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64화>
빛의 강림(1)
세이건 가네스트.
모든 이단심문관은 오로지 이놈을 위해 존재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단심문관은 오로지 필라 가네스트에 가까운 존재를 만들기 위한 ‘실험체’에 불과했으니까.
그 수백수천의 희생을 밑바탕으로 망집 끝에 태어난 존재, 그게 바로 세이건의 정체였다.
‘과연 가네스트라 불릴 만하네.’
아버지가 천사인 필라는 인간의 성(姓)을 부여받지 못했다.
그에 비올레트는 필라에게 가네스트라는 성을 붙여 주었다. ‘세트람 최강의 검’을 상징하는.
즉, 지금의 세트람 최강의 검은 바로 눈앞의 세이건이라는 의미였다.
‘하긴, 서헨즈랑 파비안마저 패퇴했던 걸 생각하면 보통은 아니겠지.’
원작에서 파비안은 세이건에게 패배하여 도망쳤다가, 이후 필라 가네스트에게 천쇄의 무구를 얻으며 그를 쓰러트린다.
천쇄의 무구를 얻기 이전에도 파비안의 무위가 괴물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실력은 아닌 게 분명했다.
[조심해.]그란세시아가 짤막하게 경고했다.
‘알아. 그리고 너도 조심하고.’
[그게 내가 조심한다고 되나?]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그란세시아였다.
만약 내 생각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그란세시아와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묘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앞에 일이나 집중해! 괜히 심란하게 하고 있어!]내 생각을 읽은 듯 그란세시아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확실히 지금은 내 일에 집중해야겠지.
“네놈은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어떻게 성전무구와 비슷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게냐!”
천쇄의 무구를 사용한 내게 비올레트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성전무구를 완성시키기 위해 세트람이 겪었던 희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알 거 없고, 목이나 잘 닦아 둬라.”
“이, 이 노오오옴! 세이건, 뭐하느냐! 저 건방진 이단자를 당장 죽여라!”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비올레트의 일갈이 터지자, 잠자코 나를 관찰하던 세이건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한 발을 내디디며 느릿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직후.
콰아앙!
“……!”
폭음이 울리며 순식간에 세이건의 신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녀석이 들고 있던 두터운 대검이 거세게 휘둘러지며 내 건틀릿과 격돌했다.
‘과연 괴물은 괴물이군.’
단 한 번의 격돌만으로 녀석의 실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과연 파비안이 녀석에게 한 번 패배할 만했다.
녀석의 눈은 무감정했지만, 통찰안을 사용한 나이기에 알 수 있었다.
세이건의 시야는 나보다 좀 더 넓다.
즉, 유식의 숙련도가 나를 능가한다는 뜻이다.
카가가각!
그럼에도 녀석과 나는 거의 동수를 이루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내가 익힌 기술이 세상에 다시없을 절세의 기술들인 덕분이다.
일륜지천검, 성천무극.
세이건이 익힌 검술 또한 세트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희대의 검법이겠지만, 이 두 가지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어째서 세이건이 저놈을 압도하지 못하는 거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 세이건은 쌍극검을 쓰러트리는 걸 상정하여 만들어진 것 아니었나?”
나와 세이건의 싸움을 지켜보는 추기경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이건이 나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이걸로 쌍극검을 상대하려고 했다고? 어려울 것 같은데.’
쌍극검 반 실베스트는 무려 그랜드 소드 마스터다.
멀지 않아 세이건 또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보이긴 했으나, 당장은 반 실베스트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이걸로는 무리지.’
천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천사와 인간의 혼혈인 필라에 근접한 육체.
거기에 성전무구까지 더해져 극한으로 강화되자, 내가 델토드와 천쇄의 무구를 동시에 사용해야 동수를 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마 놈들은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반 실베스트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본 적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착각이지.’
검신(劍神) 데미안 비에트.
내가 보았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무위는 가히 인지를 벗어나 있었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결코 그들에게 도달할 수 없었다.
“캬아아아!”
그때, 세이건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향하는 불만 어린 포효였다.
“예상하긴 했지만, 이건 인간이 아니로군.”
오직 상대를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불필요한 감정은 거세되었으며, 인간이라 불리기엔 너무 늦어 버린 괴물.
[조심해!]날카로운 그란세시아의 음성이 들림과 동시에, 빛의 창이 내 등을 노리며 날아왔다.
그것을 나는 몸을 회전시키며 피했지만, 옷의 일부가 뜯겨져 날아갔다.
비올레트는 그것을 보고 얼굴을 와락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걸 피하다니, 역시 성천무극의 후예로구나.”
“졸렬하게 기습한 주제에 뭐라는 거야?”
내가 피식 웃으며 빈정거리자 비올레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큭! 시끄럽다! 무엇을 하느냐! 당장 저 건방진 놈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라!”
분노에 가득 찬 비올레트의 말에 주변의 추기경들은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하, 하지만 성하, 저희가 같이 공격하면 세이건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세이건은 그 정도로 망가지지 않는다. 세이건이 우리를 보호하는 동안 저놈을 격살시켜야만 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사제의 공격 방식은 마법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전열이 없다면 기사를 상대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세이건이 나를 막고 있는 지금이 공격할 적기였다.
“아, 알겠습니다. 전능하신 주신 알타이르여…….”
추기경들이 성창(聖唱)을 읊자, 세이건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먼저 덤벼들기보단 보다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것 봐라?’
아주 이성이 없는 건 아닌가?
그러나 내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멍청하게도.’
모르는 게 있으면 차라리 가만히 있어야 중간이라도 갈 텐데 말이야.
“안 온다면 내가 가마.”
방어 자세를 취하는 세이건을 향해 천군을 사용하며 단번에 주먹을 내질렀다.
공기의 벽을 부수며 날아간 주먹은 백색의 섬광을 뿌리며 녀석의 검과 동시에 튕겨져 나갔다.
“쏴라!”
근엄한 외침과 함께 빛의 창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괜히 추기경이라 불리는 건 아닌지, 그 빛의 창들은 아무리 나라도 제대로 얻어맞으면 치명적인 타격이 될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뭐, 제대로 맞는다면야.
스스스스스!
빛의 창은 내 몸에 닿기 직전 공간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며 사라졌다.
경계검의 힘이 있는 이상, 놈들의 공격은 단 한 발도 내 털끝 하나 스칠 수 없었다.
“무, 무슨?!”
당황한 비올레트의 비명이 아름답게 들렸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지.’
반면 세이건은 내게서 빗나간 몇몇 빛의 창들을 몸으로 받아 내야만 했다.
선천적으로 강한 육신과 성전무구 덕에 큰 타격은 받지 않았지만, 허점을 만들어 내기엔 충분했다.
“고맙다.”
성천무극 제2절(第二絕).
피안(彼岸).
소리를 넘고, 빛을 손에 거머쥔다.
시각을 초월하고 인식에 도달한 주먹이 세이건의 가슴을 두드렸다.
쿵, 콰아아앙!
둔탁한 충격음과 귀를 찢어발기는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헉?!”
균형을 이루던 저울이 이걸로 기울어졌다.
누가 보더라도 방금 공격은 치명타였으니까.
‘……이걸 버텨?’
그러나 나는 내심 놀랐다.
벽에 처박힌 세이건의 가슴은 뼈가 부러진 듯 미약하게 함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성전무구를 사용한 이단심문관은 물론, 마족조차 그대로 상체가 터져 버리는 피안을 제대로 맞았음에도 가슴의 뼈가 부러지는 선에서 그친 거다.
“그륵, 그르륵.”
세이건의 입에서 피거품이 끓었지만, 녀석은 몸을 바로 세웠다.
뿐만 아니라 함몰되었던 가슴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놈은 단순히 육신이 강인할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재생 능력 또한 지니고 있었다.
“하, 하하하! 그, 그래. 네놈이 무슨 술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이건은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다!”
비올레트는 그제야 안심했다는 것처럼 나를 비웃었다.
“그 기술로도 세이건을 쓰러트리지 못했으니 이제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성천무극의 후예여!”
절기나 마찬가지인 피안으로 쓰러트리지 못했으니 내게 승산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방금 자기들 때문에 위험했다는 건 머릿속에서 잊은 모양이네.’
애초에 원거리에서 공격만 하지 않았어도 세이건이 제대로 얻어맞을 일은 없었다.
나는 적당히 녀석의 말에 긍정하며 답했다.
“확실히, 일반적인 타격으론 세이건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겠어.”
방어력도 대단할뿐더러 재생 능력까지 지녔으니 과연 세트람의 최종 병기다웠다.
그런 내 칭찬에 비올레트는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이젠 완전히 안도한 얼굴이다.
“그래! 이제 후회해도 늦었다. 네놈의 만용의 대가로서 성천무극은 완벽히 대가 끊길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이지 않은 주먹으로 후려갈겼지.”
“하하, 그래. 무슨 수를 써도…… 뭐?”
멍하니 나를 보는 비올레트에게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세이건을 향해 눈짓했다.
“딱 보면 이상하다는 걸 모르겠냐?”
세이건은 줄곧 천쇄의 무구의 힘에 노출되어 있었다.
단순히 공격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버거웠을 테지만, 녀석이 가진 재생력이 그것을 버티게 만들었다.
하지만 방금 피안을 정통으로 맞은 게 문제였다.
녀석의 몸에 과다하게 흘러든 천쇄의 무구가 가진 힘은, 녀석의 피에 담긴 천사의 피에 반응하여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그, 그그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오며 세이건의 전신에 미세한 잔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생력으로 회복되는 것보다 녀석의 몸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랐다.
“……뭐냐, 저게.”
“뭐긴, 이제 세이건이 널 지켜 줄 수 없다는 뜻이지.”
세이건은 죽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거동을 할 수준은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어찌 저런 역천(逆天)의 힘이 있단 말이냐!”
“오, 그래도 교황이라고 저 힘이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있나 봐?”
“이, 이놈이!”
녀석은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성창으로 인해 발동되는 모든 신성 마법은 내게 무용지물이었다.
“이제 너를 막아 줄 건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비올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녀석의 얼굴이 점점 더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점차 펴지기 시작했다.
“후, 후흐흐흐흐.”
“서, 성하?”
그리곤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당황한 추기경들이 말을 걸었지만, 비올레트는 꺽꺽 소리를 낼 때까지 웃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너는 졌다. 성천무극의 후예여.”
이전에 당황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다시 근엄한 모양새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 이유가 대략 짐작 갔지만 나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왜?”
“너 정도 경지를 이룬 권사라면 알 테지. 이미 이 주변에는 천사들이 다가왔다. 네가 무엇을 공격하건 이제 네놈의 공격은 내게 닿지 않는다.”
쿵쿵쿵쿵!
「드디어 찾았구나, 성천무극의 후예여.」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벽을 부수며 금색의 창을 든 천사들이 나타났다.
족히 서른이 넘는 숫자의 천사.
아마 세트람에 있는 모든 천사들이 집결한 게 분명했다.
그런 천사들을 즐겁게 바라보던 비올레트는 차분히 내게 시선을 옮겼다.
“너는 강하다, 성천무극의 후예. 하지만 서른이 넘는 천사를 상대하기엔 무리지.”
입가를 삐뚜름하게 비틀며 비올레트는 웃었다.
나 역시 그런 비올레트를 향해 마주 웃었다.
그런 내 웃음에 즐겁게 웃던 비올레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왜 웃는 게냐.”
“아니, 그냥.”
그리고.
“이렇게 이상적으로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거든.”
콰아아아아!
자색의 광채가 세트람의 수도, 일리샤드의 한가운데에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