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1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61화>
복종(服從)(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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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85화, ‘광신자의 도시’>
개요: 신성왕국 세트람.
신이라는 이름하에 종속시키고 통제하는 국가, 놀랍게도 바로 그곳이 여섯 번째 재해인 ‘복종의 재해’였다.
교황 비올레트가 세트람을 신봉하는 여러 국가들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파비안.
그는 전쟁을 막기 위해 세트람의 수도, 일리샤드에 숨어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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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일리샤드와 얽힌 최초의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가장 내가 원하던 정보가 적혀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대부분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잖아?]‘그래도 확실히 확인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
나는 에피소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리고?]‘너의 유해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
[진짜?]내가 시놉시스를 서둘러 확인하려 한 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확실시하기 위함도 있지만, 어째서 교황이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가져갔는지 파악하고자 한 것이기도 했다.
‘교황은 너의 육신에 알타이르를 강림시키려고 한 거야.’
[뭐, 뭐?! 내 몸에 알타이르를?!]당연히 그란세시아는 크게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게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신이 자신의 몸을 빼앗으려 한다는데 당연했다.
[그, 그래서 원작에서는 어떻게 되는데?]‘성공해.’
[……!]이젠 뭐라 할 말도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완전히 성공한 건 아니야. 필라 가네스트가 도중에 방해해서 신으로서 모든 힘을 가진 채 강림하진 못하거든.’
그 탓에 불완전하게 강림한 알타이르는 본래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우선 몸을 숨긴다.
파비안은 곧바로 그런 알타이르를 뒤쫓으려 했지만, 곧바로 마족들이 지상을 침공하는 바람에 알타이르의 추적은 필라에게 맡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신의 재해로 연결되는 에피소드였다.
[이래저래 꼬여 버리나 보네.]‘원작에서는 말이야.’
물론 나는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상황은 결코 비올레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터였다.
다만 한 가지 골치 아픈 점이 있었다.
‘문제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는 건데…….’
비올레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그란세시아의 육신에 알타이르를 강림시키는 것.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기엔 무리가 뒤따른다는 점이었다.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끌어안은 채 비올레트, 아니 세트람과 전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떠오르는 방법은 한 가지였다.
* * *
어두운 밤에 누군가 백색의 성벽을 넘었다.
평범한 존재라면 성벽 위에 펼쳐진 마법 장벽에 걸렸겠지만, 그 누군가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그야 당연했다.
그는 본래 이 일리샤드를 수호하던 대표적인 존재였으니까.
‘설마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군.’
긴 백발에 청안을 지닌 사내.
본디 그의 몸에선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을 테지만, 지금은 그것을 숨긴 상태였다.
괜히 다른 ‘천사’의 눈에 띄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바스락.
“……!”
막 후드를 젖히던 필라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황급히 몸을 돌렸다.
‘분명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히 들어왔을 텐데?!’
거기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장소는 일리샤드의 사각에 위치한 장소인지라 다른 천사나 병사들은 물론 시민들도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설마 누군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접니다, 필라 가네스트 경.”
“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놀랍게도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클레이 반하르트.
새로운 칠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자이며, 천하칠검의 주인.
그리고 자신이 만든 ‘천쇄의 무구’를 계승한 남자.
“어떻게 그대가 이곳에 있는 거지? 아니, 그대만이 아니로군.”
필라의 시선이 클레이의 등 뒤에 있는 세 명에게 닿았다. 그중 두 명은 이미 안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키세아와 메르사야.
남은 하나인 미셸을 본 필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자는 알타이르 교도인 것 같은데?”
“성녀님의 후손입니다. 아텔가의 후계자죠.”
“아텔가?”
깜짝 놀라는 필라의 모습에 미셸은 몸을 움츠리며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
“저, 전설적인 이단심문관인 필라 가네스트 경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미셸 아텔이라고 합니다.”
“전설적인 이단심문관이라니…… 그건 내게 칭찬이 아니다.”
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텔가의 후손이라면 크게 의심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영문을 모르겠군…….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이곳에 모여 있다니.”
“기다린 것 맞습니다.”
“뭐?”
“그리고 그 이유는 필라 경과 같을 겁니다.”
“……그 말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안다는 것 같은데?”
클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되찾으러 오신 것 아닙니까?”
“놀랍군. 그대의 혜안은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야.”
그는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이었지만, 클레이로선 ‘원작’을 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보통이라면 의심할 만도 하건만, 필라는 내 말을 당연하다는 듯 납득했다. 아마 그 이유는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 때문일 것이다.
“그래, 이것도 시모사의 눈이 말해 준 건가?”
“비슷합니다.”
“그렇군. 하긴 본 주인인 성녀와 관련된 일이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어.”
성녀의 유물을 가진 자이니 그 유해를 되찾기 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클레이는 그가 생각을 정리하길 기다린 후, 차분히 입을 열었다.
“시모사의 눈이 제게 말해 주더군요. 서둘러 성녀의 유해를 되찾지 않는다면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정답이다.”
필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우리에게 말했다.
나름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려 한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시놉시스를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었다.
“클레이에게 전부 들었던 그대로네요.”
키세아는 그런 필라의 말에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미 둘에겐 간단히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해 준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모사의 눈은 정말로 대단하군. 내가 간신히 알아낸 정보를 이렇게 간단히 알려 줄 줄이야.”
“사실 알아낸 것보단 그 정보를 이용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겠지요.”
“음, 그렇지. 어떻게 알았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나.”
그는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이었다.
“아텔가의 인물을 굳이 데려왔다는 건, 이 일리샤드의 지하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거겠군.”
“예. 미셸 사제님과 필라 경이라면 이 아래에 있는 시설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하실 수 있겠죠.”
“그렇겠지.”
일리샤드의 지하에 있는 시설.
회색낙원.
지하 10층 구조로 이루어진 그곳의 맨 아래에 그란세시아의 유해가 있다.
‘필라라면 대부분 길을 외우고 있겠지만, 그가 아는 정보는 수십 년 전의 정보이니.’
분명 다른 점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미셸이 보완해 줄 수 있으리라.
“클레이, 중요한 건 그것만이 아니지 않나요?”
“맞아.”
조심스럽게 묻는 키세아에게 클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찾는 건 어디까지나 일차적인 문제고, 더욱 중요한 건 회색낙원의 삼엄한 경비를 어떻게 뚫어 내느냐는 거다.
물론, 이미 그것에 대해선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조금 무모한 작전이지만 말이야.”
“……예? 무, 무모하다고요?”
조용한 클레이의 중얼거림에 키세아가 불안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는 조금 무모하다 말했지만, 클레이의 조금은 분명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분명 다를 테니까.
* * *
“미셸 아텔이 도망갔다고?”
“예, 옙! 레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천사를 죽이고 도주했다고 합니다!”
레이라는 이름에 교황 비올레트는 짜증이 치밀었다.
놈과 엮인 게 대체 몇 번째인지.
정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아텔가의 다른 인물들은 그대로 남아 있나?”
“예. 오직 미셸 사제만을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굳이 그놈을 데리고 탈출할 이유가 있나?’
미셸 아텔은 성녀의 후손이라는 말에 걸맞은 뛰어난 사제다.
그러나 그뿐이기도 했다. 뛰어난 사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가볍게 넘어가기엔 여러모로 걸렸다. 미셸을 데리고 도망친 것도 문제지만, 천사를 죽였다는 게 더더욱 중요했다.
“그, 그런데 정말로 놈이 천사를 죽인 걸까요? 아무리 성천무극을 익힌 성녀의 후계자라 하더라도 천사를 죽이다니…….”
“아텔가의 영지에 보내 둔 천사는 그리 강한 자가 아니다.”
“그래도 천사가 아닙니까, 성하.”
짜증스런 말이지만 그 말이 맞았다.
아무리 부족한 면이 있어도 천사는 천사다.
대마법사나 소드 마스터의 한계점에 이르지 않는 한 싸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다.
‘설마 놈이 칠영웅급의 실력자였나.’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답은 그것뿐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간단히 천사를 쓰러트릴 수 없잖은가.
“쯧. 지금이라도 놈을 뒤쫓아야 하겠구나.”
이제 정말 금방이었다.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작은 변수라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 검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행방도 묘연한 판에, 성천무극의 후계자까지 활개치고 다닌다면…….
“굳이 성하께서 손을 쓸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음?”
그때, 캐딜런 추기경이 알현실에 들어오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게 무슨 뜻인가?”
“놈이 이곳에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순간 비올레트는 캐딜런이 말한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놈이라고 한다면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레이, 그자가 지금 일리샤드의 입구를 돌파하며 이곳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 * *
[굳이 왜 다시 밖으로 나가서 들어올 필요가 있나?]눈앞에 덤벼드는 성기사를 발로 차 날려 버리자, 그란세시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나도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그럼 내부에 또 다른 내통자나 동료가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잖아.’
[아, 확실히 그러네. 아예 너에게 시선이 전부 쏠리게 할 생각이구나?]‘정답.’
나는 점점 몰려드는 숫자가 많아지는 성기사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과연 전쟁 준비를 앞둔 상태라 그런지 무장한 병사나 성기사의 숫자가 바글바글했다.
‘잘하고 있으려나?’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란세시아의 유해를 구하기 위해 회색낙원으로 향했다.
무려 소드 마스터와 드래곤, 거기에 전설적인 이단심문관이 함께 움직이니 어지간해선 별일이 없겠지만, 역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천사들까지 내게 시선이 몰리도록 해야 해.’
내게 모든 힘이 집중되어 회색낙원의 경비가 최대한 약해지도록 유도해야만 했다.
‘자, 어서 와라…….’
간단히 말해 나는 미끼였다.
그것도 물 수밖에 없는 미끼.
교황 비올레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나를 잡거나 죽이려 할 것이다.
그란세시아의 몸을 알타이르를 받아들일 그릇으로 쓰려는 상황이니, 더더욱 성녀의 후예인 ‘레이’라는 존재가 거슬릴 수밖에 없을 터.
오히려 검의 주인인 클레이 반하르트보단 ‘레이’ 쪽이 시선을 끌기 적합했다.
[온다, 조심해!]그란세시아의 외침과 함께 땅에 진동이 일었다.
쩌저적!
직후 바닥이 갈라졌고, 그 틈에서 백색의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몇 명이야?’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에 나는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