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59화>
성녀의 후예(3)
천쇄의 무구는 신성을 가진 존재에게는 치명적인 힘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마족을 상대로 신혈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하지만, 명확히 다른 점이 있었다.
신혈은 어떠한 상대든 똑같은 효과를 부여하지만, 천쇄의 무구는 상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랐다.
‘보유한 신성력이 많을수록 위력이 배가되니, 천사라면 고통이 엄청나겠지.’
천쇄의 무구는 맞닿은 상대의 신성력을 변질시키고, 변질된 신성력은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는 불꽃이 되어 크나큰 고통을 선사한다.
그리고 당연히 보유한 신성력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신성력이 변질되어 위력이 배가시켰다.
「끅, 끄으으윽!」
천사 이그니엘은 강한 천사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 아니 마족 이상의 존재이며, 천사보다 순수하게 강한 종족을 꼽자면 아마 드래곤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 이그니엘이 언제 이런 고통을 맛본 적이 있겠는가?
고통에 대한 역치값이 낮으니 반응은 크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내게 훤히 틈을 내보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퍽퍽퍽퍽!
「크아아악!」
가죽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경쾌한 타격감과 함께 이그니엘의 입에서 흘러나온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사는 비명 소리조차 청량해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두들겨 패서 스트레스가 풀린 게 아닐까?]‘그런가?’
아무튼 이그니엘은 제대로 저항 한번 제대로 못했다.
천쇄의 무구에 얻어맞을 때마다 이그니엘의 신체에는 잔금이 퍼져 나갔고, 열기를 담은 백색의 광채가 흘러나왔다.
광채는 마치 녹아내리는 금속처럼 불똥을 튀기며 지상을 물들였다.
「하찮은 인간 놈이이이!」
“어이쿠.”
진부한 대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천사는 천사다.
두들겨 맞는 와중에 놈의 손에서 백색의 창이 만들어지며 크게 호선을 그렸다.
그러자 일대의 대지가 반으로 쩍 갈라지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피, 피해!”
“휘말리면 죽는다!”
근처에 있던 성기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녀석들은 이쪽을 향해 힐끗힐끗 겁에 질린 시선을 보내며 차마 끼어들지는 못하고 몸을 움찔거리기 바빴다.
「도움이라곤 안 되는 놈들 같으니라고! 도망치지 말고 이놈을 공격해라!」
“예, 옙!”
분명 처음에 자기가 물러서라고 하지 않았었나?
이런 걸 보면 천사도 결국 인간이랑 크게 차이가 없었다.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되면 선택하는 건 비슷했다.
‘그래 봐야 소용없는 짓이지.’
이곳에는 이단심문관도 없다.
기껏해야 소드 익스퍼트 상급 정도가 최고인 성기사들로 이제 와서 뭘 하겠는가.
“성천무극 제3절.”
공아(空牙).
나의 손바닥이 위로 향했다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으아아아!”
그대로 짓뭉개 버릴 수도 있었지만, 굳이 죽일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공아를 사용하자 반경 수십 미터 내에 있던 성기사들이 말 그대로 붕 날아가 버렸다.
「이건 성천무극의?!」
내가 힘을 가감하지 않은 대상은 이그니엘이 유일했다.
녀석은 백색의 창을 땅에 꽂아 공아의 힘에 저항했지만 그뿐이었다.
반격하려 했던 것 같지만 전신에 퍼진 잔금에서 백색 불꽃이 튀어 오르며 뭉치던 신성력이 흩어졌다.
「빌어먹을!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놈은 온힘을 다해 소리쳤지만, 목소리에서는 초조함이 선명히 느껴졌다.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기술이었어.’
나는 그런 이그니엘의 몸을 통찰안을 통해 유심히 관찰했다.
천쇄의 무구를 적중당할 때마다 놈의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변질된 신성력은 몸을 불태우고, 변질된 만큼 자연스레 신성력이 고갈된다.’
덤으로 끔찍한 고통과 기술을 사용할 때 방해까지 했다.
과연 필라 가네스트의 말처럼 신성을 지닌 모든 존재를 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뭐?」
“이제 더 싸울 필요도 없겠다고.”
천쇄의 무구가 지닌 힘은 충분히 보았다.
이그니엘을 상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며 자세를 잡았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그니엘은 곧바로 알아차린 듯했다.
「내, 내가 두 번이나 같은 기술로 당할 줄 아느냐!」
놈은 그렇게 외치며 역으로 덤벼들었다.
그 속도는 과연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고작 그뿐이지.’
놈이 다른 능력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면 꽤나 성가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그니엘은 오로지 천사의 힘만을 극도로 갈고닦은 천사였다.
나에게 신성력을 없애고 그 힘을 봉인시키는 천쇄의 무구가 있는 이상, 녀석은 내 적수가 되질 못했다.
“네가 언제 이 기술을 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덤벼드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주먹을 뻗었다.
섬전처럼 쏘아지는 녀석의 창에 비하면 한없이 느렸지만, 어째서인지 내 주먹은 창보다 먼저 녀석의 가슴에 닿았다.
“적어도 이 기술에 세 번 당할 일은 없을 거다.”
이게 녀석이 겪는 마지막 피안(彼岸)일 테니까.
쿵.
나선으로 회전하는 백색과 적색의 기(氣)가 이그니엘의 가슴팍에서 폭발했다.
* * *
“지, 지금 밖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미셸은 밖에서 울려 퍼지는 폭발음에 몸을 긴장으로 굳혔다.
‘설마 영지민들에게 뭔가 해코지를 하고 있는 건가?’
설마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불안감이 느껴졌다. 인간을 하찮게 생각하는 천사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으니까.
만약 아텔가의 사람들이 유폐된 것에 불만을 느낀 영지민들이 항의라도 했다면…….
파지지직!
“윽?!”
그때, 미셸의 머릿속에 누군가 인두로 지지는 것과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이건 대체?!’
처음 느껴 보는 이질적인 고통에 미셸은 비틀거렸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었으나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후우!”
고통이 가시자 미셸은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방금 누군가가 내 정신에 침입하려고 했다.’
머릿속에서 느껴졌던 통증의 원인.
미셸은 세트람에서도 손에 꼽는 재능을 지닌 사제였다. 덕분에 방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대체 누가…… 내게?’
마법인가?
아니다. 방금 자신이 느낀 건 마력 따위가 아니었다.
‘신성력.’
그것도 아주 강대한 신성력이 자신의 머리에 파고들었다.
반사적으로 저항하여 튕겨 냈지만, 자칫했으면 그대로 먹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설마…….”
고민에 잠겼던 미셸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가 이단심문관에 대해 알게 된 정보 중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이단심문관에게는 교황이 정신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장치’가 심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설마 그런 게 가능하리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방금 전 자신이 겪은 현상은 그 정보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만약 자신이 추측이 정말 옳다면…… 이건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쿵쿵쿵!
그때, 누군가가 강하게 문을 두드렸다.
갑작스런 큰 소리에 미셸은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쿵쿵쿵!
미셸의 항의해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거세졌다. 마치 문을 부수려는 것처럼.
콰가가각!
실제로 문은 곧 박살 났고, 갈라진 틈 사이로 누군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껏 미셸이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성기사였다.
그는 난데없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제정신이 아니다!’
풀린 동공, 반쯤 벌려진 입술.
마치 의식을 잃은 인간과 같은 얼굴이다.
하지만 성기사의 몸놀림은 그런 얼굴과 달리 매섭게 방 안으로 덤벼들었다.
“큭!”
미셸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며 성기사의 검을 피했다.
그리곤 신성 마법을 사용해 보호막을 만들었다.
카카캉!
“정신 차리세요!”
미셸은 보호막을 검으로 연신 두드리는 성기사를 향해 외쳤지만 상대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텐데…….’
미셸은 상당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은 대부분 보조에 특화되어 있었다.
소드 익스퍼트에 달하는 기사를 상대로 승산은 없었다.
콰아아앙!
“어?”
그 순간 폭음이 울리며 벽이 부서졌고, 미셸을 공격하던 성기사의 몸이 붕 날아가 쓰러졌다.
기절하진 않았는지 연신 몸이 꿈틀댔지만, 쉽게 일어서지는 못했다.
“괜찮으십니까, 미셸 사제님?”
“예, 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자 처음 보는 사내가 뻗었던 주먹을 내리고 있었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인데…….’
벽을 부수고 성기사를 단번에 날려 버린 사내는 두어 번 주변을 살핀 후에 미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기 더 있어 봐야 성가셔질 뿐이니 서둘러 빠져나가죠.”
“누, 누구신데 저를…….”
당황하는 미셸에게 남자는 슬쩍 미셸에게만 보이도록 건틀릿을 변화시켰다.
그러자 건틀릿 안의 맨손이 노출됐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이, 이건?! 설마 당신은 클…….”
“쉿. 우선 빠져나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미셸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우선 남자의 말을 따랐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그것은 분명 시모사의 눈이 분명했다.
시모사의 눈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이자는 시모사의 눈에게 인정받은 자라는 것.
그런 이는 미셸이 알기로 단 하나, 클레이뿐이었다.
‘하지만 클레이 경이 어떻게 이곳에 온 거지?’
자신이 유폐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구하러 온 건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에는 천사 하나가 지키고 있었으니까.
‘분명 지금쯤 모습을 드러내야 할 텐데…….’
이 정도의 소란이 있었으니 분명 나타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천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셸은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조심하십시오. 이곳에는 천사가 하나 있습니다.”
“천사라면 제가 쓰러트렸습니다.”
“……네?”
천사를 쓰러트렸다고?
신의 병사이자, 대리자인 천사를?
‘클레이 경의 실력으로는 천사를 쓰러트릴 수 없을 텐데?’
클레이가 강하다는 건 안다.
선택받은 영웅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마지막으로 보았던 클레이의 실력만으론 천사를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는 미셸에게 클레이는 피식 웃었다.
“제가 좀 강해졌습니다.”
“좀…… 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유폐되어 있는 동안 외부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던 미셸로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 * *
“으음~ 으으음~! 켁!”
잠을 자던 루티아가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 탓에 옆에서 함께 자고 잇던 마리아도 덩달아 잠이 깨고 말았다.
“……어머니, 조금 조용히 주무시면 안 되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자는 거였는데.”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자자!
라고 말하는 루티아의 제안에 넘어갔던 마리아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유독 루티아의 잠꼬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아, 아아아.”
마리아의 핀잔에도 루티아는 양손으로 얼굴을 꾹 누르며 묘한 신음을 흘렸다.
그제야 마리아도 루티아의 기색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니야.”
답지 않게 진지한 루티아의 목소리에 마리아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예지몽을 꾸셨나요?”
“맞아.”
“대체 어떤 걸 보셨기에 그러시는 건가요?”
루티아는 조용한 마리아의 질문에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영롱한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많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