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7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47화>
귀환(3)
드레이슬러가에 며칠 더 묵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마빈에게 그란세시아의 가르침을 전했다.
시모사의 눈의 힘을 빌어 도울 수 있다는 말에, 마빈은 처음에는 의아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란세시아의 말을 전하자 마빈의 태도는 달라졌고,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란세시아가 말한 바를 깊이 고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움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받기만 한 것 같군.”
마빈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 우리에게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으음.”
여전히 그는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마빈에게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저 상태로 있는 편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면 쉽게 말해 볼 수 있지.’
혹은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알아서 먼저 움직여 줄 것이다. 마빈 드레이슬러라는 남자는 그런 자였으니까.
“메르사야, 돌아갈 준비는 끝났냐?”
“넵.”
메르사야는 각이 잡힌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곳에 올 때보단 제법 의젓해진 얼굴이다.
‘확실히 성천무극이 정신 수양에 도움이 된단 말이야.’
……여전히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면 태도가 달라지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적어도 상대가 강자인지 약자인지 확실히 구분하기 전까지는 몸을 사렸다.
[사람이 갑자기 너무 변하면 그것도 안 좋아.]‘사람이 아니라 용인데.’
[아무튼!]뭐, 그란세시아의 말이 옳다. 갑자기 너무 달라지면 나도 어색할 테니까.
나는 지금처럼 철이 없는 메르사야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메르사야는 미묘하게 선을 지키니 넘어갈 수 있는 점이었다.
“마빈, 그럼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마빈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메르사야에게 눈짓하자, 단번에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메르사야가 드래곤인 걸 알고 있는 드레이슬러가의 사람들은 크게 환호하며 용의 등에 올라타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조금 뻘쭘한 얼굴로 서 있는 케이든도 있었다.
‘생각보다 아주 멍청한 녀석은 아니었어.’
그래도 마빈의 자식이긴 한 건지, 아주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긴 했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가자!”
내 외침에 메르사야가 날아올랐다.
만약 이동 마법진이 멀쩡했다면 마탑을 통해 이동했겠지만, 마족의 침공으로 망가진 탓에 아직 보수 중이었다.
영지에 들러 밀린 일을 처리하고 미궁의 재해를 향해 가려면 마법진이 고쳐지길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이제 대충 열흘 정도 남았나.’
미궁의 재해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을 가늠한 나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메르사야의 등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한 달 만에 반하르트가로 귀환했다.
그곳에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한 채.
* * *
영지로 귀환하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인물은 의외로 도리스 아저씨나 모네가 아니었다.
바로 멋지게 차려입은 제국의 황녀님이었다.
“클레이!”
용을 타고 날아온 내게 리야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와 나를 반겼다.
반하르트가에 드래곤이 있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던 모양인지, 메르사야를 보고도 크게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힉?!」
도리어 메르사야 쪽이 리야를 보고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크, 클레이 님. 저 말고 다른 드래곤이 영지에 있었나요?」
“쟤 드래곤 아니야. 정확히는 반인반룡이지.”
「그, 그래요? 그런 것치고는…….」
메르사야는 거대한 덩치를 움츠리며, 자신에 비하면 콩알만 한 리야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리야가 가진 용의 힘은 일반적인 드래곤을 아득히 뛰어넘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드레이슬러가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답니다.”
“아, 리야도 드레이슬러가에 대해 알아?”
메르사야의 목을 타고 내려오자, 리야는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 그런 말을 했다.
“물론이죠. 아바마마와 함께 몇 번 다녀온걸요.”
하긴 제국의 황녀쯤 되면 드레이슬러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제국은 단순한 대륙의 패권국일 뿐만 아니라 마빈과 같은 대륙 칠영웅을 대대로 배출한 나라니까.
“정말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응?”
거기까지 말하던 리야는 반짝이는 빛무리에 휩싸여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메르사야를 보곤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저거 암컷이었나요.”
“아, 암컷이라니.”
기왕이면 여자라고 해도 되잖아.
하지만 리야는 내게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이쪽으로 오는 메르사야를 응시했다.
그런 리야의 시선에 별생각 없이 다가오던 메르사야는 깜짝 놀라며 내 등에 바싹 붙었다.
덕분에 리야의 동공은 점점 가늘어지며 드래곤의 그것처럼 가늘게 찢어졌다.
“제가 없는 사이, 또 이상한 도마뱀이 늘었을 줄이야. 드래곤은 저 하나면 충분하지 않은지요?”
“근데 리야는 드래곤으론 못 변하잖아.”
“…….”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리야의 얼굴이 굳었다.
비틀린 미소를 지은 채 굳어 버린 리야의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흠흠. 그리고 메르사야는 리야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깊게 생각하지 않아. 그냥 얘는 평범한 드래곤이라고.”
“네에.”
리야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드래곤으로 변해 나를 태우고 다닐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저, 저기.”
그때, 메르사야가 리야를 향해 조심스럽게 불렀다.
“네?”
“저, 정말로 드래곤은 아닌…… 건가요? 뿔도 있는데…….”
리야의 관자놀이에는 한 쌍의 뿔이 자라 있었다.
비록 한쪽은 부러져 있었지만 말이다.
“예. 저는 인간이에요, 메르사야.”
“제, 제 이름도 알고 계셨나요?”
“그럼요.”
물론 암컷이라는 건 몰랐지만요, 라고 리야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일부로 전하지 않은 거겠지.’
만약 알았다면 엄청나게 신경 썼을 게 분명하니까.
그래도 메르사야가 워낙 저자세로 나가서인지 리야도 공격적으로 나가진 않았다.
‘이전의 메르사야였다면 분명 나대다가 참교육을 당했을 텐데 다행이군.’
성천무극을 익혀 보다 침착해진 메르사야는 상대가 반인반룡인걸 알았음에도 침착하게 행동했다.
그런 메르사야가 장해서 머리를 토닥여 주자, 리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도 생각보다 친하시네요. 제가 듣기로 거의 죽이기 직전까지 갔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나쁜 애는 아니더라. 조금 모자랐을 뿐이지.”
“모, 모자라다니.”
메르사야는 조금 울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내가 나름 돕기 위해 말한 것이라는 걸 알았는지 특별히 반문하지 않았다.
“네에, 알겠어요. 그럼 우선 안으로 들어가죠.”
“아, 그래.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할 것도 많으니까.”
세트람의 동향과 마족의 기이한 움직임.
그리고 린켄 부근에서 나타날 새로운 재해에 대해서 말이다.
* * *
“도련님, 또 어디 가시는 건가요?!”
영지로 돌아온 나를 위해 모네는 저녁 식사를 힘껏 준비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모인 저택의 식구들에게 ‘재해’에 대해 말을 꺼내자, 모네는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재해라는 게 위험한 건 맞지만…… 너무 밖에만 계신 것 같아요.”
“그건 할 말이 없지만 어쩔 수 없어.”
“네, 알아요.”
재해라는 걸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되는지 이젠 모네도 안다. 특히 내가 쓴 소설이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간 터라 재해의 위험성은 이제 대부분 인지하는 상태였다.
“저도 영지를 관리하는 건 익숙해졌습니다. 이젠 정말 영주가 된 기분이네요.”
마리아에 이르러선 내게 상당히 뼈아픈 말을 했다.
본인 딴에는 위로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한 말이었지만 내겐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치. 뭔 영주가 영지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당연히 나도 이해는 해. 그냥 어쩔 수 없는 거지.]영지민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대로 두면 세상이 망할 판인데 어쩌겠는가.
“근데 마리아, 이번 재해에는 너도 가야해.”
“네?”
“거기다 모네도 함께 갈 거야.”
“저, 저도요?!”
갑작스런 그 말에 모네는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니, 모네만이 아니라 다른 저택의 식구들도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특히 도리스 아저씨는 눈을 크게 뜬 채 잠시 굳었을 정도다.
“가, 가주님. 우리 모네가 도련님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아뇨, 이번에는 모네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함께 가야 해요.”
미궁의 재해를 돌파하기 위해선 모네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마리아의 경우엔 천쇄의 무구를 시간 안에 완성하기 위해서 당분간 계속 나와 함께해야만 했다.
“……클레이, 저는요?”
그때, 잠자코 있던 리야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리야는…….”
나는 당연히 리야는 두고 갈 생각이었다.
마리아가 자리를 비우게 될 테니 되도록 리야는 영지를 관리해 주는 편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너무 리야를 이용하기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함께 가자고 하려 했어.”
“아! 그렇군요. 저도 물론 믿고 있었답니다. 후후후.”
약간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던 리야는 그제야 안도했다는 듯 방실방실 웃었다.
[이번엔 아주 여자라는 여자는 다 데리고 가는구나?]어쩐지 그란세시아가 영 언짢은 기색으로 날카롭게 찔러 왔다.
‘확실히 그러네.’
모네에 마리아, 거기에 리야까지 끼게 된다면 처음으로 여성 셋과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그란세시아까지 포함하면…….
[아, 아니, 나는 왜 포함해?!]다급히 외치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나는 손가락에 반지를 뺐다.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난감하네…….’
리야가 대놓고 내게 호감을 표했지만, 모네나 마리아도 내게 묘한 태도를 취하곤 했으니까.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고.’
당장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엔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그런 인간 관계에 관한 건, 재해들을 다 해결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아, 클레이. 그리고 소설은 지금 아주 잘 팔리고 있어요. 그러니 다음 권도 슬슬 필요할 거 같은데 다 쓰셨나요?”
“거의 다 썼어. 영지에 머무르는 동안 마무리 지어야지.”
파비안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적는 것도 슬슬 종반부로 넘어갔다.
이번에 알게 된 미궁의 재해에 관한 내용과 세트람에 대한 내용을 적으면 대충 마무리될 것 같았다.
‘미궁의 재해와 세트람…….’
미궁의 재해의 경우엔 이미 해결법까지 다 생각해 둔 상태였지만, 세트람의 경우엔 아직 존재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미셸을 만나야겠지.’
미셸은 원작에서도 파비안과 자주 행동을 같이한 주요 인물이다. 분명 아텔가를 찾아가 미셸을 만나면 해답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란세시아의 유해도 반드시 되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전쟁을 막을 해답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