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3화>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2)
독이 든 잉크병의 설정에서 언급된 두 명의 인물.
바이안 데올릭, 그리고 테드릭 이튼.
그중 바이안 데올릭은 나와도 굉장히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반하르트 백작가와 데올릭 백작가는 친분이 있는 편이라 어린 시절에는 두 가문 간의 교류가 활발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데올릭가의 장남인 리온 데올릭이 찾아와 검술 시범을 보였을 정도.
데올릭가는 왕국에서도 이름 높은 무가(武家)인지라 그때마다 많은 기사들이 견학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바이안 데올릭과는 그때부터 아는 사이다.
반듯한 얼굴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데올릭가의 천재.
현재 왕국군에서는 기사의 모범이라며 모두가 그를 추켜올렸다.
‘웃기는 일이지.’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바이안과 알고 지냈던 나로서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좋은 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짓까지 할 놈이라고는 안 봤는데.’
나는 눈앞에 있는 선인의 가면을 쓴 바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난데없이 막사에 찾아온 내가 의아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당연한 일이지. 어렸을 때 이후론 제대로 교류 한 번 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녀석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잉크병에 언급된 놈의 설정을 직접 확인하는 게 진실을 확인할 가장 빠른 방법이라 판단한 것이다.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자네가 나를 찾아오다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간만에 얼굴이라도 볼까 해서.”
“뭐?”
녀석은 내가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는지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녀석의 반응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시선은 오롯이 바이안 데올릭의 옆에 떠 있는 문장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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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안 데올릭>
나이 : 22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데올릭 백작가의 둘째(악역)
보유 능력 : 은성검(5성)
특이 사항 : 카인젤 왕국의 첩자. 게일 공작을 암살하고, 그 범인으로 테드릭 이튼을 모함하여 탈루아 왕국군 전체를 뒤흔든 인물. 파비안의 첫 적수이며, 뛰어난 재능을 지닌 검의 천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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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무언가 일을 벌이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화려한 일을 준비 중일 줄은 몰랐다.
‘설마 이튼 경을 모함할 사건이 게일 공작의 암살이었어?’
아이반 게일.
그는 현 탈루아 왕국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다.
왕국의 희망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며, 카인젤 왕국이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는 것은 게일 공작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이튼 후작가는 대대로 뛰어난 기사를 배출한 명문 무가로, 군부 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가문이다.
테드릭 이튼은 그러한 가문의 후계자이며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오른 실력자.
이처럼 왕국군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두 사람의 신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왕국군 전체가 뒤흔들릴 터였다.
바이안이 카인젤 왕국의 첩자라면 확실히 최고의 목표물이리라.
하지만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이안이 어째서 첩자 노릇을…….’
데올릭가는 몰락한 우리 가문과 다르게, 유서 깊은 명문가로 이름 높다.
그런데 그가 어째서 카인젤 왕국의 편에 선 것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예상치 못한 내용에 바이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의문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그것이 바이안의 심기를 더욱 자극한 듯했다.
“……클레이 반하르트.”
평소 가면을 쓴 채 본심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그가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말했다.
“비록 우리가 어린 시절에 친분이 있었다지만 예의는 지켜 주었으면 좋겠군.”
“친분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에는 교류도 활발했고, 나 역시 데올릭가의 사람들을 좋아했다.
특히 데올릭가의 검술인 은성검을 배우고 싶어, 가르쳐 달라고 졸랐을 정도였다.
‘당연히 배울 수는 없었지만 말이야.’
가문의 비전 검술을 다른 가문에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그래도 몇 번 은성검을 코앞에서 견식을 할 수 있었고, 리온 데올릭에게 일반적인 검술을 지도받은 적도 있었다.
우리 가문이 몰락하여 교류가 끊어지기 전까지는.
“그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어. 그냥 간만에 네가 보고 싶었거든.”
“나를? 혹시 내게 도움을 얻고자 왔다는 이야기인가?”
“뭐, 비슷하지.”
사실 도움은 네 설정을 확인한 시점에서 모두 받았지만 말이야.
물론 바이안은 이런 내 생각을 알 리가 없고, 제 나름대로 해석하여 떠들기 시작했다.
“자네가 가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사람에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야.”
마치 내게 위로라도 하는 어조였지만, 그 말은 내 힘으로는 절대 가문을 살릴 수 없다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만도 하지만,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저 정도의 조롱은 이미 수도 없이 들었다.
“그거 고맙네. 충고해 줘서.”
“예의를 차리라고 했을 텐데.”
선량한 얼굴에 금이 가며, 노기가 담기는 녀석의 어조에 나는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보답으로 나도 충고 하나 해 주지.”
나는 알고 있다.
녀석의 인내심은 생각보다 아주 약하다.
“동방의 속담에는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거든. 참 좋은 말이더라고.”
“……무얼 말하고 싶은 거냐.”
“그냥, 별 의미는 없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가 한계였다.
가면에 작은 금을 가게 할 정도.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 *
바이안의 설정을 확인한 다음, 나는 ‘독이 든 잉크통’의 설정이 진짜인지 점검했다.
이것만 확인되면 이제 능력에 대한 검증은 끝나기 때문이다.
‘역시 독은 진짜였어.’
몇 가지 실험을 거친 결과, 잉크통에 든 액체는 독이 확실했다.
몸에 묻거나 섭취하게 되면 30분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지효성 독.
그 뜻은 내가 손에 넣은 능력이 진짜라는 의미였다.
‘기회를 확실히 잡으려면 내가 가진 능력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만 해.’
처음에는 그것을 확인할 방법을 몰라 난감했지만, 의외로 해답은 간단했다.
바로 내 설정을 확인하자마자 능력란에 떡하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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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반하르트>
나이 : 20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반하르트 백작가의 차남(엑스트라)
능력 : 도수명검(3성), 설정 확인, 설정 추가, 시놉시스
특이 사항 : 소설 ‘검의 소리가 들려’의 대필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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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현재 나의 설정이다.
작중 역할은 당연히 엑스트라.
다른 건 비교적 다른 이들과 비슷했지만,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능력과 특이 사항이었다.
“설정 확인, 설정 추가, 그리고 시놉시스라…….”
편지를 읽고,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문구.
그중 설정 확인은 이미 몇 번이나 사용해서 확실히 익혔다.
내가 보고자 하면 언제든 설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거부한다면 시야에서 지우는 것도 가능했다.
“첫 번째는 그렇다 치고, 나머지 두 개는 뭐지?”
이름으로 유추하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우선 사용법을 알아야 해.’
다행히도 사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능력명을 외치거나, 허공에 떠 있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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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추가>
개연성을 충족할 시에 능력을 추가할 수 있다.
개연성의 종류와 숫자는 능력에 따라 다르며, 개연성을 모두 만족할 시 해당 능력을 설정에 추가할 수 있다.
-(대필)작가가 타인의 설정창에서 읽은 능력만 추가할 수 있다. 읽은 능력은 ‘설정 목록’에서 개연성 달성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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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까다롭네.”
간단히 요약하자면 내가 설정창을 통해 읽은 능력만 추가할 수 있고, 심지어 그마저도 특정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충분히 많아.’
타인의 설정창을 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고, 개연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지만 다양한 능력을 얻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행운이었다.
‘예를 들면…….’
이내 바로 확인해 볼 만한 능력을 떠올린 나는 ‘설정 목록’을 열었다.
「은성검」
바로 데올릭 백작가의 비전 검술인 은성검이다.
어렸을 적에 관심을 가졌던 검술이니만큼 그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은성검을 얻기 위한 조건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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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검>
필요 개연성
1. 은성검을 100회 이상 견식[현재 달성도 99회]
2. 은성검 성취도 5성 이상인 검사의 검술 지도 10회[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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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개연성을 확인한 순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설마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은 몰랐다.
‘어렸을 적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이제는 끊어진 가문 간의 교류.
그때의 경험이 은성검을 익히는 데 필요 조건을 달성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다.
‘바로 얻지 못한 건 좀 아쉽네.’
필요 조건에서 부족한 건 고작 견식 1회였다.
하지만 당장 얻지 못했을 뿐, 금방 기회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럼 설정 추가까지 확인했으니…….”
마지막은 가장 정체불명의 능력인 ‘시놉시스’였다.
사용법은 다행히도 설정 추가와 달리 매우 간단했다. 설정 확인처럼 내가 보고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별생각 없이 ‘시놉시스’를 사용했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뭐야, 이건.”
[현재 확인 가능한 에피소드가 네 가지 있습니다.]==
19~32화, ‘예상치 못한 반역자’
33~46화 ‘시작부터 잘못된 작전’
47~51화 ‘도주’
204~225화, ‘용의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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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열람’하는 능력이었다.
* * *
델모어 자작은 현재 몹시 당혹스러웠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었지만, 클레이 반하르트가 찾아오며 모든 게 망가졌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이제는 몰락한 반하르트 백작가.
깔보고 무시했던 클레이 반하르트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생각해 보면 전부터 이상했어.’
보급 창고의 정리를 순식간에, 그리고 완벽하게 끝냈을 때부터 이상했다.
보급관인 델모어 자작은 그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았다.
귀찮고, 성가시며 아주 오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몰락했다고 해도 백작가의 자제인 클레이에겐 상당히 모욕적인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클레이는 그것을 간단하게 끝내 버리고 여태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보급품을 횡령하지 않으셨습니까?”
워낙 갑작스러운 말이었기에 델모어 자작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신음 소리만 흘렸다.
‘내가 보급품을 빼돌렸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상당히 많은 귀족들이 참가한 전쟁이다 왕국에서 직접 보내오는 보급품은 물론, 각 귀족 가문에서 보내오는 보급품까지 치면 상당한 양이었다.
보급품만 보면 이곳이 전쟁터인지 사교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보급관인 델모어 자작은 그 보급품 중 사치품을 조금씩 빼돌리고 있었다. 운반 중에 소실되었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눈에 띄게 티만 나지 않으면 걸릴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여태 그랬듯이 말이다.
‘설마 보급품을 정리하다가 알아차린 건가?’
그럴 리 없다.
이미 사라져 버린 물건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장부는 조작해 뒀고, 심지어 자신의 수중에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것인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모른 척하셔도 소용없습니다. 테일러와 로덴이 이실직고했으니까요.
테일러와 로덴.
델모어 자작의 가신들로, 그의 지시에 따라 직접 횡령을 실행에 옮긴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이 클레이의 입에서 언급되자, 그는 더 이상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 잠시 기다리게. 분명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해.”
얼굴이 노랗게 변한 델모어 자작을 바라보며 클레이는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