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84화>
마지막 조각(1)
“먼저…… 간다고요?”
신들의 세계에 간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아, 물론 그란세시아만은 예외다.
언제나 내 곁에 있었던 녀석이니, 이런 전개를 충분히 예상했던 모양이다.
“하긴…… 그곳에 너의 아버지가 뭔가 남겼을지도 모르니까.”
“선대 반하르트 백작이 신들의 세계에서 온 것이었습니까?”
“그런 건 아닌데……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
반 실베스트의 말에 적당히 답한 그란세시아는 옆에 앉은 나를 은근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너는 이미 그곳에 가서 뭐할지 생각해 뒀지?”
“맞아.”
“지금 물어봐도 말해 주지 않을 테고.”
“그것도 정답.”
신들의 세계에 가서 할 일은 정해 두었다.
하지만 그걸 바로 말하지 않은 건 아직 확인할 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설령 그곳에 답이 없다고 한들 어차피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알타이르와 라르기오스가 신들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이상, 그곳에서 놈들을 저지해야만 하니까.
“몇 명까지 갈 수 있는 거죠?”
“다섯 명.”
모든 천하칠검을 모으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나의 힘으론 최대 다섯 명이 한계라고.
그리고 그 능력을 다시 ‘문’을 열기 위해선 최소 2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말이다.
“한 번에 최대 다섯에, 2주의 텀이 있다라…….”
내 설명을 들은 리야는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신의 세계’에 누구를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클레이는 누구와 갈지 이미 정해 뒀나요?”
“생각해 둔 사람은 있지만, 사실 이건 당연한 거라.”
“……거기에 저도 있나요?”
리야는 살짝 불안한 어조로 물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두고 갈지 불안했던 모양이다.
“리야는 당연히 따라와야 해.”
“정말인가요? 후후, 다행이네요. 언제나 저를 두고 돌아다니셔서 이번에도 그런 건 아닐까 걱정했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면 리야가 그럴수록 곁에 있는 그란세시아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초조한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란세시아도 가야해.”
“아, 그래? 흐흥. 역시 그렇지.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거지.”
한껏 불안해했던 주제에 단번에 기세를 찾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기분이 좋아졌으면 됐다 싶었다.
“그럼 남은 셋…… 아니, 반하르트 백작은 함께 가야 하니 나머지 둘은 누구를 데려갈 건가? 나는 힘들 것 같다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반 실베스트가 물었다.
아무래도 리야가 빠져 버리면 강자의 공백이 생긴다. 당연히 칠영웅들로선 자리를 뜨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요 전력 중에 제가 빼 가는 건 이 둘뿐이니까요.”
“그럼…….”
“나머지는 저희 영지의 인물들입니다. 마침 미리 준비도 해 뒀으니 다른 설명도 필요 없죠.”
나머지 둘도 이미 생각해 둔 상태였다.
모네, 그리고 메르사야.
이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루티아가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고 못 박아 둔 이들이었다.
‘왜 그 둘이 필요한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만.’
반면 리야와 그란세시아는 분명 도움이 된다.
아니, 그녀들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신들의 세계에 갈 알타이르와 라르기오스를 상대해야 되는 게 바로 그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반하르트 백작이 ‘신들의 세계’에서 일을 처리하는 동안 버티면 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되도록 저희의 공백을 파비안이 모르면 좋겠지만…… 뭐, 오래 숨기진 못할 테죠.”
“하지만 걱정이로군. 우리가 그를 막을 수 있을지.”
드물게 약한 소리를 하는 반 실베스트였지만, 그야 당연했다.
파비안이 가진 힘은 단순한 무력이 아닌 세계의 법칙 위에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만약 놈이 군대를 이끌고 나타나면, 키세아를 데려가시죠.”
“음? 키세아라면…… 그 순진하지만 사나운 아가씨 말인가?”
“예.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실히 실력이 뛰어나고, 성녀님을 구출할 때도 도움이 되긴 했다만…….”
반 실베스트는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키세아의 실력은 분명 뛰어나지만, 칠영웅급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파비안을 막는 데는 그만한 녀석이 없지.’
아무리 파비안이 정신이 마모되고 망가졌어도 키세아는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원작의 메인 히로인이자, 마지막 에피소드의 원인이 되는 존재였으니까.
“진짜 악마가 따로 없네.”
원작의 키세아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그란세시아만이 내 생각을 눈치채고 혀를 내둘렀다.
“악마라기보단 굳이 말하자면 마왕이다만.”
“그러네. 정말 잘 어울려.”
그란세시아는 박수마저 짝짝 치며 감탄했다.
확실히 좀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이제 다음은…….’
영지로 돌아가 신들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것뿐이었다.
* * *
성도 일리샤드.
그렇게 불리던 도시.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장소에 무수한 천사와 드래곤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마치 신화 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광경을 보며 파비안은 시선을 돌렸다.
“알타이르, 계획이 좀 어그러진 것 같다만 괜찮나?”
“큭…….”
파비안의 말에 작은 신음을 내뱉은 건 백색의 사내였다.
새하얀 머리칼, 금색의 눈동자, 그리고 백색의 옷을 입은 ‘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은 주변의 다른 모든 신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을 뿐 아무 문제도 없다. 파비안이여, 다시 문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지?”
“열흘 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던 바였다.
“그럼 그동안 신들의 세계에 향하기 전 마지막 준비를 해야겠구나.”
알타이르는 그렇게 말하며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땅이 연신 흔들리며 폐허로 변한 도시가 땅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이 일리샤드에는 오래전부터 내가 준비해 둔 귀중한 금속들이 매몰되어 있다.”
“귀중한 금속?”
파비안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알타이르는 싱긋 웃었다.
“오리하르콘이라 불리는 금속이지. 아, 신들의 세계에는 없다고 했던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금속은 이곳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거 다행이로군.”
알타이르는 꽤 오래전부터 신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그의 관심을 끌었던 건 과학이라는 학문이었다.
그 약해 빠진 인간들이 그 과학이라는 학문의 힘을 이용해, 별을 몇 번이나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는 건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아무리 오리하르콘이 뛰어난 금속이라 해도, 그걸로 만든 병장기로 저쪽 세계를 정벌하는 건 무리일 거다.”
도시를 뒤집어, 그 아래에 매몰되어 있던 오리하르콘 광맥을 끄집어 올리는 알타이르에게 파비안은 작게 충고했다.
“흐음, 그래. 그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쪽에서는 원시적인 병기에 불과할 테니 말이야.”
하지만 알타이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물리 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하잖나.”
“……그렇지.”
“공간을 왜곡하고, 시간을 굴절시키고, 혹은 영체화시켜 물질을 투과하거나. 방법은 많다. 그들이 만들어 낸 독, 질병? 그런 건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지. 마법은 그들에게 있어 기적의 힘이나 마찬가지니까.”
과학이란 것은 물론 놀라웠다.
그에 비하면 이쪽은 한참이나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이쪽은 기적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들의 무기가 아무리 강력해도 물리 법칙을 벗어나는 힘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을 터였다.
알타이르는 아주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그들을 상대할 준비를 끝냈다.
“물론, 그런 무기들을 대처할 수 있는 건 천사나 신, 그리고 드래곤 정도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잖나.”
몬스터의 무리는 어차피 얼마든지 희생되든 상관없었다.
드드드드!
뒤집힌 땅에서 거대한 금속의 광맥이 하늘에 떠올랐다.
그 크기와 높이는 족히 하나의 산맥과도 같았기에 파비안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오리하르콘을 한 곳에 몰아 두었으니, 다른 곳에 오리하르콘의 씨가 말라 있던 거군.”
알타이르는 저 거대한 금속들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파비안은 그런 마음을 담아 알타이르를 응시했다.
그에 알타이르는 하늘 위에 떠 있는 오리하르콘 광맥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나는 방주를 건설할 것이다.”
“방주?”
“그래.”
파비안에게 들은 이세계(異世界)의 지식을 토대로 만든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방주.
열흘이라면 그것을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 * *
영지를 떠날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셋이었다.
설마 내가 그란세시아와 리야를 바로 데리고 돌아올 줄은 몰랐는지, 마리아는 약간 놀란 눈으로 나를 맞이했다.
“설마 꿈속이 아닌 장소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래. 나 아직 살아 있더라.”
특히 마리아의 경우 꿈속에서 멀리서 보았을 뿐이지, 실제로 대화하거나 마주 본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려 ‘성녀’님이니 영지의 다른 하인이나 병사들도 그란세시아가 지나갈 때면 무척 신기하다는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두 분이 돌아오셨다는 건 또 바로 떠나신다는 말이기도 하겠네요.”
“……그건 그렇지.”
“이젠 정말 여기가 누구의 영지인지도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나는 마리아의 투덜거림에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아마 마리아만이 아니라 다른 사용인들이나 영지민들도 공감하는 말일 테지.
“영지에 있는 시간보다 나돌아 다니는 시간이 많으니.”
마치 염장을 지르는 것처럼 그란세시아가 쯧쯧 혀를 차며 빈정거렸다.
“어차피 이것도 마지막이다. 이제 다녀오면 정말로 영지 떠날 일 없을걸?”
“마왕이라며. 그건 어쩌고.”
“……그건.”
“마왕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죠?”
대뜸 마왕을 입에 담은 그란세시아의 말에 마리아는 극히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아무래도 먼저 영지로 돌아온 루티아가 마리아에게 설명해 주지 않은 모양이다.
“뭐,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설명하고.”
“언제부터 마왕이 사소한 게 된 건가요.”
“그보다 루티아는?”
마계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당장 시간이 촉박했다.
아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파비안이 ‘문’을 열기 전까지일 게 분명했다.
‘그란세시아와 마주친 시점이 막 문을 열고 넘어왔을 때이니 아직 여유가 있을 거야.’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기한은 대략 2주.
아무리 파비안이라도 단축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열흘까지일 것이다.
“어머니라면 모네와 메르사야와 함께 있습니다. 모네는 자기는 또 왜 같이 가야 되냐고 울상이지만요.”
“메르사야는 아마 확실하진 않지만…… 폴리모프 때문일 테지.”
“아!”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인 폴리모프.
리야가 유일하게 사용할 수 없는 용의 능력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메르사야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다수 리야가 대체할 수 있으니 분명했다.
“아무튼 루티아가 함께 있다는 건 준비는 다 끝났다는 거겠군.”
“네. 언제 돌아오셔도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정말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이제 이런 건 익숙하니까요. 정말…… 이젠 가문의 일원이라도 된 느낌입니다.”
든든하게 이야기하는 마리아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마리아는 이제 가문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인 느낌이었다. 본래라면 영주가 해야 할 일을 그녀 혼자 처리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어요. 안쪽부터 공략한다, 그런 건가요. 정말 방심할 수 없네요.”
마리아와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자, 뒤에서 묘한 중얼거림에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묘한 경계심이 담긴 눈으로 마리아를 응시하는 리야와 그란세시아가 보였다.
리야의 경우, 마리아를 견제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경계심이 짙었다.
“둘 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어머나, 그런 눈이라니요. 저희는 그냥 사이좋은 둘을 보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을 뿐이랍니다. 그쵸, 그란세시아?”
다른 이들은 그란세시아에게 성녀님이나 극도의 존칭을 덧붙였지만 리야는 그런 것도 없었다.
갑작스런 리야의 말에 그란세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그럼! 내가 뭐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 봐? 그냥 본거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연기나 화법을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안타깝게도 속마음을 숨기기엔 그란세시아는 너무 솔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