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198화>
주인공(2)
태초의 용, 라르기오스는 태생부터 강자였다.
최초의 드래곤으로 탄생해 만물의 모든 생명체를 관조할 자격을 얻었으며, 그와 견줄 수 있는 존재는 알타이르뿐이었다.
알타이르는 자신을 닮은 신족을 탄생시켰고, 그중에 특히 강한 존재들을 신이라 칭했다.
그들은 지상의 인간들에게 경외를 받으며 살아갔고, 그 경외는 그들의 힘과 권능이 되었다.
‘신이란 참 성가신 족속이로구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한다니, 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한다는 일이 이리도 하찮다니.
아마 알타이르 본인도 그 사실을 알기에 더더욱 신의 위대함에 집착할 것이다.
반면 드래곤은 어떤가?
지상 최강의 종족이라 불리며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고고하게 살며, 만물을 관조한다.
거기에 단점을 말하고자 한다면 단 하나.
‘무료하군.’
절대자의 삶이란 으레 그렇듯 지루하다.
그러니 드래곤들은 유희에 집착하는 건지도 모른다.
라르기오스도 유희라는 명목으로 몇 번이나 인간 세상에 나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수십, 수백 번 반복되니 질렸다.
뭣보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유희를 해도 자신에게 유희란 한낱 꿈에 불과할 뿐, 그들의 사회에 진심으로 녹아들 순 없었다.
그러니 라르기오스는 알타이르가 ‘신들의 세계’에 대한 제안을 했을 때 받아들였다.
자신들을 창조한 위대한 존재들은 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 줄 것인가?
「내가 이 세계에 온 건 한낱 상상의 피조물들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파비안을 통해 세계의 진실을 들었다.
고작 한 사람의 망상으로 이루어진 세계.
알타이르는 분개했으며, 자신을 창조한 ‘신’이라는 자들을 향한 분노를 불태웠다.
여태까지의 모든 걸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라르기오스는 그저 흥미로울 뿐이었다.
이 위대한 내가, 그들에겐 고작 상상 속에나 등장하는 괴물이라는 거니까.
‘내가 여태 무료했던 건 애초에 이 세계가 누군가의 꿈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던 거다.’
이제야 라르기오스는 진실 된 삶을 찾은 것만 같았다.
상상이 아닌 현실을 찾아 이곳에 도착했다.
「나는 신의 힘을 겪기 위해 이곳에 왔다. 망상이 아닌 ‘현실’에 살아가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이 세계의 신…… 아니, 인간들. 그들과 싸워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기나긴 시간 동안, 라르기오스가 이토록 분노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지금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작은 인룡(人龍).
용의 피를 이었을 뿐인 인간인 주제에 재해의 힘을 가지고 있다.
분명 자신과 같은 망상의 현현 주제에 대체 왜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지금 저 작은 인룡 때문에 신들과 싸울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너희들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 되도록 이 세계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아껴 두려 했지만…… 어쩔 수 없군.」
콰아아아아!
여섯 장의 날개, 그 피막이 오색으로 빛나며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도망칠 생각도 잊은 채 멍하니 그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세상의 종말과도 같았으니까.
리야가 라르기오스의 공격을 대비하며 재해로서의 능력을 활성화시키던 그 순간.
“거 말 더럽게 많네.”
「……?!」
라르기오스의 목을 무언가가 강타했다.
여태 단 한 번도 부서진 적 없던 그의 비늘이 갈라지며 옅은 상처가 생겨났다.
목에서 느껴지는 낯선 통증에 눈을 찡그린 라르기오스는 자신의 목에 상처를 낸 건방진 존재를 찾았다.
「너는……!」
클레이 반하르트.
검의 주인이라 불리며, 파비안이 기다리던 존재.
그가 이곳에 있다는 건…….
카카카캉!
의아해하는 라르기오스의 근처에서 수백의 검격이 날아들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들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가며 라르기오스의 목을 때렸던 클레이를 향해 쏘아졌다.
물론 그건, 경계검의 힘에 의해 허공에서 흩어졌다.
하지만 균형을 잃은 탓에 클레이는 허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리야의 곁에 착지했다.
“클레이!”
“아, 미안. 방해했어?”
“아뇨. 근데 어째서 여기에…….”
설마 클레이가 이곳에서 나타날 줄은 몰랐던 터라 리야는 내심 당황했다.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고, 방금 저 위에서 떨어졌을 뿐이야.”
클레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탑, 아마 이름이 롯데월드 타워라고 하던가.
그 정상이 베어지며 지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떨어지며 건물의 잔해를 치우느라 상당히 고생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떨어지는 김에 아래에 라르기오스가 있어서 한번 기습해 봤는데…… 역시 안 되나.”
클레이는 시선을 올려 라르기오스의 머리 위를 보았다.
그 위에서는 파비안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메르사야는…….’
클레이는 고개를 움직여 지금쯤 근처에 있을 두 명을 찾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이쪽을 촬영하는 둘이 있었다.
‘모네도 잠시 뒤에 둘과 합류할 테고.’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리야.”
클레이가 짤막하게 부르자, 리야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리야의 입이 달싹이자, 클레이의 몸이 붕 떠오르며 단숨에 라르기오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정면에서 덤벼들다니, 멍청한 짓을.」
설마 용의 아가리에 손수 뛰어드는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
라르기오스가 입을 쩍 벌리자, 수많은 용언이 일제히 발현되었다.
부수고, 찢고, 가르고.
생명체는 절대로 다룰 수 없는 ‘법칙’들이 클레이의 전신을 옭아매었다.
‘뭐, 이젠 익숙하지.’
클레이의 통찰안에 일변하는 세계가 보였다.
수많은 흐름들이 뻗어 오며 사상과 법칙으로 변하려는 찰나.
제노바의 검신이 금빛으로 달아올랐다.
베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
클레이는 이미 몇 번이나 이 검을 사용해 용언의 흐름을 끊어 내었다.
수많은 용언들이 허공에서 흩어지자, 라르기오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설마 이런 식으로 뚫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다.
“검의 주인은 검의 주인만이 상대할 수 있다.”
제노바가 라르기오스의 미간을 노리던 순간, 파비안의 목소리가 들리며 클레이의 검을 쳐 냈다. 자신의 시간을 가속시켜 초월적인 속도로 클레이의 검을 앞지른 것이다.
‘역시 숙련도 차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클레이는 파비안 정도로 천하칠검을 다뤄 내지 못했다.
특히 얻은 지 얼마 안 된 벨루스와 실핀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어렵사리 흉내는 낼 수 있었지만, 파비안보다 부족한 건 명백했다.
「별의 압제에 눌려 찌그러져라!」
파비안의 검이 재차 클레이를 노리는 순간, 리야의 용언이 발휘됐다.
가속하던 파비안의 몸이 느려졌고, 뒤이어 균형이 무너지며 몸이 꺾였다.
“큭!”
막대한 중력이 라르기오스와 파비안에게 쏟아지며 주변의 건물들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소일라 프란이 시민들을 전부 이동시켰기에 할 수 있는 광범위 공격이었다.
파비안은 그것을 이내 제노바의 힘으로 겨우 끊어 내었지만, 약간 피로해진 기색이었다.
“성가셔. 재해의 힘은 이 덩치만 큰 용과 달리 쉽게 자를 수 없단 말이지.”
파비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라르기오스는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힘이 지금 저 작은 용인보다 못하다는 건가.
“리야! 저놈은 내가 끌고 갈 테니 라르기오스를 부탁해!”
“맡겨 주세요.”
클레이는 이대로 싸우다간 도시에 큰 피해를 미치리라 판단하여, 파비안의 공격을 연신 받아치며 건물의 옥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
‘탁 트인 공간, 최대한 주변 상황이 잘 보이는 곳에서 놈과 싸워야 해.’
파비안과의 싸움이 최대한 노출될 수 있도록.
녀석의 힘과 자신의 싸움이, 그리고 리야와 라르기오스의 싸움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어디를 가려는 거냐!」
반면 라르기오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다고?’
천하칠검의 힘은 신의 권능조차 초월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해서 모든 게 납득되는 건 아니다.
가장 전능에 가까운 힘을 지녔다는 알타이르조차 자신을 이렇게 취급하지는 못한다.
기나긴 세월 동안 라르기오스는 언제나 절대자였고, 만물의 경배를 받는 존재였다.
그랬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나는 태고의 용, 라르기오스다. 그런 재해로서의 힘이 없다 해도, 나의 존재 자체가 재해라는 것을…… 보여 주마.」
리야는 인근의 마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자신의 통제를 받고 있음에도 라르기오스의 용언에 마력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이…….”
라르기오스와 리야를 촬영하던 심기영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하늘이 붉게 변하며, 일대 전체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르르르륵!
“으아아악?!”
그냥 기분 탓이 아니었는지 갑자기 라르기오스가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푸른 불길이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일대를 훑고 지나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공격입니까!”
“그냥 숨을 쉰 정도에 불가하니까 너무 쫄지 마.”
다행히 심기영은 메르사야가 급히 만들어 낸 방어벽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물론, 태연하게 대답한 것 같은 메르사야의 다리도 지금 슬며시 떨리고 있었다.
“메르사야!”
그때, 메르사야가 서 있는 공간의 뒤편이 열리며 소일라와 모네가 나타났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가 되니,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었으니까.
“지금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가요?”
“아, 네네!”
갑작스런 모네의 등장으로 당황한 심기영이 황급히 답했다.
“촬영은 이제 제가 할게요. 심기영 씨는 지금 상황을 옆에서 해설해 주세요.”
“네?”
“제가 촬영하고, 영상을 업로드해야만 해요.”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심기영은 혼란스러웠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태 이해가 된 게 있었나?’
이젠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치기엔 바로 곁에 있는 메르사야가 자신을 놔둘 리가 없었다.
“이렇게 찍으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잡고 찍으시…… 면?”
“왜 그러세요?”
“아니, 좀 뭔가 이상한데.”
자신의 스마트폰을 모네에게 넘기자마자 어쩐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냥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 한 번에 만 명 단위로 뛰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자신의 방송의 구독자 수가 꽤 되는 건 맞다.
현재 전 세계의 주요 도시가 난리이니, 지방의 도시들은 이 상황을 영상으로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청자 수가 늘어난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온다고?’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더 문제인 건 하늘을 불태우는 것처럼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라르기오스였다.
“위험해요! 당장 피해야 해요!”
그 광경을 본 소일라 프란이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분노한 라르기오스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위험한 건가요?”
심기영이 조심스런 질문에 답한 건 바로 메르사야였다.
“드래곤에게 주어진 가장 파괴적인 힘이 있어.”
“네? 아까 사용하던 마법이나…… 그 용언이라는 것 말인가요?”
메르사야로부터 대략적으로 들었던 설명들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메르사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 또한 드래곤이 가진 강력한 힘이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공격 수단이 하나 있지.”
사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용의 심장에 극도로 응축시킨 후, 입을 통해 쏘아 내는 것.
“용의 숨결(Dragon breath).”
단순히 불을 뿜어내는 수준이 아니다.
일명 브레스라고 간략하게 부르는 그 힘은, 용의 상징이자 힘의 권화다.
평범한 용들도 브레스를 사용하면 수십 킬로를 지워 버릴 수 있다.
대신, 그럼 한동안 푹 쉬어야 힘이 회복될 정도로 지치게 된다.
그러니 일반적인 싸움에선 잘 쓰지 않는 공격 기술이다.
철저하게 상대를 멸하기 위한 공격.
말하자면 드래곤이 사용할 수 있는 비기이자, 필살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그럼…….”
저 거대한 용의 입에서 쏟아질 브레스는 얼마나 강력할 것인가?
서울 전체가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모네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라르기오스를 찍었다.
그리고 대지에 서 있는 한 명의 여성을 향해 이동시켰다.
모네는 리야를 오래 만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젠 제법 친해졌으며 그녀를 이해하고 있었다.
리야는 클레이와 닮았다.
질 싸움은 결코 하지 않는다.
조금 비열한 면도 있고,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는 점까지 닮았다.
그런 점이 좀 질투 나기도 했지만, 지금만큼은 너무나 든든했다.
‘그리고 정말 위험했다면 도련님이 나를 이곳에 부르지 않았을 거야.’
강한 믿음을 가지고, 모네는 떨리는 손을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그와 동시에, 라르기오스의 입 앞에 거대한 붉은 마법진이 나타나며── 가장 위대한 용의 숨결이 지상을 향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