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0화>
거대 미궁 빈샤드(3)
내가 마리아의 능력을 타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단 한 번, 바로 데미안을 그란세시아와 만나게 해 줬을 때뿐이었다.
“와! 그란세시아 님이라면 알타이르 교단의 성녀님이잖아요? 정말 이 반지에 성녀님이 있는 건가요?”
이제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 사실을 밝히자, 모네는 눈을 빛내며 호기심을 내비쳤다.
“맞아.”
“저도 만나고 싶어요!”
리야와 달리 모네는 순수하게 한번 그란세시아를 직접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저만 만나 뵙지 못하겠군요.”
다만 그런 리야와 모네의 말에 마리아만 약간 시큰둥한 분위기였다.
정작 능력을 사용하는 당사자인 마리아는 나와 그란세시아의 꿈속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뭐?! 난 아직 허락 안 했거든? 누구 마음대로 애들을 줄줄이 데려오려는 건데?]‘뭐 어때. 별일이야 있겠어?’
[넌 저 도마뱀 계집애 눈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리야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호호호 웃고 있었다.
물론 한없이 서늘한 눈을 뜬 채로 말이다.
리야의 눈은 마치 전투를 앞둔 장수처럼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어쨌든 시간이 없으니 만날 거면 서두르자.”
“근데 전부 잠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내 말에 모네가 살짝 불안해졌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건 괜찮아. 그란세시아가 감지할 수 있으니까.”
“그란세시아 님이요?!”
“그래.”
그란세시아는 통찰안을 유지하고만 있는다면, 언제든 바깥을 살피는 게 가능했다.
말도 안 되는 범위까지 감지하는 그녀이니만큼 문제는 없으리라.
“그럼 손을 한곳에 포개 주세요.”
마리아의 말에 시모사의 눈을 낀 내 오른손 위로 리야와 모네가 손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마리아의 손이 얹어진 순간, 단숨에 시야가 어둡게 물들었다.
“와!”
어두운 시야는 이윽고 백색으로 변했고,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모네는 이 백색의 세계가 무척이나 신기한지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여념이 없었고, 리야의 경우엔 어느 한 방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흥.”
그곳에는 팔짱을 낀 금색의 성녀가 있었다.
그란세시아는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리야를 언짢은 얼굴로 보았다.
“난 성가신 건 질색인데 말이야.”
“어머.”
리야는 투덜거리는 그란세시아를 향해 생긋 웃었다.
그런 리야의 미소를 본 그란세시아는 움찔하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모네의 경우엔 그란세시아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도도도 단숨에 달려왔다.
“저, 정말로 그란세시아 님인가요? 성녀님이세요?”
“어? 응, 뭐…… 그, 그런데?”
“와!”
모네는 모네대로 부담스러운 듯 그란세시아는 뭐라 반응을 못했다.
평소라면 성녀라고 부르지마! 라는 식으로 일갈했을 텐데도, 묘하게 시선을 방황하며 두 손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게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도와줘!’
이윽고 그란세시아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녀석, 은근 사람 대하는 게 서툴구나.’
처음 안 사실이었다.
데미안의 경우엔 이전부터 알던 사이였던 터라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았지만, 리야와 모네를 상대할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눈에 보였다.
‘리야는 성격상 불편한 거고, 모네의 경우엔 저런 태도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건가?’
의외의 면모였다.
언제나 당당한 모습만 봤던 터라, 설마 사람 간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 나는 그란세시아에 볼일이 있으니 둘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든, 여기서 자유롭게 놀든 마음대로 해.”
“근데 여기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당연하지. 여기에 뭐가 있겠어?”
그란세시아를 보고 감동했던 모네지만, 이내 아무것도 없는 이 백색의 공간이 지루해진 모양이었다.
“음, 조용해지니 좋네.”
그란세시아는 잠자코 물러선 리야와 모네의 모습에 내심 안도한 눈치였다.
물론 리야의 경우엔 기회만 되면 말을 걸 생각인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물론 나로선 그런 것보단 그란세시아로부터 새로운 가르침을 받는 게 중요했다.
“최근에 익힌 것들이라 한다면 천쇄의 무구와 성천무극의 큰 진보라고 해야 되려나?”
이렇게 그란세시아로부터 직접적으로 수련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다.
그간 천쇄의 무구를 익히고, 드레이슬러가에서 성천무극에 대해 한 걸음 나아간 건 확실했지만, 그것만으론 아직 부족했다.
“그래도 엄청난 속도야. 너는 하루하루가 기연이나 마찬가지이니 가능한 거겠지.”
“하지만 아직도 까마득하게만 보이는데…….”
“그렇게 까마득하지도 않아. 특히 너라면.”
그란세시아는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켰다.
“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통찰안이지. 그것으로 너는 외부와 내부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고, 자신의 단점과 이점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어.”
“그렇지.”
“너는 지금 너의 경지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해?”
“음…… 소드 마스터에서도 꽤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기간으로 치면 말도 안 되지만, 내가 겪은 수많은 기연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통찰안으로 본 이득이 상당히 많았다.
“맞아. 소드 마스터로서 상당한 위치까지 올라왔지. 하지만 그다음 단계까지 갈 길은 아직도 상당히 멀어.”
“그다음 단계라 하면……?”
“내가 순서가 바뀌었다고 했잖아. 본래 이제 네가 익혀야 할 것이 흐름을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야.”
“흐름을 느낀다라…… 그건 통찰안과 비슷한 것 같은데?”
“비슷한 게 아니라, 그것이 통찰안을 익히기 위한 기본 전제야. 말하자면 흐름을 느끼고 그것을 뜻대로 다룰 수 있을 때, 인간을 초월하여 신(神)의 영역에 도달하게 돼.”
통찰안은 초월의 영역에 도달하는 순간 얻게 되는 능력. 모든 흐름을 단순히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고 볼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너는 한참 후에 사용할 힘을 이미 오랫동안 체험하고 다뤄 왔어. 처음에는 통찰안을 잠깐만 사용해도 힘들어 했잖아? 하지만 지금은 장시간 사용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알 거야.”
확실히 그란세시아의 말대로였다.
이전에는 조금만 사용해도 눈이 타들어 갈 것같이 고통스러웠다.
혹은 장시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마치 이젠 이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건 뭔데?”
“한동안 통찰안을 사용하지 마.”
“뭐?”
“그리고…… 아, 마침 좋은 상대가 있네.”
그란세시아는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리야에게 손짓했다.
리야는 자신에게 손짓하는 그란세시아에게 눈을 살짝 찡그렸지만 순순히 걸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나한테 용언을 써 봐.”
“네?”
“아무거나 상관없으니까 용언 한번 써 보라고.”
뜬금없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리야는 눈을 어째선지 반짝였다.
“정말 아무거나 상관없나요?”
“물론이지.”
묘하게 반짝이는 리야의 눈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그란세시아는 오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야 역시 그런 그녀의 태도가 만족스러웠는지 싱긋 웃었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사용하면 될까요?”
“아, 저기 좀 떨어져서 사용해. 클레이는 옆에서 통찰안을 사용하지 않고 날 보고 있어.”
내가 녀석의 말대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서자, 그란세시아는 리야를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리야는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란세시아를 향해 용언을 발현했다.
“「죽어라.」”
짤막하지만 강력한 원념이 담긴 용언이 움직이며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통찰안을 사용하지 않아 알 순 없었지만, 그란세시아를 향해 어떤 흐름이 움직이는 게 미약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흐름은 그란세시아가 왼손을 가볍게 흔든 것만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
가볍게 튕겨 낸 그란세시아였지만,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야 방금 리야가 발현한 용언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아니, 지금 얘 나보고 죽으라고 했는데?! 너 지금 나한테 죽으라고 한 거야?”
“어머, 약간 실수했네요. 하지만 이미 죽으셔서 상관없지 않을까요?”
“이, 이, 이게……!”
“그보다 역시 반룡의 용언이라 그런 걸까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남는데 다시 해 봐도 괜찮은지요?”
“싫어!”
진심으로 싫다는 얼굴로 소리친 그란세시아는 내게 휙 달려왔다.
“아무튼 방금 봤지? 저 또라이가 용언을 발휘했을 때 뭔가가 느껴진 게 있을 거야.”
“어, 뭔가 느끼긴 했는데…….”
“그치? 용언은 이 흐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몇 안 되는 힘이야. 그러니 이 감각을 지속적으로 느끼다 보면 보다 빠르게 흐름을 느끼는 것에 다가갈 수 있어.”
그리고 그것에 다가가게 된다면 소드 마스터의 벽을 허물고, 이 이상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리라.
“언제까지 내 통찰안에만 의지할 수는 없잖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고,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해 너 역시 그것을 손에 넣어야지.”
아직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벽도 아득한 상황에서 그 이상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란세시아는 아닌 모양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말했듯 정신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이미 인간의 육신은 완성돼. 그러니까 그 이상은 여태 통찰안을 사용해 온 너라면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란세시아는 진지한 얼굴로 내게 충고하며 아쉬운 얼굴로 서 있는 리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제 네가 할 건 간단해. 저 계집애에게 지속적으로 용언을 사용하게 해서 받아 내면 되는 거야. 적어도 너한텐 죽으라고 하진 않겠지.”
“요컨대, 용언으로 발생하는 흐름을 느끼라는 거군?”
“맞아. 큰 흐름을 통해 느끼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작은 흐름도 금방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이젠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거기다 용언은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해 본 탓에 내게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그럼 리야, 부탁해도 괜찮을까?”
“네, 물론이랍니다. 제게 맡겨 주세요.”
내 부탁에 리야는 기꺼운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 옆에 서 있는 그란세시아에게 아쉬움을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둘이 자주 붙여 두면 안 되겠다.’
모네나 마리아는 몰라도, 그란세시아와 리야의 상성은 정말 최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 * *
데클라인은 자신의 생각이 한참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미궁의 재해를 공략하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만약 뒤이어 나타난 세트람의 지원군이 아니었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내몰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먼저 출발한 마족들에게 소식은 없는 건가?”
“……그렇다.”
데클라인은 눈앞의 이단심문관들을 보며 간신히 표정을 관리했다.
‘천사의 냄새가 무척 진하군. 상당히 급하게 만든 게 분명해.’
이단심문관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데클라인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저번 사태로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이단심문관들이었을 텐데, 벌써 이렇게 불어날 정도면 천사들이 꽤나 힘을 써 준 것 같았다.
“이곳은 힘만으론 어찌할 수 없는 곳이다. 우리가 길을 인도하지.”
“너희가? 우리가 못했는데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거지?”
데클라인은 이단심문관의 말에 피식 웃었다.
확실히 뒤이어 도착한 이단심문관들에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마족들보다 강한 건 아니었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데클라인 혼자 이곳에 있는 스무 명의 이단심문관을 모조리 죽이는 것도 가능했다.
“우리는 불가능하지만…… 위대한 신이라면 가능하시겠지.”
“……!”
그 말에 데클라인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까.
‘이 미친놈들!’
이단심문관들은 천사의 피를 매개체로 타인을 ‘강신(降神)’시키는 게 가능했다.
교황인 비올레트라거나 혹은…… 그 이상의 존재까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황 이상의 존재를 몸에 강신시키면 이단심문관은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몸이 폭발하며 죽는다.
“여분은 많으니…… 충분히 가능할 거다.”
지속적으로 신을 강신시켜 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이단심문관들의 목숨에 대해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