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89화>
미래를 창작하다(1)
주신 알타이르.
이 세계의 주신이라 불리는 모든 신들의 왕이자, 가장 전능에 가까운 존재.
라르기오스는 그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 왔지만 그 힘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대가 신들의 왕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구나.」
“흠? 그래, 고맙군, 라르기오스. 이정도는 어차피 너도 할 수 있잖나.”
라르기오스의 거대한 머리 위에 서 있던 알타이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라르기오스도 지금 알타이르가 한 짓을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그에게 전능에 가까운 권능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겐 세계의 법칙을 주무를 수 있는 용언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은 건 아니었다.
아마 육신의 능력은 자신이 더 강할 테지.
하지만 이런 ‘권능’의 힘을 놓고 본다면 알타이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방주.’
처음 그것을 알타이르가 만든다고 했을 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방주는 가장 오래된 신화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가 세계의 멸망을 피해 피신했다고 알려진 장소였다.
당연히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았고, 방주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불가능에 가까운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이계(異界)의 지식은 무척이나 흥미롭지. 파비안으로부터 이것에 그것을 전달받을 때부터 줄곧 이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알타이르는 천천히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은은한 미풍이 불며, 그가 만든 ‘수많은’ 방주들의 겉을 스치고 지나갔다.
“본래는 이곳에 나의 신도들도 함께할 생각이었다만, 안타깝게 되었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다지 안타까운 표정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이 세계의 인류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다.
만약 라르기오스가 성공적으로 제국을 침공했다면, 이 세계의 수많은 이종족들이 알타이르의 손에 이끌려 하나의 군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세계를 침략하는 동시에 대부분 희생되었을 테지.
라르기오스는 그 사실을 알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 세계의 다른 종족 따윈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거대하군. 저 가운데에 있는 것이 그대의 것인가?」
“그래, 나머진 몬스터들을 실을 방주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것이 우리 신들의 방주이지.”
주변을 가득 메운 수많은 배들은 합금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있는 가장 거대한 ‘방주’는 모양도 특이했으며, 선체가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이한 모양이군.」
“하하, 그럴 만도 하지. 이 방주는 이세계의 배를 모방했다. 그쪽 세계에선 전함…… 아니, 항공모함? 아무튼 뭐 그런 거창한 명칭으로 불리더군. 물론 신인 내가 인간의 것을 모방만 한 건 아니다. 그들의 것보다 훨씬 강력하며, 대단한 거라 자부한다.”
알타이르는 오만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라르기오스의 입장에선 어차피 대부분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다. 알타이르와 달리 라르기오스는 이계의 지식에 대해 거의 듣지 못했으니까.
「그럼 준비는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군.」
“그렇지. 이제 파비안이 돌아와 문을 열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나의 군대들이 이세계를 점령할 것이다.”
거대한 라르기오스의 육신 아래로 ‘신의 군대’가 있었다.
대지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많은 몬스터들.
그리고 신의 기함(旗艦) 위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는 천사들.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다.
파비안에게 떼어 준 병력까지 합치면, 아마 더 많아질 게 분명했다.
물론 파비안은 떼어 준 병력을 돌려주지 않을 테지만.
「파비안은 언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거지? 분명 문을 다시 열기 위해선 열흘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 터. 이제 곧 열흘이 아닌가?」
“그래, 그 말이 맞다. 본래라면 이미 세상을 절멸시키고 돌아왔어야 하거늘……. 생각보다 고전을 하고 있는 모양이군. 흥, 결국 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어도 인간이라는 거지.”
「인간을 너무 무시하는 건 좋지 않다, 알타이르.」
“하하! 너답지 않은 말이로구나. 아, 그래. 그 ‘진짜 용의 재해’가 생각난 건가? 그 아이도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
웃음기 섞인 알타이르의 말에 라르기오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정곡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용의 피가 섞였을 뿐인 인간의 용언이 진짜 용의 것보다 뛰어났으며, 강대한 마력을 지녔다.
‘어떻게 그런 이가 존재할 수 있는가.’
만약 그대로 싸웠다면 자신이 이겼을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지금 파비안이 쉽게 인류를 절멸시키지 못하는 건 아마 그 인간이 인류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그런 괴물과 성녀, 거기에 칠영웅까지 있으니 아무리 파비안이라고 해도 쉽사리 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할 테지.
알타이르는 ‘성녀’를 제외하곤 그다지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으니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라르기오스는 인간들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 시간문제일 테지. 이 세계도 제법 사랑했었다만, 이젠 아무래도 좋다.”
사랑했다고 말하는 알타이르의 얼굴에선 한줌의 애정도 느낄 수 없었다.
신들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안 이후에는 이 세계는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이다.
‘멸망할 세계의 주인공이라…….’
라르기오스는 파비안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오로지 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귀환한 자.
그런 무의미한 화풀이가 의미가 있을까?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닐 테지.’
이제 와서 깨달은 거지만 자신과 알타이르, 그리고 파비안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이 세계에 미련이 없다는 점.
그것만큼은 같았다.
* * *
클레이 반하르트.
그 이름은 파비안에게도 무척 의미 있는 이름이었다.
반하르트가의 가주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면, 클레이는 그가 검을 익힐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였다.
고아이자, 백작가의 하인.
천대받기에 충분한 위치였음에도 클레이는 단 한 번도 파비안을 차별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더라도, 그 시절이 파비안에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임이 분명했다.
“역시 남의 약점을 후비는 건, 잘한단 말이지…….”
파비안은 전장을 응시하며 혀를 찼다.
지금의 클레이는 파비안에 대해 명확히 모를 테지만, 파비안은 클레이를 잘 알았다.
그는 영리했고,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하는 성격이었다.
그게 아군일 때는 정말로 든든했으나, 적이 되니 상당히 성가셨다.
아니, 기분을 상당히 더럽게 만들었다.
“당신! 왜 제대로 검을 휘두르지 않는 거죠?! 제가 만만해요?!”
전장에서 자신을 막아선 두 명의 존재.
그중 한 여성이 파비안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키세아 바룬다르크.
과거 자신의 연인이자, 이안과 함께 검을 맞대던 라이벌.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왜 계속 공격을 주저하는 거죠?”
“……그러게 말이야.”
모든 걸 버렸다고 생각했고, 떨쳐 냈다고 생각했다.
기억 속에서 잊혔다고 생각했으며, 이제 떠올릴 일은 없으리라 마음먹었건만.
‘나도 결국 인간이었군.’
검이 쉽게 나아가지 못했다.
천하칠검의 힘을 쓴다면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 텐데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검만으로 제압하려 해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니…….’
현재 파비안의 앞을 막아선 건 키세아만이 아니었다.
칠영웅의 정점인 반 실베스트도 있었다.
거기에 이곳에서 까마득히 떨어진 장소에선 신궁 레스티아가 활을 겨누고 공격을 지원했다.
아무리 파비안이라도 천하칠검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채, 거기다 주저하는 검으로 간단히 이길 자들이 아니었다.
“이익!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물론 키세아의 입장에선 짜증이 치미는 일이었다.
다른 일에는 소심한 면이 있는 그녀지만, 검에 있어서만은 달랐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고, 강해지고자 열망했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을 봐주는 게 뻔히 보이니 좋아할 턱이 없었다.
‘키세아는 그런 여자니까.’
남이라면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이 상황을 이용하려 할 터다.
하지만 키세아는 오히려 분개하며 화를 냈다.
일검에 목이 달아나는 편이 차라리 그녀에겐 나은 일일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자존심이 강했다.
그건 ‘이전의 세계’에서 이미 질릴 정도로 깨달았다.
‘하지만 이상해. 결국 이건 시간벌이에 불과하다는 걸 알 텐데.’
분명 파비안이 망설이는 건 분명했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은 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단지 그 시간에 조금 차이가 생길 뿐이었다.
결코 그걸 모를 클레이가 아니었다.
‘거기다, 검이 울리지 않아.’
천하칠검은 근처에 같은 천하칠검이 있을 때 반응한다.
하지만 천하칠검이 조용하다는 건 근처에 천하칠검이 없다는 뜻이다.
만약 자신을 노린다면 지금이 가장 적기일 텐데, 이 전장에 자리하지도 않고 있다는 건 이상했다.
그리고 용의 재해와 성녀도 보이지 않았다.
그 둘이 온다면 자신도 진심으로 싸울 수밖에 없을…….
“설마.”
파비안은 반과 키세아와 교전을 반복하다 크게 뒤로 물러섰다.
그동안 키세아에게 정신이 빼앗긴 탓에 깨닫는 것이 늦어 버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 상황을 노려 보다 확실히 준비해서 덤벼 오리라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파비안은 자신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힐끗 보며 등을 돌렸다.
화살은 파비안의 몸에 닿기도 전에 경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경계검, 솔라리스의 힘이었다.
“가게 둘 것 같나!”
반 실베스트 역시 파비안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여태까지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파비안에게 접근하며 검을 휘둘렀다.
‘쌍극검.’
파비안은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그의 검을 응시했다.
한때 자신의 스승이었던 자의 검은 과연 매섭기 그지없었다. 어찌나 빠른지 검이 휘둘러지고 나서야 소리가 뒤쫓아 올 정도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 시대 최강의 검사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이었다.
파비안조차 검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를 꺾는 데 상당히 시간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래, 검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벨루스.”
세계가 잿빛으로 물들며 멈췄다.
천하칠검을 지니지 않은 자는 절대로 천하칠검을 지닌 자를 이길 수 없다.
시간검의 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힘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재해’ 뿐.
그것도 법칙과 사상을 움직일 수 있는 최상위 재해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전장에서 파비안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클레이 반하르트, 도련님.”
이제는 어색해진 호칭을 입에 담으며, 파비안은 굳어버린 세계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을 휘두르던 반 실베스트도, 화를 내던 키세아도 전부 멈춰 있었다.
“뭔가 재밌는 일을 꾸미신 모양이군요.”
그는 지금 어딘가에서 자신을 쓰러트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이 세계는 아닐 것이다.
영리한 그이니 분명 알았을 테지. 평범한 방법으론 절대로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이제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나.”
만약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존재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신들의 세계.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이세계 말이다.
* * *
실제로 ‘신들의 세계’에서 클레이는 파비안을 쓰러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대필 작가로서의 마지막 일을.
“하루에 만 자는 무리다…….”
클레이는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 화면을 퀭한 눈으로 응시했다.
‘앞으로 대략 4일인가.’
내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를 보내야 했다.
단 다섯 편의 외전 원고.
이것을 쓰기 위해 클레이는 이틀간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로 원고를 작성하여 편집자에게 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될까? 정말 할 수 있을까?’
원고를 보내고 독자들에게 단 4일 만에 보일 수 있을까?
만약 ‘책’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해 볼 수밖에.’
클레이는 이를 악물고 익숙하지 않은 동작으로 ‘키보드’라는 물건을 연신 두드렸다.
흔히 독수리 타법이라 불리는 추한 모습이었지만, 클레이로선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 안에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내야만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