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4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49화>
거대 미궁 빈샤드(2)
“이번에도 마왕님의 말씀대로군.”
잿빛 머리칼을 한 마족이 미궁의 입구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정말 소문처럼 예지 능력을 지니고 있으신 건가?’
현재 마계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소문이 하나 있다.
바로 마왕 자드가 예지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번번이 그의 이야기가 들어맞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그러한 소문이 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데클라인 님, 저희도 슬슬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들어갔던 이들이 들어가고 얼마나 흘렀지?”
“이제 반나절이 지났습니다.”
“이상하군.”
데클라인은 미궁의 입구를 바라보며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예상대로라면 벌써 공략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번 공략에 투입된 작위급 마족만 데클라인을 포함해 무려 셋이었다.
후작위 마족인 자신이 빠졌다고 한들, 백작위 마족이 둘이나 들어갔으니 지금쯤 벌써 공략이 끝났어야 정상이었다.
‘여타 던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위협적이긴 하다만…….’
미궁의 재해, 빈샤드는 확실히 다른 던전과는 달랐다.
거대한 크기는 물론이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몬스터들 사이에는 중급 마족조차 버거운 놈들도 있었으니 지금껏 들어 본 적조차 없는 수준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백작위 마족이 둘이나 있으니 문제없다고 판단했는데…….
무언가 다른 변수가 있던 것일까?
“흥.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 우리도 진입한다.”
“알겠습니다!”
데클라인의 말에 서른이 넘는 마족들이 대답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데클라인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미궁의 재해가 정말로 무서운 건 그 안에서 나오는 몬스터들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것을 알게 되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도, 도련님. 정말 저 계속 걸어가도 되나요?”
“네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 주변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신경 쓰지 말고.”
“네, 넵!”
모네는 벌벌 떨며 발걸음을 옮겼다.
단련하지 않은 일반인이라 걸음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들이 정말 쉼 없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도는 나와 리야만으로 충분했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냥 귀찮을 뿐이지.
참고로 빈샤드의 안에 들어온 건 나와 모네, 그리고 리야와 마리아였다.
메르사야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폴리모프를 할 수 있는 녀석이니 잘 숨어 있겠지.
“그런데 뭔가 몬스터가 점점 많아지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리야는 의아함을 느꼈는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위협이 되는 놈은 없잖아?”
“네, 그건 그렇긴 한데…….”
“그보다 예상하긴 했지만, 미궁은 진짜 크네.”
벌써 두 시간은 걸은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제대로 보이는 것도 없긴 했지만.
“부서져라.”
그때, 리야가 벽을 향해 용언을 발산하자 공간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용언으로 발생된 ‘법칙’은 형태를 이뤄 벽을 두드렸지만, 벽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저 벽도 전부 용언과 같은 특별한 법칙이 적용되어 있는 모양이네.]‘그런 것 같아. 공간 자체도 외부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은 걸 보니 평범한 공간은 아니겠지.’
[재해화라고 하던가? 아마 이것도 거기에서 파생된 능력이 아닐까?]확실히 일리가 있는 추측이었다.
재해화는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지금 미궁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나 벽도 그런 재해화의 힘이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능했다.
“클레이의 검으로도 벽을 가를 수 없나요?”
리야는 얌전히 길을 따라가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는지 재차 내게 물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내 검은 사용하는 데 특별한 조건이 필요해.”
인검 제노바는 인간의 기원과 소망이 모여들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문제는…… 이곳에 순수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모네뿐이라는 것이다.
리야는 반인반룡이고, 마리아는 반인반마다.
설령 두 사람에게도 검이 반응을 한다 할지라도 고작 네 명의 힘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럼 결국 시간 싸움이 되겠군요. 미궁 안에서 밤을 셀 준비를 하길 잘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등에 메고 있는 큼지막한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지. 그래서 마리아를 데리고 온 거야. 밤에는 날 좀 도와줘야 하거든.”
“……흐응.”
내 말에 리야가 무척이나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아차.’
별생각 없이 답했다가 뒤늦게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머, 그러네요. 미궁이니 좁아서 다들 같이 자야겠어요. 저도 그 마리아의 능력을 체험해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후후, 고마워요.”
고맙다고 말하는데 표정은 전혀 고맙지 않았다.
리야는 마리아의 의중을 살피는 것처럼 쳐다보았지만, 상인인 마리아는 역시 엄청난 포커페이스를 보이며 일말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좋겠네. 오늘 네 명의 소녀랑 같이 자겠어.]‘네 명?’
[나까지.]당당히 말하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너는 아니지. 네 나이가 몇인데.’
[나는 그런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아. 그것을 구분하는 건 마음이다, 이 말이야.]묘하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긴장한 채 걸어가던 모네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저기, 이대로 가면 되는 거죠?! 저도 신경 써 주세요, 도련님!”
“그냥 가면 된다니까.”
“으으!”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정말 특별히 할 것이 없었다.
모네의 행운 때문인지 등장하는 몬스터도 예상보다 약한 터라 계속 걸어갈 뿐이었으니까.
[응?]“어?”
그때, 그란세시아와 마리아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갑자기 반응했다.
“왜 그래?”
“근처에 마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맞아. 여기서 좀 멀긴 하지만 앞쪽에 마족들이 모여 있어.]반인반마인 마리아이니 아무래도 마기를 민감하게 감지한 모양이다.
‘근데 그란세시아와 동시에 느꼈을 정도면 보통 예민한 게 아닌데?’
하긴 마리아가 가진 마족으로서의 능력을 볼 때, 그녀가 가진 재능은 일반적인 마족을 아득히 상회했다.
심지어 예지몽 능력을 지닌 루티아보다도.
‘그나저나…… 먼저 들어간 마족들도 있었던 건가?’
상당수의 마족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아직 진입한 마족이 없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먼저 진입한 마족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냥 입구에서 대기만 할 리가 없지.”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리야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냥 우리는 우리 갈 길 가면 되지. 마리아, 혹시 가까워지게 되면 알려 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설령 마리아가 눈치채지 못해도 그란세시아도 있었다.
“모네의 행운이 뒤따르는데도 이 정도면…… 그쪽은 지금 난리도 아닐 거야.”
“행운이라니, 솔직히 전 그다지 와닿지 않는데 말이죠.”
리야나 마리아는 모네의 ‘행운’이라는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야 단순히 곁에 있어선 알기 힘든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모네의 능력덕에 얼마나 큰 이득을 보고 있는지.
지금쯤 마족들은 아마 지옥을 맛보고 있으리라.
* * *
클레이가 일행들과 함께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먼저 들어온 마족들은 죽을 맛이었다.
“빌어먹을! 무슨 이딴 던전이 있단 말이냐!”
백작위의 마족, 벤데라는 지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재해라 불리니 결코 평범한 던전은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이건 좀 심했다.
“벤데라 님! 길티온 님! 상급 몬스터들이…… 으아악!”
정말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자신들의 몸에서 달콤한 향기라도 나는지,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덤벼들었다.
그것도 약한 마물도 아닌 죄다 중급, 상급의 마물들.
거기에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마물들도 있어 백작위의 마족인 벤데라나 길티온도 방심할 틈이 없었다.
아직 이곳에 들어온 지 반나절밖에 되지 않았건만, 피해가 적지 않았다.
“젠장! 또 막다른 길이다!”
“내가 앞을 뚫는다. 뒤처지지 말고 따라와라!”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길이었다.
몬스터들도 쉴 틈 없이 몰려드는데, 던전의 길은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꼬여 있었다.
벤데라나 길티온은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이 여유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벤데라 님, 좌측에 통로가 있습니다! 그쪽은 통로가 좁아 몬스터들이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잘했다! 당장 거기로 간다!”
그래도 운이 없지는 않았다.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간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나왔다.
물론 이 미궁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움직이며 길이 변화되는 터라 바로 움직여야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좋아, 모두 이 통로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움직…….”
거기까지 말하던 벤데라는 황급히 말을 멈췄다.
“멈춰! 그 통로는 함정이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지금까지 쉴 수 있던 공간들은 마치 이 순간을 위한 미끼였던 것처럼 통로에 진입한 마족들을 향해 함정이 발동되었다.
콰콰쾅!
앞서가고 있던 마족 몇몇이 그대로 폭발에 휘말리며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크으윽! 제길……!”
또다시 나온 뼈아픈 손실에 벤데라는 이를 악물며 남은 마족들을 추슬러 이동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미궁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
* * *
“너무 힘들어요, 도련님.”
늦은 밤까지 미궁 안을 걷던 모네는 결국 지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참 운이 좋게도 모네가 발걸음이 멈춘 근처에는 하룻밤을 보낼 만한 적당한 틈새가 있었다.
[아마 던전이 계속해서 변하면서 만들어진 잉여 공간인 것 같네.]미궁의 통로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길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잉여 공간이 반드시 존재했다.
“지금은 움직임도 멈춘 것 같네요. 던전에 들어차는 마력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클레이가 말했던 것처럼 던전이 성장하며 잠시 공백이 생긴 것 같아요.”
“운이 좋네요. 이 틈에 자면 될 것 같습니다.”
마력에 민감한 리야가 던전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마리아 역시 피곤했는지 이미 자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그래, 확실히 운이 좋지.”
정말 편하다.
너무 편해서 이래도 되나 싶어도 될 정도였다.
‘앞으로 여행 다닐 때 모네도 데리고 다닐까?’
새삼 파비안이 어떻게 그리 많은 기연을 차지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자주 모네를 데리고 다녔을 텐데.
[에휴, 이 행운이라는 건 결국 좋든 나쁘든 미래의 일을 대비할 때 도움을 주는 거야. 하지만 이미 재해가 나타난 시점에서 모네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지.]‘하긴 그렇지.’
결국 재해라는 존재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모네가 도움이 될 건 거의 없긴 했다.
그냥 상황이 좀 더 유리해지는 정도였을 테지.
“클레이.”
그런 대화를 그란세시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려니, 리야가 내게 상체를 불쑥 들이밀었다.
“왜 그래?”
“아뇨, 그게 마치 지금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감이 예민한 리야답게 내가 그란세시아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잠시 내 손가락에 끼워진 시모사의 눈을 본 리야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리아를 이곳에 데려오신 건 밤에 시간이 날 때마다 훈련을 위해서였죠?”
“……어, 맞아.”
“어머나, 그럼 혹시…… 저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살벌했다.
“저도 위대한 성녀이신 그란세시아 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거든요. 정말로…… 말이죠.”
나는 그 말에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