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34화>
황녀와의 재회(2)
아스크탈린 제국의 연회장, ‘황룡의 홀’.
과연 제국답다고 할 정도로 돈을 말 그대로 처바른 티가 느껴지는 화려한 홀로, 수백 명을 수용하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건국제가 진행되는 동안, 이곳에서 매일 저녁 연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제국 연무회의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제국에서 베푸는 배려였다.
[이게 교류의 장 맞아?]‘말했잖아. 그냥 제국 연무회는 사실상 각국의 대리 전쟁이라고.’
아스크탈린 제국에서 개최한 연회이다 보니 제국 연무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빠짐없이 온 듯했지만, 교류를 즐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친분을 다지기는커녕 오히려 서로를 경계하며 견제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맛있는 거나 실컷 먹어야겠다.’
곧 닥쳐올 재해로 인해 제국 연무회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그러한 행동들이 부질없어 보였다.
내가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롭게 음료를 홀짝이던 그때였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은 돌연변이는 없는 모양이군.”
“평범한 수준이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주변에서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이번 탈루아 왕국의 참가자 중 바이안 정도의 실력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큭!”
자존심 강한 알렉스 셰인은 그 말을 듣고 단번에 얼굴이 붉어졌다.
비단 알렉스만이 아니다. 젤빈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소드 익스퍼트 중급도 이 사이에선 평범한 수준이긴 하지.’
나를 제외한 이번 탈루아 왕국의 대표들은 전부 소드 익스퍼트 중급.
나이에 비하면 굉장한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황룡의 홀에 모여 있는 각국의 실력자들 틈에선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들이 그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의 멤버로는 4년 전 바이안에게도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니.’
바이안을 떠올린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지긋지긋한 놈이긴 하지만, 그 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안 데올릭은 4년 전 19세의 나이에 이미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른 실력자였다. 심지어 같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 내에서도 그의 실력은 특출했다.
그는 이전 제국 연무회에서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갔고, 지금은 제국의 제4기사단의 부단장인 라인할트를 만나 아쉽게 패했다.
그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지금의 탈루아 왕국 대표들은 우습게 보이리라.
“이번 탈루아 왕국은 정말 시시하겠어.”
이죽거리면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검은 피부를 지닌 거한의 사내였다.
“그대는 다르샤의…….”
알렉스는 바로 그를 알아봤는지 눈을 찌푸렸다.
사막 국가 다르샤.
열두 개의 부족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졌으며, 대족장인 칸의 명이라면 언제든 목숨을 불사르는 용맹스런 전사 국가다.
‘아르사딘 호첸.’
나는 녀석의 설정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말투는 오만했지만 녀석의 설정을 보니 그 오만함도 납득이 됐다.
“아르사딘, 아무리 대족장의 후계자라고 하나 오만한 발언 아닌가?”
아르사딘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선 건 알렉스였다.
공작가의 후계자답게 정중한 어투였지만 기세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오만?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하지.”
새하얀 이를 내보이며 씩 웃은 아르사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신에서 투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의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
그가 내뿜는 투기를 마주한 알렉스를 비롯한 이들은 안색이 좋지 못했다. 특히 알렉스는 두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러니 시시하다고 한 거다. 우리에게 존중을 받고 싶다면 힘을 보여라.”
“반드시…… 그 말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날카롭게 알렉스가 쏘아붙였지만, 아르사딘은 피식 웃었다.
“후회? 그 실력으로 잘도 시키겠네.”
“풉!”
알렉스와 아르사딘의 신경전을 지켜보고 이들은 그런 아르사딘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인데 저래도 되는 거야?]‘그래서 더욱 그런 거야.’
제국 연무회에서 이러한 상황은 빈번했다.
아르사딘의 발언은 국가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무례한 발언이었으나, 제국 연무회의 특성상 저러한 발언조차도 암묵적으로 용인됐다.
그러니 도발에는 도발로 갚아 줘야지.
“다르샤의 전사가 설마 이렇게 속이 좁을 줄이야. 바이안에게 패했던 게 정말 억울했나 봐?”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못 들을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뭐?”
알렉스를 비웃던 아르사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기야 정말 운도 없지. 하필 부족의 대표 전사가 자신보다 어린 기사에게 일검에 패했으니까 말이야.”
“네놈…….”
“그래도 대단하긴 해. 얼마나 억울했으면 온갖 영약을 물 쓰듯이 퍼부어 너 같은 전사를 ‘만드는 데’ 성공했잖아?”
뿌드득!
내 말에 아르사딘이 이를 거칠게 갈았다. 놈의 눈에 거친 살의가 엿보였다.
아르사딘은 나의 말에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한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영약을 퍼붓는다고 해도 그만한 재능이 없으면 강해지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놈을 한껏 도발했다.
“뭐, 그래 봐야 결과는 전과 다를 것 같지 않은데 말이지.”
“크, 크크. 이제 막 전사가 된 것 같은 애송이가 잘도 떠드는구나.”
다르샤는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이를 ‘전사’로서 부른다.
소드 마스터는 ‘대전사’. 녀석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하급 전사이며, 놈은 상급 전사다.
“애송이? 하긴 보는 눈이 없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해. 본래 자기보다 윗줄의 실력자는 제대로 실력을 알기 힘들다지?”
“윗…… 줄이라고?”
“못 믿겠냐?”
나는 천천히 검지를 쭉 피고 천천히 놈에게 향했다.
녀석은 그런 기이한 나의 행동에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지금 뭐하는 짓…….”
팡!
작은 파열음과 함께 무언가가 쏘아졌다.
쏘아진 그것은 아르사딘의 귓불을 스치며 날아갔다.
생체기 하나 나지 않았지만, 놈은 아마 자신의 귓불 바로 옆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는 걸 느꼈으리라.
“기, 기탄이다!”
“말도 안 돼. 기탄을 손가락으로 쐈다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단숨에 황룡의 홀에 퍼져 나갔다.
아르사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녀석의 눈에 담긴 경악과 불신이 느껴졌다. 내가 쏘아 낸 혈비를 기탄(氣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탓이었다.
기탄은 소드 마스터 수준의 마력량과 마력 운용이 뒷받침되어야만 사용하는 기술이었으니까.
“서, 설마 대전사……?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 나이에…….”
나는 떠듬떠듬 말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그저 싱긋 웃었다.
연회장을 둘러싼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순간.
덜컹!
홀의 문이 열리며 다섯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크탈린 제국의 상징인 검은 용.
그 때문에 제국 황족의 예복은 늘 검은색으로 정해져 있었다.
리야 아스크탈린 황녀의 드레스 역시 칠흑과도 같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금색으로 양각된 용의 문양과 관자놀이에 자란 뿔에 걸려 있는 검은 용의 인장.
어찌나 강렬한 인상인지, 그녀의 뒤를 따르는 네 명의 남자들이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이런, 제가 연회의 분위기를 깬 모양이군요.”
방금 전까지 시끄럽던 홀이 겨우 숨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황녀에게로 향했다.
나를 향해 쏟아지던 시선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압도적이네.]그란세시아가 말했다.
[저 뒤에 있는 게 제국의 대표라면, 사실상 승자는 정해져 있다고 봐야겠어.]‘황녀가 참가한다면 사실상 끝난 싸움이니까.’
나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그제야 황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 뒤에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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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실베스트>
나이 : 20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파비안의 첫 번째 동료이며 맹우(주연)
보유 능력 : 용아무쌍검(8성)
특이 사항 : 파비안의 첫 번째 동료.
대륙 칠영웅 ‘반 실베스트’의 아들이자, 제자. 그리고 아스크탈린 제국의 최연소 소드 마스터.
주인공인 파비안의 첫 번째 동료이며, 파비안에게 패배하기 전까진 동년배에겐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아스크탈린 제국을 구하고, 자신을 처음으로 쓰러트린 파비안의 실력에 반해 그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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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
단순히 연기를 했을 뿐인 나와 달리, 진짜 괴물이 저기에 있었다.
저 괴물을 파비안이 이겼다고?
‘아니, 미친!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해도 그렇지, 도대체 얼마나 강했던 거야?’
세상의 불합리에 절로 욕이 흘러나왔다.
그에 그란세시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따지고 보면 너도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건 마찬가지거든?]그거야 그렇긴 한데…….
“저자가 제국의 은빛 늑대인가?”
“그 천재라던…….”
황녀의 뒤에 서 있는 이안 실베르트를 본 기사들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이안 실베스트.
은빛 늑대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기사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의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소드 마스터일 줄은 몰랐지.’
과연 20세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이가 있으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리라.
엄청나다고 생각했던 바이안과 젤빈의 재능도 그의 앞에서는 빛이 바래는 듯했다.
‘그래도 나머지는 평범하네.’
다행히 제국의 대표들 중 이안처럼 터무니없는 실력자는 또 없었다. 다들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의 실력으로 보였다.
“그런데 황녀님은…… 대단한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그다지 잘 모르겠군.”
“쉿쉿! 들리겠소. 하지만 확실히 소문이 과장된 게 있는 모양이오.”
“그런데 머리 위의 뿔은 뭐지?”
“모습을 감췄던 동안 용의 피를 각성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런 것치고는…….”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긴, 이들 중 황녀의 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 용의 힘은 한낱 인간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흐음.”
황룡의 홀에 모습을 드러낸 황녀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잠시 후, 나와 눈을 마주친 황녀의 눈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졌다. 분명 아름다운 눈웃음이건만 알 수 없는 한기가 느껴졌다.
‘별문제 없던 거 같아 다행이기는 한데…….’
신혈을 이용해 용화의 저주를 치료해 주긴 했으나, 사실 완벽한 치료라고 보긴 어려웠다.
용화의 저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사라졌을 뿐, 이미 시작된 용화의 진행 자체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 때문에 여전히 리야 아스크탈린의 머리에는 용의 뿔이 잔재처럼 남아 있었다.
그러한 그녀를 제국에서 다시 받아들여 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별문제 없는 모양이었다.
‘역시 불안한데?’
또각.
오싹한 기분을 느끼던 그 순간, 황녀의 발걸음이 나를 향해 내디뎌졌다.