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2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02화>
주인공(6)
한때는.
자신도 신을 모시는 성직자이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를 돌보는 절대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의 말씀을 연찬하던 시절.
세트람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날 때부터 많은 축복을 받았다.
어린 자신은 많은 축복을 내려 준 신에게 보답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육신을 끝없이 단련하여 스스로를 수양했고.
그에 따라 자신의 신성력은 한없이 치솟았다.
이 몸에 가득찬 신성력이, 신의 사랑임을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란세시아를 주신 알타이르의 성녀로서 책봉한다.」
하지만 처음 맞이하는 주신의 말을 영접했을 때, 묘한 이질감을 깨달았다.
신은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두려워했어.”
부수고, 또 부수고.
앞을 가로막는 천사들을 주먹으로, 발로 때려눕혔다.
수많은 성직자들이 칭송하던 신을 인간의 손으로 때려죽였다.
그란세시아의 손에는 신의 피가 묻어 있었다.
만약 다른 성직자들이 보면 불경하다며 피를 토하듯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저들은 신이 아니다.
그저, 신을 사칭했던 무언가일 뿐이다.
“그렇지, 알타이르?”
신의 기함에는 이제 그 둘만이 남았다.
많은 신과 천사들이 그녀의 손에 쓰러졌다.
살아남은 이도 많았으나, 감히 그란세시아에게 덤빌 마음을 가진 자는 없었다.
어떻게든 신의 전함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었다.
그란세시아는 그런 그들을 막지 않았다.
신도 천사도, 도망치고자 한다면 붙잡지 않았다.
그것으로 그들은 이제 스스로 ‘신’임을, 그리고 ‘신의 사도’임을 칭할 수 없을 테니까.
인간의 주먹이 두려워 도망친 자가 신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란세시아 아텔. 그 말이 맞다.”
알타이르는 신의 옥좌에 앉아 설핏 웃었다.
“나는 네가 두려웠다. 끝없는 연찬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네가 무서웠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디딘 너를 죽이고 싶었다.”
“지금도?”
“당연한 걸 묻는구나.”
이제까지 없었던 존재를 맞이한 공포를 아는가?
알타이르가 그랬다.
그란세시아의 존재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그란세시아가 자신에게서 이질감을 느꼈듯, 그건 알타이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상에는 먹이 사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알타이르와 수많은 ‘신족’들은 인간에게 칭송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즉, 신은 인간을 먹이로 하여 살아갈 권리를 얻었다.
그것이 세계의 법칙이며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그 섭리를 망가트리는 자가 나타났다.
신을 칭송한다 말하며, 이미 신의 힘으로 손댈 수도 없을 만큼 강해졌다.
“알타이르, 너는 솔직해. 비열하면서도 솔직하단 말이지. 그때 내게 그런 감정을 내비치지만 않았어도 나는 몰랐을 거야. 나의 신성에 의심을 품지 않았을 테니까.”
“안다.”
“하지만 너는 내게 적의를 나타냈다. 두려움을 표현했어. 그래서 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며 축복했으리라 생각했던 신은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몸에 가득찬 이 신성력은 누구에게서 받은 것인가.
“이 신성력은 신이 내려 준 게 아니야. 내가 쌓은 거지. 나의 기원이, 절실한 기도가 신성력을 만들어 냈던 거야.”
마력은 기적의 힘이다.
그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성직자들 사이에서 마력은 사이한 힘이라 취급받았지만, 워낙 마력을 사용하는 이가 많았기에 쉽사리 적대하지 못했다.
‘결국 신성력도 마력의 일종이었을 뿐인데 말이야.’
마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끝없는 연단으로, 혹은 감정으로.
그중에 신성력은 인간의 기원과 절실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순수한 기원.
기적을 발하는 인간의 마음에 마력이 반응한 결과가 신성력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상상하는 기적에 가장 닮아 있었다.
다치거나 병에 걸린 육신을 치유하며, 때에 따라선 신의 징벌을 가할 수 있는.
악한 자를 멸하는 힘.
“하지만 너는 인간이다, 그란세시아. 만약 내가 너를 잠재우지 않았다면…… 필경 신의 재해가 될 수밖에 없었어. 그 또한 사실이다.”
“……그것도 알아.”
“너는 고독했다. 신도 너를 인정하지 않았고, 인간도 너를 두려워했지. 신만큼 강한 인간이란, 결국 배척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상식을, 그리고 세상의 섭리를 초월한 존재가 받는 취급이란 결국 그 정도일 뿐이다.”
알타이르는 천천히 신의 옥좌에서 일어났다.
손가락을 튕기자, 파비안과 클레이의 모습이 비쳤다.
“파비안도 너와 같지. 그토록 세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건만, 돌아온 건 가혹한 세상의 적의였다. 왜 그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정해진 운명이라서? 소설의 내용이 그렇게 흘러가야 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감정을 가진 생물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알타이르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영생을 허락받은 존재가 신족뿐인 건 당연했다.
감정을 가진 생명들은 긴 세월을 버티지 못한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조차도.
“왜 라르기오스가 가장 오래 산 용이며, 그에 준하는 자들이 없다고 생각하나.”
“그가 태초의 용이기 때문이잖아?”
“물론 라르기오스가 가장 먼저 탄생한 용인 건 맞지만, 녀석 혼자 태어난 건 아니다. 형제들이 있었지.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라르기오스만 영생을 허락받은 게 아니었다는 건가?”
“그럴 리가 있나. 같은 종족인데 라르기오스만이 그런 특혜를 받았을 리가.”
알타이르는 싱긋 웃었다.
“모두 죽었다. 사인은 자살이지.”
“…….”
“드래곤은 유희를 즐긴다. 자신의 권태를 묻어 버리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수만 년을 반복하면 결국 질리는 법이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우습지 않나? 지상최강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사인이 대부분 자살이라는 것이.”
드래곤은 그것을 ‘세계의 윤회’라고 포장한다.
죽음을 선택한 드래곤을 축복하며 스스로 윤회의 고리에 들어갔다고 전한다.
“신족은, 우리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칭송을 받아먹으며 끝없이 성장할 권리를 얻었지. 그렇기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강력한 힘을 얻었다.”
알타이르는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툭툭 두드렸다.
“영생을 버틸 수 있는 정신. 우리는 지루함과 고독에 면역을 지녔어. 감정을 지닌 존재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걸, 우리는 타고났다.”
다른 건 인간과 같다. 두려움과 공포. 모든 사적인 감정을 지닌다.
단지, 오래 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이 정도면 신을 자칭해도 되지 않겠나, 그란세시아.”
알타이르의 손이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손바닥을 넓게 펼쳤다.
그러자 그란세시아가 내딛고 있던 대지가 움직였다.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전함의 외벽과 바닥이 찰흙처럼 뭉개지며 알타이르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는 우리보다 강했지만, 우리보다 약했다. 그러나 ‘신의 재해’로 선택된 건 너지. 필요한가, 이 힘이? 그러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 정말로 두렵다만, 그리고 무섭지만 그것도 재밌을 것 같구나. 재해로서의 힘을 가진 너를 누가 막을까? 세상을 모조리 절멸시킨 네가…… 무슨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지.”
“너…….”
“진정한 신이 되지 못하는 건 진심으로 아쉽다만, 네가 이곳에 온 이상…… 뭐 그런 것도 각오할 수는 있다.”
그러니 알타이르는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말했다.
이 힘을 가져가고자 한다면 가져가라.
가장 전능에 가까운 힘.
‘신’이라는 존재에 걸맞은 능력을 빼앗아라.
“싫어.”
그란세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외벽이 송곳처럼 날카로워지며 자신을 향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콰콰쾅!
그것을 주먹으로 때려 부쉈다.
신력이 담긴 오리하르콘을 맨주먹으로 산산이 부쉈다.
“나는 인간이야, 알타이르.”
“그래. 안다.”
그렇기에 ‘재해’의 힘을 가져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냥 한번 그란세시아의 마음을 흔들어 보고자 했을 뿐이었다.
‘흔들리지 않는군.’
이전에 보았던 그란세시아는 이 몇 마디에 크게 흔들렸다.
직접 강림한 것도 아닌, 하얀 새로 변한 자신의 말에도 구슬려졌다.
육신은 분명 절대적이라 부를 만큼 강인한 그란세시아지만 우습게도 정신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나약했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알기에 신의 불쾌함을 인지하고 ‘신족’의 진위를 알아차린 거지만, 쉽게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무언가가 흔들리는 그녀라는 기둥의 주춧돌이 되어 꽉 붙잡고 있었다.
“나는 네가 싫다, 그란세시아.”
“그래?”
사방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신성력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느릿하게 요동치던 알타이르의 살의의 흐름이 점차 파도처럼 출렁이기 시작했다.
“나도 네가 싫어.”
콰아아아!
알타이르의 힘은 전능에 가깝다.
무슨 뜻이냐면, 알타이르가 하고자 마음먹은 건 대체로 이루어진다.
지금처럼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전함의 외벽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혹은 전함에 설치된 무장을 내부로 불러올 수도 있다.
그뿐인가? 불과 물, 바람 같은 건 숨을 쉬듯 자유롭게 창조하여 조종한다.
기적을 다룬다는 말에 걸맞은 힘이다.
법칙과 사상을 초월하여 인리의 영역도 넘어선 그 힘을, 그란세시아는 두 주먹으로 대항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자신을 해하려는 모든 걸 때려 부순다.
스스로를 신이라 생각하는 오만한 생명체를 이 주먹으로 후려갈길 때까지 전진한다.
“……!”
일대의 공기가 사라져 호흡을 방해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공기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타오르는 불길이 그란세시아를 덮친다.
오리하르콘조차 단숨에 녹여 버리는 맹렬한 불길의 파도가 그녀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 순간, 주먹이 그 파도를 갈랐다.
쉴 틈조차 없이 그녀가 내딛는 바닥이 얼어붙고, 바람이 몸을 밀어냈다. 바람의 신이 쏘아 냈던 바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그란세시아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얼음을 발로 짓밟아 부수고, 바람을 찢어발기며 전진한다. 땅이 꺼지면 마력으로 바닥을 만들어 어떻게든 달린다.
“큭!”
알타이르의 얼굴에 초조감이 깃든다.
그는 전능에 가깝지만, 전능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분명 한계가 있었다.
중력의 압제를 밀어내고, 인력과 척력과 같은 세상의 법칙마저 저항하는 그란세시아의 힘에 알타이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딱!
알타이르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근처에 있던 공간들이 마구잡이로 열리며 기이한 물건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닌, 이 세계의 무기였다.
다양한 총기와 포대, 그리고 각종 미사일.
인류가 만들어 낸 재해의 권화.
그것이 그란세시아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콰콰쾅!
신의 전함의 반절이 폭발로 터져 나갔다.
막강한 폭격에 하늘이 갈라지고 전함이 기우뚱 기울어진다.
인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던 핵미사일의 위력에 알타이르조차 숨을 멎는다.
“이 정도라면…….”
과연 이 세계의 인간들의 무기는 지독할 정도로 강하다.
사상과 법칙, 기적에 가까운 그것들을 다루지 못한다면 단순한 물리력으론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자연의 법칙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간인 그란세시아에겐 오히려 이런 단순한 파괴적인 힘이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콰앙!
“……!”
그때, 둔탁한 폭음이 울리며 백색의 빛이 접근했다.
옷이 반쯤 찢어지고,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뿐이다.
죽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멀쩡했다.
콰콰콰쾅!
“커어억!”
그란세시아의 주먹이 알타이르의 얼굴을 강타한다.
수많은 방어 마법과 사상과 이치로 무장한 알타이르의 몸에 간단히 주먹을 때려 박았다.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신의 옥좌를 부수고, 벽을 뚫어내며 바닥을 가르고 나서야 알타이르의 몸은 멈췄다.
“쿨럭!”
흔들리는 머릿속을 다 잡으며 알타이르는 쓰게 웃었다.
“그러고도 스스로를 인간이라 칭하는 거냐?”
그란세시아는 알타이르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답하기 싫었다기보단 그녀 역시 몸이 만신창이였기 때문이다.
‘죽을 뻔했어.’
성천무극을 비롯한 자신의 모든 무예를 전력으로 사용해 어떻게든 버텼지만, 입을 열면 당장이라도 붉은 피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는다.
클레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하던 태연을 가장하라고, 가장 불리할 때 가장 여유로워지라고.
‘거의 다 왔어.’
알타이르는 아직 패한 게 아니다. 녀석은 아직 더 싸울 수 있었다.
그러니 자신도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클레이가 파비안을 꺾을 때까지.
자신은 ‘신의 재해’를 쓰러트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