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6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68화>
천계의 문(2)
“알타이르,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란세시아는 사나운 얼굴로 비올레트의 몸에 들어간 알타이르에게 물었다.
그에 알타이르는 여유로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말 그대로다. 이 세계의 주인공, 말이다.”
알타이르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이었어야 할 남자에게 결국 이렇게 되리라 들었다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파비안이 살아 있었다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혼란스러웠다.
아버지가 구하지 못한 시점에서 파비안이 죽음을 피할 방도는 없었다.
만약 운 좋게 살아남았다면 이미 모습을 드러냈어야 했다. 그 정도로 특별한 재능과 힘을 가진 자가 소문이 나지 않을 리 없었으니까.
‘제이드도 분명 파비안은 죽었다고 했어.’
아버지가 정신을 잃었던 해의 겨울은 유독 추웠다.
반하르트 영지를 덮친 지독한 한파에 많은 이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파비안도 그중 하나였다.
고아였던 파비안은 그 한파를 이겨 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그것이 제이드로부터 내가 들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알타이르는 파비안이 살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니, 그런데 파비안은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건가?’
그보다 더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건,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즉, 파비안도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일단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자.’
당장은 눈앞의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행히 비올레트의 육신으로 알타이르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굳이 비올레트의 육신을 빼앗아 나타났다는 건…….
“비올레트가 가진 능력을 노리는 건가.”
복종의 재해 세트람.
그 중심이 되는 비올레트는 그에 걸맞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녀석이 재해로서 가진 힘.
다른 재해와 달리 재해화로 모습이 변모하거나 인간을 벗어나진 않지만, 그 힘이 미치는 범위가 압도적으로 넓었다.
“역시 검의 주인은 눈치가 빠르군.”
“……굳이 비올레트의 몸에 강림할 이유는 그것뿐이니까.”
“그렇다.”
알타이르는 턱의 수염을 슬슬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본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세트람은 모두 나의 귀여운 아이들이니까. 하지만 역시 그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묘한 뉘앙스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놈은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 둔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설정을 살펴보아도 딱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미간을 좁히던 그때, 알타이르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마왕과 거래를 했다.”
“……마왕이라고?”
“그래. 이미 만나지 않았던가? 녀석은 녀석대로 계획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알타이르는 묘한 뉘앙스로 말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멍청한 녀석이지. 굳이 그런 성가신 방법으로 그자를 막으려 하다니. 그저 재해의 운명을 가진 자로서 그와 함께하는 편이 나았을 것을…….”
말하는 뉘앙스로 보아 알타이르는 파비안과 손을 잡았으나, 마왕은 그와 대립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왕이 마계에서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것이 이것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검의 주인이여,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부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 그가 무엇을 하든,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든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슨 뜻이지?”
“솔직히 나는 그대가 다른 천하칠검을 몇 개나 모으든, 그리고 가지고 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알타이르는 좌중을 훑었다.
멍하니 서 있는 수많은 추기경들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천사들을 응시한 후 입을 열었다.
“하나 봉인검은 다르다. 그래서 녀석의 의도를 알고 있음에도 방치한 거다. 녀석의 계획은 어차피 소용없는 짓일뿐더러 봉인검을 녀석이 소유한다면 내가 할 일에 도움이 되니까.”
봉인검 씰핀.
시간검 벨루스와 함께 마왕이 가지고 있는 두 자루의 천하칠검 중 하나.
“만약 내가 실패를 알지 못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나의 실패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신이라 불릴 자격도 없을 게야.”
알타이르는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러자 창밖으로 보이던 일리샤드의 전경이 점차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란세시아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밖을 보았다.
세트람의 수도, 일리샤드 전체에 붉은 문양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도로를 붉게 물들이며 도시 전체가 붉은 광채에 잠식 되었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조용해.’
이 정도의 사태라면 도시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도시는 변함없이 조용했다.
“복종의 재해 세트람. 재해란 세계를 멸망시킬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이지. 그렇다면 세트람이 왜 재해이겠나?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전쟁을 벌여서? 아니다.”
알타이르는 고개를 저었다.
“세트람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를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지.”
원작에서는 그란세시아의 육신에 알타이르를 강신시켰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복종의 재해인가! 누구를 향한 복종인가!”
알타이르는 양팔을 벌리며 외쳤다.
그리고 새하얀 이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바로 나다.”
파아아아아!
붉은 광채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이쯤 되니 나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일리샤드의 전체에 마법진을 깔아 둔 거야!’
그란세시아의 유해는 1차적인 수단이었을 뿐이다.
알타이르는 원작을 알고 2차적인 대비를 해 두었다. 바로 일리샤드 전체에 어떤 마법진을 깔아 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어떤 마법진이냐는 것.
‘아마…….’
다행히 녀석의 의도를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인진 알기 쉬웠다.
녀석의 목적은 자신을 강림시키는 것.
결국 이 마법진은 그 용도에 걸맞은 마법진일 것이다.
‘하지만 신을 강림시키려면…….’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광소하는 알타이를 보니 아무래도 내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알타이르, 너 이 미친 새끼야!”
순식간에 달려 나간 그란세시아가 웃고 있는 알타이르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쳤다.
쿵 소리를 내며 연약한 비올레트의 육신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알타이르는 개의치 않았다.
“그란세시아, 보이느냐? 우리 신도들의 고귀한 희생이.”
“너, 너……! 대체 인간을 뭘로 보고……!”
비올레트의 능력은 세트람의 국민들을 복종시키는 힘으로, 그란세시아가 말했던 알타이르의 힘과 비슷한 능력이다.
‘알타이르로부터 신성을 받은 자를 지배하는 힘.’
하지만 지상에 강림하지 못한 알타이르는 그 힘을 광범위하게 펼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기껏해야 하나나 둘.
그란세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알타이르는 비올레트를 조종해, 그의 능력으로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주신 알타이르시여, 저의 생명을 받아 주소서!”
길을 걷던 인간들이 저마다 품에서 꺼낸 칼로 목을 찌르며 쓰러졌다.
쓰러진 인간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지면에 스며들며 광채에 빛을 더했다.
“일리샤드에 있는 모든 인간을 재물로 바칠 생각이야?!”
“그렇다, 나의 딸아. 내가 이 세계에 올 수 있는 남은 방법은 그거 하나뿐이다. 애초에 너의 육신이 아니라면 나의 힘을 온전히 받아 낼 수 있는 몸이 없으니 내가 선택할 건 이 방법뿐이었지.”
그렇게 말한 알타이르는 진심으로 슬프다는 눈물을 흘렸다.
“나 또한 아이들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으니……. 하나 그들도 기뻐할 것이다. 그들의 희생은 하늘로 가는 문을 열 테니까.”
“주신 알타이르시여, 저희의 생명을 받아 주소서!”
이윽고 알타이르 주변에 서 있던 추기경들도 저마다 자해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추기경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성황궁의 바닥을 적시며 번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그란세시아를 향해 알타이르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란세시아, 너는 살아나선 안 됐다. 그랬다면 이 모든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다. 그래, 오직 너 하나만 희생했다면…….”
서걱!
녀석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며 말이 끊겼다.
바닥을 구르는 비올레트의 얼굴에는 여전히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클레이?!”
갑작스런 내 행동에 그란세시아가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그녀의 몸에 튄 비올레트의 피가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뭘 그런 말을 듣고 있어? 다른 천사들처럼 그냥 뭉개 버리지.”
“그, 그건…….”
그란세시아는 묘하게 우울한 얼굴로 내 눈을 피했다.
“나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희생이 생긴 건 사실이니까.”
“뭔 소리야. 이 살육을 네가 벌였냐?”
그리고 원작에서도 언급되지 않았을 뿐, 그란세시아의 육신을 빼앗은 알타이르가 얼마나 많은 이를 죽였겠는가.
내 예상컨대 이 도시 하나보다는 더 죽였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건 알타이르의 말이 아니야.”
“……응?”
“이 빛은 하늘의 문을 연다며?”
나는 창밖에 보이는 붉은 광채를 보았다.
워낙 강렬한 힘인지라 그 힘이 움직이는 경로를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통찰안을 지닌 그란세시아라면 나보다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걸 막아야 하지 않겠어?”
* * *
반하르트가의 영지는 묘하게 부산스러웠다.
예지몽을 꿨다는 루티아가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를 하더니, 오늘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기고…….”
“루, 루티아 씨? 왜 갑자기 저희는 부른 건가요?”
모네가 커다란 가방에 짐을 챙기고 있는 루티아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커다랗게 부풀어 있는 가방을 보자면 단순히 여행을 가려고 짐을 챙기는 건 아닌 것 같았으니까.
“응? 아아, 다들 모였구나.”
루티아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있는 세 명을 보았다.
모네, 그리고 마리아와 리야.
그녀들은 왜 루티아가 자신들을 불러 모았는지 알지 못했다.
“루티아, 대체 무슨 꿈을 꾼 거죠? 저희를 괜히 불러 모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리야는 루티아가 무슨 꿈을 꿨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그녀가 정확히 말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녀님은 먼저 제국에 다녀오셔야 할 거예요.”
“네?”
“아마, 지금쯤 드래곤들이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그 이야기는…….”
루티아가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제 곧 전쟁이 벌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럼 클레이가 세트람을 막는 데 실패한다는 뜻인가요, 어머니?”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실패한 건 아니야.”
뭔가 두루뭉술한 말에 마리아가 눈을 찡그리자, 루티아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지금 황녀님은 제국에 가야 한다는 거야. 드래곤들이 곧 올 테니까. 왜 가야 하는지는…… 황녀님이 더 잘 아시겠지.”
“…….”
루티아의 그 말에 리야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 말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도리어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지금 마리아가 전쟁, 나아가 드래곤과의 싸움을 말하기 위해 불렀다면…….
“……모네는 왜 부른 건가요? 설마 전쟁터에서 밥하라고 부르진 않았을 것 같고.”
“마, 맞아요. 저는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거 같은데…….”
모네는 운이 좋다.
아주 운이 좋지만,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진 않는다.
“모네는…….”
루티아는 모네에게 자신이 챙긴 커다란 가방을 넘겼다.
“이제부터 공부할 게 좀 많아서 좀 일찍 불렀을 뿐이야.”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신들의 세계’.
그것들을 모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