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26화>
개선식(2)
“이제 됐습니다. 한번 똑바로 서 보시겠습니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날카로운 시녀의 말에 적당한 자세를 취하며 섰다.
내 주변을 빙빙 돌며 옷매무새를 살피던 시녀들은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자세가 좋으셔서 모양새가 사는군요.”
고참 시녀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공작 각하의 옆에 선다고?’
의도했던 대로 공을 인정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국왕 전하와 알현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터라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긴장한 겐가?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대충 준비가 끝났는지, 게일 공작은 한구석에 세워져 있는 마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곧바로 이동을 해야 하니 얼굴 근육을 풀어 두는 걸 추천하지.”
얼굴 근육을 풀어두라니?
의아한 눈빛으로 게일 공작을 바라보자, 그는 먼저 마차를 탄 이후 내게 손짓했다.
‘모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시선을 돌리자, 모네는 다른 시녀들과 함께 다른 마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모네 양은 시녀들과 함께 이동할 테니 걱정 말게.”
웃음기 섞인 게일 공작의 목소리에 나는 침착하게 마차에 올랐다.
고요한 정적이 마차 안에 내려앉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작 각하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이라니? 나는 그저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자네를 폐하께 소개하고 싶을 뿐이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분명 내가 꽤 눈에 띄는 공적을 세운 건 분명하다. 마지막에는 중급 마족을 쓰러트렸으며, 적군의 총사령관을 사로잡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리라.
이미 모네에게 들었던 말이 하나 있었으니까.
나는 말할지 말지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까?”
“모네 양에게 들었나? 그래, 그런 연유도 있지.”
게일 공작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의 목표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들었네. 그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할 필요 없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이번 기회에 국왕 전하의 눈에도 들 수 있다면 그 목표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가까워질 테니까.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의도지?’
어찌 됐든 내 의도대로 가문을 부흥시킬 수만 있다면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게일 공작의 의도가 나에겐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법.
그의 생각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한 찝찝함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너무 급해.’
[급하다니?]‘나를 만약 영웅으로 만들려면 이런 무리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도 많아.’
[하긴 그렇네.]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쟁 영웅이 된다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영웅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반발을 얻기도 쉽다. 특히 내 실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게일 공작이 그런 반발을 예상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
[시간이 촉박한 거 아니야?]‘그렇게 갑자기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리…….’
그란세시아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던 내게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입술이 바싹 마르는 걸 느꼈다.
확실히 ‘그것’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구성원들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텐데?
“각하, 하나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개선식의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아뇨, 그게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를 향해 싱긋 웃고 있는 게일 공작의 미소를 본 순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까?”
“아마 자네 생각이 맞을 걸세.”
“제국 건국제에 저를…….”
제국 건국제.
현 대륙의 패권국인 아스크탈린 제국이 주최하는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행사 중 하나다.
그리고 그 행사 내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을 끄는 건, 각국을 대표하는 24세 이하의 젊은 기사들이 나서서 대결을 벌이는 ‘제국 연무회’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제국 연무회는 국가의 국력을 겨루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 그 시합에 나라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탈루아 왕국에서는 매번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었지…….’
탈루아 왕국은 뛰어난 검술을 지닌 가문이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데올릭 가문의 은성검과 리비나 가문의 단천패검은 대륙에 내로라하는 검술과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다만 그를 뒷받침해 주는 인재가 부족했다.
4년 전에는 바이안 데올릭이라는 걸출한 천재 덕분에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죽어서 없으니까.’
젤빈 리비나가 멀지 않은 미래에 바이안의 실력을 넘어설 것이라 예상되긴 하나, 지금은 테드릭 이튼에게조차 미치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이었으니 게일 공작이 눈여겨보는 게 당연하겠지. 검의 천재라 불리던 바이안 데올릭을 단신으로 쓰러뜨린 젊은 기사를.
“역시 경은 영리하군.”
“아닙니다.”
“걱정 말게. 자네가 거부하고자 한다면 억지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테니까.”
생각이 복잡해졌지만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자, 도착한 것 같군. 내리도록 하지.”
창밖을 바라보자 기사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게일 공작이 먼저 마차에서 내리자 어마어마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 보자.’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게일 공작의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공작 각하의 옆에 서 있는 남자는 누구지?”
“각하를 호위하는 호위 기사인가? 그런 것치고는 복장이 화려한데…….”
게일 공작의 바로 옆에 서서 걷고 있자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렬로 서서 길을 만들고 있던 기사들도 나를 보곤 동요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젤빈.’
그중에는 나를 향해 동경의 시선을 보는 이도 있었는데, 바로 젤빈이 그러했다.
마치 본인이 게일 공작의 뒤를 따르는 것처럼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잠시 후 나와 게일 공작은 화려한 단상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단상 위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바로 탈루아 왕국의 국왕, 레오가르트 탈루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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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르트 탈루아>
나이 : 38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탈루아 왕국의 국왕(조연)
능력 : 낙월성검(9성), 왕의 눈
특이 사항 : 탈루아 왕국의 왕이며, 동시에 뛰어난 검사.
뛰어난 통찰력과 무예를 지닌 인물이나 ‘광(狂)의 재해’에 사망한다.
천하칠검(天下七劍)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그의 죽음은 파비안에게 있어 큰 계기가 되어 천하칠검을 찾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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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읽은 레오가르트 왕의 설정은 나에게 새로운 의문을 주기에 충분했다.
‘광의 재해와…… 천하칠검?’
재해야 그렇다 쳐도 또 새로운 명칭이 튀어나왔다.
나로선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놈의 나라는 도대체 몇 개의 재해랑 얽혀 있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탈루아 왕국은 주인공이 파비안이 활동하는 주 배경이니까.
‘나중에 시놉시스를 확인해 봐야겠어.’
되도록 광의 재해란 놈은 먼 미래의 일이길 바랄 뿐이다. 당장은 제국 건국제를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신, 아이반 게일이 국왕 폐하께 인사를 올립니다.”
게일 공작의 인사에 맞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자 묘한 시선이 뒤통수에서 느껴졌다.
“뭘 그렇게 보십니까?”
순간 내 속마음이 튀어나간 줄 알고 식겁했으나,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잠자코 있는 레오가르트 왕을 향해 게일 공작이 먼저 말을 건 것이다.
그런 건방지다면 건방진 태도에 레오가르트 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수가 아주 훤하군, 아이반.”
“신수가 훤하다니요. 전하 때문에 고생한 늙은이에게 너무한 것 아니십니까?”
“자네 나이가 쉰셋 아니었나? 늙은이라고 지칭하기엔 좀 젊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오가는 대화가 뭔가 신기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게일 공작과 레오가르트 왕은 상당히 막역한 느낌이었다.
레오가르트 왕이 아직 왕자이던 시절, 게일 공작이 직접 많은 것을 가르쳤다고 하더니…….
“그래서, 이쪽이 자네가 말한 그 클레이 반하르트인가?”
“예.”
“흐음…….”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는 레오가르트 왕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고 일어나야 되나 고민하던 그때, 레오가르트 왕의 입이 열렸다.
“고개를 들어라, 반하르트 경.”
그는 뛰어난 통찰력과 무예를 지녔다는 설정처럼 눈빛은 형형히 빛났고, 육신은 탄탄히 단련되어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지? 아이반의 보고를 들어 아주 잘 알고 있네.”
“감사합니다.”
“배짱도 있는 것 같고…… 실력은 좀 부족한 것 같지만 중급 마족을 죽였다고 했던가?”
“운이 좋았습니다.”
“중급 마족을 운으로 죽일 수 있을 리 없지. 뭣보다 적 총사령관을 붙잡은 것도 자네였다고 했으니 가히 이번 전쟁의 영웅이라 할 만하군.”
“그건…….”
“겸양의 말은 필요 없네. 영웅이라면 영웅으로서 당당히 서 있으면 그만이지!”
레오가르트 왕은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며 박수를 쳤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도열해 있던 기사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검을 치켜들었다.
드디어 개선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국왕의 축사가 시작된 것이다.
“들어라! 이번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마족과 손을 잡은 사악한 카인젤 왕국의 기세를 꺾고, 우리 탈루아 왕국이 동부 대륙의 패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레오가르트 왕이 크게 소리친 순간, 시끄럽게 들려오던 환호가 멎고 단숨에 고요가 찾아왔다.
말 몇 마디로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과연 일국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인물다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목도했다. 카인젤 왕국의 첩자를 밝혀냈으며, 공작의 암살을 막았고, 수수께끼의 괴물로부터 군이 도망칠 시간을 벌었다.”
큰소리로 외치던 레오가르트 왕은 나를 향해 눈짓했다.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된다며.’
역시 그럴 리가 없지.
작게 심호흡을 하며 검을 뽑아 검을 높이 들었다. 다른 기사들보다 높이.
동시에 군중에서 큰 환호성이 울렸다.
“적군의 총사령관인 볼프란 왕자를 사로잡고, 그 뒤에서 암약하던 중급 마족의 목을 쳐 홀로 전쟁을 끝낸 영웅! 그 영웅에게 마땅한 포상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겠지.”
포상.
그 한 마디에 내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래, 이런 자리까지 마련하고 아무것도 안 줄 리가 있나!’
내심 기대하고 있던 바였기에 어떠한 보상을 줄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래도 국왕이 직접 하사하는 보상이니 분명 엄청난 거겠지?
“짐은 클레이 반하르트 경에게 포상금과 함께 수도의 저택을 하사할 것이다!”
이어진 레오가르트 왕의 이야기는 그러한 내 기대감에 충분한 부응을 해 주었다.
그런데…….
“또한 얼마 뒤에 열릴 제국 연무회에 탈루아 왕국의 대표로 나설 수 있는 영광을 주고자 한다!”
설마 이걸 여기서 바로 공표해 버릴 줄이야.
포상의 내용을 듣고 행복했던 감정이 단번에 사그라들었다.
“물론 반하르트 경의 의사를 존중하여 선택은 그의 결정에 맡길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레오가르트 왕은 말을 덧붙였다.
[이 상황에서 잘도 거절한다고 하겠다.]그란세시아가 그런 레오가르트를 향해 빈정거리며 말했다.
“또한 그는 갑작스런 반하르트 백작의 죽음으로 작위를 승계받지 못했었지.”
레오가르트 왕은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 미소에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보통 작위를 승계하는 건 왕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축하하네, 반하르트 백작. 이후 왕국의 인재들을 이끌어 주게.”
그 말에 가장 먼저 박수를 친 건 내 옆에 있던 게일 공작이었다.
그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 과장된 모습으로 크게 박수를 쳤고, 그에 따라 많은 군중들이 환호하며 게일 공작과 같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 게일 공작을 향해 그란세시아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저 공작, 아주 능구렁이라니까.]나도 이번만큼은 그란세시아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