나중에 충고 정돈 해 줄 수 있을 거 같아. 쟤 진짜 작은 걸 몰라서 벽을 못 넘는 거라.]‘그래?’
[응. 다음에 말해 줄게.]제법 든든한 그란세시아의 말에 피식 웃었다.
칠영웅에게 충고를 할 수 있는 건 아마 이 녀석 정도밖에 없을 테지.
‘가끔 생각하지만 정말 아득하단 말이야…….’
내가 언젠가 그란세시아와 동등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 도달해야만 하겠지.’
그렇지 못한다면 데미안에게 면목이 없었다.
[……으.]묘한 신음 소리에 문득 내가 너무 깊이 그란세시아에 대한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편하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곤란한 경우가 생기곤 했다.
[저, 정말 둘 다 이해 못하겠네. 대체 왜 그러는 거야?]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은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아마 데미안이 왜 그란세시아의 곁에 서고자 했는지는 그란세시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도움을 받은 게 많으니,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고말고.’
[시, 시끄러!]괜히 부끄러워하는 그란세시아의 목소리에 낮게 웃으며 천천히 마력을 가다듬었다.
마탑의 입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응? 뭐야.”
“인간 놈들은 다 광장에 잡아 둔 거 아니었나?”
입구는 두 명의 마족이 지키고 있었다.
각각 중급 정도의 실력을 지닌 마족으로 특이하게도 파란 피부였다.
“멍청한 놈이군. 운 좋게 살았다면 계속 숨어 있었으면 될 것을.”
마족의 몸에서 한기가 흘러나오며 바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냉기를 다루는 능력을 지닌 마족인 모양이다.
“괜히 시끄럽게 만들면 샤갈 님이 뭐라 할 거다.”
“걱정 마라. 금방 처리할 테니까.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됐어.”
놈의 손가락에 맺힌 서리는 이내 뾰족한 얼음 송곳으로 변했다.
“내가 놀기 전에 다른 녀석들이 다 처리해 버려서 아쉬웠는데 고맙구나. 그 보답으로 고통 없이 단숨에…….”
“말이 많네.”
투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다가오던 마족의 머리가 날아가며 바닥을 굴렀다.
이쪽을 보며 하품을 하던 다른 마족은 그 광경에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
“마족들은 다 그런가? 죄다 말할 때 폼을 잡으면서 하더라.”
“네, 네놈……! 대체 지금 무슨 짓을!”
“시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던가?”
“……!”
“마침 나랑 의견이 일치하네.”
이제야 겨우 내 실력을 알아차렸는지, 녀석의 얼굴은 점차 겁에 질려 갔다.
이런 점은 또 인간과 같았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조용하게 만들어 주지.”
* * *
‘젠장 왜 연락이 안 와?’
자작위의 마족인 샤갈은 지금 무척이나 짜증이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분명 예정대로면 이미 드레이슬러가로 통하는 문이 열렸어야 정상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연락도 안 되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설마 그럴 리는 없었다.
드레이슬러가에 숨어든 건 드래곤의 폴리모프와 같이 완벽히 타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능력을 지닌 마족.
마기도 거의 완벽하게 숨길 수 있으니 마빈이 눈치채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새끼들, 일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건가!”
“샤갈, 너무 화내지 말라고. 그러다 애들 다 죽는다.”
분노에 찬 일갈을 터트리는 샤갈의 모습에 다른 자작위의 마족인 게르오그가 말했다.
실제로 게르오그의 말처럼 샤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살기에 주변의 마족들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나약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확실히 난감하군. 이래서야 데브린 장군님을 볼 면목이 없어.”
백작위의 마족인 데브린은 현재 인간의 영지에서 쉬고 있었다.
불같은 데브린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대로 작전에 문제가 생길 시 면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좀 더 기다리다 정 안 된다 싶으면 그때…….”
거기까지 말하던 게르오그는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그건 샤갈도 마찬가지였다.
“왜, 왜 그러십니까?”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중급 마족이 묻자, 샤갈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이 한심한 새끼들! 네놈들은 저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냐!”
저것이라니?
마족들은 긴장한 얼굴로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하나 그들의 눈에는 마탑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료들만 보일 뿐,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다.
“전부 준비해라. 아래에서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올라오고 있다.”
보다 못한 게르오그의 말에 마족들은 황급히 저마다 능력을 활성화시키며 계단 쪽을 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여유 있는 발걸음 소리에 마족들은 저마다 긴장하며 계단 위로 올라오는 자를 뚫어져라 보았다.
“응?”
샤갈이나 게르오그의 말에 지레 겁먹었던 마족들은 계단 위로 올라온 ‘인간’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고작 인간이잖아?”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아래 있는 녀석들은 자나?”
마족들은 저마다 그런 의견을 표했다.
하나 샤갈과 게르오그는 말없이 계단에서 올라온 인간을 응시했다.
다른 마족들은 그런 둘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인간이 올라와서 당황하셨구나!’
기껏 전투를 준비하라고 명했는데 올라온 게 고작 인간이니 당황한 게 분명했다.
한 마족은 그런 둘의 뻘쭘함을 달래 주기 위해 소리쳤다.
“샤갈님! 제가 저 건방진 인간 놈을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재빨리 외치며 나선 마족의 행동에 다른 마족들이 탄식했다.
‘아, 내가 조금만 빨리 외칠걸.’
잘하면 인간 하나 죽이고 손쉽게 점수를 딸 기회였는데 아쉽게 됐다.
퍼걱!
……달려든 마족의 머리가 날아가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응?”
“뭐야?”
“왜 머리가 사라졌어?”
재빠르게 나섰던 마족의 머리가 사라진 건, 인간의 지척에 접근한 순간이었다.
팔을 치켜들고 공격하려던 순간, 머리가 사라지며 바닥을 나뒹군 것이다.
“과연, 인간치고는 제법 뛰어난 실력이군.”
샤갈은 그런 인간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래에서 순식간에 다른 마족들의 기척이 사라지는 걸 느끼긴 했지만, 과연 그럴 만하다고 느꼈다.
“넌 누구냐.”
“클레이 반하르트.”
샤갈의 말에 인간은 선선히 대답했다.
그 이름에 다른 마족은 뒤늦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이 반하르트라면…… 검주잖아?”
“저 녀석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저마다 경악하는 다른 마족들의 외침에 샤갈과 게르오그는 시선을 마주쳤다.
칠영웅이라면 확실히 지금 보여준 모습도 납득이 된다.
‘하지만 클레이 반하르트라면 이제 막 칠영웅이 된 녀석이지.’
‘보아하니 소드 마스터 상급에 겨우 발을 걸친 느낌이군.’
나이를 생각하면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다.
혼자라면 조금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혼자라면’ 말이다.
“역시 어려서 그런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확실히 인간치고는 강한 힘을 지녔다만 무모해. 제법 강하다지만 혼자서 우리를 전부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샤갈은 클레이를 향해 천천히 발을 떼었다.
육중한 샤갈의 몸은 족히 2미터가 넘고, 전신은 갑옷과 같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아아압!”
콰아아아!
그런 거대한 육신에서 흑색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며 폭풍처럼 몰아쳤다.
일부 마족들은 그런 샤갈의 마기에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콰아아앙!
이어 그의 등에 메여 있던 거대한 대검이 번개처럼 휘둘러졌다.
클레이는 그것을 양팔을 교차해 막아 냈다.
“호오? 검도 아니라 양팔로 막는다고?”
그런 클레이의 행동에 샤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고 보니 클레이에게는 검이 없었다.
‘뭐지?’
그 점이 의아했으나 샤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설령 마빈을 쓰러트리지 못해도, 클레이 반하르트를 쓰러트린다면 충분하다!’
그럼 제대로 작전이 실행되지 않은 책임도 유야무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게르오그! 단번에 처리한다. 나머지는 저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라!”
“예, 옙!”
방금 공격으로 알았다.
지금 클레이라면 게르오그와 합공하여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고.
“칠영웅이 되어 자신이 최강이라도 됐다고 생각한 건가? 어리석구나.”
대검을 움켜쥐며 게르오그와 함께 클레이를 향해 접근했다.
“그 어리석은 만용의 대가를 곧…….”
“델토드.”
그때, 작은 파문이 일었다.
클레이의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기세가 달라진 것이다.
‘뭐지?’
샤갈은 천하칠검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
육신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활성화시켜 주는 극검(極劍) 델토드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
“샤갈!!”
“그,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아직 괜찮다!”
강해진 걸 느꼈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이곳에 있는 모든 마족들의 힘을 모은다면 쓰러트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클레이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미약한 빛에 사라졌다.
“……뭐냐, 저건.”
시작은 등이었다.
클레이의 등 쪽에서 붉은색 무언가가 아른거린다 생각한 순간, 녀석의 전신에 작은 백광이 잠시 번뜩였다. 그리고 전신에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실선이 퍼져 나갔다.
‘마법진? 아니, 각인인가?’
오랜 시간을 살아온 샤갈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것이 마법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클레이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샤갈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사과하지.”
클레이는 등에서 팔을 타고 손등까지 퍼져 나간 붉은색 각인을 보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생각보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도리어 정신이 맑게 개며 묘한 고양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처음 써 보는 거라, 힘 조절이 안 될 거 같거든.”
천쇄(天殺)의 무구.
그것이 지금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