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1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91화>
미래를 창작하다(3)
‘여자? 대체, 저거…… 인간이냐?’
모든 상황을 목격한 박경수 중사는 다른 병사들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이 탄 전차를 향해 걸어오는 금발의 여성, 아니 소녀에 가까운 외형을 한 ‘무언가’에 소름이 돋았다.
박경수 중사는 황급히 전차의 안으로 들어와 소리쳤다.
“야, 야! 빨리 포탄 쏴!!”
“예? 예? 사, 사람한테 말입니까?”
“닥치고 빨리 갈기라고!”
저런 게 사람일 리가 없었다.
세상천지 어디에 전차 포탄을 튕겨 내고, 폭발에 휘말렸는데 무사한 인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비켜!”
포수가 망설이는 게 느껴졌는지, 박경수 중사는 직접 포신을 조절하고 걸어오는 인간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자동장전 기능이 달린 전차이기에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콰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전차를 향해 다가오던 여성에게 포격이 직격했다.
방금과 같았다.
워낙 빠른 속도라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여성은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후 포탄은 튕겨져 옆에서 폭발했다.
물론 튕겨졌다고 해도 여성이 포탄의 폭파 범위 안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자신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았다.
“…….”
“주, 중사님! 미치셨습니까? 사람에게 포격을 가하다니요!”
당연히 병사는 박경수 중사의 군복을 잡아당기며 뜯어말렸으나, 박경수 중사는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모두…… 튀어라.”
“예?”
“당장 도망치라고!”
전차의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온 순간, 박경수 중사는 언제 전차의 코앞까지 다가왔는지 모를 여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격에 직격했음에도 여성의 몸에는 일말의 상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박경수 중사와 눈이 마주치자 여성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소리치는 순간…….
퉁!
“으허헉!”
전차가 크게 흔들리며 수평으로 쭉 밀려났다.
그것도 몇 미터가 아니라 거의 10미터가 넘게 밀려나간 거다.
‘무, 무슨 일이야?’
겨우겨우 밀려난 전차를 붙들고 균형을 잡은 박경수 중사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인간이 전차를 가볍게 10미터 넘게 밀어 버릴 수 있는 게 현실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건 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바, 방금 봤어? 지금 전차를 민 거지?”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당연히 훈련을 위해 모여 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챈 병사들에게서 반응이 돌아왔다.
몇몇 이들은 공포를 느끼며 총을 겨누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격 훈련도 아닌데 실탄을 지급받은 병사가 있을 리 없었다.
“여단장님, 피, 피하셔야 합니다!”
전차를 밀어 버린 여성이 재차 움직이기 시작하자, 간부 하나가 여단장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여성이 점차 여단장과 간부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탕탕탕탕!
그나마 공포탄이라도 가지고 있던 헌병의 총구에서 공포탄이 쏘아졌다. 왜 갑자기 총을 쏘냐고 탓할 사람은 현재 이곳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물론 전차 포탄을 맨몸으로 받아 낸 인간이 고작 공포탄에 피해를 입을 리 만무했다. 이번에 여성은 굳이 탄환을 막아 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맨몸으로 공포탄을 받아 냈고, 탄환은 여성의 몸에 튕겨져 이리저리 날아갔다.
“마, 막……!”
병사들에게 막으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대체 어떻게 저걸 막아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건 모든 간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으며, 이곳에서 가장 직책이 높은 여단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건 대체…….’
설마 평소와 같은 훈련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리는 굳어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다가오는 여성을 향해 그나마 있던 공포탄을 쏘던 병사들의 총도 이윽고 딸칵 소리만을 내기 시작했다.
모든 탄환이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허, 허억!”
여성이 간부들이 있는 곳까지 태연하게 걸어와 코앞에서 멈춰 서자, 여단장의 근처에 있던 간부들은 긴장한 얼굴로 숨을 들이켰다.
여성은 그런 간부들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지휘관이라는 이들이 오히려 병사들보다 못하네.”
뭐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어떤 간부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전차의 포탄을 가볍게 튕겨 내고, 가볍게 미는 것만으로 전차를 밀어 버릴 수 있는 괴물이다.
여기서 감히 여성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이 여기서 가장 높은 사람이지?”
“그, 그렇다.”
여성의 말에 여단장은 비교적 침착하게 대답했다.
다른 간부들은 이 상황에서 대답할 수 있는 여단장에게 감탄했다. 물론 상대는 그런 여단장의 용기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더 높은 사람이랑도 대화하게 해 줄 수 있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방금 봤지?”
“……왜지?”
“그건 만나면 알려 줄게.”
태연자약하게 이야기하는 여성의 말에 여단장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적어도 우리에게 해를 입힐 생각은 없다.’
그랬다면 자신들이 공격했을 때 바로 반격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 거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
확실한 건 자신의 선에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건 확실했다.
* * *
‘아, 싫다.’
그란세시아는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주변의 인물들을 돌아보았다.
현재 그녀는 군대에서 준비한 버스에 앉아 이동 중이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버스에 가득 탑승해 있었다. 혹시나 허튼 짓을 하면 언제든 발포할 기세였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란세시아는 내심 좀 미안했다.
‘나는 이렇게 과격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가장 빠르고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이야기했던 리야의 말이 떠올랐다.
-함부로 저희가 힘을 드러내면, 이곳의 시민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큰 이슈가 될 거에요. 하지만 군대라는 곳 특성상 되도록 내부에서 해결하려 할 테죠.
이런 부분은 설령 세계, 아니 차원이 달라도 인간인 이상 같을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았다.
-그러니 최대한 우리의 능력을 보여 주며 군대의 고위 간부와 접촉해 보세요. 우리는 이쪽 세계의 인간들에겐 상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이니 호기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야의 말을 떠올리고 있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단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다른 세계에서 오신 분이 맞습니까?”
그는 아직도 그란세시아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눈앞에서 초현실적인 광경을 봤다고 해도 바로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맨손으로 총알을 튕겨 낼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런 것치곤 이쪽 세계의 언어에 대해 능통하시군요.”
“마법도 있고, 공부도 좀 했지.”
그란세시아는 적당히 대답했지만 상당히 불편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여단장에게 반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란세시아는 대부분 반말을 선호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의는 지킬 줄 알았다.
굳이 반말을 하며 건방진 태도를 취하는 건 리야가 그렇게 하길 종용했기 때문이다. 저자세로 나가는 순간 얕보일 수 있다던가.
이런 쪽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인 그란세시아이니 되도록 그녀의 말을 따랐다.
“이쪽입니다.”
버스가 도착하자 그란세시아는 여단장의 안내에 따라 내렸다.
‘사람 많다.’
그것도 무장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역시 이쪽 세계의 통신 기술은 대단하네.’
새삼 그런 것에 대해 감탄하며 여단장과 간부들의 뒤를 따르자, 거대한 연무장이 나왔다.
아마 이곳도 어떤 부대인 모양이다.
“우선 바라시던 윗선에는 이미 연락을 해 두었습니다만…… 역시 쉽게 믿지 않으셔서 말입니다.”
여단장은 슬쩍 그란세시아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기분이 상한 건 아닌가 살피는 눈치였다.
‘좀 더 보여 달라는 거구나.’
연무장에는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있었다.
아까 보았던 전차를 비롯하여 그 밖의 다른 무기들까지.
“그쪽도 의심이 갈 테니 이해해.”
“네. 그러니 그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증거를 좀 더 보여 주셨으면…….”
“아, 그거라면 굳이 저런 도구들을 쓸 필요도 없어.”
“예?”
그란세시아는 싱긋 웃으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과연 리야의 말대로였다.
역시 자신들이 다른 세계임을 증명하는 건, 단순한 무력만으론 불가능했다.
정말로 이 세계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그런 가상의 존재와 힘을 보여 주는 게 가장 확실했다.
“어어?”
여단장은 갑자기 연무장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황했다. 구름이라기엔 너무 짙은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혹시 하늘에 뭔가 있나 싶어 시선을 올리자, 여단장은 순간 졸도할 뻔했다.
하늘에는, ‘용’이 있었다.
“마침 이런 넓은 공터로 와서 다행이야. 확실히 여기라면 제대로 내려설 수 있겠어.”
총을 든 병사들도 넋을 잃고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연무장에 내려서는 거대한 용을 보았다.
동양보단 서양의 신화에 나올 법한 거대한 용.
그 크기는 어지간한 빌딩보다 거대했으며, 총알 따위는 씨알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그란세시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리야의 말대로 데려오길 잘했다.’
연무장에 천천히 내려서는 드래곤은 바로 메르사야였다. 투명화 마법을 건 채 줄곧 그란세시아의 뒤쫓아 따라와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쪽 세계였으면 그다지 쓸모없는 마법이지만…….’
투명화는 어디까지나 마력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에게나 효과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선 마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뿐이니 누구도 메르사야가 자신들을 뒤쫓아 오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저, 저게 대체 뭡니까? 혹시, 저 괴물도 당신이 데려온 겁니까?”
드래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입을 여는 여단장의 모습에 그란세시아는 과연 리야의 말이 정확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초월적인 힘을 보였을 때보다 반응이 극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 드래곤은 실존하지 않으니 당연한 이야기인가?’
드래곤은 지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니, 이보다 ‘이계(異界)’를 증명하기 적절한 것이 없었다.
“자, 그럼.”
겁에 질린 인간들의 모습이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제대로 대화를 해 볼 수 있으려나?”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