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7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7화>
성녀의 후예(1)
성녀 그란세시아의 가문, 아텔가.
세트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가문이자, 그에 걸맞은 권위를 지닌 곳으로 많은 이들에게 추앙을 받는 가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런 아텔 가문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건방진 교황 녀석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 미셸을 유폐시켜?]현재 아텔가의 주변은 수많은 성기사와 사제들이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어,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저택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저희는 아텔가까지 어떻게 갈 거예요? 설마 메르사야를 타고?”
키세아는 살짝 불안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메르사야를 타고 날아가는 게 영 껄끄러운 것 같았다.
‘답지 않게 고소공포증이 있다니.’
싸울 때는 그렇게나 사나운 녀석이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게 뭔가 웃겼다.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역시 눈에 띄어서 힘든가요?”
“오히려 그게 위험할 수도 있을 거야. 거기다 메르사야의 말도 있으니 사릴 필요가 있겠지.”
나는 힐끗 메르사야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최근 메르사야는 내가 알려 준 성천무극의 동작을 반복하며 수련을 열심히 받았다.
확실히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재능이 있어서인지 익히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벌써 1절인 천군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거기도 드래곤의 육신이니 그 위력도 범상치 않고.’
근력도 근력이고, 뼈와 피부도 드래곤의 그것이라 따로 장비를 착용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나와는 달리, 메르사야는 성천무극을 익혀도 신성력이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용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과 동조하여 전혀 다른 형태의 성천무극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쟤 요즘 왜 저렇게 열심히 한데?]‘아무래도 태고의 땅에서 그런 일이 있었잖아.’
[흐으음.]어딘가로 날아갔다가 돌아온 메르사야가 전해 준 이야기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드래곤 로드라 불리는 라르기오스가 알타이르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근데 신기하네. 왜 쟤는 드래곤 로드가 아니라 너한테 붙었을까?]‘글쎄.’
단순히 승산을 가늠한다면 나한테 붙는 건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이긴 했다.
상대는 그 수가 무려 백에 달하는 드래곤이다.
전 인류가 연합한다 할지라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았다.
‘세트람도 세트람이고…… 걱정이네.’
아마 세트람이 전쟁을 일으키게 되면 드래곤도 함께 움직일 확률이 높았다.
원작에서도 이랬나? 파비안은 대체 이걸 어떻게 막은 거지?
‘세트람 본국에 진입하면 뭔가 알게 되려나.’
우선 그건 미셸을 구한 이후다.
먼저 우리가 갈 곳은 아텔가였으니까.
* * *
“당신들은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닥쳐라, 미셸. 너는 지금 신의 뜻에 반하고자 하는 것이냐?”
“어찌 이게 신의 뜻이라는 겁니까. 이건, 이건 아닙니다!”
아텔가를 벗어나기 위해 탈출하려던 미셸은 성기사의 손에 붙들려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긴 시간을 가문에 유폐되어 있었는지 잊었을 정도다.
“미셸 아텔. 그간의 공적을 보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텔가의 당주를 본받아라.”
“크윽…….”
다른 아텔가의 인물들은 미셸과 달리 자신들의 처분을 받아들였다.
차기 당주이자 후계자인 미셸만이 거세게 저항할 뿐이었다.
‘정녕 이게 신의 뜻이란 말인가?’
미셸은 자신을 방에 가두고 떠나는 성기사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교황은 그란세시아 님의 육신을 이용해 무언가를 저지르려는 게 분명해.’
세트람의 수도, 일리샤드.
그 지하에 위치한 장소에 미셸은 한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던 자들은 인간이 아니었어.’
일리샤드의 지하는 인간의 건축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은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이루어진 그곳에는 순백의 머리칼에 막대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던 존재들이 거주했다.
‘그들을 통해 이단심문관들이 만들어지는 거겠지.’
세트람에 고위 성직자라고 할 수 있는 미셸도 어렴풋이 이단심문관들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극비인지라 추기경 이상의 성직자들이나 알고 있는 진실이었지만, 아무래도 들리는 것들이 있으니까.
‘천사.’
그래, 그들은 천사다.
세트람의 지하에는 몇몇의 천사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막대한 신성력을 지니고, 신성한 피를 지닌 자들.
“그란세시아 님의 유해는 분명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을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일리샤드의 지하로 보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이용해 무언가를 할 작정이겠지.
‘단순한 억측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아무리 교황이라도 성녀의 유해에 손을 대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교황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아아, 신이시여.”
미셸은 양손을 움켜쥐고 기도했다.
이전이라면 주신인 알타이르에게 기도했을 터이나, 지금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지금 누구에게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기도하는 미셸 자신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 * *
아텔가의 위치는 세트람의 수도인 일리샤드에서 가까운 영토에 위치해 있었다.
딱히 귀족이 없는 세트람이지만, 종교 국가인 세트람인 만큼 몇몇 추기경이나 고위 사제들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아텔가 역시 자신의 영토를 가진 몇 안 되는 성직자 가문이었다.
“입구부터 감시하는 성기사의 숫자가 너무 많지 않나요?”
키세아와 나, 그리고 메르사야는 영지의 입구를 지키는 성기사들의 수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저들을 쓰러트리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럼 분명 소란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물론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만.
“와, 진짜 이 검의 능력 너무 사기적인 거 아닌가요?”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경계검의 능력을 사용해, 공간의 틈새를 통해 아텔가의 영토에 진입했다,
키세아는 몇 번이나 이 검의 능력을 체험해 봤지만 그저 경악스럽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건 메르사야도 마찬가지였다.
“클레이 님, 대체 이 천하칠검이라는 건 어떤 신이 만든 건가요? 주신이라도 이런 검을 만들지는 못할 텐데…….”
공간의 틈새 속에서 메르사야는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글쎄. 드레이슬러가에서도 그걸 확인해 보려 했지만 마땅한 자료가 없더라고.”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물론 나는 그 신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아버지겠지.’
말 그대로 창조주라 할 수 있는 아버지라면 그 어떤 것이든 만들어 내는 게 가능했으리라.
‘아니면 그에 걸맞은 신을 만들어 내셨을지도 모르지만.’
아버지가 직접 천하칠검을 만들어 내셨는가.
또는 천하칠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을 창조하셨는가.
결국 그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응?’
아텔가의 영토로 진입해 걸어가던 와중, 나는 묘하게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눈치채고는 짧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쯧. 검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가.”
“왜요?”
내 중얼거림을 들은 키세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공간에 간섭하는 결계가 쳐져 있어.”
“와, 그런 마법도 있어요?”
“아니, 이건 마법이라기보단…….”
물리적인 힘을 넘어서, 공간이라는 법칙 자체에 간섭하는 결계.
이런 건 설령 마탑주 소일라 프란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만들어 낼 수 없을 터였다.
“……마치 용언 같네요.”
“그래. 이 정도면 직접 결계를 베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겠어.”
문제는 결계에 직접 손을 댄다면 상대가 알아차릴 것이라는 점이었다.
근데 대체 누가 이런 결계를 친 거지?
교황 비올레트가 알타이르의 힘을 일부 강림시킨다면 가능하겠지만…….
[알타이르가 친 건 아니야.]여태 잠자코 있던 그란세시아가 말을 꺼냈다.
‘그럼 대체 누가 이런 결계를 쳤는데?’
통찰안을 사용해 보면 거대한 돔의 형태로 만들어져있는 결계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 중심에 미셸이 유폐되어 있는 아텔가의 저택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천사.]‘천사가 여기에 있다고?’
[느껴지는 신성력을 보면 분명해.]확신에 가득 찬 그란세이아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신화에서나 나오던 천사를 실제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단심문관 자체가 천사의 피를 이용해 만들어졌었다고 했으니, 세트람에 천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하지만 직접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했다.
“그럼 어떡해요?”
“방법이 있나, 결계를 가르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데.”
“그럼 들키잖아요.”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천사는 하나야.]‘그 외에 다른 강자는 없겠지?’
[이단심문관을 비롯한 성기사 다수.]‘그거면 충분해.’
하나뿐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특히 그 상대가 천사라면 말이다.
* * *
거대한 신전과도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물에 무수한 성기사들이 벽을 만들고 지키고 있었다.
고작 한 가문의 식솔들을 감시하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
‘아무리 아텔가의 인물들이 중요하다지만, 이렇게까지 감시할 필요가 있나?’
세트람의 제5성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 델슨은 이 상황이 조금 의아했다.
아텔가가 아무리 세트람에서 강력한 권위를 지녔다고 해도 일개 가문이다.
소수의 기사들을 거느리고는 있었지만, 성직자 가문인 만큼 최소한의 치안을 지킬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아텔가의 인물들이 위협적이냐?
그런 것도 딱히 아니다.
분명 뛰어난 성직자이며 사제들이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늘 변수라는 건 있는 법이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델슨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평범한 인간과 달리, 공간 자체를 울리는 것 같은 기이한 음성.
시선을 돌리자 전신에서 옅은 빛을 발하는 존재가 서있었다.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모양이구나, 인간.」
“아, 아닙니다!”
「부정할 필요 없다. 곧 성전이 시작될 텐데, 이곳에서 잡일이나 하고 있으니 불만스러울만도 하지. 인간이란 명예를 갈구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계속될수록 델슨은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과연 천사다.’
델슨도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한 강자다.
하지만 천사는 똑바로 직시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천사의 말을 들을수록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마음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아, 아닙니다. 그저 저희들이 나태하게 느껴졌을 뿐입니다. 다른 동포들은 지금쯤 성전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고 있을 테니까요.”
「나태하다라…….」
천사는 그렇게 말한 후, 어딘가를 응시했다.
「공교롭게도 마침 일이 생겼구나.」
“예?”
「침입자가 있다.」
천사는 먼 곳에서 다가오는 자들을 느꼈고, 보았다.
천사들의 눈인 천안(天眼)은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상대라도 보고자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남자 하나에 여자 둘. 남자 쪽은 조금 조심해야 할 지도 모르겠군.」
“예? 천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위험한 자입니까?”
「성천무극의 후예에 대해 아느냐?」
성천무극의 후예.
그 이름을 델슨이 모를 리가 없었다.
린켄의 동굴에서 목격되었다는 사내.
「성녀의 후예라니, 이거 재밌게 됐군.」
천사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지만, 델슨은 어쩐지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한기를 느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