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90화>
미래를 창작하다(2)
우선 나는 외전을 작성하기 위해, 기존에 아버지가 작성한 원고를 전부 읽어야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의 소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어플’이라는 것을 통해 글을 읽어야만 했으므로 이 점은 모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 내가 며칠째 못 잤지?’
이렇게 밤을 꼴딱 샌 건 병마의 재해 에드워드를 상대할 때 질병에 관한 지식을 익히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나마 아버지의 소설이 300화짜리였기에망정이지, 1000화가 넘는 초장편이었다면 도저히 시간 안에 전부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300화를 전부 읽은 뒤에 나는 주요 설정을 정리한 뒤 외전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 3화까지 완성하여 편집자에게 보내 둔 상태였다.
“클레이, 여기 설정에 오류가 났어요.”
다행히 리야가 내가 쓴 원고를 검토하며 혹시 내가 놓쳤을지 모를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 줬다.
이젠 대륙 제일의 마법사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리야는 나와 달리 한 번 본 걸 절대로 잊지 않았기에 설정 오류를 잡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 어디야?”
“이거 마족에 대한 언급 부분인데요…….”
그래도 가끔 아버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모르는 ‘원작’의 지식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마계의 뒷사정이라거나, 혹은 본래 세트람은 무얼 노렸다거나.
그란세시아의 육체를 차지한 알타이르의 행동은 상당히 흥미롭긴 했다.
“이, 이 녀석은 내 몸으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당연히 몸을 빼앗긴 당사자는 그런 알타이르의 행동을 읽으며 분개했지만 말이다.
“너도 소설 그만 읽고 좀 도와줘.”
뒹굴거리며 아버지의 소설을 읽고 있는 그란세시아에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도와주면 완전 엉망진창이 될걸? 나는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아는 여자야.”
“그래서 계속 뒹굴거리시겠다?”
“어차피 외전을 쓰는 동안 내가 할 일은 없는걸.”
하긴 그란세시아의 말도 맞았다.
당장 녀석이 할 일은 특별히 없었다.
리야는 원고를 보았고, 컴퓨터를 내게 빼앗긴 모네는 간간이 장을 보거나 우리가 입을 옷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하지만 그란세시아만은 정말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럼 혹시 이변이 생기거나 하면 바로 알려 줘. 보다시피 우리는 여기에 신경을 써야 해서 다른 건 신경 쓸 정신이 없거든.”
“알겠어. 그럼 밖에나 돌아다녀 보고 올게.”
“사고는 치지 말고.”
“내가 애야?”
나는 투덜거리는 그란세시아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주먹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그런 내 행동에 그란세시아는 간지럽다며 웃으며 내 주먹을 가볍게 밀어냈다.
“……어머나.”
그런 우리의 행동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원고를 체크하던 리야의 목소리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 생각했지만 말이죠…… 두 분 묘하게 정말 선이 없다고 해야 되나, 유독 가깝지 않나요?”
“가, 가깝다니. 그야 당연하잖아! 우린 한동안 계속 함께 있었으니 조금 친밀할 수도 있지.”
“계속 같이 있었다라……. 후후, 아…… 조금 화나려 해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으며 중얼거리는 리야의 말에 그란세시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리야와 그란세시아의 이런 대화는 꽤 흔한 편이었고, 언제나 패배하는 건 그란세시아 쪽이었다.
그란세시아는 저런 리야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사정없이 얻어터져야만 했으니까.
“그, 그보다…… 그래! 밖을 감시하는 것도 좋은데 만약 놈들이 넘어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거 아니야?”
“어, 왜?”
“우리가 최대한 막으려 해도 알타이르가 혼자 오진 않을 거 아냐.”
황급히 말을 돌리는 말에 나는 바로 받아 줬다. 나 역시 분노를 표출하는 리야는 쉬이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다행히 휴대용 게임기로 누워서 게임하던 메르사야가 우리의 말에 반응했다.
“아마 라르기오스 님도 함께 오실 거예요. 그럼 다른 드래곤들도 오겠죠?”
그렇게 말한 메르사야는 단숨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저희만으로 그걸 막아 낼 수 있을까요?”
“……뭐, 이쪽의 군대도 있긴 할 테니.”
인터넷을 통해 보았던 이 세계의 무기 수준은 정말로 엄청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쪽 세계의 군대가 우리 세계로 건너간다면 단 며칠 만에 쑥대밭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특히 핵미사일이라고 했던가.’
그건 영상으로 보았을 때 전율이 일어났다.
9클래스에 이른 마법사가 전략급 마법을 투하했을 때나 일어날 일이 영상에서 나왔으니까.
그런 걸 난사한다면…… 단번에 별을 멸망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어찌 보면 정말로 ‘신들의 세계’에 어울리는 힘이었다.
그란세시아도 그것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청나긴 해. 근데 문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만이라는 거지.”
“맞아. 확실히 그게 문제야. 그리고 군대가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도 문제고.”
이 세계의 힘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그건 물리적인 힘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또한 인간 개개인의 무력은 너무나도 약했다.
‘무기’가 강한 거지, 인간이 강한 건 결코 아니었다.
만약 알타이르가 마법이나 신의 권능을 이용해, 물리적인 공격에 완벽한 대비를 하고 넘어온다면?
물리법칙을 벗어나, 사상과 법칙으로 무장한다면…… 이쪽 세계의 병기는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파비안으로부터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알타이르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 세계에 광범위하게 알타이르가 침략한다면 저희만으론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 감정을 추스른 것 같은 리야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나 역시 리야의 말에 공감했다.
“메르사야나 리야가 마법으로 아무리 빨리 이동한다고 해도 대륙을 한순간에 건널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니.”
대륙을 넘을 정도의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마탑주 소일라 프란 정도였다.
리야의 마법 실력도 뛰어난 건 맞지만, 적어도 그런 다양한 마법은 소일라 프란 쪽이 더 뛰어났다.
“맞아요. 물론, ‘원작’이 만들어진 게 이 나라이니 대다수는 이 나라를 기준으로 시작할 테지만, 타국 또한 가시권에 있을 테죠.”
만약 그렇게 되면 이쪽 세계에 엄청난 피해가 나올 게 분명했다.
만약 몬스터까지 끌고 온다면…….
그리고 순간 이동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천사들이 게릴라로 습격을 시작한다면, 단번에 세계는 아비규환이 될 게 분명했다.
“클레이.”
“응.”
“문은 얼마나 열어 둘 수 있죠?”
차분한 리야의 말에 나는 고심했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리야, 그건…….”
“알아요. 저희 세계의 인원이 더 넘어오는 건 좋지 않다는 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리야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분명 알타이르와 라르기오스, 그리고 파비안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들이 이끌고 온 병력들은? 제가 드래곤들을 저지해도, 천사들을 그란세시아가 막아도…… 한계가 있어요.”
아직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만약 이긴다고 해도 끔찍한 피해가 생기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소수이며 적들은 절대다수였으니까.
“그러니 우리도 다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전부 끌고 오자는 건 아니에요.”
“그럼?”
“마력을 다룰 수 있으며, 최소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들과 6클래스 이상의 마법사, 그리고…… 마족.”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정도 수준이 아니고서야 드래곤과 천사에 대항할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들을 이쪽 세계의 무기로 무장시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검도 좋긴 한데, 이쪽 세계의 병기를 이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일 것 같은데.”
“우리가 그런 무기를 어떻게 구한다고.”
“그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마침 저희가 있는 나라는 꽤 훌륭한 군대를 지닌 ‘휴전국’인 모양이더라고요.”
리야는 그렇게 말하며 멀뚱히 앉아 있는 그란세시아를 보았다.
“가끔 복잡하게 돌아가지 않고, 다 때려 부수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이랍니다?”
상큼하게 웃는 리야의 미소에 그란세시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서울의 외각,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탱크를 보유한 기갑 여단에선 훈련이 한창이었다.
평소와 달리 기합이 들어간 병사들과 간부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한 무리를 힐끗 보았다.
그곳에는 시찰을 나온 여단장과 간부들이 서 있었다.
“이런 시발…….”
박경수 중사는 입에 욕지거리를 담으며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인지 전차의 안은 아주 푹푹 쪘다.
“박 중사님, 저희 이런 날에 꼭 훈련을 해야 되는 겁니까?”
조종간을 붙잡고 있던 병사가 투덜거렸다.
“그럼 어쩌냐. 여단장이 시찰까지 나왔는데 열심히 해야지. 이런 게 다 군인의 의무다.”
“그런 것치곤 방금 욕하시지 않았슴까?”
“잘못 들은 거다.”
박경수 중사는 그렇게 말하며 멀리 있는 표적지를 응시했다. 늘 그렇듯 훈련이란 그다지 어려울 것 없었다.
전차를 몰고 표적지에 포탄을 쏘아 맞추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빨리빨리 하자.”
박경수 중사는 조종수와 포수에 앉아 있는 병사들을 보며 적당히 다그쳤다.
병사들도 이미 몇 번이나 능숙하게 전차를 움직여 표적지를 조준하고…… 굉음이 울리며 전차의 포탄이 날아갔다.
콰아앙!
“응?”
그때 표적지를 조준하고 포탄을 쏘았던 병사가 묘한 기색을 보였다.
“왜 그래?”
“그게…… 포탄을 쏘는 순간, 표적지에 순간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여기 부대야, 인마. 통제 구역에 어떻게 사람이 들어오냐?”
박경수 중사가 말도 안 된다며 다그치자, 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박 중사님…… 저, 저기 좀 보십시오.”
“뭐?”
아무래도 장난이 아닌 것 같은 병사의 말에 박 중사는 황급히 전차의 뚜껑을 열고 망원경으로 표적지가 있는 곳을 보았다.
‘정말이잖아?!’
사람이 정말로 표적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대체 어떻게? 게다가 방금 포탄이 표적지로 날아가지 않았나?
콰아앙!
그때 바로 옆에서 다른 전차의 포신이 움직였다.
연기가 채 사라지지 않은 탓에 사람이 서 있는 걸 몰랐던 모양이다.
“자, 잠깐! 멈춰!”
박경수 중사가 다급히 소리쳤으나 당연히 전차 안에 이들에게 들릴 리는 없었고, 이내 포신에서 포탄이 쏘아져 날아갔다.
‘좆됐다.’
자신의 부대가 오늘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랐다.
대체 어떻게 민간인이 저런 곳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사람이 훈련 중인 전차의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다.
“……뭣?!”
그러나 이내 더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일이 벌어졌다.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박경수 중사는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표적지 앞에 서 있던 인물이 대충 손을 움직이자, 쏘아진 포탄이 튕겨져 옆으로 날아가 폭발한 탓이었다.
‘방금, 내가 본 게 현실인가?’
인간이 전차의 포탄을 튕겨 냈다고?
거기다 지근거리에서 포탄이 폭발했는데 사지가 멀쩡하다고?
어느 것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응?”
“저거…… 사람이잖아?”
“방금 포탄 터진 곳 아냐?”
포탄을 튕겨 낸 인간은 천천히 전차 쪽을 향해 걸어왔다. 바로 박경수 중사가 있는 전차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