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96화>
신과 인간(2)
“빨리빨리 움직여!!”
간부의 말에 병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총기를 손에 쥐고 달려 나갔다.
“젠장, 세상이 진짜 미쳐 가지고.”
전역을 두 달 앞두고 있던 박경수 병장은 자신의 총기를 손에 쥔 채 참호에 몸을 숨겼다.
방공포에 근무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일을 겪는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설마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건 아니겠지?’
전쟁이라는 건 그에게 무척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처음 TV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났을 때도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어진 군대의 대처에 박경수 병장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박뱀, 저희 진짜 괜찮은 겁니까? 저거 하늘에 떠 있는 놈들이 공격하면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나도 몰라, 새끼야.”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전함은 영화나 만화로 본 게 전부다. 설마 갑자기 외계인들과 전쟁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다.
놈들이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니 박경수 병장은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어, 어어!”
긴장한 얼굴로 하늘에 떠 있는 전함을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서울의 하늘이 밝아졌다.
동이 트기 직전,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전투기들이 무수한 미사일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박경수 병장이 있는 방공포 근처에는 전함이 없어 그저 대기할 뿐이었지만, 서울의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제발.’
저 정체불명의 것들이 지상에 발을 딛기 전에 처리할 수 있길.
하지만 늘 그렇듯, 간절한 소망은 대부분 비껴가는 법이다.
「결국 어리석은 선택을 했구나.」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여태 고요하게 떠 있던 전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투기에서 쏘아진 미사일들은 전함에 닿기 직전에 마치 거품처럼 흩어지듯 사라졌고, 폭발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 박뱀! 전함이……!”
“……!”
방금 전까지 서울 상공에 있던 전함 중 한 대가 어느새 자신들이 있는 방공포 상공에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움직인다고 느낀 순간, 전혀 다른 장소에 나타나다니.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고공에 있던 전함들은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드드드드!
거기에 전함의 일부가 갈라지고 열리며, 그 틈에서 괴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흔히 듣던 짐승의 울음 소리와 달랐다.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고, 인간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괴물들의 포효였다.
“이, 이런 시발!”
박경수 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에 떠 있는 전함을 향해 총을 갈겼다.
지금 저 전함은 이곳에 괴물들을 토해 내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땅에 닿기 전에 놈들을 죽여야만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으아아아아!”
두두두두두!
그의 판단은 지극히 옳았지만, 문제는 전함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캬아아아아!”
지상으로 하나둘 떨어져 내린 괴물들은 기괴한 포효를 내지르며 총을 쏘는 박경수 병장이 있는 참호를 향해 달려왔다.
몇몇은 그가 쏜 탄환에 상처를 입어 쓰러지기도 했으나, 거대한 몬스터들의 거죽은 탄환을 튕겨 내며 오히려 분노할 뿐이었다.
‘엄마.’
근처에 있던 나무를 뽑아 손에 쥔 거대한 몬스터가 코앞까지 접근해 팔을 크게 치켜들었다.
박경수 병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전역 날짜를 코앞에 두고 설마 이렇게 죽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슁!
쿵! 쿠쿠쿵!
그 순간, 바람 소리가 일어나며 박경수 병장의 옆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허, 허억!”
눈을 뜬 박경수 병장은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방금 전 자신을 향해 공격하던 몬스터의 팔이 잘려, 땅을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습니까?”
“……?”
잘린 팔을 멍하니 보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시선을 돌린 박경수 병장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중세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힘드십니까? 번역 마법이 제대로 안 먹힌 건가?”
그는 멍하니 있는 박경수 병장을 보며 눈을 찌푸렸고, 그런 그에게 답한 건 마찬가지로 넋이 나가 있던 다른 병사였다.
“아, 아뇨. 들립니다! 바, 박뱀! 정신 차리시지 말입니다.”
“아, 그, 그래. 드, 들립니다. 네, 들립니다.”
“다행입니다. 우선 이곳에는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계시니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몬스터들이 접근하는 걸 막아 보죠.”
“예?”
다른 분들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자, 그제야 이곳을 향해 접근하던 몬스터들이 달려드는 족족 썰려 나가는 게 보였다.
총알도 꿰뚫지 못했던 가죽을 검으로 슥슥 베어 내는 세 명의 인간은 대체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대로는 단순한 소모전이 될 텐데 걱정이군요. 우선 저것들을 처리해야…….”
마치 중세의 기사와 같은 복장을 입은 사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갑자기 하늘의 전함이 크게 흔들렸다.
어디선가 쏘아진 무언가가 전함의 외벽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사일이 쏘아졌음에도 지금껏 닿지 못했던 전함이 충격에 뒤흔들리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운이 좋군요.”
당황하는 박경수 병장에게 기사는 말했다.
기사는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이렇게 든든할 수 없다는 듯 웃었다.
“마침 저희가 있는 곳 근처에 ‘신궁’이 있는 모양입니다.”
신궁?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일투성이였지만 박경수 병장은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살았다고 말이다.
* * *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 직후, 나는 메르사야와 모네에게 말했다.
“둘은 싸울 필요 없어.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저분과 함께 영상을 찍어.”
“도련님,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아. 나만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이길 테니까.”
“아니, 그거 말고 저분이요.”
모네는 한구석에서 떨고 있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명 듀튜버 심기영이 그곳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저, 저는 왜 함께 가야 합니까? 저는 평범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현재 나와 함께 있는 이는 총 세 명이었다.
모네, 메르사야, 그리고 심기영.
평소라면 그의 매니저가 영상을 찍었을 테지만 그 역할은 모네가 맡았다.
“그야 아무리 기적을 일으키려 해도 개연성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그냥 평소처럼 고양이와 방송하시면 됩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이런 사태에 휘말렸다고 생각하세요. 어지간한 위험은 곁에 있는 메르사야가 해결해 줄 겁니다.”
나는 거기까지 말한 후, 한 가지를 덧붙였다.
“대신 영상을 업로드하고 촬영하는 건 반드시 모네가 하게 해 주세요. 반드시 말이죠.”
“……사, 살려 주세요.”
“그건 옆에 있는 애한테 말하시고요.”
나는 싱긋 웃으며 메르사야의 등을 떠밀었다.
메르사야는 안도하면서도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직접 싸우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요. 정말 이것만으로 충분한 건가요, 클레이 님? 이 인간, 영 못 미더운데 말이죠.”
“꼭 전투 능력이 사람이 가지는 능력의 전부는 아니거든.”
메르사야와 모네는 아리송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심히 닮은 두 소녀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이번 작전에 핵심은 너희들이야. 너희들에게 이 세계와 그리고 우리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어.”
“저, 저희가 그런 큰 역할을 맡은 건가요?!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으셨잖아요, 도련님!”
“미리 겁을 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러니 내가 부탁한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해 줘.”
“그럼 도련님은…… 어쩌실 생각인가요?”
“나?”
나는 혼란스러운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리에 떨어진 몬스터들이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미리 대기하던 기사들이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격살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을 만나러 가야지.”
“……파비안 말씀이신가요?”
“그래.”
이미 리야와 그란세시아는 자신의 상대를 찾아 움직였다. 그러니 나 역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완수해야 할 테지.
“그리고 내가 부르면 반드시 내게 돌아와야 해. 알겠지?”
“넵!”
얼마 전까지 겁쟁이 드래곤이었던 메르사야는 제법 든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나는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거대한 타워, 바로 그곳에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곳에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구나.」
“어머, 저는 알고 있었는데요?”
「그 건방진 태도도 전과 달라진 게 없군.」
“굳이 당신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할 필요는 없겠죠.”
몬스터가 쏟아지는 건 전함만이 아니었다.
마치 벌집처럼 구멍이 난 하늘에선 비행형 몬스터들도 수없이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드래곤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은 세계에 퍼져 나갔지만,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드래곤은 적어도 그녀가 잡아 두고 있었다.
「나를 잡아 둔다고 해도, 다른 드래곤들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을 터.」
“용언의 축복을 받지 못한 드래곤들은, 그저 거대한 도마뱀일 뿐이죠.”
「뭐라고?」
용언의 축복을 받지 못하다니…….
라르기오스는 설마 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경악했다.
「말도 안 된다! 설마 이 세계 전체에 용언의 금제를 걸어 버린 것이냐!」
“당신들이 저희에게 여유를 준 동안, 꽤나 고생했답니다. 이 세계 전체에 새로운 사상을, 그리고 법칙을 주입하는 건 아무리 저라도 힘들어서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양팔을 펼쳤다.
그러자 새하얀 그녀의 맨살에 검은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라르기오스, 혹시 ‘재해화’라는 걸 아시나요?”
리야는 라르기오스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는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제가 가진 ‘재해’로서의 힘을 잘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재해’가 되는 순간 무의미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원작에서는 그 능력을 통해 드래곤들을 지배하여 세상을 침략했던 사상 최강의 마룡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많은 드래곤들을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라르기오스.”
「……!」
라르기오스는 그제야 첫 만남 때 리야 아스크탈린이 자신을 얌전히 보내 줬는지 깨달았다.
그건 단순히 싸움으로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힐 거라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것도 하나의 이유였겠지만, 진짜 이유는…….
「최대한 많은 드래곤들을 이 세계로 데려오기 위함이었던 건가!」
“어머나, 정답이에요.”
그녀는 가볍게 박수를 짝짝 치며 라르기오스를 진심으로 칭찬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주세요. 만약 패배하시면…….”
리야는 생긋 웃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악역’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당신의 아이들은 모두 제 손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요.”
* * *
“파비안…… 그 수상쩍은 태도는 이런 일들을 예상했던 것이냐!”
알타이르는 지구의 상황들을 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본래대로라면 이미 세계는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존재들이 그의 계획을 모조리 망쳐 버렸다.
“주신이시여, 각 전함들이 적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의 여신 엘리시스가 분개한 알타이르에게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보고했다.
각 전함에는 많은 천사들과 신 하나가 배정되어 있었지만, 적들의 맹공에 상황이 썩 좋진 않았다.
“세계를 건너온 자들이 전함에 둘러진 마력 장벽을 해제하고, 그 틈을 노려 이 세계의 무기들이 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함에 숨어든 이들도 있어…….”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 것이냐?”
“…….”
알타이르는 옥좌에 앉아 분노한 눈으로 좌중을 훑었다.
알타이르의 기함에는 열 명의 고위 신과 수백의 천사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지금의 알타이르에겐 감히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는 신이다! 고작 인간의 공격에 당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맹공이 펼쳐지지만 아직 큰 타격을 입은 전함은 없습니다. 그저 조금 성가실 뿐이지요.”
마력 장벽을 해제했다고 해도 많은 대책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이 세계의 무기를 모조리 고철로 만들어 버리는 수밖에.’
알타이르가 가진 힘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 세계의 무기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기를 빼앗는 것만으로 대다수의 무기를 망가트리고 정지시킬 수 있을 테지.’
되도록 무기까지 온전한 형태로 받아 올 생각이었지만, 이젠 그런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진정한 신의 권능이 무엇인지 보여…….”
콰아아앙!
그때, 알타이르의 기함이 크게 휘청였다.
‘아직 우리 기함의 장벽은 건재할 텐데?’
신들의 기함에 둘러진 장벽은 단순한 마력 장벽이 아니다.
수많은 법칙이, 그리고 사상이 전함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건 아무리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자들이라도 쉽사리 부술 수 없었다.
설령 용의 재해의 용언이라고 할지라도.
“……저건.”
알타이르는 황급히 손을 움직여 허공에 하나의 영상을 띄웠다. 방금 전함이 충격받은 장소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녀가 왜 여기에!”
“다른 이들이 세상에 넘어왔으니 이상한 건 아니지. 하지만 설마 혼자서 올 줄이야…….”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너무나 오만하군.”
영상을 본 많은 신들이 혀를 찼다.
전함을 부순 건 다름 아닌 한 명의 인간이었다.
정확히는 지상에서 ‘날아와’ 한 명이 인간이 전함으로 침입한 것이다.
성녀 그란세시아.
그런 이름으로 불리던 존재.
「알타이르.」
그란세시아는 마치 수많은 신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걸 알고 있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로써 신들의 시대는 끝난다.」
알타이르가 그토록 싫어하던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부터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