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5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95화>
신과 인간(1)
“맙소사. 이보게,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미국의 대통령 클리든은 하늘을 주시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언제나 점잖은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저 괴비행물체들이 처음 목격된 곳이 한국이라고?”
클리든의 자신의 곁에 있던 비서에게 아침 일찍부터 전해 받은 이야기를 재차 물었다.
“예, 각하. 정확히는 어제 오후 두 시에 처음 자신을 ‘신’이라 지칭하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신?”
“예, 본인을 이계의 신이라 지칭했습니다. 이름은 알타이르라고 하더군요.”
“후우.”
비서의 말에 클리든은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이름을 가진 별의 이름을 하나 알지만…… 당연히 그것과는 연관이 없을 테지?”
“예, 그렇습니다.”
최대한 침착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의 비서에게서도 격한 감정의 동요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세계의 하늘 곳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구멍에서는 거대한 함선과 같은 게 나타나 하늘에 떠 있었다.
‘현재 우리의 과학력으로도 불가능한 거다.’
항공모함급 크기의 전함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다니.
각국의 수뇌부는 하늘 위에 나타난 전함을 보며 저마다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은 가만히 떠 있으나, ‘알타이르’가 자신들에게 준 시간은 고작 이틀.
이틀 후에는 저 전함들이 자신들을 공격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데니얼 국방부장관은 뭐라고 하던가.”
“전투기를 통해 정찰을 해 보았으나, 딱히 공격의 의사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지만 이틀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같을지는 모르니 선제공격을 가하자고…….”
“선제공격이라.”
현재 각국의 핫라인은 저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향해 먼저 선제공격을 가하자는 의견이 주류였다.
미국의 국방부장관 또한 그에 동의한 상황이었다.
다만 최종결정권자라 할 수 있는 클리든은 국방부장관의 요청에 바로 답하기 힘들었다.
“……저런 거대한 전함을 높은 하늘 위에 띄울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을지도 모른 채 선제공격을 하는 게 답이라 생각하나?”
“각하, 하지만 저들이 먼저 공격해 온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맞았다.
‘지금 저들이 하늘 위에 있을 때가 기회인지도 모른다.’
저들이 공격을 시작한 이후에 대처하며 분명 늦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인류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세를 펼쳐 그들이 지상에 발을 내디딜 틈도 없이 쓰러트리는 게 나았다.
하지만…… 클리튼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비서실장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에서 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네. 우선 상황을 지켜본 후, 우리 또한 염두에 둬야겠군.”
인류가 가진 가장 막강한 병기.
만약 저들이 지상을 침공한다면 핵을 사용하기엔 오히려 늦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늘에 있을 때 핵미사일로 요격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클리든은 북한과 러시아에서 쏘아진 핵미사일에 저들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침을 결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클리든은 자신이 저들을 ‘자신들의 기준’에서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이시여.”
북한과 러시아에서 쏘아진 핵미사일은 창공을 꿰뚫으며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한 공중전함을 향해 날아갔다.
수십, 혹은 수백 킬로미터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닌 핵미사일.
세계의 모든 인간이 주시하는 가운데, 핵미사일이 공중전함을 향해 접근했고── 사라졌다.
“저건, 과학의 영역을 벗어났다.”
물론 클리든은 과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눈이 있다면 방금 눈앞에서 보인 광경이 ‘과학’의 힘을 초월했다는 걸 누구나 인지할 것이다.
하늘을 가로지르던 핵미사일이 폭발하기 전에 허공에서 갑자기 소실되었으니까.
마치 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너무 성급하게 행동할 필요 없다. 그대들의 힘은 22시간 후에 즐겨 줄 터이니.」
핵미사일이 사라진 직후, 마치 인류를 조롱하는 것처럼 전 세계의 영상 매체에 알타이르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가, 각하.”
“침착하게. 겨우 한 번의 공격이 실패했을 뿐이야.”
공격 한 번.
하지만 그 한 번으로 세계를 경악시키기엔 충분했다.
‘저들이 지닌 힘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인류에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게 될 테니까.
* * *
인터넷은 이번 사태로 들끓기 시작했다.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적들.
그리고 선공을 가했지만 간단히 막혀 버린 작금의 상황.
==
ㅇㅇ : 이거 좆된 거 아님?
투썸 : ㄹㅇㅋㅋ
그소리 : 근데 우연인가? 내가 보던 웹툰에서 비슷한 애들이 나오던데. 저 알타이르라는 것도 그렇고, 그 옆에 있는 남자도…….
ㅇㅇ2 : 너도?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알타이르가 신인 것도 그렇고, 옆에 있는 남자 파비안 아님? 웹툰에서 나왔던 거랑 이미지 딱 비슷한데.
국밥천재 : 어휴 씹닥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ㅇㅇ : 하지만 진짜 같은데?????? 이거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님???
==
거기다 인터넷에선 묘한 소문이 돌았다.
지금 나타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어떤 소설’, 혹은 ‘어떤 웹툰’에서 등장했던 존재라는 것.
대부분은 헛소리라 비웃었으나, 점차 그 말에 신빙성을 더하는 정보들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알타이르 곁에 있던 남자가 웹툰에서 등장했던 파비안과 꼭 닮은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돌겠군.”
물론 그 영상과 관련된 글들은 한석원 국무총리도 보았다.
이쯤 되면 그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이계의 인간을 자청하던 존재들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으니까.
그때는 단지 특이하고 색다른 일이었다면, 이번 건 명백한 위기였다.
“대통령께선 현재 저 전함들로 인해 해외에 발이 묶이셨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 전함이 떠 있는 탓에 함부로 비행기를 띄우기 어려워졌다.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 상황은 한석원 국무총리가 직접 지휘를 해야만 하는 판국이었다.
“저들이 사용한 힘이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전과 달리 한석원 국무총리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나는 굳이 그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 누가 이세계에서 넘어왔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어?’
현재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클레이로서 이곳에 왔다. 리야는 메르사야의 폴리모프로 본 모습을 숨기는 게 좋지 않냐고 물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나를 알아보는 자가 나타나면 더 좋기도 하고.’
파비안과 알타이르와 관련된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에 따라 우리가 처음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거 알타이르 아님?? 소설 삽화에서 잠깐 나왔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알타이르가 빼앗았던 몸임 ㅇㅇ. 지금 하늘에 나타난 게 본래 알타이르임. 저것도 삽화에서 나왔음.]거기다 본래 소설에서 간혹 삽화도 삽입되었던 모양인지, 그란세시아나 리야의 모습을 보고 ‘설마’ 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란세시아나 리야의 경우엔 엄연히 원작에서도 출연했었으니까.
둘 다 워낙 인상적인 외모를 가진 탓에 이슈가 된 느낌이 크다.
반면 나의 경우엔 원작 초반부에 꽤 오래 등장하고, 웹툰에서도 제법 괜찮게 죽는 모습으로 포장됐음에도 딱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대답을 해 줘야겠지.’
나는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한석원 국무총리에게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저들이 가진 힘은 이 세계에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는 종류의 힘입니다. 사상과 법칙에 간섭하죠. 아마 핵미사일을 막은 건, 공간 자체를 왜곡시켜 막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확률이 높다는 건, 다른 방법도 있다는 뜻이겠군요.”
“예. 방법은 많습니다. 마법을 사용했다면 날아오던 핵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 말하자면 공간 이동을 시켰을 수도 있죠. 아니면 공간의 틈에 집어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그 정도라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자가 꽤 될 겁니다.”
용언을 가진 리야나,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소일라 프란이라면 비슷하게 핵미사일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차라리 그들에게 도달하기 전에 미리 폭발시키는 편이 나았겠군요.”
“예,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단순한 물리력이라면 막을 방법이 차고 넘치죠.”
“…….”
한석원 국무총리의 얼굴이 재차 어두워졌다.
전이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눈앞에서 그런 것을 목격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괜찮다고요?”
“예. 여러분이 우리에 대해 방심했던 것처럼 저들도 방심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니까요. 안 그랬다면 이틀의 유예도 주지 않았을 테죠.”
알타이르는 이쪽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파비안으로부터 들었고, 철저하게 대비를 한 이후에 넘어왔다.
“저들은 자신들이 이쪽 세계의 병기에 대한 대책을 완벽히 했을 거라 자신할 겁니다. 실제로 전함에는 알타이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병기를 막을 수 있는 결계가 쳐져 있습니다.”
“그럼 큰일인 것 아닙니까?”
“반대로 말하면 그 결계만 해제하면 이쪽 세계의 무기를 막을 게 없다는 거죠. 알타이르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제야 국무총리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챈 것 같았다.
“여러분이 그 결계를 해제하면 공격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아뇨, 함께 공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될 테니까요. 저들은 지금 우리가 이곳에 있는 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 저 신이라는 자가 나선다면…… 아니, 저 거대한 용이 뭔가를 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지만 그쪽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각국에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공…… 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까?”
“정확히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말이죠. 피아를 식별하지 못하고 저희를 공격할 일이 생길 확률이 크니까요.”
혹은 이세계의 존재인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할 확률이 높다. 저들에게 우린 어디까지나 이방인이니까.
그러니 그래선 안 된다는 걸 각국에 최대한 전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죠.”
“나머진 예정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옆에 끼어서 함께 싸울 뿐이니까요.”
이제 알타이르가 이 세계에 준 유예는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이 세계의 인간들도 그것을 가만히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국무총리의 말대로라면 오늘 새벽 다섯 시.
제2차 총공격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니까.
“그란세시아, 리야. 잘 부탁할게.”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둘에게 시선을 보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라르기오스와 드래곤들은 되도록 리야가 맡아 줘. 알타이르는…….”
“물론 내가 맡을 거야.”
그란세시아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이 질긴 악연을 끝내야지.”
신과 인간.
이 세계에선 이미 오래전에 끝났던 이야기.
아무래도 이번엔 우리의 차례일 것 같았다.
* * *
“흠, 어리석군. 결국 저항하는 걸 선택했나.”
알타이르는 각국의 상황을 관조하며 중얼거렸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어리석게도 자신에게 대항하는 걸 선택했다.
자신들의 무기를 끌어모으고 대항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파비안, 너는 어쩔 생각이냐.”
알타이르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곁에 서있는 파비안에게 물었다.
“너는 본래 이 세계에 돌아올 생각 따윈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리와 함께 왔다는 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거겠지?”
꼬치꼬치 캐묻는 알타이르의 모습에 파비안은 눈을 살며시 찡그렸다.
어지간히 자신이 따라온 게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를 신경 쓸 필요 없다. 나는 이 세계에는 정말 일말의 관심도 없으니까.”
“그럼 왜 이곳에 온 거지?”
“내 적이 여기에 있으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자세히 말해라!”
묘한 파비안의 기색에 알타이르가 다그쳤지만 굳이 더 설명하진 않았다.
그는 가장 전능과 전지에 가까운 힘을 지녔지만, 그것은 진정한 전지전능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신했고, 과신에 대한 대가는 곧 겪게 되리라.
‘어울려 주마, 클레이 반하르트.’
파비안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알타이르를 무시하며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여덟 시간 후.
인류의 공격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