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00화>
주인공(4)
신의 기함, 수많은 천사와 신이 모여 있는 이곳에 한명이 인간이 오만하게 서 있었다.
전함의 외벽을 부수고 들어온 그녀는 통찰안을 통해 어떤 신성력의 흐름을 보았다.
그건 이 거대한 전함 어딘가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신들의 시선이었다.
‘그란세시아.’
전쟁의 신 데카르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이가 갈렸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을 형상화한 것 같은 인간.
‘죽다 살아난 인간 계집이.’
아무리 신체(神體)를 지녔다고 해도 그녀의 본질이 인간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저 모습은 무언가?
인간이, 인간 주제에 신과 천사들을 오시하는 저 눈빛은?
“알타이르이시여!”
분명 수백 년 전에 보았던 그녀는 강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전쟁의 신인 데카르다.
알타이르의 칼로서 수천 년을 살아왔다.
‘오히려 잘됐다.’
과거에는 교단의 중심인 성녀였기에 그녀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엄연히 신의 앞을 막는 적일 뿐.
“제가 저 건방진 계집을 처리할 영광을 주십시오.”
분노에 찬 데카르의 말에 알타이르의 시선이 움직였다.
“데카르.”
“단칼에 목을 쳐 오겠나이다.”
그의 신검 루시온이 백색의 빛을 발하며 강렬한 신성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천사들은 그 장엄한 광경에 숨을 죽이고 데카르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알타이르는 영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그란세시아 아텔.”
알타이르는 오만하게 옥좌에 앉아 데카르와 그란세시아를 번갈아 보았다.
“과거 나의 딸이었던 아이여, 과거의 연을 생각하여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다면 특별히 지금의 만용을 넘어가 주마.”
하지만 알타이르는 데카르의 말을 반쯤 무시하며 말했다. 당연히 데카르의 표정은 형편없이 일그러졌고, 그건 그란세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둘의 얼굴이 찌푸려진 건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말이다.
「내가 왜?」
영상에는 치밀어 오른 화를 삭이는 그란세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란세시아의 성격을 아는 알타이르는 그녀가 자신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란세시아, 너는 항상 나를 싫어했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도가 싫었어.」
“신이 필멸자를 내려다보는 게 무엇이 잘못됐느냐?”
「어디까지나 자칭 신이겠지.」
빈정거리는 그란세시아의 모습에 알타이르는 짙은 웃음을 지었다.
“나 역시 네가 싫다, 그란세시아.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두려울 정도야.”
예상외의 고백에 그란세시아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설마 알타이르가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본래 네가 신의 재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말은…… 본디 나보다 네가 ‘신’에 어울린다는 거겠지. 만약 마음먹는다면 너는 리야 아스크탈린처럼 나의 재해로서의 힘을 앗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란세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타이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왜 재해의 힘을 가져가지 않느냐, 그란세시아.”
「……나는, 내가 쟁취하지 않은 힘을 사용하는 게 싫을 뿐이야.」
“그럼 리야 아스크탈린은 잘못됐다 말하는 건가?”
「내 사상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내가 멍청하고 미련한 거지.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하는 게 정상이니까.」
그리고 재해의 힘을 다루는 것 또한 본인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재해로서의 힘이 강할수록 더더욱.
그런 면에서 리야 아스크탈린은 그란세시아조차 깜짝 놀랄 만큼의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마 저렇게나 자유자재로 재해의 힘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근데 난 싫어.」
“안다. 만약 내 힘을 앗아 가 나를 쓰러트린다면……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을 테니.”
그건 그란세시아에게 있어 이긴 게 아니다.
오히려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다.
리야에게는 리야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그란세시아에게는 그란세시아의 방식이 있다.
특히 리야는 애초에 태생이 반인반룡이다. 스스로 ‘용’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본래의 자신을 인정하는 거니까.
「나는 인간이야, 알타이르.」
하지만 그란세시아는 태생부터 인간이다.
다른 종족의 피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인간.
그란세시아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으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 현재의 자리에 도달했다.
「그러니, 결코 신이 될 수 없어.」
설령 신체를 얻고 신에 한없이 가까운 힘을 손에 넣었을지라도,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한 인간이다.
“흠.”
그란세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알타이르도 굳이 더 영상의 화면을 더 유지하지 않았다.
방금 그녀와 할 수 있는 마지막 교섭은 끝났으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알타이르는 여전히 자신의 곁에 부복해 있는 데카르에게 시선을 보냈다.
“데카르, 정말로 그란세시아를 꺾을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데카르는 마치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알타이르의 말에 황당함마저 느꼈다.
자신은 전쟁의 신이다.
알타이르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신.
그란세시아가 아무리 수백 년을 살아왔다고 해도, 태반은 영혼인 상태로 떠돌았을 뿐이다.
설령 그 시간 동안 그란세시아가 단련을 반복했다 해도 전쟁의 신인 자신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대하마, 데카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다지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데카르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애검을 손에 쥐고 그란세시아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전함은 거대했지만, 그란세시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전쟁의 신이라는 위명을 가진 것처럼, 그 역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경지, 흔히 그란세시아가 ‘무아’라 부르는 영역.
‘네년이 그 경지에 달한 이후로, 나 역시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알타이르가 그란세시아를 특별 취급을 한다는 걸 알았기에 데카르는 참을 수 없었다.
신도 아닌 인간에게 그토록 관심을 보이는 자신의 주신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당신의 최강의 무기는 바로 전쟁의 신인 자신이라는 것을!
“……그런데.”
“…….”
“너희는 왜 나를 따라오는 것이냐?”
데카르는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무수한 천사들과 몇몇 신들을 돌아보았다.
천사들은 몸을 움츠렸고, 다른 신 하나가 그들을 대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알타이르 님의 명이다. 만약을 대비해 너를 쫓아 그란세시아를 막으라더군.”
“알겠다.”
태연히 답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끌었다.
역시 알타이르는 자신이 혼자 그란세시아를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래, 관객이 많을수록 좋지.’
데카르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온 신력을 전신으로 뿜어내며 가장 빠른 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쾅! 콰쾅!
자신을 막고 있는 벽이라면 굳이 피하지 않고 때려 부수며,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모두에게 알리는 것처럼.
“오만한 계집.”
데카르는 그런 그란세시아의 오만방자함이 싫었다.
콰콰콰쾅!
벽을 부수고 나타난 그란세시아가 데카르의 코앞에 나타났다.
전속력으로 달리던 그녀는 데카르를 보자 눈을 살짝 찡그렸다.
“데카르?”
“나를 기억하나, 그란세시아.”
“하지. 날 바보로 알아? 나, 엄연히 성직자야.”
성녀라는 호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는 엄연히 알타이르 교단에 몸담았던 여성이었다.
신을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모든 신의 외형과 이름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알타이르의 부름에 몇 번 신계에도 출입했던 터라 데카르는 실제로 본 적도 있었다.
“내게 그렇게나 열등감을 드러냈는데 모를 리가 있나.”
씩 웃으며 달려오는 그란세시아의 모습에 데카르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자신의 애검 루시온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신인 내가 인간 계집인 너에게 열등감을 보였다고?! 가당치 않은 소리 하지 마라!”
백색의 신성력이 순식간에 압축되어 길쭉한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했다.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그건 실내의 크기를 고려하여 만들었기 때문일 뿐, 데카르의 오러 블레이드는 인간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심지어 달려드는 그란세시아의 움직임에 따라 백색의 창들이 사방에서 만들어지며 그녀를 쫓아 날아갔다.
쿠우웅!
그란세시아의 주먹과 데카르의 검이 정면에서 격돌했다.
그 충격은 거대한 전함이 기우뚱 기울어지고, 몇몇 천사들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 정도면…… 동등하다.’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자신의 검에 데카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란세시아가 사라진 수백 년간 검을 휘두르며 연단해 온 보람이 있었다.
“웃고 있는 중에 미안한데.”
“……?”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끼기긱!
그란세시아의 주먹이 데카르의 검을 조금이지만 밀어냈다.
백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녀의 주먹을 자르기 위해 맹렬히 타올랐으나, 작은 불꽃이 튈 뿐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이번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거라서.”
상대는 엄연히 신을 자칭하는 무리.
충분히 그것을 자칭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그란세시아도 힘을 아낄 여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오오오!
주변의 천사들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 신성력에 당황했다.
아니, 무표정한 얼굴로 싸움을 지켜보던 신들조차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게 대체…… 뭐지?’
하지만 그들의 당혹스러움은 그란세시아를 지척에 둔 데카르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란세시아의 몸에서 느껴지던 신성력이 단번에 부풀어 오르며 이윽고, 전신이 백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너도 할 줄 알잖아, 무아(無我).”
그란세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내리쳤다.
쿵!
“어서 하는 게 좋을걸?”
재차 그녀의 주먹이 데카르의 검을 두드렸다.
쩌적, 하는 작은 소리가 데카르의 전신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이게 무아라고?’
저런 건 들어 본 적도 없다.
할 수도 없다. 혹시 저게 말로만 듣던 신의 재해의 힘인가?
아니, 알타이르가 다루던 재해의 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큭!”
이게 그란세시아가 도달한 무(武)의 힘이다.
데카르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녀의 힘에 이를 악물며 그란세시아의 주먹을 향해 검을 마주쳐 갔다.
막지 못하면 죽는다.
콰차앙!
데카르의 검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단 세 번 공격을 막아 냈을 뿐인데 신검 루시온이 산산이 부서졌다.
오러 블레이드로 보호했음에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녀를 향해 날린 새하얀 창들은 그녀의 손짓 한 번에 부서져 흩어졌다.
“…….”
알타이르가 옳았다.
자신 혼자선 절대로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데카르의 자존심과 의지는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짓밟혔다.
“으아아아아!”
그 분노를 담아 데카르는 사력을 다해 모든 힘을 이끌어 냈다.
수천 년간 살아오며 쌓아 온 모든 걸 담아 그란세시아에게 덤볐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다른 신들이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이 이상 데카르가 홀로 싸우게 하는 건 바보짓이었으니까.
데카르 역시 이젠 그들을 막지 않았다.
리야 아스크탈린이 용의 재해라고 했던가?
모든 용을 멸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
그럼 지금 눈앞에 있는 여성은 분명 신의 재해가 맞다.
가장 나약한 종족인 인간이 신을 죽이는 괴물이 되어 여기까지 도달했다.
콰아앙!
그란세시아는 가장 먼저 달려든 데카르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데카르는 얼굴이 뭉개지며 뒤로 쭉 밀려났다.
비틀거리는 그를 대신해 다른 천사와 신들이 그란세시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좋아.”
그런 그들의 모습에 그란세시아는 옅게 웃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움켜쥐고 앞에서 덤벼드는 천사의 얼굴을 수평으로 후려쳐 외벽에 처박았다.
뒤에서 덤벼드는 바람의 신을 팔꿈치로 후려친 다음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턱을 후려갈겼다.
“어디 막아 봐.”
처음과 다르지 않은 오만한 말.
신들은 여태 자신들이 하나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태 그들은 이 사태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그란세시아가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한 착각이었다.
필사적이었어야 할 건 그란세시아가 아니었다.
바로, 자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