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8화>
성녀의 후예(2)
「성녀의 후예를 비롯한 3명은 현재, 영지를 가로질러 오고 있다.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예, 옙!”
후다닥 등을 돌리고 달려가는 델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천사는 천천히 공중에 날아올랐다. 어차피 저들은 성녀의 후예를 막지 못할 것이다.
그저 성녀의 후예의 곁에 있는 날벌레들이라도 처리해 주길 바랐다.
‘잘됐어.’
천사, 이그니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레이’를 보았다.
성녀.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 이그니엘은 치가 떨렸다.
‘마음 같아선 그 유해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건만.’
감히 신의 뜻에 반할 수는 없었다.
이그니엘은 이미 수백 년 전에 그란세시아를 만난 적이 있었다.
아니, 만났을 뿐이 아니라 손속을 겨루었다.
오만하게 신의 화신을 응시하던 그 건방진 인간을 벌하기 위해서.
‘……큭.’
당시 어린 천사였던 이그니엘은 그란세시아에게 두들겨 맞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다른 천사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 그 무슨 굴욕이었는지.
심지어 성녀는 그런 자신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천사들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인성 교육부터 하는 게 어때?’
감히, 인간 주제에 신의 사도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언젠가 반드시 참회하게 해 주마.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 성녀도 인간에 불과했던 것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성녀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신은 어째서 그녀의 육신을 폐기하지 않았단 말인가.’
위대한 신, 알타이르의 뜻은 일개 천사인 이그니엘로선 알기 힘들었다.
「비록 성녀에겐 설욕하지 못했지만, 좋은 기회로다.」
설마 성천무극을 익힌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 자신은 저 건방진 성녀의 후예의 숨통을 끊고, 과거의 굴욕을 설욕하고 말리라.
* * *
“잡아라!”
우르르 몰려오는 성기사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저들은 마치 우리가 어디로 갈지 아는 것처럼 순식간에 쫓아왔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성기사들이 짜증 났는지 키세아의 눈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거 전부 죽여도 괜찮아요?”
“……그렇겠지?”
“클레이 님, 저는 용언을…….”
“아니, 그건 되도록 사용하지 마.”
메르사야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되도록 감추는 게 좋았다. 특히 앞으로 세트람의 수도인 일리샤드로 가려면 더더욱.
‘그래도 이단심문관들은 없군.’
천사가 있기에 굳이 이단심문관까지 보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우선 흩어지자. 성기사들과 병사들을 좀 부탁할게.”
“왜요? 그냥 함께 싸우는 편이 훨씬 빠를 것 같은데.”
“녀석이 그러길 바라는 것 같거든.”
“녀석? ……혹시 천사를 말하는 건가요?”
이미 둘에게도 천사의 존재에 대해선 언질을 해 둔 상태였다.
“설마 혼자서 천사를 상대할 생각이에요?!”
“오히려 혼자가 나아.”
“으으, 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가요. 아무리 제가 클레이보다 약하다지만…….”
섭섭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키세아에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천사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대항하기 힘들거든.”
“네, 클레이 님 말이 맞아요. 천사의 언어는 인간에게 계시와도 같아서 자칫하면 무심코 따르게 돼요.”
어찌 보면 용언과도 같다.
물론 용언보다는 한참 아래다. 천사의 언어는 생물체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게 전부였다.
“……뭐, 클레이니까 다 생각이 있겠죠. 알겠어요. 저희들은 잡병들이나 상대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빠져나갈 길도 마련해 줘. 여길 빠져나가면 바로 일리샤드로 가야 되니까.”
“예, 맡겨 주세요.”
우리는 서로 시선을 마주친 후 둘로 쪼개졌다.
키세아와 메르사야는 우리를 뒤쫓은 성기사들을 유인했고, 나는 그 틈에 결계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달렸다.
[저 천사 놈은 왜 저렇게 적의를 보내지? 혹시 너 천사한테 거슬리는 짓이라도 했어?]‘그런 적이 있을 리가 있냐.’
[그래? 이상하네.]그란세시아는 이쪽을 향한 살기 어린 시선이 상당히 의문스런 눈치였다.
‘근데 정말 왜 저런데.’
결계를 뚫고 들어온 순간부터 느껴진 살기.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보는 기분이다.
‘저기다!’
나는 작은 마을을 빠져나와 몇 개의 언덕을 넘었다.
그러자 마치 신전과도 같은 건축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느껴져. 역시 미셸은 저 안에 있는 거야!]‘역시 제이드, 정확하구만.’
이 아텔가의 영토에는 저런 건축물이 몇 개나 되었다.
그중 어떤 장소에 미셸이 있는지는 제이드가 많은 노력을 해 준 덕분에 미리 알 수 있었다.
‘뭐, 제이드가 알아낸 건 그뿐이 아니지.’
물론 그 부분은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어서, 미셸의 도움이 필요했다.
‘자, 그럼 제대로 변장은 됐겠지?’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야 평소 내 모습이 아닌 ‘레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갈 때는 이 모습이 최고야.’
만약 클레이의 모습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메르사야와 키세아 역시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한 상태였다.
“네놈은 누구냐! 이곳은 접근해선…… 꽥!”
신전을 감시하는 성기사들이 남아 있었지만, 간단하게 주먹으로 몇 대 쥐어박으면 가볍게 나가떨어졌다.
“이, 이놈이 천사님이 말하던 침입자인가?”
“성천무극의 후예라던…….”
몇 명이 얻어터지고 나자 내 정체를 알았는지 성기사들은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고 슬슬 물러났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보나마나 천사겠지.’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이미 전부 지켜보고 있음에도 바로 나타나지 않은 게 우스웠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굳이 녀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기에 성큼성큼 신전을 향해 접근했다.
그러자 성기사들은 저마다 혼비백산하며 물러섰다.
「정말로 인간이란 존재는 도움이 되지 않는군.」
은은한 음성이 울려 퍼지며 백색의 섬광이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새하얀 한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내게 향했다.
“오오, 천사님!”
“죄송합니다! 부족한 저희들을 구원해 주십시오!”
위기의 순간에 등장한 천사의 모습에 성기사들은 저마다 찬양하기 바빴다.
천사는 그런 인간들의 시선과 말을 즐기는 것처럼 더더욱 몸에서 광채를 발했다.
[……내가 저래서 천사들을 안 좋아해. 하나같이 저렇게 칭송받는 걸 좋아하거든.]‘드래곤이랑 비슷하네, 뭐.’
[드래곤이랑은 근본적으로 좀 달라. 뭐라고 해야 할까, 좀 더 유치하다고 해야 되나.]확실히 좀 그런 면이 있었지만, 내가 볼 때는 둘 다 그게 그거였다.
상위 종족이라는 놈들은 꼭 그런 이상한 곳에 집착하는 듯했다.
「성녀의 후예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빨리 빨리 나오지 그랬어.”
피식 웃으며 말하자,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천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과연, 그 건방진 성정은 성녀의 후예가 맞구나.」
“뭐야, 너 혹시 성녀…… 님을 만난 적이 있는 거냐?”
「그렇다.」
설정을 보니 이그니엘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천사는 아무래도 그란세시아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는 얼굴이냐?’
[처음 보는데.]‘혹시 잃어버린 기억과 관련 있는 건가?’
[그냥 모르는 녀석이야.]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걸 보면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오래전, 나는 성녀 그란세시아와의 혈투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지.」
‘그렇다는데?’
[그런 거 모른다니까.]이그니엘이 천천히 오른손을 뻗자, 녀석의 손에 금색의 창이 잡혔다.
「이렇게 다시 설욕할 기회를 얻어 기쁘구나. 자, 너의 선조를 원망하며 죽어라.」
“아니, 나는 아텔가의 사람이 아니라 딱히 선조는 아니야.”
「시끄럽다!」
어찌 됐든 이그니엘의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순수한 창술도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이르렀으며, 천사의 능력과 신체가 더해지자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델토드,’
나는 건틀릿의 형태를 취한 제노바로 극검의 힘을 발휘했다.
막강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천사의 힘이라도 극검으로 상승한 신체라면 충분히 받아 낼 수 있었다.
거기다…….
‘이제야 진짜로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겠구나.’
카카캉!
나는 건틀릿으로 녀석의 창을 쳐 내며, 놈의 날개에서 발해지는 금색 광체를 회피했다.
「흥! 그 몸놀림은 과연 제법이로구나. 하지만 이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당하지 않는다!」
과연 천사는 천사다.
창을 손으로 쳐 낸 건 몇 번 되지 않았음에도 손이 저릿저릿했다.
‘사용해 보실까.’
몇 번 사용하여 이제는 익숙해진 힘.
등의 각인에서 시작된 붉은 잔광이 전신으로 퍼지며 막대한 신성력이 전신에 흘렀다.
신혈에서 비롯된 그 웅혼한 신성력은 신체에 활력과 힘을 불어넣어, 방금 전보다 육신을 배는 강화시켰다.
「뭐냐, 그 힘은! 성천무극에 그런 기술은 없었을 터!」
당연히 갑작스럽게 변화한 기세에 이그니엘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신성력에 민감한 천사이니, 내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바로 인지했으리라.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노는 건 끝났다. 단번에 죽여 주마!」
위험을 감지했는지, 이그니엘의 몸을 감싼 천사의 광채가 몇 배는 강해졌다.
펼쳐진 날개가 주변의 마력을 모아 신성력으로 변화시키며 창에 집중되었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왼손은 아래로, 그리고 오른손은 위로.
양발을 넓게 벌린 후, 오른 무릎을 살며시 굽힌다.
‘천군에 자전의 묘리를 섞는다.’
성천무극의 1절인 천군.
거기에 상대의 공격을 역이용하는 자전의 묘리를 섞어 내게 창이 뻗어진 순간 오른손을 움직였다.
「컥?!」
내 허리가 회전하며, 왼손으로 뻗어진 창대를 빙그르르 회전하며 흘린다.
동시에 굽혀진 오른 무릎이 쭉 펴지며 쏜살같이 오른 주먹이 녀석의 어깨를 강타했다.
원래 가슴을 노린 공격이었지만, 역시 천사는 천사인지라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회피한 것이다.
「이, 이런 굴욕을. 인간에게 공격을 허용하다니.」
놈은 어깨에 받은 타격에 주르륵 밀려나며 겨우 자세를 잡았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대로 몸이 터져 버릴 정도의 충격이었음에도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거다. 천사의 눈은 무엇이든 꿰뚫…….」
그러나 내 공격은 단순한 타격에서 그치지 않았다.
붉게 물들었던 피부를 중심으로 금색으로 빛나는 실선이 거미줄처럼 퍼졌다.
「끄아아악!」
이그니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깨에 마치 잔금처럼 퍼진 상처에서 금색의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크으으윽! 뭐, 뭐냐!」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성능 확실하구만.’
천쇄의 무구는 단순히 육신을 강화시키는 것에 그치는 기술이 아니었다.
상대의 신성력을 불살라 피해를 주며, 마치 맹독처럼 그 효과를 전신에 퍼트린다.
각인에서 만들어진 신성력이 상대의 신성력에 섞여 일반적이라면 있을 수 없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천사와 신과 같은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필라 가네스트가 만들어 낸.
이름 그대로 천쇄(天殺)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