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60화>
복종(服從)(1)
우리는 아텔가의 영지를 빠져나온 직후, 우리를 쫓아오는 추격대를 뿌리치고 다시 다른 모습으로 모습을 바꿨다.
모습을 바꾼 이후에는 우리를 쫓는 성기사나 병사들의 시선을 간단히 피해 움직일 수 있었다.
‘정말 폴리모프는 개사기 능력이라니까.’
정말 탐나는 능력이다.
필요 개연성만 간단했다면, 바로 능력에 추가했을 것이다.
“제가 유폐된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군요…….”
미셸은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유폐된 동안 일어난 일들은 굵직한 것만 따져도 엄청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설마 클레이 경이 칠영웅이 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이제는 백작님이라 불러 드려야겠군요.”
“아뇨,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시는 게 편합니다.”
“후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미셸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내 뒤를 보았다.
현재 우리의 뒤에는 미셸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두 여성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셸 아텔입니다. 두 분에 대한 이야기는 클레이 경에게 들었습니다.”
“아, 네. 저는 키세아 바룬다르크라고 해요.”
“……난 메르사야.”
둘 다 묘하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미셸을 영 꺼리는 기색이었다.
‘저래서야 걱정이네.’
앞으로 한동안 같이 움직이게 될 텐데, 저래서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는지…….
“클레이, 그럼 저희는 사제님을 구했으니 바로 일리샤드로 향하는 건가요?”
“그래, 맞아.”
키세아의 질문에 나는 선선히 대답했다.
그런 우리의 대화에 미셸은 의아한 얼굴로 우리를 보았다.
“그런데 일리샤드에는 무슨 일로 가시려는 겁니까?”
“일리샤드에 있는 성녀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되찾을 생각입니다.”
“성녀님의 유해를?!”
“예. 우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긴데…….”
나는 간단히 일리샤드에 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과 신성왕국 세트람에 대해서.
“세트람이 그런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예상대로 미셸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반박하진 않았다.
“제 말을 의심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성하께서 성녀님의 유해를 빼앗아 간 시점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곤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이 그런 일을 강행했으니 아텔가의 입장에선 다소 납득하기 힘들었을 터였다.
그런데 미셸은 한 가지 의문이 남는지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하지만 분명 이전에 저에게 신의 계시를 받으셨다고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세트람과 적대하는…….”
“전 ‘신의 계시’라고 했지 주신 알타이르의 계시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알타이르의 은덕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셸을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거였다.
미셸은 약간 혼란스런 얼굴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시모사의 눈이 클레이 경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거짓일 거라고는 생각되진 않는군요. 알겠습니다. 게다가 직접 이상한 일을 겪기도 했고요.”
“이상한 일?”
“무언가가 제 정신에 간섭하려고 했습니다. 그건……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죠.”
미셸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지배하려고 했던 불쾌한 경험.
그 말에서 나는 바로 이단심문관들을 떠올렸다.
‘이단심문관처럼 특별한 장치가 없어도 되는 건가?’
[애초에 알타이르의 힘을 빌려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니까. 녀석의 신성력에 영향을 받은 이상, 설령 장치가 없다 해도 간섭이 가능할 거라 생각돼.]‘그건 상당히 곤란한 말이군.’
사실상 알타이르의 사제들이라면 전부 간섭이 가능하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셸은 저항했잖아? 아무래도 장치가 없다면 그렇게까지 강제적으로 할 수는 없을 거야. 정신력이 강하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거겠지.]나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신성력은 신의 힘이잖아?’
[그치.]‘그럼 네가 몸에서 신성력을 만들어 내는 건 어떤 원리야? 신성력이 신의 힘이라면, 결국 신의 도움 없이는 인간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냐?’
[그건 아냐. 나를 봐.]그란세시아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신성력은 인간이 기원의 대상에게서 얻는 힘이야. 신들은 그 기원이 모여들수록 본인의 힘이 강해져. 그런 종족이야.]‘종족…… 신도 결국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건가?’
[사실 신이라는 것도 우습지. 신족…… 이라고 해야 되려나. 신이라는 존재와 한없이 비슷한 성질을 지닌 종족.]그란세시아의 말은 이랬다.
신족, 그들은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로부터 힘을 얻으며 그 대가로 신성력을 대가로 지불한다.
숭배할수록 대가로 줄 수 있는 힘은 강해지며, 더욱 강력한 권능을 얻고 주게 된다.
[신성력을 얻는 건 기원하는 거야. 그 기원의 대상이 누구이든 상관없지. 예를 들어 자신이 상상하는 초월적인 무언가거나, 혹은 바로 자기 자신이거나.]‘그럼으로써 자신의 몸에 신성력이 생긴다는 건가.’
[정확히는 변하는 거야.]‘뭐?’
[신성력 자체가 마력이 변화한 새로운 성질이니까.]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마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특별한 술식을 통해 마법이라는 형태로.
강렬한 욕망에 물들어 마기(魔氣)라는 형태로.
오랜 단련을 거친 자는 투기(鬪氣)라는 형태로.
[신성력도 그 갈래 중 하나야. 인간의 기원과 소망에 반응한 마력이 만들어 낸 산물. 그것이 신성력이란 거야.]설마 이런 때 신성력의 정체에 대해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거기다 그란세시아가 그것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근데 그 이야기는…… 사실상 현존하는 이 세계의 신화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주신인 알타이르가 세상에 나타나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신의 안배로 인간들은 신성력이란 힘을 얻었다는 것.
그 말을 들은 그란세시아는 낮게 웃었다.
[그러니 내가 그 녀석들을 신이라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인간에게 숭배를 받아 신성력을 갈취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신이라니.]나는 처음으로 그란세시아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읽었다.
[신이 인간을 창조시켜? 헛소리. 오히려 그 반대지. 인간의 기원에 반응하여…… 놈들이 탄생한 거야.]그란세시아의 설명을 이러했다.
신족은 자연의 마력 속에서 탄생한 요정처럼, 인간의 기원이 만들어 낸 신성력에 반응하여 탄생한 존재라고.
‘근데 왜 그걸 이제야 내게 말해 준 거야?’
그런 중요한 정보라면 미리 말해 줘도 좋았을 텐데.
[안 물어봤잖아.]‘…….’
[자, 장난이야. 그보단 이건 쉽사리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굳이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고.]‘그건 그렇지.’
[그냥 네가 걱정할 것 같아서 말해 준 거야. 만약 신과 척을 지거나, 쓰러트리게 될 경우 신성력이라는 힘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걱정할까 봐.]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내심 걱정하던 것이기도 했다.
만약 세트람을 무너트리게 된다면, 그리고 주신인 알타이르를 만약 쓰러트린다면 신성력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신성력은 인류에게 상당히 소중하고 중요한 힘이었으니까.
‘좋아, 어쨌든 지금은 일리샤드로 가는 게 먼저지.’
나는 잠자코 내 말을 기다리는 미셸을 돌아보았다.
“아무튼 미셸 사제님. 성녀의 유해를 되찾기 위해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 일리샤드에는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어떤 장소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설마 그것까지 알고 계실 줄이야. 맞습니다. 마침 전 그곳에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죠.”
정말 든든한 말이었다.
“물론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살짝 여지를 남기는 게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 * *
신성왕국 세트람의 수도, 일리샤드.
이전에 메르사야의 등에 타고 왔을 때 먼 곳에서 한번 바라봤던 게 전부인 장소였다.
순백의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
수많은 성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하늘 높이 치솟은 성벽을 넘어서 돌파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역시 경계검이 최고다.’
우리는 경계검의 힘을 이용해 수많은 성기사들이 지키는 입구를 대놓고 지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어두운 골목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보았다.
웅건한 신성력이 일리샤드 전체에 가득 차 있었다.
‘아무래도 한둘이 아닌 것 같군.’
천사.
굳이 그란세시아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일리샤드에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클레이 경, 그럼 바로 통로에 진입하실 건가요?”
“아뇨, 우선은 일리샤드에서 정보를 좀 모을 생각입니다.”
“정보?”
우선 일리샤드에서 확인할 게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미셸과 키세아는 먼저 ‘그곳’으로 향하는 통로에 대해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메르사야.”
“넵?”
“너는 일리샤드에 용들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봐. 혹은 왔었던 흔적이라거나.”
“용들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알타이르와 드래곤이 같은 편인 건 확실하니 신성왕국에 지원이 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럼 저녁 여덟 시에 이곳에서 다시 모이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우리는 제각각 흩어졌다.
그란세시아는 곧바로 행동하지 않는 나를 보며 조금 의아한 기색이었다.
[근데 너는 뭐하려고? 할 거 없잖아.]‘있어.’
[뭔데? 전부 다른 애들한테 시킨 거 아냐?]‘시놉시스를 확인해야지.’
[아!]이전에는 멀찍이 보기만 했던 터라 일리샤드에 어떤 시놉시스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드디어.’
나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술집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오히려 이런 장소가 느긋하게 시놉시스를 확인하기 편했다.
겸사겸사 이곳에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현재 확인 가능한 에피소드가 세 가지 있습니다.]시놉시스를 확인하자 이제는 익숙해진 글자가 나타났다.
‘세 가지!’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 일리샤드가 에피소드가 벌어지는 주요 장소인 게 확실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한 순간, 필라 가네스트가 했던 말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였어.’
필라 가네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세트람 자체가 재해일 확률이 높다고.
그 말이 맞았다.
세트람이라는 나라 자체가 하나의 재해였다.
바로, 여섯 번째 재해.
복종(服從)의 재해가 바로 신성왕국 세트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