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1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1화>
운수 좋은 날(1)
빈샤드에서 생활한 지도 3일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겁을 집어먹고 다니던 모네도 이제는 크게 두려움 없이 길을 걸었고, 도리어 지루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련님, 저희 이러다 여기 갇혀서 굶어죽는 거 아닌가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공략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터라 당연히 식량에 대한 대비를 해 둔 상태였다.
리야가 직접 만든 가방에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챙겨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스트레스인가…….’
그나마 리야는 멀쩡했지만, 신체 능력이 일반인에 가까운 모네와 마리아는 상당히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먼저 가던 마족들이 멈춰 있는데?]‘그래?’
처음에 모네는 우리보다 앞서가던 마족들의 뒤를 지름길을 통하여 단숨에 쫓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도무지 앞지를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틀은 별다른 진전 없이 미궁을 헤매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저희 며칠째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도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슬쩍 내게 물었다.
그 말에 모네도 조금 신경 쓰고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나를 보았다.
“저, 도련님 근데 제가 계속 길을 찾아도 괜찮나요? 마리아의 말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괜찮아. 이건 모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네가 가진 능력, 기적과도 같은 행운.
그것이 원작에서도 큰 빛을 발했으리라 확신했으니까.
“가끔 생각하지만 클레이는 정말로 모네를 믿는군요?”
“뭐, 어렸을 적부터 함께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니 당연하지.”
모네의 행운에 대해선 이미 설명해 둔 상태였으나, 리야는 단순히 거기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나와 모네의 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그럼 계속 갈게요…….”
모네는 내 말에 괜히 쑥스러웠던 모양인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재차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네의 발걸음이 마족들을 향하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히익!”
몇 걸음 걸어가던 모네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길목에 무수한 몬스터의 사체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여, 여기서 누가 싸웠나 봐요.”
모네는 덜덜 몸을 떨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보다 대범하네.]‘소심해 보여도 강단은 있거든.’
그나저나 이 길을 마족들이 지난 건 확실해 보였다.
지금까지는 마족들과는 다른 경로로 길을 찾던 모네였는데, 처음부터 길이 겹친 것이다.
‘이곳을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건가?’
미궁의 재해, 빈샤드는 일정 주기마다 미궁을 변화시키며 내부의 생명체를 집어삼켜 양분으로 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만약 마족들이 이곳을 지난 지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면, 이곳에 몬스터의 사체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에 잠시 상황을 파악하며 고민에 잠긴 그때였다.
“응?”
마리아가 뒤늦게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클레이, 이쪽에는…….”
“쉿.”
나는 마리아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 모네를 괜히 건드려봐야 좋을 것 없었다.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둬야만 했다.
‘그란세시아, 마족들은 지금 어떤 것 같아?’
[무언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아.]‘치열하게 싸운다고?’
몽환의 재해 때를 염두에 둔다면, 인도검 라갈을 차지하기 위해 이곳에 온 마족들도 그에 준하는 놈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작위를 지닌 마족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마족과 대치하고 있는 무언가도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뜻했다.
모네의 걸음은 마치 어떤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런 마족들의 인근을 돌며 스쳐 지나갔다.
닿을 듯 말 듯 주변을 서성이던 모네의 발은 이내 어떤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그때.
콰아아앙!
“꺄아악?!”
통로에 들어서기 무섭게 먼 곳에서 폭음이 울렸다.
“도, 도련님! 아무래도 잘못 왔나 봐요!”
“아니, 제대로 왔어.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자.”
“네?!”
나는 모네를 이끌고 연신 폭음과 괴성이 울려 퍼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망설이는 모네의 발에 맞춰 반쯤 허물어진 틈새로 이동하자, 거대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헉, 허억……?”
그곳에는 무수한 마족의 사체와 만신창이의 모습을 한 마족, 그것도 설정상 백작위의 마족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나는 마족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훑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의 입구에는 거대한 몬스터의 사체가 눕혀져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 * *
백작위의 마족, 벤데라와 길티온은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욕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왜 하필 이 순간에!’
정말 이곳까지 도달하기까지 무수한 희생이 있었다.
인도검 라갈이 있는 장소는 빈샤드의 최심부.
그 최심부로 향하는 길을 발견한 게 바로 어제였다.
하지만 그 길을 발견했음에도 쉽사리 들어설 수 없었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강력한 몬스터 때문이었다.
녀석은 수많은 몬스터를 소환하여 부렸는데, 심지어 각 개체가 하나같이 상당히 강했다.
벤데라와 길티온이 이끄는 마족들은 그 무수한 몬스터의 대군을 뚫고 끝내 이 수문장까지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모든 부하 마족을 잃고 둘만 남게 되었지만, 목적은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 고생했다. 너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벤데라는 박수까지 치며 생긋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이미 모든 마족에게 저 인상착의는 널리 알려진 상태였으니까.
“검주, 네가 왜! 왜! 지금 나타난 거냐!”
“그걸 나보고 뭐라 해도 답해 줄 말이 있겠어? 그냥 오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울분에 차 외치는 벤데라의 말에 검주, 클레이 반하르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아무튼 고생했다. 덕분에 아래는 편하게 갈 수 있겠네.”
“이 새끼가……!”
아무리 부상을 입었어도 자신은 백작위의 마족이었다.
설령 칠영웅이라고 해도 쉽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곳에는 다른 백작위의 마족인 길티온도 있었다.
큰 부상을 상태이긴 하지만, 둘이 덤빈다면 아무리 검주라고 할지라도…….
“리야, 나머지 하나를 부탁해도 괜찮지?”
“물론이죠.”
태평한 클레이의 말에 답하는 아름다운 여성.
여성의 머리에는 한 쌍의 뿔이 있었는데, 한쪽은 부러져 있었다.
이 또한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리야 아스크탈린? 제국의 왕녀?”
“어머나, 저를 아시다니 이거 영광이네요.”
후후후, 웃는 그녀의 얼굴에 벤데라는 이제 분노하는 것도 잊었다.
검주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용언을 사용하는 제국의 황녀를 상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어쩐지 처음부터 운수가 더럽게 안 좋더니.’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잘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벤데라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 * *
“후우, 그래도 썩어도 백작위라는 건가? 만만치는 않네.”
천쇄의 무구를 익히기 전이었다면 상당히 벅찼을 상대였지만, 다행히 수월하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간의 수련도 큰 도움이 되었어.’
그란세시아의 말이 맞았다.
지난 며칠간, 나는 리야의 용언을 통찰안을 사용하지 않고 받아 내었다.
그 결과, 전보다 한층 감각이 예민해졌으며 이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흐름까지 조금씩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본다와 느낀다는 건 다른 거구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훌륭했지만, 거기에 느끼는 것이 더해지니 상대가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마치 예지와도 같지?]‘딱 그 느낌이네.’
[통찰안은 만물의 흐름을 볼 수 있어. 그리고 그것을 진정으로 완벽히 다루려면 육신 또한 그에 따라 줘야 하는 거야.]이전이라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야는 어때? 괜찮아?”
“예, 이 정도는 거뜬하답니다.”
정말로 리야에게는 약간의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백작위의 마족을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겼으니 당연한 일이다.
‘……운도 없지.’
하필 상대 마족은 최심부의 수문장을 상대하느라 마력이 부족해진 상태였다.
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드래곤의 용언을 저항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처럼 통찰안으로 흐름을 보거나 느끼지 못한다면 용언은 무적에 가까운 힘이었으니까.
[저 계집애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면, 혹은 좀 더 용언에 익숙해진다면 그 흐름을 읽는 건 쉽지 않을 거야.]‘왜?’
[어린 용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야. 용언을 직설적으로 사용하는 탓에 흐름을 읽기도 쉽지. 보다 꼬아서 사용한다면 상당히 까다로워져.]그렇군. 확실히 메르사야의 용언도 무척 읽기 쉬웠지.
‘이 점은 나중에 리야에게 말해 줘야겠어.’
리야가 강해지는 건 내게도 큰 이득이었으니까.
‘리야에게 직접 말해 주고 싶은데 껄끄러워서 내게 말해 준 거지?’
[뭐, 뭐?! 아, 아니거든요?]그란세시아는 말을 더듬으며 변명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나는 그냥 이런 건 가만히 못 두는…… 어?]‘왜 그래?’
[…….]새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그란세시아의 말이 뚝 끊겼다. 의아함을 느낀 내가 물었지만,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알타이르야.]‘……뭐?’
[알타이르의 힘이 느껴져.]나는 그 말에 숨을 들이켰다.
알타이르라면 이 세계의 주신이자 ‘신의 재해’였으니까.
‘설마 신의 재해가 지상에 강림했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힘은 미약해. 아마…… 타인의 몸에 일시적으로 강림한 것 같아. 이게 가능하다는 건…….]그 말에 나는 하나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린켄에 있던 마족의 통로에서 이단심문관의 몸에 강림했던 비올레트.
알타이르도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래도 이 빈샤드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으니 본인의 힘을 빌려주고 있는 거겠지.]‘……서둘러야겠군.’
‘마기라면 마족인가. 수준은?’
[최소 후작급.]후작급이라니.
그 정도면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꽤나 강해졌다고는 하나, 후작위는 아직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도련님, 저희도 슬슬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모네가 불안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역시 모네의 행운도 서둘러 이동하길 종용하는 것 같았다.
“그래, 서두르자. 느낌이 좋지 않아.”
“그란세시아 님이 방금 뭐라고 말하신 것 맞나요?”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내 표정이 갑자기 굳은 탓에 리야도 뭔가를 느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긍정했다.
“후작위의 마족이 우리를 뒤쫓고 있어. 거기다 이단심문관…… 그것도 주신이 직접 돕고 있는 모양이야.”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네요.”
“그렇지. 그러니 서둘러 빈샤드를 공략하고 라갈을 찾아야 해.”
빈샤드를 붕괴시키면 경계검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나는 주변에 눈짓한 뒤, 빈샤드의 최심부로 향하는 통로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이 어둡게 물들었다.
‘뭐지?’
방금 전까지 마족들과 싸웠던 장소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통로에 발을 내디디자마자 모든 불빛이 사라진 것처럼 어두컴컴해졌다.
“넘어지지 않게 발밑을…….”
다른 이들에게 충고하기 위해 시선을 돌린 나는, 말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내 곁에 있던 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탓이었다.
[걱정하지 마. 다들 무사해.]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시모사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사라져 버린 다른 이들과 달리, 그란세시아만은 여전히 내 손에 깃들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통로에 들어선 순간, 각자 독립적인 공간으로 격리되었어. 통찰안을 사용하면 알 수 있을 거야.]그란세시아의 말에 통찰안을 사용하자, 확실히 전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보였다.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흐름은 다른 모든 것에서 괴리되어 있었으며, 나를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