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06화>
에필로그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쟁은, 갑작스럽게 끝났다.
다행히 미리 대비를 했던 덕분에 인명 피해는 크진 않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태의 크기에 비해 적을 뿐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다.
특히 사전에 사람들의 대피 경로를 상정해 뒀던 한국과 달리 타국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이 미리 이번 사태에 대한 경고를 보냈음에도 코웃음치며 무시한 대가였다.
하지만 리야는 그런 국가들을 굳이 비웃고 싶지 않았다.
‘하기야 못 믿는 게 당연하지요.’
갑자기 옆나라에서 연락이 왔는데,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습격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대부분 헛소리라고 생각할 거고, 경우에 따라선 자신들을 조롱했다고 생각하여 책임을 물어 올 수도 있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 나라는 약한 나라는 결코 아니지만, 한마디로 세계 전체를 움직일 수준은 되지 않았다.
인근 국가에선 조롱을 담은 뉴스까지 흘러나왔을 정도.
하지만 그런 조롱은 이번 전쟁으로 깔끔히 사라졌다.
각국의 주요 도시들이 아주 박살이 나며 큰 피해를 입은 탓이다.
“우선 피해 복구에는 도움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
“고맙소.”
이미 클레이를 통해 안면을 튼 한석원 국무총리가 리야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안도를 표하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주변국이 뒤집어졌으니 경제에도 큰 영향이 올 거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이세계의 대표로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야를 보고 있자면, 정말 영상의 그 여성이라곤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늘을 찢어 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광선을 쏘며,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여성.
한석원은 드래곤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이번 일로 깨달았다.
그들의 비늘은 어지간한 현대 병기는 통하지 않으며, 피해를 입는 무기들은 용언으로 차단해 버린다.
사실상 현대전의 양상을 바꿀 정도로 위협적인 생명체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눈앞의 여성은 그런 드래곤들의 여왕이었다.
“그리고…… 저희를 도와주신 보답으로 회수한 오리하르콘들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다면 지속적으로 교류를…….”
오리하르콘은 분명 사기적인 금속이다.
어마어마한 경도에 가벼운 무게를 지닌 기적적인 금속.
하지만 한석원은 그런 오리하르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마법!’
아무리 많은 양을 얻었다고 해도 한정된 자원인 오리하르콘보단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마법쪽에 훨씬 많은 관심이 있었다.
만약 이세계와 교류하여 마법에 대한 정보를 독점할 수만 있다면…….
“죄송하지만 교류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예?!”
단호한 리야의 말에 한석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우리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과학과 이세계의 마법이 합쳐진다면 분명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류를 하지 않는다고요?”
“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대부분의 논의가 끝났기에 리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과학은…… 아직 저희 세계에는 이릅니다. 마법은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테지만…… 그보다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테죠. 제 선에서 결정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일입니다.”
“변화에 혼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저희가 마법을 가지게 된다면 여태 불치병으로 취급받던 병을 고쳐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뿐만 아니라,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수많은 일을…….”
“네, 그래서 안 되는 거랍니다.”
이 세계에서 머물며 리야는 깨달았다.
과학이 아직 우리 세계에 이르듯, 이쪽 세계에는 마법이 있어선 안 된다.
과학과 마법이 합쳐진다면 인간은 전능이라는 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지.
그럼 분명……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그가 바라지 않을 테니까.’
자신이 이쪽 세계의 수장과 만나는 동안, 클레이는 넘어온 이세계인들을 본래 세계로 되돌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돌아가서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던 리야는 한 사람을 떠올리곤 얼굴을 찡그렸다.
‘클레이는 너무 자비롭다니까요.’
하지만 그게 클레이의 결정이라면 이해한다.
결국 ‘그’가 한 잘못이라고 한다면, 결국 세계를 한 번 되감았다는 것과 알타이르에게 이 세계의 존재를 이야기한 것뿐이었으니까.
후자는 그의 잘못이 맞으나, 전자는 리야에게 있어선 빚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차마 클레이의 선택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 그리고 불쌍한 작가님을 우리 세계로 보낸 것도 있네요.’
하지만 그 정돈 그가 품은 원망에 비하면 온건했던 건지도 모른다.
‘부디 앞으로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편히 사시길.’
하긴, 이젠 쓸데없는 짓을 하려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었으니까.
* * *
눈을 뜬 파비안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고개를 둘러본 그는 상당히 익숙한 방의 모습에 눈을 깜박였다.
‘여긴…….’
자신의 세계를 썼고, 자신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작가의 방이었다.
거울을 보자, 자신의 얼굴도 ‘파비안’의 것이 아니었다.
‘작가’의 얼굴.
‘폴리모프인가.’
아마 이게 자신에게 부여된 형벌인 모양이다.
그나마 ‘작가’에겐 딱히 가족이랄 게 없다는 점이 다행이다.
이제부터 평생 ‘작가’의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파비안으로서, 만약 그에게 다른 가족이 있었다면 심히 난감했을 테니까.
“일어났어요?”
“……!”
씁쓸한 얼굴로 ‘작가’의 작업대를 훑어보던 파비안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익숙한 여성이 서 있었다.
“키…… 세아.”
“응? 뭔데 친한 척 제 이름을 부르죠? 그러고 보니 전부터 뭔가 기분 나쁜 시선으로 보던데…….”
이전의 악감정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는지 키세아의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낯을 가리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말할 정도면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네가 여기엔 왜…….”
“왜냐고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 감시역이 필요했던 거죠.”
감시역?
파비안은 멍하니 키세아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원작에서 파비안과 키세아가 무슨 관계였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클레이 반하르트…… 도련님.’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설마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자신이 시종이었을 때는 자주 이런 식으로 골탕 먹고는 했지만, 오랜만에 당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클레이도 참 괜히 저에게 이런 걸 맡겨 가지곤.”
“……미안하군.”
“뭐요? 미안한 건 당연하니까 괜히 티내지 마실래요?”
이 정도로 날카로운 키세아는 첫 만남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때 그녀의 검을 얕잡아 봤다가 이런 식으로 공격당했었지.
“저는 키세아 바룬다르크예요. 주기적으로 넘어와 당신을 감시할 사람입니다.”
“나는…… 파비안이다.”
“말 안 해도 알아요.”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파비안의 모습에 키세아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 그가 보지 못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얼마 전에 검을 나눴던 상대였음에도 묘하게 적의를 가지는 게 힘들었다.
‘대체 왜지?’
그를 처음 봤을 때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더 짜증이 나는 건 그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는 거다.
“아, 그렇지.”
“……?”
키세아는 이 정체모를 감정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우선 눈앞의 남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 이 남자는 딱히 수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실력이라면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음에도 도리어 겁먹은 기색이었다.
그 점이 키세아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자신이 뭘 했다고.
“당신 검 좀 쓰죠?”
“뭐?”
“클레이에게 들었어요. 현존하는 검사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자는 당신이라고.”
반 실베스트보다 뛰어난 검사.
클레이는 분명 파비안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냥 감시역 일만 하긴 좀 심심한데……, 한판 붙어 볼래요?”
이전의 싸움을 마무리 짓지 못한 앙금도 아직 남아 있었고, 확실히 이 정도 실력자와 검을 겨룰 기회는 흔치 않았다.
파비안, 그는 당대 최강의 검사일 뿐만 아니라 분명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검사일 테니까.
“……검이라.”
세계가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파비안은 피식 웃었다.
‘형벌치고는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닙니까.’
반하르트가의 도련님.
아마 그와 이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 파비안은 클레이를 그렇게 불렀다.
아직 ‘주인공’이 되기 전, 파비안은 그를 그렇게 불렀으니까.
“좋은 생각이지만, 우선 당분간은 안 될 것 같군.”
“네? 왜요?!”
“아직은 보는 눈이 많잖나.”
아직 혼란해진 세계는 수습되지 않았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리자.
검을 나누기에 앞서 우선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자.
그런 생각을 하자, 파비안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건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진심이 담긴 미소였다.
* * *
시간이 흘렀다.
한때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전쟁은 끝났다.
신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종교는 여전히 남아 신의 이름을 찬양했다.
기원의 대상은 바뀔지언정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으니까.
나 역시 한동안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다.
저쪽 세계의 일도 일이었지만, 마왕과 영주로서의 일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마리아가 없었다면 과로사했을지도 몰라.’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리야는 리야대로 바빴기에 나를 도와줄 수 없었고, 그란세시아는 안타깝게도 이런 쪽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끔 영지에 찾아오는 마족들을 두들겨 패지나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예전에는 반사적으로 손이 나갔으나, 지금은 내 얼굴을 봐서인지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후우…….”
“뭘 그리 죽상이야.”
“아, 서헨즈.”
한숨을 쉬며 앉아 있는 내 곁에 멋들어진 연미복을 입은 서헨즈가 말을 걸었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입지 않을 복장이었으나,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다름 아닌 그의 결혼식 날이었으니까.
“축하드립니다. 설마 레스티아 씨와 그런 사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나도 상상도 못했다…….”
그의 결혼은 무척 갑작스러웠다.
둘 사이가 제법 친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발전할 줄이야.
“솔직히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까?”
“술이 웬수지.”
원래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레스티아와 서헨즈는 자주 같이 다니곤 했으니까.
하지만 설마 승전 연회에서 둘이 따로 빠졌을 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떡하냐. 나 완전 잡혀 살겠지? 걔 이상한 무기도 몰래 빼돌려서 자칫했다간 바로 머리에 구멍 날 텐데.”
“……처신 잘하셔야죠.”
레스티아는 저쪽 세계의 총기류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결코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왕창 들고 왔다.
그 관리는 리야가 엄격히 통제하며 단순한 사냥 외에는 사용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야지……. 근데 아가씨들은 다 어딨어?”
아가씨들, 그건 그란세시아와 리야, 마리아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게요. 아까 찾아다녔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흐음……?”
내 말에 서헨즈는 피식 웃으며 턱을 쓸었다.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뭐, 그건 우선은 안으로 들어가자고. 곧 식이 시작될 거야.”
“아, 예.”
서헨즈의 손짓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그는 결혼식 준비를 위해 사라졌고, 나는 하객들 틈에 섰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세 명의 여성이 보였다.
그란세시아, 리야, 그리고 마리아.
그녀들은 평소와 달리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다.
그란세시아는 자신의 하얀 드레스가 어색한지 부끄러운 얼굴로.
리야는 새까만 드레스를 입고 늘 그렇듯 도도한 얼굴로.
마지막으로 마리아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분위기가 묘한데.’
평소라면 바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텐데, 세 명은 나와 떨어진 곳에서 뭔가 작당을 하고 있었다.
힐끔 나를 보던 그란세시아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파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수상해…….’
특히 리야가 내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묘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신랑, 신부 입장.”
그러나 나의 걱정은 주례를 맡은 반 실베스트의 목소리와 함께 덮어졌다.
다들 묘한 기색을 보였지만 우선 오늘의 주인공들을 축복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순조롭게 결혼식이 진행되며, 서헨즈와 레스티아가 어색하게 서로에게 입맞춤을 했을 땐 큰 환호성마저 터졌다.
그림같이 예쁜 결혼식이라기보단 묘하게 풋풋한 느낌을 주는 결혼식이었다.
‘나도 슬슬…….’
귀족으로서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슬슬 상대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 힘들었다. 나의 욕심으로 괜히 그녀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
그렇게 결혼식이 막바지에 이르고,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순서가 돌아왔다.
그 광경을 웃으며 보고 있던 나는 순간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서인지 부케가 세 개였다.
‘왜 세 개지?’
대륙에서 이름 높은 영웅인 레스티아의 부케를 잡기 위해 구름처럼 여귀족들이 몰려들었으나, 사실 그들의 행동은 무의미했다.
저 중에 리야와 그란세시아가 끼어 있는 시점부터 부케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잠, 잠깐.”
그제야 나는 리야의 의도를 눈치챘다.
레스티아가 웃으며 힘차게 부케를 던졌고, 세 개의 부케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란세시아와 리야, 그리고 마리아가 잡아챘다.
마리아의 경우엔 딱 봐도 리야가 용언으로 그녀가 잡기 쉽게 구도를 만들어 준 모양새였다.
“…….”
세 여성은 부케를 낚아챈 뒤 보란 듯이 나를 향해 부케를 높이 치켜들었다.
마치 적장의 목을 베고 수급을 자랑하는 장수와 같은 광경이었다.
“미리 축하를 전하지.”
“…….”
언제 다가왔는지 이안이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말했다.
“다음 결혼식은 마계에서 하면 좋을 것 같군.”
“아, 아니.”
“왜요, 거절하실 건가요?”
당황스런 마음에 이안에게 답하려던 순간, 묘하게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부케를 손에 쥐자마자 위풍당당하게 걸어온 리야가 나를 향해 생긋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눈은 웃고 있지 않는 리야의 모습은 참 정겹기도 했지만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그란세시아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이, 이런 건 교리에 어긋나는데…….”
“어머, 제국법으론 허용이랍니다.”
“마계의 법으로도 허용이죠.”
혼자 부끄러움에 몸을 비트는 그란세시아와 달리 리야와 마리아는 당당히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둘의 손에는 방금 잡은 부케가 쥐어져 있었다.
그런 당당한 둘의 행동에 망설이던 그란세시아도 슬그머니 부케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런 세 명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란세시아나 리야는 그렇다 쳐도 마리아까지…….’
마리아는 특히 이런 것에 좀처럼 티를 내지 않는 터라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루티아가 매번 나를 사위라고 부르는 통해 조금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만약 마리아가 정말 마음이 없었다면 진작 그녀의 입을 막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녀대로 조용히 내게 어필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클레이.”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채근하는 세 명의 시선에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나의 결정은 사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단지 그녀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려고 했을 뿐.
아무래도 그녀들은 그런 나의 고민을 우유부단하다 생각하여 이렇게 먼저 나선 것 같았다.
조금 미안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우유부단한 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지금만큼은 피해선 안 되겠지.
‘소설의 가치는 결말로 정해진다고 했던가?’
손을 뻗으며, 문득 파비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 결말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해피엔딩.
이보다 행복한 결말은 없었으니까.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