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3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03화>
한 세계의 끝(1)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있다.
마력…… 신성력도 아직은 충만하다.
애초에 그란세시아의 신성력이 고갈될 일은 없다.
신의 육신을 얻은 그란세시아의 몸은 세계 그 자체에서 마력을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알타이르처럼 전능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뿐.
‘하지만.’
대미지가 없는 건 아니다.
체력도 분명 줄었다. 계속해서 싸운다면 더 힘들어질 테지.
무수한 신과 천사를 싸우면서 입은 조금의 대미지.
그 조금이 알타이르와의 싸움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된 모양이야.”
알타이르도 그 사실을 알았다.
만약 전력으로 후려친 그란세시아의 주먹이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좀 위험했을 것이다.
“좀 아프긴 하다만, 단지 그뿐이지.”
그란세시아의 주먹에 의해 부러졌던 턱뼈가 순식간에 맞춰졌다. 다른 자잘한 상처도 회복됐다.
“나를 즉사시킬 수 없다면, 죽이지 못할 거다. 뭐, 너라면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참 불합리한 능력이네.”
“신을 자칭할 정도면 불합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당연한 말이다.
짜증은 치밀었지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이미 생각해 뒀다.
“그냥 뒤질 때까지 패면 되겠지.”
“……!”
웃고 있던 알타이르의 얼굴에 재차 그란세시아의 주먹이 박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비할 틈도 없었다.
“크윽!”
다시 몇 개의 벽을 뚫고 날아간 알타이르는 이를 악물며 재차 덤벼드는 그란세시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리 재생할 수 있다고 해도 아픈 건 아프다.
그리고 굴욕적이고 기분이 나쁘다.
‘스스로를 인간이라 부르짖는다면…….’
적당히 인간 같은 면모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쾅쾅쾅쾅!
주변의 사물을 움직여 짓누르고, 찌르고, 베고.
별짓을 다 해 보았지만, 대부분은 그란세시아의 주먹에 으깨져 날아갔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벽을 만들었으나,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내가 전함을 종이로 만들었나?’
헛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다.
오리하르콘이라는 게 이렇게 간단히 부서지는 금속이었나 싶을 정도다.
이쪽 세계에서도 감히 비할 데 없는 금속.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며 완벽한 금속이라 불러도 이상치 않은 오리하르콘이 이토록 간단히 부서지다니.
‘그렇다면…….’
알타이르는 이쪽 세계에 와서 익힌 지식을 떠올렸다.
전능에 가까운 힘을 얻었지만 전지에 가까운 지식은 지니지 못했다.
하지만 재해로서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는 빠르게 지식을 습득해 냈고 사용법도 익혔다.
이 세계의 과학이라는 힘과 자신의 전능이 만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응?”
때리고, 부수며 알타이르를 향해 접근해 두들겨 패던 걸 반복하던 그란세시아는 알타이르의 손끝이 자신을 가리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흐름을 읽었다.
‘원자 반응.’
알타이르가 이쪽 세계의 지식을 익힌 것처럼 그란세시아 또한 어느 정도는 익혔다.
물론 알타이르처럼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알타이르가 그것을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핵분열인가?’
워낙 작은 반응이라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다.
흐름과 주변 마력의 반응으로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걸 알 뿐이다.
“쓰게 둘 것 같아?!”
무언가가 일어난다.
그것이 발생했을 때, 아마 그란세시아라도 그것을 대처할 자신은 없었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파괴적인 힘은 이미 경험해 봤지만, 이 세계의 과학으로 규정된 원리는, 법칙은 너무나 많았다.
그것을 알타이르가 이용한다면 아무리 그란세시아라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그 흐름 체를 부순다.
모여드는 원자를, 혹은 마력의 흐름과 전능의 편린을 주먹으로 부순다.
그란세시아의 전신이 백열하며 한층 빠르게 가속했다.
그 속도는 알타이르의 원리의 규정과 발현보다 배는 빨랐다.
‘진다.’
알타이르도 호락호락 당하진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활용하여 그란세시아에게 맞섰다.
그래도 안 된다.
재해로서의 힘을 사용해도 그란세시아의 주먹에 사정없이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주먹이 안면에 꽂힌다.
발이 복부를 차올리고, 수도가 알타이르의 목을 끊어 다.
척추가, 팔이, 다리가. 머리가.
몇 번이고 부서지고 재생한다.
어떻게든 반격을 가했으나, 핵미사일조차 맨몸으로 버틴 여자다. 이 이상을 간다면 하나의 별을 지워 버릴 각오로 일격을 날려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알타이르에게 허락된 전능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니 전능에 한없이 가까운 것과 전능한 건 다르다는 것이다.
뭣보다 알타이르는 재해로서의 힘을 백 퍼센트 끌어내지 못했다.
‘그야, 나는 신의 재해가 아니니까.’
진짜는 지금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인간의 주먹.
그것은 알타이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단순한 폭력에 불과한 힘을 꺾을 수 없었다.
‘나의 힘만으론 이길 수 없다.’
정말로 짜증 나지만, 알타이르는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가 다룰 수 있는 신의 권능.
그리고 재해로서의 힘만으론 그란세시아를 죽일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건 그란세시아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란세시아가 펼칠 수 있는 초식, 혹은 오의만으론 알타이르를 완전히 멸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여유 있게 있을 수는 없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패배다.
파비안이 진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이미 용의 재해는 건재했다.
그녀가 힘을 회복하고 이곳에 도달하게 된다면…….
‘용의 숨결이라면 아무리 나라도 맨몸으로 견딜 수 없을 터.’
방어 술식을 사용하게 그란세시아가 둘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알타이르, 자신의 패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승부를 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해라.’
고민하고, 고뇌하며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그란세시아를 죽일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하나.
괜찮은 방법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그란세시아.”
“왜, 뭐.”
“너는 인간인 걸 후회하지 않느냐?”
그란세시아의 주먹에 얻어맞아 바닥을 굴렀으나, 알타이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묘한 느낌을 받은 그란세시아의 발이 멈췄다.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어.”
“……그렇군.”
알타이르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몸을 일으키는 척하며 바닥에 손을 댔다.
쿠쿵!
그러자 거대한 전함이 진동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조금씩 빨라졌다.
문제는 움직이는 방향이 위라는 점이었다.
“알타이르, 너……!”
“너는 강하다, 그란세시아. 정말 짜증 나는 일이지만, 내가 가진 권능으론 널 죽일 수 없다.”
그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간단히 죽일 수 있었다면, 애초에 그란세시아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럼 진짜 신의 힘이라도 빌려야 할 테지.”
전함이 빠르게, 점점 더 빠르게 천공을 향해 솟구친다.
구름을 뚫고, 계속해서 위로 나아간다.
‘이 위는…….’
드넓은 창공의 위.
한때는 신들의 세계가 있으리라 믿었던 장소.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러한 믿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이 세계에 도착하여서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우주.
별의 밖에 있는 끝없는 어둠.
알타이르는 그란세시아를 그곳까지 날려 버릴 셈인 듯했다.
제아무리 그란세시아가 신마저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인간인 이상 본질적인 한계는 존재했으니까.
“하하…….”
하지만 그란세시아는 낮게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어? 아, 그렇군. 너는 이 하늘의 위에 뭐가 있는지 모르나?”
“날 바보로 알아?”
“그럼 왜 웃는 것이냐? 아니면 네 나약한 정신이 실성하기라도 한 것이냐?”
나약한 정신이라는 말에 그란세시아는 살짝 이가 갈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네가 나를 반지에 봉인시킨 동안, 네 생각보다 나는 배운 게 많아.”
전함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대략 성층권을 벗어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금방 대기권을 돌파할 것이다.
“너는 우주로 나가면 인간인 내가 견딜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거겠지?”
너무나도 태연한 반응에 알타이르의 눈이 찌푸려졌다.
무언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직감했다.
“확실히 옛날이었다면 이대로 끝이었을 거야. 그때는 나를 방해할 널 완전히 멸할 힘이 없었으니까.”
과거, 그란세시아는 알타이르에게 대적하길 포기했다.
자신의 힘으로 그를 완전히 멸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러나 그란세시아는 반지에 봉인되어 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에게서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을 찾는 노력을 배웠다.
그렇게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다만…… 거기에는 한 가지 제약이 존재했다.
그에 그란세이아는 계략을 세웠다.
그다지 영악하다고 할 수 없는 그녀이지만, 줄곧 그와 함께 있었기에 조금은 그와 닮아 갔던 것일까.
평상시라면 몸부터 움직였을 그녀가 이번에는 먼저 계획을 세웠다.
“생각대로 움직여 줘서 고마워. 내가 인간임을 계속 강조한 보람이 있네.”
스스로가 인간임을 계속 강조하여, 알타이르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꺼내 들기를 기다렸다.
그란세시아는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알타이르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자신이 한낱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결단코 인정할 수 없었다.
“생각대로라고? 하!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셈이냐? 나는 이제부터 전력으로 방해할 거다. 오직 네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을 것이다.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으니 이제 네게 남은 수는 없다는 거다!”
그란세시아는 강하지 않다.
강하지만 강하지 않다.
알타이르는 그렇기에 그란세시아가 두려웠어도 결국 반지에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정신은 육신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란세시아의 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이전의 그란세시아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바꾼 거지?
“반지의 봉인되기 전이라면 나는 너를 죽일 수 없었을 거야. 근데 말했잖아? 봉인된 이후 많은 걸 배웠다고.”
그란세시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무아를 사용하여 백열하던 그녀의 몸에 한층 뜨거운 열기가 깃든다.
백색을 넘어 청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저건, 뭐지?’
알타이르가 아는 성천무극에는 저런 효과가 없었다.
열기를 발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뜨겁진 않았다.
오리하르콘이 단번에 녹아 버리며, 바닥에 구멍이 날 것 같았다.
알타이르는 그것이 그란세시아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용을 쓰는 거라 판단했다.
“소용없……!”
“사실 내게는 제자 같은 아이가 하나 있었어. 데미안이라고, 알아?”
안다.
검신 데미안.
알타이르라도 알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걔는 바보같이 나를 계속 쫓아왔어. 중간에 좀 흔들렸던 것 같지만…… 그래도 결국 나를 쫓아왔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데미안은 자신의 모든 걸 한 남자에게 넘겼지. 자신이 익힌 모든 것을 성천무극과 융합하는 걸 보고 싶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데미안의 모든 걸 이은 남자는, 클레이는 결국 그것을 완전히 융합시키진 못했다.
당연하다.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으니까.
오롯이 무예에 시간을 쓸 수 없었다. 어느 정도는 융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그래서.”
그녀의 주먹에 불길이 치솟았다.
일륜지천검.
아니, 일륜지천권.
성천무극과 완벽히 융화된 불꽃이 그녀의 주먹에서 점차 그 크기를 키워 가기 시작했다.
“내가 대신해 주기로 했지.”
“……!”
그제야 알타이르는 그란세시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했다.
그란세시아는 처음부터 알타이르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예상한 것이다.
이 상황을, 무엇을 해도 지상에 피해가 미치지 못할 만큼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니 그란세시아는 알타이르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이런 나를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녀의 주먹에서 시작된 거대한 구체가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전함을 불사른다.
천천히 위로 치켜든 그란세시아의 주먹 위에 만들어진 거대한 열구, 그리고 타오르는 그녀의 몸.
“알타이르, 나…….”
그것은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한 번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어 볼까 해.”
“그란세시…….”
알타이르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주먹에서 시작된 막대한 열기가 폭발하며 단번에 알타이르를, 그리고 전함을 집어삼켰다.
신의 권능도, 재해로서의 힘도 태양의 열기에는 저항조차 못하고 집어삼켜졌다.
그리고, 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먼 천공 위에 나타난 작은 태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